이사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조금 있으면 이사를 가야한다. 집을 알아 보고 있는데, 전세 대란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닌 듯하다. 집을 보러 다니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이사를 할 생각하니, 책 때문에 한숨만 나온다. 이 책을 어떻게 다 옮기나...

 

이사 생각만 하면 속이 울렁거린다.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는 재밌는 책을 읽으면 된다! 그런데, 이런 책을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난 세계문학을 거의 읽을 수 없다. 초반부의 지루함 때문이다.

 

재밌다고 추천받은 소설책들 중 거의 전부가 몇 페이지 넘기다 말고 던져졌다. 그 책들은 다음과 같다. 사람에 따라서는 의아할 것이다. 이 책이 정말 재미없다고?! 처음을 넘기면 되는데, 그걸 못하니 읽다 말고 던지게 된다.

 

 

 

 

 

 

 

 

사라마구의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는 이전에 나온 문학세계사판인 <이름들>로 읽고 있는데, 이 책만은 끝을 보려고 읽고 있다. 지하철에서만. 거의 2주가 다 되간다. 초반부를 넘어 탄력이 붙는가 싶더니, 다시 지루해져 덮고 있다. 나머지 책들은 20여 페이지를 못 넘기고 던졌다.

 

그래서 예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던 스파이 소설, 일명 장르 소설쪽으로 기웃거리게 된다. 도서관에서 그렇게 기웃거리다 발견한 책이 <보쉬의 비밀>이라는 책인데, 이걸 발견한 게 행운이었다. 도서관에서 몇 페이지를 읽고 보니 그냥 페이지 속에 파묻히는 거다.

 

 

 

 

 

 

 

 

 

 

 

 

 

 

미술책에서 항상 의문의 부호를 갖고 보던 히에로니무스 보쉬 그림에 관한 내용이라 더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화가에 대해 몰라도 이 소설은 충분히 재밌다. 책장이 바람처럼 넘어가던 <13번째 마을>만큼 재밌으니~.

 

 

 

혹시나 해서 알라딘 중고서점을 검색했는데, 몇 군데 있어 낼름 구입하여 야금야금 읽고 있다. 게걸스럽게 읽으면 금방 읽어버리기 때문에. 1권 끝내고 2권 접어들었는데, 페이지가 넘어가는게 매우 아쉽다. 정말 내가 찾고 있던 책이다. 정말 재밌다! 혹시나 나처럼 재밌는 책을 찾고 있는 분이라면 강추할 책이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계속 이사 불안증에 시달려야 한다) 연달아 읽을 다음 책을 확보하려고 찾아 보았다. 알라딘 리뷰를 뒤져보니 <제노사이드>도 끝내주게 재밌다고 해서 슬쩍 보았다. 와~ 이것도 내 몇일을 담보해 주겠구나 싶어 구매했다. 이건 정말 확실한 재미를 보장할 거 같다. ㅎㅎ

 

 

도서관에서 <제노사이드>를 다 읽으면 읽을 수 있는 재미를 보장해 줄 책을 빌려왔다. 아래 책들.

 

 

 

 

 

 

 

 

 

 

 

 

 

<순교자>는 이상하게도 끌렸고, <표적>은 딱 3페이지만 넘겨 봤는데, 재밌을 거 같아 빌렸다. <전몰자의 날>은 헤르메스님 페이퍼를 보고 빈스 플린 시리즈 중 책 상태가 양호한 걸 빌렸다. 빈스 플린 책들은 하두 대출되어 표지가 너덜너덜하고 대체로 다 더럽다. 이건 재미를 보장한다는 반증이 아닐까..ㅎㅎ

 

지난 달 읽었던 책들 중에서 의외로 문학작품 만큼 재밌었던 인문서들도 있었다. <성은 환상이다>와 <교양인의 독서생활> 그리고 <미국문화의 몰락>(재독했음)이 그런 책들이다. 모두 하루나 이틀만에 다 읽은 환상적인 책들이다. 이런 책들만 읽으면 정말 좋겠다.

 

 

 

 

 

 

 

 

 

 

 

 

특히 기시다 슈의 <성은 환상이다>는 정신분석학 이론서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다. 이 사람의 독특한 주장은 읽어 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미국문화의 몰락>은 예전에 사 놓고 대충 훑어 읽었던 책인데, 다시 보니 역시 의미심장하다. 흠..그렇지, 그렇고 말고, 라는 말과 함께 금방 다 읽는다. 미국 문화 비판서가 이리도 재밌다니. 촘스키와는 색다른 재미를 보장한다.

 

<교양인의 독서생활>은 오래 전에 출간된 건데, 최근에야 번역된 듯하다. 책에 대한 책을 다룬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있지만 그래도 매우 재밌게 읽었다. 다치바나 다카시 책에 비하면 이 책은 좀더 묵직하고 직설적이다. 일급 사회학자의 독서편력기인데, 교양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의미 심장한 구절들과 교양서를 왜 읽어야 하는지 그 당위성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도 하루만에 쫑을 보았다.

