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두근두근 2 - 대전.대구.광주.부산.제주 시장이 두근두근 2
이희준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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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란 단어는 왠지 두 가지 상반된 느낌을 갖게 한다. 첫째, 불편함과 지저분하다는 부정적 느낌과, 둘째, 추억의 공간이라는 긍정적 느낌이다. 어떤 이에게는 부정적 느낌이, 어떤 이에게는 긍정적 느낌이 더 강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책, 『시장이 두근두근2』를 쓴 저자에게는 당연히 긍정적 느낌이 더 강했던가보다.

 

그랬기에 왠지 추억을 품게 만드는 장소인 ‘전통시장’, 전국 1,372개의 전통시장 가운데 435개를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된 책 가운데 2권인 이 책은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제주 지역의 전통시장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전통시장은 불편함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역사’다. 이 역사는 어쩌면 거창한 역사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삶,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역사일 수 있다. 게다가 그곳 시장은 바로 우리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던 공간이 아닌가! 그렇기에 시장은 우리의 삶을 ‘살린’ 공간이며, 우리네 앞 세대의 생명을 이어준 공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시장은 새로워서 사랑받는 공간이 아니라 오래되었기 때문에 사랑받는 곳이라고. 어쩌면, 오래되었기에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곳. 오랜 시간의 힘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 뿐 아니라, 여전히 사람의 향기가 가득하고, 인심이 살아 있고, 풍성함이 남아 있는 공간. 반면, 또한 새로움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덧입혀져 있는 공간. 그 공간을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여행함이 즐겁다.

 

물론 여러 전통시장들은 생존의 몸부림 가운데 여전히 많은 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기를 되찾은 공간들도 있지만, 반면 한때는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을 이 공간들이 이제는 간신히 그 명맥만을 유지하며, 조만간 추억 속으로 사라질 운명 앞에 놓여 있기도 한 모습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추억의 공간이 내일은 그 자리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애잔한 마음을 품게 한다. 어쩌면 쇠락의 길을 걷게 됨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다. 모든 업종이 그렇고, 지역 역시 시대에 따라 흥망성쇠의 길을 걸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 앞 세대 서민들의 삶,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그 공간이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 있길 소망해본다.

 

아울러 어쩌면 여전히 불편한 공간일 수 있겠지만, 그렇기에 도리어 그 안에서 추억 여행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저자가 보여주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이제는 무조건 새롭고, 화려하고, 깔끔함의 옷으로 갈아입으려는 시도보다는 여전히 예스럽고, 불편하고, 시끌벅적 하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새로운 문화, 역사, 관광의 공간으로 옷을 입어본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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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0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지역에도 전통시장이 몇군데 남아있는데 어떤 시장들이 소개되었는지 궁금해지네요~ ^^

중동이 2015-08-10 11:55   좋아요 0 | URL
전통시장이 하나의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책이더라고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사랑하지 않으며 사랑한다
허정희 지음 / 밥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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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으며 사랑한다』란 시집은 시집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설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듯싶다. 사랑하지 않으며 어찌 사랑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모순되고 부조리한 시어들 안에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이 담겨 있으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역설에 담긴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나에겐 쉽지 않다. 왠지 시인의 시어들이 와 닿지 않는다. 어느 시인은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시야말로 진짜 시라고 했는데, 왠지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가슴을 울리지 않는다. 아마도 시인의 감성과 나의 감성이 맞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아니, 보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시인의 감성을 쫓아가지 못하는 메마른 나의 감성 탓일 게다.

 

어느 글벗님이 책 한 권을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 한 구절만 건져도 책 한 권 읽은 보람이 있다고 말한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런 의미로 본다면, 비록 시인의 감성 코드를 쫓아가지 못한다 할지라도, 시 몇 편은 내 가슴에 파고들었기에 충분히 보람 있는 독서가 아니었을까 위안을 삼는다.

 

<감성 시집>이란 부제가 달려 있지만, 감성적 시보다는 삶을 노래한 시 두 편을 소개해본다.

