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원시인 작은코 2 - 발큰 괴물과의 대결 사파리 톡톡문고
존 그랜트 지음, 로스 콜린스 그림 / 사파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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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작은코’는 네안데르탈인입니다. 그러니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무지 ‘옛날’이겠죠? 맞습니다. 옛날 중에서도 오랜 옛날인 구석기시대랍니다. 보다 정확한 시기는 새로운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공존하던 시대인 5만 년 전이랍니다. 과연 당시의 아이들은 무엇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을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꼬마 원시인 작은코』를 펼치면 된답니다.

 

작은코는 심심한 것을 참지 못하는 어린이랍니다. 언제나 신나는 일,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길 기대하죠. 그렇기에 작은코가 제일 기다리는 사람은 삼촌 ‘붉은머리’랍니다. 이야기 속의 삼촌 ‘붉은머리’는 상당히 진취적인 성향인 듯 여겨지네요. 자신들 ‘네안데르탈인’과는 공존할 수 없다고 여겼던 ‘호모사피엔스’와도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을 보면 말이죠. 이렇게 진취적인 성향을 가진 삼촌이기에 작은코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곤 한답니다.

 

물론, 작은코는 굳이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야만 신나는 모험을 하는 건 아니죠. 작은코는 실수투성이랍니다. 그래서 그 실수는 의도치 않게 신나는 모험을 만들기도 하죠. 불을 지핀다고 산불을 내기도 하고, 콩알 총을 쏜다고 벌집을 건들기도 합니다. 아직 설익은 돌능금을 잔뜩 먹어 배탈이 나기도 하고요. 넘어 가서는 안 되는 돌무지 너머로 갔다가 발큰 괴물을 만나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모든 실수에도 작은코는 언제나 태연하네요. 물론, 때론 무섭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위기 가운데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작은코의 모습이 참 멋지네요.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작은코의 엉뚱한 모험들에 함께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모험은 무지 위험하지만, 실제로는 무지 안전하니 걱정 마세요. 구석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신나는 모험 이야기들이 현대의 어린이들에게는 색다른 선물이 되리라 생각 되네요.

 

한 가지 더 이야기한다면, 이 동화는 잘못된 역사적 정보를 우리에게 심어주지 않는답니다. 예를 든다면, 고인돌이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보면, 그 시대를 마치 구석기시대인 것처럼 묘사하곤 하죠. 고인돌이 등장하는 영화들, 애니메이션에서도 공룡이 함께 등장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고인돌과 원시인, 공룡이 마치 같은 시대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죠.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역사적 배경을 완전히 무시한 거랍니다. 고인돌은 청동기 유물이죠. 그러니, 이 시대에는 원시인과 같은 사람들도 등장할 수 없고, 공룡은 더더욱 등장할 수 없는 거죠.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잘못된 역사적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고, 진짜 구석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 아닐까요? 아이들로 하여금 구석기 시대의 생활풍습에 대해 자연스레 알려주는 그런 교육적 효과도 있겠다는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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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 수선의 삶을 바라보는 미시사이자, 물의 근대사라고 할 수 있는 책이랍니다. 아울러 수도의 편리함 이면에 있는 부정적 의의인 물의 획일성을 이야기하죠. 더 나아가서는 이런 물의 획일성을 통해, 물의 파괴까지 말한답니다. 또한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할 물이 이익의 수단이 되어버렸음도 고발하는 역사이야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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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이사 가요
임유정 그림, 정란희 글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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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고 말했다죠. 물론, 어떤 분들은 과연 아인슈타인이 정말 그렇게 말했느냐며 의문을 제기하지도 하지만, 이 말의 의의는 아인슈타인의 말이냐 아니냐에 있지 않을 겁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 역시 살아가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는데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꿀벌이 사라지면 마땅히 꿀벌이 수분해주던 수많은 식물들의 번식이 중단될 것이기 때문이죠(물론 자연 스스로 대체 번식을 만들 수도 있지만 말이죠). 식물들이 사라지면, 결국 인류 역시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임은 자명하고요.

 

그렇기에 꿀벌은 대단히 소중한 생태 구성원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 꿀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미 꿀벌의 개체수가 50%정도가 감소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이미 꿀벌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인가 봅니다.

 

이렇게 꿀벌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농약사용의 급증, 바이러스의 창궐, 전자기파의 만연 등이 주로 이야기됩니다. 갑자기 늘어난 말벌들의 위협도 이유로 들 수 있겠고요. 안타까운 건 우린 꿀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지만, 정작 꿀벌들을 살려내기 위한 노력들은 미미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또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꿀벌들이 소중한 것은 알지만, 정작 꿀벌이 내 주위에서 날아다닌다면 어떨까요? 우리 모두는 아마도 위협을 느끼게 되고, 두려움을 느껴 달아나거나, 두려움으로 인해 꿀벌들을 공격하려는 마음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이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마음일 겁니다. 왜냐하면, 꿀벌들에게는 우릴 아프게 할 침이 있거든요. 물론, 꿀벌들은 그 침 한방에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고 있지만 말이죠.

