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보면 취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쏠리는 방향"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용례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란 표현이 있는데 우리는 이 표현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합니다. 그래서 취향이라고 하면 아주 가볍게 생각하거나 취미와 비슷한 것으로 우리에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특히 어떤 주제로 피 튀기는 논쟁을 하다가도 결과적으로 ‘그건 취향의 문제이다’라고 말을 하면. 거기서 논란 종결입니다. 개인의 취향이라는데 더 말해서 뭘 할까요~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취향이라는 건 일종의 방어벽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자기의 성향을 특징짓는 ‘어떤 것’으로 작용합니다. 뭐랄까, 좀 가벼운 것이라 할까요. 잡담 속에 섞여 간간히 표출되는 ‘그런 것’ 말입니다. “어떤 취향을 갖고 계세요?” “취미는요?” 뭐, 이런 물음들은 초면의 사람을 알기위해, 또는 친밀함을 나타내기 위해 인사치레로 하는 시시콜콜한 탐색의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취향’이라는 개념이 어떤 힘 있는 사람에게 귀속될 경우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화됩니다. ‘권력’이라는 괴물이 말입니다. 특히 권력자의 취향이라는 건 절대적이라서 하나의 ‘현상’을 낳습니다.(여기서 권력자는 정치가 뿐 아니라 사회의 어떤 특권층일수도 있습니다)

일명 법관이나 변호사 그리고 검사로 대변되는 법조인들은 어떤 사건을 받았을 때 그 사건을 분석하여 그에 맞는 가장 적합한 법적 해석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개인의 취향이 우선한다고 합니다. 취향에 맞게 이론과 해석을 짜맞춘다나요. 그래서 모든 판결문을 보면 그 판결문을 쓴 법관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러이러한 사건에 더 적합한 저러한 법이 있는데, 왜 이런 가당치 않는 법으로서 요렇게 해석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관의 취향이 성적으로 보수적이라면 미성년자성범죄자는 이중처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간통죄나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판결은 바뀔 것(사실 근래 바뀌었음)이며 사회의 ‘경향’을 좌우할 것입니다.

어떤 문학상 시상식은 어떨까요? 어떤 권위자의 취향은 그 선택의 절대성을 부여합니다. 아무리 독특하게 잘 쓴 작품이라도 심사위원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사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는 어떤가요. 전직 대통령은 코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취향의 정치를 하다 가셨습니다.

결국 취향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브르디외의 <구별과 취향의 사회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매우 많은 사회제도와 문화가 어떤 특권층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물인 것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말입니다.


 

  

또한, 취향은 논리적이지도 않습니다. 다분히 감각적이고 충동적이며 무의식적입니다. 그래서 충분히 선입관이 개입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어떤 현상을 바라보는 진실된 시각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이 사회에서는 말이죠.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드는 현상. 이것이 우리 사회의 실상이 아닐 런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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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적 폭력을 우리나라만큼 남성 우월적 시각에서 다루는 선진국은 없는 듯합니다. 그도그럴것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취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범죄에는 매우 관대하다는 것을.  

성희롱 파문으로 논란이 됐던 몇몇 국회의원들이 다시 활발히 활동을 하고, 부장검사가 간통한 사실이 현장에서 발각되었는데도 유유히 사표를 쓰고 처벌에서 빠져나가는 나라.  

명백한 강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헤퍼서 그렇다고 소문을 내고 돌아다니는 고대의대 가해자들의 부모.  

참~ 취향한번 독특하군요! 그런 취향이 여성들을 죽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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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9-0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이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번에 온 책 보니까 420쇄여요.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yamoo 2011-09-03 22:12   좋아요 0 | URL
커헉! 제가 본것이 2백 몇 쇄였는데....와~ 또 몇 달 사이에 배를 찍었군여! 정말 놀랍습니다..저도 한 번 봐야겠는데, 도서관에 맨날 대출중이니...서점에서 죽치고 앉아 보는 수밖에 없겠어요..ㅎㅎ

cyrus 2011-09-02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요즘 세상 돌아가는 보면.. 아무래도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인거 같아요. ^^;;

이 역시 본문과 상관없는 덧글 내용이지만.. 420쇄라니.. 대단하네요.

yamoo 2011-09-03 22:13   좋아요 0 | URL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대한민국...--;;

시루스님과 같은 대학생을 위해 쓴 책이니 한 번쯤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해요..전 서점에 가서 읽다 오려구요^^

프레이야 2011-09-03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피해자 여학생이 학교로 돌아와 오히려 제2, 제3의 상처를 받게되다니요
이건 무슨 취향도 아니고 선입견도 아니고 폭력이에요.ㅠ
상대적으로 권력있는 자의 취향, 정말 무서운 것입니다.

yamoo 2011-09-03 22:14   좋아요 0 | URL
완전 폭력이죠...권력을 가진 자의 취향은 정말 폭력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취향과 폭력과의 관계를 논한 책이 나오면 좋을 텐데요. 꽤 재밌을 것도 같습니다^^

루쉰P 2011-09-05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향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의 영역일텐데 그것이 권력과 결합하며 진실을 가리는 마개가 된다는 것이 참 무섭네요. 사실 취향이라는 것은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참 많은데 그것이 권력과 붙을 때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지고 온다는 것 그것은 결국 인간을 위한 사상이 없는 존재들이 사회적 권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것 때문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합니다. 여성에 대한 취향도 그렇구요. 말이 안 되는 현실이죠. 그만큼 천박한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지 않나해요.
야무님의 글을 읽으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그것을 파헤치고 그것과 연관되는 것을 찾아내고 하는 그런 글이라 읽으며 너무 재밌네요. 퇴근하기 전에 잠깐 들려서 읽고 가요. 이것도 제 취향일까요? 퇴근하기 전에 서재 들어오는거요. ㅋㅋㅋ

yamoo 2011-09-05 20:14   좋아요 0 | URL
취향이라는 것은 좀 깊게 들어가면 충분히 사회학의 주요 연구 테마가 될 듯합니다. 일부 사회학자들이 이 문제를 연구한 것을 일부 보긴 했습니다만...아직까지 활발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은 듯 합니다. 단행본으로 나온 책도 별로 없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