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4 - 개항기 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4
송치중 지음, 심수근 그림, 한철호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시리즈는 말 그대로 우리 역사를 술술 읽어보며 역사의 파노라마를 함께 할 수 있는 역사책이다. 독자층은 청소년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도합 6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인데, 절반인 4-6권이 근현대사 부분이다. 이처럼 분량으로만 보더라도 이 시리즈가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우리 역사의 근현대사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근현대사의 첫 번째 책이자, 시리즈의 4번째 책으로 “개항기”를 다루고 있다.

 

‘개항기’는 어쩌면 우리 역사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시기가 아닐까? 문호 개방에의 압력 아래 흥선대원군의 대응으로부터 시작하여, 개화의 요구, 고종의 친정, 명성황후 시해, 을사늑약에까지 이르게 되는 우리의 어두운 역사.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가슴을 저민다.

 

무엇보다 조선 정부의 무능에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할 이유는 이러한 우리의 부끄러운 속살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오늘의 우리를 반성하며, 내일을 아름답게 건설하기 위함이 아닐까? 그렇기에 아픈 역사라 할지라도 외면치 않고 직시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개항기’를 다룬 이 책은 우리가 반드시 살펴봐야 할 ‘과거의 거울’임에 분명하다.

 

아울러 저자는 어느 사건이나 개인에 대해 가급적이면 편협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공과(功過)를 모두 아우른다. 물론, 어떤 변명도 허락지 않을 사건들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든다면, 을사오적들의 경우가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한 다른 많은 경우는 역사의 평가가 상반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그들 모두 각자의 가치관을 가지고,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기에.

 

저자는 말한다.

“시기와 방법, 주체에 따라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다르지만, 모두가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답니다.”(57쪽)

 

그렇다. 각자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기에 편협한 판단보다는 공과를 모두 아우르는 저자의 관점이 바람직하다 여겨진다.

 

예를 든다면,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비난하기만 해야 할까? 당시 무력을 앞세워 개방을 요구하며, 조선을 침략하던 외세 앞에 흥선대원군의 대응을 그르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흥선이 있었기에 서양의 힘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조선을 지켜내지 않았을까? 물론, 당시 국제정세 파악이 미흡하여 서양 근대문물의 장점을 배울 기회를 막아버린 과(過)가 있지만 말이다.

 

이처럼, 편협하지 않은 역사적 접근이 4권의 장점이 아닌가 여겨진다.

 

또한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역사 파노라마 역시 저자의 강점이라 여겨진다. 사건 사건을 지엽적으로 서술하기보다는 각 사건이 인과관계 속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저 학창시절 역사수업을 위해 단편적으로 외운 사건들이 아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음을 우리에게 잘 보여준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비록 더욱 더 아프고 어두운 시간으로 들어가며 4권을 마치게 되지만, 그런 한 편, 머릿속에 뒤엉켜 있던 여러 사건들을 잘 정리하게 되는 좋은 독서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 삼각형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8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센 뤼팽 전집』 8번째 책인 『황금 삼각형』의 주인공은 파트리스 벨발 대위다. 그렇다고 해서 7편 『포탄 파편』처럼 뤼팽이 안 나오는 건 아니다. 물론 전반부에서는 뤼팽이 등장하지 않지만, 후반부에서는 등장하여 파트리스 벨발 대위를 돕는 역할을 하니, 뤼팽의 출현을 학수고대하는 분들은 실망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황금 삼각형』의 시대적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다. 그렇기에 등장인물들 역시 상이용사들이 등장한다. 그렇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파트리스 역시 상이군인이다. 한쪽 다리를 잃은. 부상을 당한 파트리스 대위는 병원에서 자신을 정성껏 치료해준 간호사 코랄리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다. 그런 파트리스는 우연히 카페에서 의문의 사내들이 코랄리에게 해를 끼치려는 것을 듣고, 부하 상이용사들과 함께 코랄리를 암중에 보호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파트리스는 코랄리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되지만, 코랄리는 이미 남편을 둔 부인. 그럼에도 코랄리를 향한 마음을 포기하지 못한 파트리스는 코랄리의 가정생활이 행복하지 못함을 알게 될뿐더러, 코랄리의 남편 에사레스가 의문의 사내들에게 협박받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다름 아니라 에사레스는 엄청난 양의 황금을 가지고 있었으며, 뭔가 어두운 일에 연루되어 있었던 것. 그런 에사레스가 살해당하게 되고, 황금의 행방은 묘연해진다. 주인공 파트리스는 자신의 사랑을 이루고, 황금의 행방도 알게 될까?