 

『꿀벌이 이사 가요』라는 이 짧은 동화는 바로 이러한 두 가지 어쩌면 서로 상반된 내용을 잘 버무리고 있답니다. 꿀벌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꿀벌로 인한 무서운 마음 말입니다.

 

나나의 집 주변에 갑자기 꿀벌들이 몰려들었답니다. 그 윙윙거리는 소리는 당연하게도 무서웠고요. 움직이지 않으면 괜찮다지만, 그게 쉽지 않네요. 나나의 엄마는 겁을 내며 장바구니를 휘두르고, 엄마 전화를 받고 급히 온 아빠는 호스로 물을 뿌린답니다. 물론, 그래서 더 꿀벌들을 화나게 했고요. 결국 119 소방관들이 출동했죠. 마치 달나라를 여행하는 우주인처럼 등장한 소방관들은 꿀벌들을 빈 통으로 이사시키네요. 꿀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이사하게 되었답니다.

 

이 짧은 동화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과연 꿀벌들이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하고 말이죠. 꿀벌들이 살기 좋은 공간이 이 땅에는 너무 적어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꿀벌들이 살기 좋은 곳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꿀벌들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참 좋은 예쁜 동화,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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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했는데 왜 훌륭한 사람이 아니에요? - 격몽요결로 배우는 어린이 마음공부 인성이 바른 어린이 3
조경구 지음, 윤유리 그림 / 풀빛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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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했는데 왜 훌륭한 사람이 아니에요?』란 제목의 이 책은 “격몽요결로 배우는 어린이 마음공부”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먼저, 격몽요결이란 율곡 이이 선생이 어린 학생들에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공부할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은 무엇이며,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하네요. 한 마디로 바른 공부를 위한 율곡 선생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네요.

 

우린 누구나 아이들이 1등을 한다면 기분이 좋게 마련입니다.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지 않나요? 아울러 1등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닐 겁니다. 이왕이면 열심히 해서 1등을 하면 좋겠죠. 하지만, 그 공부가 제대로 된 상태에서의 1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한답니다. 책 제목처럼, 1등을 했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반대로 1등을 못한다 할지라도 훌륭한 사람은 많을 수 있고요.

 

그렇다면, 왜 1등을 했음에도 훌륭한 사람은 아닌 걸까요? 그 이유를 무엇보다 공부를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를 보면 될 것 같아요. 옛 사람들은 공부를 둘로 나누었다고 하네요.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이 그것입니다. 위기지학은 ‘나를 위한 공부’이고 위인지학은 ‘남을 위한 공부’랍니다. 이 둘 중에 어떤 것이 좋은 것일까요? 마땅히 ‘남을 위한 공부’가 좋은 가치관일 것처럼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우린 공부해서 내 유익과 내 배만 채우는 인생이 되어선 안 되고, 공부해서 남 주는 인생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그런 의미는 아니랍니다.

 

‘남을 위한 공부’인 ‘위인지학’은 남에게 내보이기 위한 공부라는 뜻이라네요. 반면 ‘나를 위한 공부’인 ‘위기지학’은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공부라는 뜻이랍니다. 이렇게 그 뜻을 알고 나면 우리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남에게 내보이기 위한 공부인 위인지학이 아닌,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공부인 위기지학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위기지학이 아닌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된다면 인격 수양이 되지 않기에 아무리 1등을 한다고 해도 훌륭한 인생을 살 수 없다는 거죠.

 

물론, 이 책 『1등 했는데 왜 훌륭한 사람이 아니에요?』에서는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뿐 아니라, 공부함에 있어서 바른 자세, 바른 생각은 무엇인지, 그리고 계획과 실천에 대해, 공부에 이르기 위해선 잘 보고, 잘 듣고, 좋은 질문을 하며, 바른 순서로 정신을 집중하고 해야 하는 것, 아울러 참된 공부인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 등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답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내용이 바로 ‘위기지학’이 아닌가 싶네요.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공부, 바른 가치관, 바른 생각, 바른 인격을 세우는 공부를 할 때, 그런 사람들의 공부함이 남을 위해 아름답게 사용되어지지 않을까요? 반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 위인지학을 할 때, 그 사람들의 공부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유익만을 위해 사용되어지겠죠. 더 나아가 위인지학의 공부를 한 사람들이 영향력을 발휘할만한 자리에 앉게 되면, 그 사람들의 지식은 도리어 세상을 어둡게 할 수 있겠고요.

 

바른 가치관을 세우기 위한 공부를 위해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좋겠네요.

 

『격몽요결』, 사실 굉장히 딱딱한 내용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딱딱한 내용을 아이들과 또래인 사랑이와 평화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답니다. 물론, 아쉬움은 있네요. 이렇게 재구성된 이야기들이 솔직히 재미있진 않답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보다 더 자연스레 격몽요결이 말하는 의미들을 익힐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연스러운 이야기 가운데 격몽요결의 의미를 찾아가기보다는 격몽요결의 의미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다소 억지스럽게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더 강하네요. 이러한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은 어쩌면 『격몽요결』의 너무 소중한 내용을 전하기 위한 의도 때문이리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 의미들을 잃고 싶지 않아, 스토리 위주보다는 의미 위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겠죠. 아울러서 재미있진 않다 할지라도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그 내용만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내용이니, 그 내용을 생각하며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들이 이 책을 꼭 한 번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공부를 위해서 말입니다.