 

찾아가는 곳이 있는데 / 길이 없다 /

도착할 곳은 있는데 / 길을 모른다 //

얼마나 다행인가 / 내 몫이지 않은가

< 도전 > 전문

 

어쩌면, 우리가 가야할 곳은 모두 이렇지 않을까 싶다. 그저 남들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비록 길이 없어도, 길을 몰라도, 가야 하는 것, 그리고 가는 것이 도전이겠다. 삶의 도전을 꿈꾸게 하는 시다. <도전>이란 이 시와 어쩌면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하는 또 다른 시가 있다. <줄탁동시>라는 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 행운을 바라고 / 시작도 하지 않고 /

달콤한 미래를 꿈꾸는 사람은 / 어느 누구도 그를 돕지 않으리라 //

하지만 / 더 나은 삶을 향해 /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처럼 깨우려 하면 /

어미가 그 소리를 놓치지 않을 터 / 스스로 힘쓰려 하면 / 반드시 놓치지 않을 터 //

그러니 그대 깨어나라 / 모두 그대를 기다리리니

< 줄탁동시 > 전문

 

시인의 고백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행운을 바라는 어리석은 인생이 되지 않기를, 시작도 하지 않고 달콤한 미래를 꿈꾸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최선을 다해 알을 깨고 나오려 애쓸 때, 내 밖에서 날 주관하는 절대자의 도움이 내 인생에 뒤덮이게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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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력 - 병을 부르기도 하고, 몸을 살리기도 하는 미각의 비밀
스즈키 류이치 지음, 이서연 옮김 / 한문화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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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미각력’에 대한 책이다. 보는 능력을 ‘시력’, 듣는 능력을 ‘청력’이라 말하듯이, 미각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이 바로 ‘미각력’이다. 이런 미각력이 높을수록 음식을 맛나게 먹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음식이 맛없게 느껴지는 것은 음식 자체보다는 많은 경우 음식을 먹는 이의 미각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미각을 단련시켜야 한다는 것.

 

저자는 이런 미각력을 낮추게 되는 가장 주된 요인들을 몇 가지 들고 있는데, 그런 요인들 가운데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정크푸드다. 왜냐하면 정크푸드는 조미료나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미료나 식품첨가물은 우선은 ‘진한 맛(저자는 진한 맛은 좋은 것이 아니라 한다. 진한 맛을 자극적인 맛이라 말할 수 있겠다)’을 냄으로 일단 입에서 맛있게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런 ‘진한 맛’에 익숙해지면 점차 엷은 맛을 맛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더 진한 맛을 찾게 되는 악순환에 빠짐으로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오게 되고, 뿐 아니라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말한다. 아울러 식품첨가물은 아연의 흡수를 방해함으로 미각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진한 맛’보다는 ‘깊은 맛(깊은 맛이란 한 가지 맛이 아닌 여러 가지 맛의 조합을 의미한다)’을 추구할 것을 말한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것은 자극적이지 않은 ‘엷은 맛’에서도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미각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담백한 맛을 맛있다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처럼 ‘엷은 맛’에서도 맛을 느낄 수 있는 미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적절한 운동과 휴식이 미각을 단련시켜주며, 또한 맛에 대한 기억 즉 상상으로도 미각을 단련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조금씩 엷은 맛에 길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비록 ‘엷은 맛’이라 할지라도 다양한 미각이 합쳐진 ‘깊은 맛’으로 맛을 추구할 것을 말한다.