 

그나저나 4월까지 정신적 고통에서 버텨야 한다. 혼자서 재밌는 책을 찾는 건 정말 어려운 거 같다. 추천받는 게 제일 장땡인거 같다. 재밌을지 여부는 내가 판단하면 되니까..ㅎㅎ 재미는 상대적인지만, 확실히 재밌다는 책 중에서 고르면, 내게도 재밌는 책이 확실히 있는 거 같다. 어쨌거나 기차게 재밌는 책이 있으면 야무에게 추천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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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06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쉬의 비밀 읽고 계시네요.^^
제노사이드는 확실히 재미있고요.
13 번째마을...
읽었을지도..아닐지도.

보쉬의 비밀도...흠..개인적인거니까요!^^
취향을..대충...감만..잡겠어요..지금은.
다음책도 읽으시고 소감 알려주세요.
정말 재미있으셨는지요..^^
그래야 취향이 어떤지 대충 알거 같으니까요.^^



yamoo 2015-03-06 20:16   좋아요 1 | URL
네, <보쉬의 비밀>을 읽고 있습니다. 보쉬의 쾌락에 정원에 숨어 있는 코드를 파헤치는 내용인데, 현재와 중세를 오가는 내용이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제노사이드...그래서 기대하고 있습니다..ㅎㅎ

취향이전에 `그장소`님께서 아주 재밌게 읽으셨던 거 추천해 주세요. 전, 무조건 찾아서 10여페이지를 읽어볼 겁니다. 재미는 주관적인 판단이라 현재는 지루할지라도 반드시 읽었던 책은 끝까지 읽습니다. 제 취향은 둘째 치고 추천해 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찰스 부코스키의 여자들 추천합니당..

yamoo 2015-03-06 20: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쿠코스키 책 찾아보니, 재밌을거 같네요. 얼른 찾아보겠어요~!!ㅎ

Jeanne_Hebuterne 2015-03-06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책을 추천합니다.
표지가 참 읽기 싫게 생겼지만 저 말고 김연수도 추천을 하더라고요(유명인사 걸고 넘어지기).

어쩌면 저도 곧 집 알아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아..저는 책 이외의 다른 이유로 머리가 지끈지끈 ㅠㅠ
그 마음 정말 잘 알아요.
`곧 어떤 일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나 알고는 있다.`
이 삼종셋트가 9분 9초마다 무한반복되는 이 느낌!!!

아, 차라리 카프카의 `소송`을 추천해 드려야하는지도ㅠㅠ 읽으면서 이것은 부조리극이자 희극이라고 소설가 김영하가 했던 말을 떠올렸지만 저는 종종 이 소설이 제 꿈속 같았지 뭐에요.

yamoo 2015-03-06 20: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퍼트리샤 아이스미스 책을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낼 바로요~ㅎㅎ

저하고 비슷하군요~ㅎ 얼른 그런 잡념에서 벗어나시길~^^

<소송>은 첨 읽을 때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ㅎㅎ

cyrus 2015-03-07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책의 취향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가족이든 친구든지 간에 무조건 상대방에게 책을 추천할 때가 난감하면서도 부담스러워요. 야무님의 서재에 책이 상당히 많을 텐데 이삿짐 때문에 고민이 많겠습니다. 이때 책 관리 잘 하셔야 합니다. 이사 준비하는 과정에서 책 몇 권 분실할 수 있으니까요.

yamoo 2015-03-09 11:18   좋아요 0 | URL
책의 취향이 다르다고 추천을 하지 않는다는 건 좀 거시기 합니다..ㅎㅎ 제가 추천받아 읽어온 책들은 대부분 저와 책 취향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얻은 것이거든요~ 그래서 예기치 않은 재미와 감동을 받은 적이 많습니다. 비슷한 취향이면 절대 고를 수 없는 책들이지요. 그니깐, 사이러스님도 몇 권 추천해주세요~ 그 중에서 분명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있을 겁니다. 당장은 재미없다고 생각해도 추천받은 책은 언제가 됐건 다 읽게 되더군요~ㅎ

transient-guest 2015-03-07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중물 같은 독서도 필요해요. 책읽기를 꾸준히 하다보면 재미순위나 흥미순서가 자꾸 바뀌거나 다른 날이 있더라구요. 책을 많이 갖고있는 사람의 이사는 힘들죠..ㅎㅎ 저도 늘 고생하는데, 우리 서친들 중 많은 분들이 겪는...ㅎㅎ
1. 제노사이드 - 재미있습니다.
2. 하이스미스 - 재미있습니다. 리플리 시리즈가 유명한데, 옛날 알랭들롱 주연으로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맷 데이먼 주연으로 한 영화가 있네요.
3. 추천: 문신살인.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본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강추합니다.

yamoo 2015-03-09 11:21   좋아요 0 | URL
트랜지언트님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하신 책, 하이스미스와 문신살인 반드시 찾아 보겠습니다! 문신살인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꽤 많이 보던 책이었습니다. 책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네요~^^

2015-05-05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6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