 

『황금 삼각형』은 여타 뤼팽 시리즈 가운데 가장 반전이 거듭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 순간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이 이야기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첫째, 사랑과 목숨을 선택해야 할 갈림길 앞에서 우린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다. 파트리스와 코랄리는 자신들의 사랑이 운명임을 깨닫고 서로의 감정에 솔직해 진다. 서로 사랑하게 된 것.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부모님(파트리스의 아버지와 코랄리의 어머니는 연인관계였다)이 살해당한 바로 그 현장에서 자신들도 똑같은 방법으로 죽음의 과정을 답습하게 되며, 부모와 같은 방식의 유혹에 직면하게 된다. 밀폐된 공간에서 사다리가 내려오고 코랄리만은 올라올 기회를 허락하는 것. 하지만, 코랄리는 생명보다는 사랑을 선택하게 된다. 자신에게 올라가라는 파트리스를 향해, 죽음보다 못한 이별을 강요하지 말라며. 진실한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오늘 우리의 사랑이 과연 이러한 사랑인지를 돌아보게 되는 장면. 사랑조차 값을 매기고 상품화되어버리고, 언제든 움직일 수 있음을 당연시 하는 오늘 이 시대를 부끄럽게 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둘째, 황금이 최우선적 가치인가 하는 질문이다. 여기에 대해 작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뤼팽은 결국 엄청난 양의 황금을 찾게 된다. 파트리스조차 뤼팽이 이 황금을 혼자 차지할 것이라 의심하지만, 뤼팽은 이 황금을 조국을 위해 조국에 선물한다. 전쟁물자로 사용하도록. 파트리스 역시 황금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황금보다 귀한 사랑을 얻었다. 반면, 끝까지 황금을 쫓던 자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황금이 최우선적 가치가 아님을 보여준다.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살고 있는 오늘이기에 이러한 결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며, 8권 『황금 삼각형』의 책장을 덮는다. 이제 9권에서는 어떤 독서의 즐거움이 찾아올지 기대하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탄 파편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7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아르센 뤼팽 전집』 7번째 책인 『포탄 파편』에서는 과연 어떤 내용을 만나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본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인 폴 들로즈는 사랑하는 아내 엘리자벳과 결혼한 첫날 자신들이 앞으로 살게 될 오르느캥 성으로 향한다. 이 성은 엘리자벳의 가족들에겐 어머니가 죽은 후엔 한 번도 찾지 않고 비워뒀던 성이다. 이제 신혼 살림이 시작될 그곳에 도착하여 한 방에 들어간 순간 폴은 꿈에도 잊을 수 없었던 원수,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던 원수인 여인을 만나게 된다. 바로 죽은 엘리자벳 어머니의 초상화가 원수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충격 가운데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게 되고, 폴은 절망 가운데 아내를 두고 다시 군대에 복귀하게 되고, 살아갈 의미를 상실한 폴은 목숨을 내놓고 싸워 수많은 전공을 올리게 된다.

 

한편 엘리자벳은 국경지역이기에 위험지역인 성을 떠나지 않고, 결국 독일군들에 의해 성은 점령당하고 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폴은 아내를 염려하지만, 그 지역을 프랑스군이 되찾았을 때에는 이미 아내는 처형된 뒤였다.

 

하지만, 아내가 처형된 현장에 있던 ‘포탄 파편’을 통해, 아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된다. 아내는 독일 황제의 아들에게 납치당했던 거다. 이에 폴은 아내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는다. 여기에 더하여 폴은 아내의 어머니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고, 진실을 추적하는 가운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그 비밀은 무엇일까?

