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둘러보니, 눈에 띄는 교양 경제 분야의 신간들이 꽤 많다. 읽어 봤으면 하는 책 위주로 몇 권을 간추려 보았다.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로버트 스키델리 & 에드워드 스키델리, 부키
아미티아 센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이후로 철학은 경제학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쳇바퀴를 걷어차는 경제학과 철학의 담대한 제안'이라는 카피는 한번 들여다 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책을 손에 들 수밖에 없게 하는 결정타 정보가 있으니, 바로 저자였다. 공저자가 아버지와 아들인것. 아버지 스키델스키는 세계적인 케인즈 전문가 중 한 사람이고, 아들은 미학과 도덕철학을 전공한 철학자다. 그냥 경제학을 전공한 부자의 저술이였다면 들었다 놨을 것이지만 경제학자와 철학자 부자라니, 이건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던 거다. 재빠르게 훑어보았는데, 일독하기 충분한 책임은 분명했다. 도덕철학이라는 경제학 시조(애덤스미스)의 잃어버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치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돈이든 행복이든 극대화를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적당히 가치있게 향유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저자들의 말은 충분히 공감할 만 하다.
<부자들의 생각법>, 하노 벡, 갤리온
카너먼과 트버츠키가 심리학을 경제학에 접목시킨 이후 이 분야는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쳑하고 있다. 가격, 소비, 선택 등에서 매우 효과적인 이론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이 책은 독일경제 전문가가 자본 시장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이론서다. 하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다. 몇 페이지를 읽어 봤지만 굵직굵직한 경제 현상이 교과서가 아니라 경제 신문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저자가 이론경제와 실물경제에 매우 밝은 이력 때문인지 분석이 매우 명쾌하다. 소비와 저축,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노후대비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민감한 경제 현상에 대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심리적 기제를 심도있개 들춰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부자를 꿈꾸지만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하노 벡은 부자와 일반인의 차이가 '아주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한다고 한다. 이것을 경제학, 심리학 그리고 역사적 사례를 통해 종횡무진 분석하는 저자의 설명력은 가히 일품이다. 스티븐 렌즈버그의 <발칙한 경제학>에 견줄 수 있는 유익한 교양경제학 책이다.
<노동을 보는 눈>, 강수돌, 개마고원
'노동'이라고 하면 항상 마르크스 경제학이 떠오른다. 그만큼 노동의 개념은 정치경제학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반면 주류경제학(특히 경제학 교과서)에서 '노동'은 항상 '여가'와 함께 붙어다닌다. 대체효과와 소득효과의 크기를 따져 노동공급곡선을 도출하는 따위의 이론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개념적이고 사변적인 관점에서 노동을 분석하지 않는다. 강수돌 교수는 '노동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으로부터 출발한다. 물론 이런 출발점의 근저에는 마르크스의 노동과 소외개념이 깔려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노동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로 구체화하여 들려준다. 그 핵심 작업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이다.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이 책의 장점이다. 한 마디로 노동하는 사람 모두가 알아야 할 노동이야기라는 것 그래서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제나 감정노동 같은 현실적 문제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저자가 12개의 주제로 다룬 노동 문제를 따라가다보면 노동이란 즐겁게 일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노동'에 대한 자기만의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보너스.
<경제학 무작정 따라하기>, 조지 버클리 & 수미트 데사이, 길벗
거의 매일 추리소설과 문학만 읽는 내 어머니가 갑자기 경제학 책을 읽고 싶단다. 그래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 서점에 같이 갔다. 경제학 최신 코너에서 어머니가 골라든 게 바로 이책이다. 쭉~ 훑어 보시더니 이 책이 가장 읽을만 하시다고. 같이 살펴 보니 광범위한 경제지식이 꽤 잘 정리되어 있다. GDP, 물가, 무역, 일자리, 은행, 대출, 부동산, 나라살림 등 경제학의 핵심 주제들이 키워드 중심으로 알기 쉽게 서술된 게 장점. 머리아픈 수식이나 암기할 사항도 없다. 처음부터 읽을 필요도 없고 관심 있는 주제들이나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어 나갈 수도 있다.
실용서를 전문으로 출판하는 길벗에서 나왔길래, 시쿤둥하게 생각했지만 내용이 의외로 알차다. 무엇보다 실생활의 중요 경제문제를 실제 사례와 단순한 수치 그리고 그래프를 갖고 직관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 책의 미덕. 이를 통해 하나의 경제현상이 여타 경제현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지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복잡한 경제 현상을 쌈박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얼마나 반가운 책인가~
<트렌드 코리아 2014>, 김난도, 미래의 창
이전에도 몇 권의 책을 냈지만 아마도 김난도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널리 알려진 저술가다. 책 뒤나 앞에 책이 몇 쇄나 찍었는지 확인하는 취미를 갖고 있는데, 이 책은 내가 이 작업을 해 오고 있는 중에 가장 압도적인 쇄를 거듭하고 있다. 저번 주 종로 반디에서 확인한 숫자는 경악 자체였다. 무려 785쇄였다! 아마도 한국 출판계 단행본 역사상 기네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전작의 인기 후광효과를 좀 볼 듯싶다.
사실 김난도 교수는 매년 트렌드를 분석해 왔다고 한다. (난 몰랐다~ㅎ) 이 책은 '내년에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지갑을 열게 될까?'라고 하는 화두로 '틈새시장'을 비롯해 10개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400페이지 정도의 두툼한 책이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고공행진으로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책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