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화재의 서재글에 올라온 야나님의 글을 읽다 발견한 부분이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덧붙이겠는데, 나는 야나님에게 어떠한 엇가심정도 없고, (전혀~!) 내가 본 야나님의 글을 비방하기 위해 이 페이퍼를 쓰는 것도 아님을 밝혀두는 바이다.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 내 관심 영역 중 하나가 논리학, 심리학 그리고 경제학의 하위 분과에서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는 '생각의 오류'를 바로 잡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오늘 알라딘 신림점에서 <생각의 오류>를 사서 펼쳐 읽는 와중에 눈에 띄어 읽은 글이라 쓸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이런 글을 말이다.

 

 

어쨌거나 포인트는 어긋났지만 내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드라마가 참 문학적이다_였다. 시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희곡 같기도 하고.

 

엄태웅이 친 대사 중에 제일 인상 깊었던 것,

 

"고전은 대부분 막장이야." 왜 그러냐는 이시영의 말에_

"인간 본성이 막장이니까."

 

 

캬, 그렇지, 인간 본성이 막장인 게지, 소주를 부르는 대사로다. 혼자 허벅지를 치면서 감탄했다.                             

                                        <일리있는 사랑_아줌마들의 수다 중에서>  by야나

 

 

일단 야나님께서 캬~ 하고 감탄을 하게 한 엄태웅의 대사를 보자. 이 대사를 치게 한 장본인이 누군가? 바로 드라마 작가다. 드라마 작가는 대부분 여성이고, 시청률을 올리는 것이 제1의 목적이기에 저런 대사를 의도적으로 짜내기도 한다. 드라마뿐이겠는가 광고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다.

 

어쨌든 걸리는 부분은 두 가지다. 먼저 '드라마가 참 문학적'이라는 야나님의 생각. 이건 아마도 이런 것일 거다. 광고를 보고 있는데, '광고가 참 문학적이다'라는 거. 광고는 문학이 아니다. 이건 초등학생도 안다. 그래서 '광고가 참 문학적'이라는 말은 광고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거와 비슷하다. 스토리가 있고 매우 감성적인 면이 부각된 광고일 경우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는? 드라마도 엄연히 문학에 포함된다. 드라마 대본은 내가 알기론 일종의 멜로드라마다. 관객의 오락을 위해 쓴 통속극이기에. 고등학교 때 배웠던 문학 이론에는 희곡 단원에 시나리오와 비교하면서 하위 종류로 레제드라마나 멜로드라마 그리고 소극에 개념이 나온다. 따라서 드라마의 대사는 명백히 문학의 하위 영역이다.

그러니 '드라마가 참 문학적'이라는 말은 동어반복이다.

 

 

 

심각한 건 엄태웅의 대사다.

 

 "고전은 대부분 막장이야." 왜 그러냐는 이시영의 말에_ "인간 본성이 막장이니까."

 

이 부분은 아마도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고전(문학)은 대부분 인간의 본성을 다룬다. (숨은 전제)

인간의 본성은 막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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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고전(문학)은 (대부분) 막장이다.

 

'인간의 본성'을 매개념으로 한 그럴듯한 3단 논법이다. 하지만 타당하지 않다. 두번째 전제가 자의적으로 정의한 것이기에 드렇다. 이건 명제도 아니다. 참거짓을 확정할 수 없는 진술이기에. 결론 역시 이로부터 연역되었기에 부당하다. 고전문학이 대부분 막장인가? 어떤 작품이 그렇지? <제인에어>?, <주홍글씨>? <안나 카레리나>? 결론 역시 참거짓을 확정할 수 없는 진술이다.

 

막장이라는 단어는 매우 애매한 단어다. 막장이 뭔가? 불륜의 끝? 아니면 콩가루 집안? 뭘 말하는지 매우 모호하다. '막장 드라마'라고 회자되니 아마도 인간성이 갈때 까지 간 끝판을 의미하는 내용인 것 같긴한데, 이게 고전문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도통 모르겠다. 사랑을 주제로 한 고전문학이 막장(인간성의 끝판을 내용으로 하는 거)인가?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언급도 문제가 심각하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환경의 결과로 선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한다. 인간이 막장이라는 것(악하다는 것)은 결과론적인 거다. 인간 본성에 대한 성선설과 성악설은 잘못된 것이다. 이는 도올의 <중용, 인간의 맛>에서도 언급된 내용이다.