 

일곱 번째 이야기인 『포탄 파편』은 참 재미나다. 마치 한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것처럼, 어느 책보다도 더 박진감 넘치는 진행에 감탄하게 된다. 아울러 작가 르블랑만의 스타일이 잘 느끼게 되는 수작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분들이 갖는 의문이겠지만, 과연 이 책이 왜 뤼팽 전집에 끼여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실제 뤼팽이 등장하는 것은 2페이지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어떤 이는 뤼팽의 등장이 비록 적지만, 그럼에도 『포탄 파편』의 주인공인 폴 들로즈의 추리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찾아보니, 작가 스스로 이 이야기를 뤼팽 시리즈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하기도 한다. 왜? 굳이 그래야만 했을까?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수수께끼였을까? 각자 그 답을 추리해보고 풀어 보라는? 아무튼 모를 일이다.

 

실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폴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뤼팽의 모습을 참 많이 닮아 있다. 특히, 중 후반부에서는 더욱 뤼팽처럼 사건을 풀어나가기에 혹 폴이 뤼팽이 아닐까 의심하게도 된다. 어쩌면, 뤼팽이 마치 영화의 카메오처럼 잠깐 등장하게 되지만, 이 이야기를 작가 스스로 굳이 뤼팽 전집에 끼워 넣음으로 폴이 뤼팽이라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려는 걸까? 그리고 소설 속에서 뤼팽은 실제로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폴이 처남인 베르나르에게 말하는 가운데 잠깐 대화 속에서 등장할 뿐이기에 충분히 주인공 폴을 뤼팽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폴은 끝까지 뤼팽이 아닌 폴로 남아 있다. 아무튼 모를 일이다.

 

뤼팽의 등장을 고대하는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일 수 있겠지만, 책의 내용만은 대단히 흥미롭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여겨진다. 재미있게 읽었으니 만족하자.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우리는 하루하루가 힘겨운 나날을 살아간다. 남들이 보기에는 ‘저 사람은 아무런 걱정도 없겠다’ 싶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삶을 들여다보면, 남들이 알지 못할 아픔과 한숨이 있다. 모두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삶의 무게로 힘겨워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절실하다. 누군가 나에게 따듯한 위로 한 마디 전해준다면, 그 위로의 힘으로 오늘 날 무겁게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우린 ‘위로’에 열광하게 된다. 여기 그러한 제목의 책이 있다. 『위로의 그림책』이란 제목의 책, 과연 이 안에 어떤 위로의 메시지들이 담겨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어본다.

 

작가는 짧은 글귀로 이루어진 120개의 위로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여기에 그 글귀를 더욱 깊이 묵상하게 하는 그림들이 함께 한다.

 

물론, 위로의 글이라고 해서 무조건 값싼 위로를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우리를 꾸짖기도 하고, 때론 우리에게 깊은 통찰력을 허락하기도 한다. 때론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도 한다. 아마도 120개의 서로 다른 위로들 가운데 독자의 처한 상황이나, 또는 독자의 마음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글귀들이 위로의 메시지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어느 것이든 붙잡고 힘을 낸다면 이 책은 이미 역할을 성실히 감당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마음에 와 닿는 글귀들을 몇 소개해본다.

 

즐겁지 않은 일을 계속하는 것은 잘못 들어선 도로를 계속 달리는 것과 같다.(41쪽)

 

그렇기에 내 일을 사랑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비록 그 일이 내 삶에 충분한 경제적 보답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라도. 즐겁다면 우린 잘못 들어선 도로를 달리고 있지 않다.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혹, 내가 달리는 일 길이 잘못 들어선 도로는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아울러 언제나 즐겁게 감당하는 하루하루가 되길 소망해본다.

 

메인이 되느냐 서브가 되느냐의 차이는 뛰어드느냐 맴도느냐의 차이(102쪽)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자에게 터닝 포인트는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224쪽)

 

내가 달리는 이 길이 잘못 들어선 도로가 아니라면, 이젠 맴돌지 말고, 뛰어드는 인생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작가의 말처럼 그럴 때, 메인이 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이렇게 앞으로 나아갈 때, 내 삶의 터닝 포인트 역시 나올 것이기에. 뛰어들자. 이왕 하는 것, 맴돌기보다는 투신하는 삶을 살아보자 다짐해 본다.

