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신림역 모 카페에서 빙수를 먹고 있었는데, 나와 같은 교회를 다니는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이 와서 앉았다.
교회 티셔츠를 입은 학생 중 하나가 아는 척을 한다. 낯이 익은 학생이라 반갑게 인사를 받아줬다.
그 학생 보고 방학이 끝나 아쉽겠다고 하니, 그렇다고. 그러면서 그래도 오늘(8월 15일) 노는 날이라 좋다고. 그래서 오늘 왜 노는 날인지 물어보니, 모른단다~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역시 모르는 표정. 그냥 쳐다만본다.
내가 정말 모르냐고 묻자, 한 아이만 빼고 모두 모른다는 대답. 광복절이라고 대답한 학생에게 그 날의 의미를 물으니 해방된 날이라는 건 아는데, 그게 몇 년도 인지는 전혀 모른다.
어익쿠야~! 그래서 노파심에 4대 국경일은 아냐고 하니, 아는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5명 모두 몰랐다. 그러면서 자기네들은 국사 공부를 하지 않아 그런 거는 전혀 모른다고.
일본에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이유도 몰랐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언제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으며(심지어 삼국시대라는 대답도 나옴), 6,25가 언제인지, 왜 남북한이 나뉘어졌는지 모르고 있었다.
무인시대가 언제인지, 조선이 몇 년간 지속 됐는지 몰랐고, 심지어 어떤 학생은 학원에서 조선 왕의 계보를 7명만 알려줘서 태종태세문단세 까지만 암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선은 7대왕에서 끝났냐고 물었다.
이 어처구니 없는 물음에 참 난감했다. 학생들은 모두 고2~고3 학생들이다. 고3 학생 두명은 내신 2등급에 서울에 있는 대학을 목표로 공부한단다. 고2들도 모두 범생이들 같다. 그런데도 한국사 지식은 초등학교 수준도 안 된다.
정말 기가 찼다. 대통령도 노무현 이후만 알고 있었다. 4,19혁명이 1960년도라고 하니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냐고 놀라는 표정들.
난, 지금 그들의 처음 듣는 다는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학교 교과서 이외에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들이 없고, 학교에서도 수업 듣기 싫으면 안들어서 모른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그 학생들에게 따끔한 충고 한 마디도 해 줄 수 없었다.
뭐, 내년부터 한국사 수업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소리를 뉴스에서 듣기는 했지만, 학생들의 기본 역사 상식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설대를 준비하는 애들 빼고는 자기 학교 학생들이 자기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말은 결국 역사 교육이 잘못됐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자기 나라 역사가 단지 암기할 게 많고 지루하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에서 외면 받는 실상은 우리 기성세대들이 후세를 잘못 가르친 탓이다.
교육개혁이라고 해마다 뜯어 고치는 교육정책이 결국은 역사의식도 없는 학생들을 마구 양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는 때를 생각하니 참으로 암담하다.
국영수만 잘하는 기능인이 돼서 돈 잘 벌고 편안하게 사는 것만 암암리에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니 더 말해서 뭘할까. 연예인, 판검사, 의사 등이 되는 걸 인생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역사는 안중에 없는 과목일 것이다.
타치바다 타카시는 오래 전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에서 교양과 기본지식이 없는 도쿄생들을 '바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일본의 학생들보다 더 바보일 거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적어도 일본의 고등학생들은 독도가 타케시마라고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전부 배워 알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독도의 실상을 아는 건 한국 근대사를 아는 하나의 큰 축이다)
4대 국경일도, 그리고 4,19 혁명도 모르는 고등학생들을 키운 건 누구의 책임인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개념도 모르고 온통 모든 시간을 영어와 수학 공부에 열을 올리는 입시생들에게 어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들을 그렇게 키운 건 바로 부모세대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사태는 말할 수 없이 심각하다. 진보와 보수 진영의 책임론을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말로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세울 때인 듯하다.
정말 우리 나라 교육 정책에 대해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