 

아, 진짜 엄태웅과 같은 드립은 짜증난다. 말같지도 않은 걸 문학적으로 포장해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으려는 수작이 괘씸하다. 언어유희라면 너무도 유치한 수준이다.

 

그럴듯해 보이고 시청률이 나온다고 얼치기가 수준높은 문학이 되는 건 아니다. 감탄하기 전에 과연 그런지 의심해 보는 습관을 가져보자. 엄태웅의 저 드립은 감탄이 아닌 시청자게시판에 쓸 비판이어야 한다. 순간적으로는 감탄할 수 있을지언정~.

 

정말 오류는 힘이 센거 같다. 시청한 사람들을 감탄까지 하게 만드니~

 

[덧]

<생각의 오류>를 들춰보는 와중에 읽은 야나님의 글이라 본의 아니게 <생각의 오류>의 저자가 역설하는 방향으로 글이 흘러가 버렸습니다. 이건 야나님에 대한 비난이 아님을 거듭 알려드리오며, 만일 부아가 치미신다면 <생각의 오류>저자에게 퍼부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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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4-12-1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우선 야무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야무님 엄태웅의 대사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이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 드라마 보고 있는데요, 엄태웅이 그런 대사를 친 건 그 전에
이시영이가 카스타디바가 뭐냐고 물어보는데서 기인하죠.
그래서 카스타디바가 정결의 여신인가 뭐라고 설명하면서 모르겠으면 검색해 보라고 합니다.
검색해 봤더니 이름의 뜻과 달리 불륜, 막장 뭐 그런 거에 이시영이 놀라죠.
그래서 김에 나온 말이 그런 대사였습니다.
물론 고전이 다 막장은 아니겠습니다만, 작가는 또 그렇게 보았나 보죠.
그리스 로마 신화만 봐도 그렇고, 성경도 막장 같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거든요.
며느리가 시아버지하고 동침하고 그러잖아요.
막장은 그런 것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준다는 면에서 다소 민망하고 충격적이긴 하지만그런 것에서 일명 카타르시스를 느끼니까 막장을 보기도 하고 그런가 봅니다.
말 한마디란 게 전체를 대변하진 못하는 것이고 그 순간만큼은 어느 한 면만을 얘기하는 거라 한 입 가지고 두 말하는 뭐 그렇고 그런.... 암튼 그런 거 아니겠어요?
누가 알겠습니까? 엄태웅이 저렇게 얘기하고도 딴데 가선 고전은 좋은 거라고 얘기할지. 끙~

전 그냥 보고 넘길 수가 있는데 야무님은 그럴 수 없으신가 봅니다.
하지만 야무님의 이 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혹시 기회되신다면 그 드라마 함 보세요.
문제의 눈으로 보자면 문제작이긴 해요. 아내의 불륜을 연애로 바꿔서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남편의 시선 뭐 그런 건데 뭐 꼭 그것만 다루겠습니까? 그것을 통해 남자가 모르는 여자의 연애를 다루는 뭐 그런 것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라마가 예뻐요. 연출이 원래 영화감독인데 잘 만들 거든요.
원래 드라마는 할 얘기가 풍성하죠. 물론 거의 대부분 뒤돌아서면 잊어버릴 이야기지만. 가볍게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 이거 괜히 얘기했다 긁어 부스럼 만든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의 생각은 그렇다는 정도로 봐주시길...3=3=33

yamoo 2014-12-14 15:06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드라마를 안 봐서 뭐라 드릴말씀은 없습니다. 근데, <생각의 오류> 책을 보는 와중에 글을 본지라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지향하는 바를 구현하다 보니 이런 글이 나왔네요..^^;;

그나저나 스텔라님 올만입니다!~

oren 2014-12-1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음을 자아내는 말들이 언뜻 듣기엔 참 그럴 듯하지만, 그 속에 담긴 `생각의 오류`를 파고 드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은데, yamoo님께서 참으로 쉽고도 명쾌하게 설명해 주시네요. ㅎㅎ

yamoo 2014-12-14 15:07   좋아요 0 | URL
아이구, 오렌님 이런 글도 명괘한 설명을 봐 주시니 감읍드립니다. 좀더 쉽고 명쾌하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