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뿌리깊은 나무>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원작으로도 유명한 이 작품을 보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위대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창제의 근본정신이 백성을 사랑하는 왕의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입니다.

 

한 나라의 왕이, 백성이 글을 몰라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불쌍히 여겨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은 세계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언어학자들이 하는 얘기죠.

한데, 이 위대한 한글을 우리들이 마구 훼손하고 업신여기고 있습니다. 요즘 말과 글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학생이건 지식인이건 매한가지입니다. 다음 상황들을 보면, 참으로 가관입니다.

상황1. 작년 이맘 때. 여고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하교 길에 하는 말.
“아씨, 존나...무슨 말인지 모르게써~” “그러게 말야, 씨바~” “아, 존나 담임 설명하는 거 봤냐. 지도 모르는 거 같던데..” “마저, 마저 ㅋㅋㅋ” “OO 하고, OO는 무슨 차이지?” “아씨~ 존나 짱나~” “하나 두 모르게써, 씨바~ 무슨 설명을 그렇게 어렵게 하냐? 시험에 나오믄 어떡케하지?” “아~씨, 그냥 찍어! 찍어!”  

-> 이럴 수가, 거의 욕이군요!

상황2. 모 대학 경영학과 교수의 TV 대담
"코스트를 세브하여 리스크를 다운시키는 것이 인터내셔널 컴페티브니스를 드라이브하는 것이다. 어쩌구 저쩌구, 마케팅 포지셔닝의 석세스한 포인트는 클라이언트들의 너버스를 클리어하는 것인데, …  

-> 황당합니다, 그냥 영어로 말하지 교수들은 왜 단어만 영어로 바꿔서 말할까요?

상황3. OSEN 2011.10 기사
시크한 패셔니스타들은 베이지 톤의 트렌치코트와 함께 브라운과 베이지컬러가 매치된 머플러로 포인트를 준다. 좀 더 모던한 느낌을 주려면 내추럴한 캐주얼룩에 브라운 컬러 슈즈로 포인트를 주어 웨어러블한 룩을 완성할 수 있다. 런웨이 모델이 초이스한 트렌치코트는 질스튜어트 뉴욕 제품으로 하드할 수 있는 트렌치코트에 레더소재가 디테일로 더해져 위트있는 디자인.....  

-> 패션계의 언어는 어느나라 말인가요?

상황4. 어느 음반 평론가의 글
70년대 중흥을 누렸던 프로그레시브, 소위 아트록 그룹이 가장 많이 포진되어 있는 그야말로 예술적인 문화 환경을 자랑한다. 지금은 얼터너티브와 테크노 물결에 밀려 예전처럼 아트록이 강세를 보이지 못하지만 (중간 생략) 이후 90년대 초를 거쳐 멜로딕 스피드 메탈은 잉베이 맘스틴의 여향을 받은 바로크 어프로치를 첨가하면서 '심포니 X'같은 밴드들을 중심으로 바로크 메탈과 자연스럽게 융합한다.  

-> 평론가들의 외국 개념의 나열들. 뭔소린지 도통 모르겠군요!

상황5. <권리를 위한 투쟁>, 루돌프 폰 예링, 범우사, p65
분쟁에서 권리주체자의 단순한 이익, 법규가 구체화된 개별적인 관계, 법규라는 순간적인 광성에 붙잡혀서 고정된, 법규 자체와는 만나지도 못하고 파괴되고 훼손되는, 내가 말한 사진이 문제될 뿐만 아니라, 법규 자체도 경시당하고 유린당하는 것이다.  

 

-> 교수가 번역기가 됐군요~ 어떻게 이런 번역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군요~

정말 어의를 상실할 정도입니다. 우리 스스로 말과 글을 비천하고 열등하게 만들고 있다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네요. 지하에 계신 세종대왕께서 통곡할 것입니다~

제발, 우리말 공부 좀 하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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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1-11-0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상황들 정말... 상황 1의 이럴 수가, 거의 욕이군요! 하는 말씀이 너무 와닿는데요ㅎㅎㅎ 두번째 상황과 네번째 상황은 정말.. 어떤 교수는 우리나라말로 단어를 바꾸면 영어로 하라고 ㅋㅋㅋ 막 그러는 경우도 있었구... 저도 정말 동감하는데 네번째 상황은 진짜 뭐라 할 말이 없지만 두번째 상황은 그래도 굳이 굳이 감싸준다면 .. 아무래도 영어를 쓰는 국가에서 학문이 더 발달한 경우가 많구ㅠㅠㅠ 교수들이 그런데 가서 배워오는거라서... 우리나라말로 완전히 그 뉘앙스 등등과 쓰이는 상황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런 황당하다면 황당한 영한 혼용문[...]이 버젓히 쓰이고 있는 것 같아요.

yamoo 2011-11-06 16:29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학생들이 욕하는 횟수를 조사한 보고가 TV 뉴스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요..한 학생당 2분마다 욕을 한다는 군요. 학교에서도 어쩔수없다나요..ㅋㅋ 학생들 얘기하는 거 들어보면, 위 상황1하구 완전 똑같습니다. 심각한 문제같아요. 뭐, 나머지도 대략난감한 상황이구요. 어떤 운동이라도 해야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비로그인 2011-11-07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읽다가 짜증나서 한숨 쉬었어요 ㅠㅠ
저도 나름 한글을 지키려고 노력은 한다지만, 이 글 보면서 다시 한 번 한글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문자 보낼 때 띄어쓰기 철저하게 하고 맞춤법 정확하게 지키는 걸 자랑으로 삼는 사람으로서(이 얘기하면 다들 웃더군요 ㅋㅋ), 한글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yamoo 2011-11-07 21:59   좋아요 0 | URL
한글은 정말 위대한 거 같아요. <한글의 탄생>이란 책도 보면 얼마나 좋은 문자인지 정말 소중히 아끼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보면서 매우 화가 나기도 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그래요,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말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30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성일 글을 보면 이 양반 참... 한글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