 

위인지학이 아닌 위기지학을 이룬 분들이 관직에도 오르고, 정치도 하며, 기업인도 되고, 학계에도 자리 잡게 된다면 세상은 지금과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우리 자라나는 세대들이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의 인격을 세우는 ‘위기지학’을 이루어감으로 그들이 사회에 나가게 될 시대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된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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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내가 있다 - 세상에 내 편인 오직 한 사람, 마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 남편의 미련한 고백
전윤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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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한번 관계가 틀어지면 자칫 세상에서 가장 먼 관계가 될 위험성을 내포한 관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부부관계는 혈연관계가 아닌 계약관계이기 때문이다. 혈연관계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인 반면, 계약관계는 서로간의 신뢰가 깨져버리면 언제라도 끊을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그렇기에 부모 자식 간의 관계와 달리 부부관계는 때론 위험하고 위태로운 줄타기가 연출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말하듯이 부부야말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있게 될 사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부부 사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관계이다. 언제라도 깨어져버릴 수 있는 관계이면서도 또 한편으로 인생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만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관계임에도 여전히 돌이켜 보면, 잘 해준 것보다는 못해준 아쉬움이 남는 사이가 부부사이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이 책 『나에겐 아내가 있다』는 바로 그러한 부부관계, 특히, 시인인 남편이 아내를 바라보며 고백하는 시와 그 시 이면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시인들이 직접 타인의 시를 읽어주며 해설해주는 책들이 시중에는 참 많다. 그런 책들도 참 좋지만,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다른 힘이 있다. 그건 시인이 직접 자신의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이다.

 

남의 시를 해설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시인의 원래 의도와 달리 독자의 입장에서의 해석이 가미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시라는 것이 시인의 손을 떠나는 순간 독자의 것이 되기에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타인의 시에 대한 해설은 원 시와는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게 된다. 게다가 때론 시인이 말하고자 함과 다른 접근이 있을 수도 있겠고, 시가 전해주는 감정적 접근보다 분석과 해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시인이 직접 그 시를 잉태하게 된 삶의 못자리들을 전해주기에 추상적이지도, 그리고 학문적이지도, 분석적이지도 않다. 시를 잉태한 삶, 그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대로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뿐더러 시인의 시는 지나치게 추상적이지도, 함축적이지도 않다. 아내를 향한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솔직하면서도 편안하게 읽혀지는 시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공감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지 않나 여겨진다.

 

시인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다. 언제나 고생시키는 철부지 남편으로서의 미안함, 그리고 고생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안타까움과 애틋함이 많이 느껴진다.

 

“옛날에는 주인이 죽으면 부하나 하인들은 산 채로 순장되었다. 권력이 강한 자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순장되었다. 그런데 나처럼 못난 자에게도 순장자가 있다. 그 사실이 가슴 아프다. 도대체 난 무슨 권리로 그녀의 삶을 희생시킨 것일까.”(33쪽)

 

시인의 이 물음이 가슴을 울린다. “도대체 난 무슨 권리로 그녀의 삶을 희생시킨 것일까.” 나 역시 내 아내를 순장자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닌가 싶어 부끄러우며 미안한 마음이 가득해진다.

 

“사실 사직서는 나보다 아내가 더 쓰고 싶었을 게 분명하다. (중략) 그러니 아내는 아마 사직서를 회사보다는 내게 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도 내게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참고 참았을 뿐이다.”(124쪽)

 

이런 시인의 모습이 날 보는 것 같다. 부끄러운 남편이지만, 여전히 사직서를 내지 않고, 묵묵히 참아내고 있는 고마운 아내, 여전히 내 곁의 자리를 굳게 지켜주며, 세상 누구보다 더 큰 힘으로 날 응원하는 아내에게 미안함과 함께 고마움을 가득 느끼게 한다.

 

아마도 이 책은 남편이라면 모두 공감할 그런 내용들로 가득 담겨져 있지 않을까 싶다.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거짓말로 아내를 내 삶의 순장자로 만들고, 그럼에도 여전히 철부지 남편으로 아내를 힘겹게 하는 남편들이여. 이 책을 읽고 회개함이 어떨까? 아울러 언제나 나에게 사직서를 쓰지 않고 묵묵히 참아내는 강한 아내에게 진심을 담은 감사를 전하는 것은 어떨까?

 

난 신혼 때부터 아내를 ‘안해’라 불렀다. 안에 있는 태양이란 의미로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내를 향해,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안해’로 다가가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행복하게 안해. 잘해주지 안해. 가정에 충실하지 안해. 호강시키지 안해. 만약 그렇다면 곤란할 것이다. 왜?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부관계는 계약관계니까. 언제나 적절한 긴장감을 잃지 말고, 영원한 내편인 안해에게 잘 하길 다짐해본다. 진정한 안해로 다시 떠오르게 되도록.

 

“나에게도 안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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