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철학, 하면 노자의 <도덕경>과 장자의 <장자 내외편>만 알고 있었는데,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의 가르침을 통해서 좀더 근본적인 텍스트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정교수가 2001년에 쓴 <제도와 본성; 현학이란 무엇인가>(철학과현실사, 2001) 속에서 도가철학에 정통하기 위해선 어떤 텍스트를 읽어야 할지 명확히 알았다.
다음은 책의 머리말 부분인데, 도가철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 같아 소개해 본다.
|
|
|
|
위진시대 철학자들에게 필독서는 '삼현경(三玄經)'이라 통칭되던 형이상학적이고 이론적이며 사변적인 세 가지 책이었다. <도덕경>이라고 불리는 <노자>가 그 첫째요, <남화진경>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장자>가 둘째요, <주역>이라고 말해지는 <역경>이 그 셋째였다. 바로 이 '노, 장, 역' 삼서(三書)는 당시 지식인들과는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그리하여 그 시절의 학자들은 많은 경우, 때로는 이 삼현경의 주석을 통하여 때로는 그것과 관련된 논저를 통하여 자신의 사상을 펼쳐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노자>와 <장자>라는 책이 바로 위진시대의 철학자인 왕필(王弼)과 곽상(郭象)에 의해 편집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들이 보고 있는 이른바 통용본(通用本) <노자>와 <장자>는 곧 왕필과 곽상이 문자와 편집에 손을 댄 것이다. 하다 못해 현본 <장자>는 곽상에 의해서 33편으로 짜여진 것이지만, 역사 속의 다른 <장자>는 때로는 26편 내지 27편으로, 때로는 30편 내지 35편으로, 때로는 52편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은 곧 도가철학 연구자와 위진현학과의 밀접한 관계를 나타낸다. 다시 말해 현학(玄學)의 이해 없이 노장철학을 숙지한다는 것은 절름발이격의 연구가 된다는 것이다. |
|
|
|
|
[덧붙임]
현재 노장철학에 대한 가장 좋은 책으로는 박이문 교수의 <노장사상>이 있지만 여기에는 위와 같은 기초자료인 원전에 대한 정보는 없다. 갖고 있는 10여권의 중국철학 개설서를 훑어 보아도 노장철학의 원전이 무엇인지조차 소개가 없다.
이 책은 노장 철학의 서지학적 정보로서 뿐만 아니라 '노, 장, 역'의 삼서를 도가철학으로 묶은 최초의 학문적 시도이다. 특히 이를 '현학'으로 명명하고 이에 대한 국내 최초의 출판물이기에 그 의의는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