 

그 외에도 작가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구절들, 세상을 향한 작가의 통찰력을 발견하게 되는 구절들도 있다. 무엇이든 내 마음에 울림을 주는 구절이라면 붙들고 잠잠히 묵상해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다양한 색깔의 위로의 옷을 입혀 주리라 여겨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인류를 바꾼 3개의 사과가 있다고 한다. 바로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가 그것이다. 가히, 종교, 과학, 예술을 대표하는 사과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하나의 사과를 더한다면, 애플사의 사과를 더해야 할 것이다. 농담이고, 애플사의 사과의 원형으로 의심되는 사과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앨런 튜링의 사과다.

 

앨런 튜링은 천재 수학자이면서 과학자였다. 컴퓨터의 원형 모델을 완성하였기에 ‘컴퓨터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그런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데, 독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던 것.

 

이 책,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은 바로 이러한 인류를 바꾼 4번째 사과의 주인공 앨런 튜링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앨런 튜링이 자살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맡은 코렐은 명문대학 출신이지만, 시골 경장 노릇이나 하는 내성적 성향의 젊은이다. 소설은 코렐이 튜링의 자살에 대해 추적하는 형식으로 전개되어진다. 코렐은 튜링의 자살에 대해 추적하여 튜링이란 인물에 대해 알아 간다. 바로 이 부분이 소설의 큰 축 가운데 하나다. 앨런 튜링이 누구인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통신 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해 전쟁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감춰진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그는 동성애자라는 것. 바로 이 문제로 인해 대학교수이자, 국가영웅(물론 감춰진 영웅이다)인 그의 삶은 점차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당시 남성의 동성애는 불법이었기 때문. 결국 그는 화학적 거세형을 선고받게 되고, 여성호르몬을 1년간 투여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엔 자신이 좋아하던 백설공주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과에 독을 입혀 자살하고 마는 것.

 

이 소설을 읽으며, 이 소설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자살 사건을 경찰의 신분으로 끝까지 추적해 나가기에 추리소설이라 불러야 할까? 아님 미스터리라 불러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앨런 튜링이란 인물을 소개하는 자전적 소설이라 해야 할까? 아님 수많은 수학적 내용들을 다루고 있기에 수학소설이라 분류해야 할까?

 

물론, 모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동성애에 대한 편협한 시선, 배타적 사고에 대한 우리의 잘못을 꾸짖고 있는 계몽소설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타인을 향한 관용과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려는.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화학적 거세를 당하고,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한 천재수학자를 통해, 오늘 우리의 시선은 어떤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과연 동성애가 죽음으로 내몰릴 만큼 끔찍한 죄악인지 질문한다.

 

먼저, 코렐의 이모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생각 좀 해보렴. 그 양반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어. 그저 자연스럽게 성향을 따랐을 뿐이지. 그런데 그 때문에 굴욕을 겪고 학대받고 죽음에 내몰리다니. 과연 옳은 일일까?(160쪽)

 

처음에는 동성애자에게 극심한 거부감을 갖던 주인공 코렐 역시 나중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 한, 우리는 원하는 대로 할 권한이 있습니다.”(293쪽)

 

또한 작가는 자신이 발명하고자 하는 기계를 대하는 앨런의 자세를 통해서도 이런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기계가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 해도 우리와는 취향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앨런은 우리 인간이 유일한 척도일 필요는 없음을 증명하려 했어요. 기계가 생각한다고 해서 반드시 당신과 나와 같을 이유는 없습니다.”(341쪽)

 

그렇다. 기계가 우리와 같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우리 역시 모두 같을 필요는 없다. 여기에 더하여 작가는 코렐이 앨런의 자살을 추적해 나가는 가운데, 그의 커다란 상처의 근원이기도 한 아버지를 통해, 관용과 존중의 강조하기도 한다. 그의 아버지는 바로 관용과 존중을 강조하던 인물이었기에.

 

소설의 커다란 축이 앨런 튜링이란 인물에 대해 추적해 나가고 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또 한 축은 그러한 추적을 하는 주체인 코렐이 그런 추적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감춰진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치유여행이며, 아울러 자신의 내면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행을 담고 있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코렐은 관용과 존중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관용과 존중, 이것이야말로 소설을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여겨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