 

또한 저자가 강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식경험을 쌓게 할 것을 말한다. 왜냐하면 미각을 인식하는 능력 가운데 하나는 식경험을 통해 얻게 되기에 다양한 식경험을 쌓을 때, 미각력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주요한 내용 외에도, 미각에는 남녀 차이가 있고, 유전적 영향으로 맛을 다르게 느끼는 점도 있으며, 6번째 맛으로 지방맛을 이제는 고려해봐야 한다는 언급도 하고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미각은 둔해지기도 하지만 대신 식경험이 많아지기에 한편으로는 미각의 수용성은 넓어지게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재미난 내용이 있는데, 저자는 비만을 걱정하며 칼로리가 낮은 다이어트 콜라를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도리어 비만해 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이런 음료 안에는 인공 감미료가 들어있고, 이런 인공 감미료는 칼로리는 없지만 두뇌의 칼로리 측정능력을 저하시키게 됨으로, 과도하게 음식을 먹고도 먹는 것을 중단하지 않아 오히려 비만해 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나의 미각력은 어느 정도인지 묻게 되고, 아울러 저자가 말하는 ‘얇은 맛’을 맛있게 느낄 수 있도록 식습관을 바꿔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미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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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괴담 명작집 - 클래식 서스펜스 걸작선
지식여행 편집부 엮음 / 지식여행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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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친구집에 친구들이 함께 모여 잠을 잘 때면, 빠지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바로 귀신 이야기나, 초자연적인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양 신나게 이야기를 하면, 듣는 친구들 역시 몰입하여 듣다간 호들갑스럽게 놀라곤 하던 일들이 생각난다.

 

세계 괴담 명작집은 마치 그런 느낌을 되살리게 되는 책이다. 도합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저자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너새니얼 호손, 아서 코난 도일,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조지 맥도널드, 앰브로즈 그위넷 비어스, 찰스 디킨스, 기 드 모파상, 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나올 명 작가들(물론, 그 가운데는 이름이 낯선 분들도 있지만, 그분들의 작품을 알면, ~~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어마무시한 작가들, 그들이 들려주는 괴담, 다소 엉뚱한 이야기들을 접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흥분되는 일이며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

 

이성과 상식이 최선이라 여겨지던 시대에 이성으로 해석될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들에 관심을 기울인 작가들의 엉뚱함에 살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알고 보면 온 몸에 독이 가득 차 접촉하는 모든 생명체를 죽일 수 있는 독인(毒人)의 등장은 왠지 무협지를 보는 느낌도 들게 한다. 아무도 없는 폐가에서 젊은 여인의 손이 나타나기도 하고, 유령을 본 남성의 회상도 있다. 거울 속에서 나타난 미녀와 사랑에 빠져 그 미녀를 거울의 저주에서 해방시켜주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선원들을 홀리는 유령 내지 여인이 등장하기도 하며, 죽은 영혼이 자신을 죽인 사내에게 나타나 노름의 절대공식을 알려주기도 한다. 터널에서 본 환영으로 인해 선로에서 사고가 일어나며 결국 같은 모습으로 본인이 죽게 되는 신호원의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모두 결코 상식적이지 않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질문한다. 과연 세상의 모든 일들이 상식과 이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이성 이면의 초현실적 현상들이 없다 말할 수 있는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거듭하여 일어나는 우연의 일치, 이를 상식적으로 접근하는 자들은 그저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라 치부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안에 어떤 초현실적 힘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작가들은 공통되게 질문한다.

 

'괴담'이니 괴기스럽고 무서운 이야기들, 오싹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리 오싹하진 않다. 괴기스럽긴 하지만, 오히려 귀엽다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들도 있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유머러스한 이야기도 있다. 괴기스러우면서도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이 느낌은 어쩌면 자극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는 낯선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얕보면 큰코다친다. 잔잔한 문체이지만, 몰입하여 읽는 가운데, 등이 오싹해지는 순간들이 있게 될 것이다. 그 순간이 작가가 오랜 세월을 초월하여 오늘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 선물을 한여름 밤에 누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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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 브라더
케네스 오펠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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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13살 청소년이 된 벤은 아빠의 결정에 기분이 언짢다. 행동심리학자인 아빠 리처드 톰린 박사께서는 동물도 언어를 익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실험을 계획한다. 새끼 침팬지를 가정에서 마치 가족의 일원으로 키우며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수화를 통한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것. 이런 말도 안 되는 실험에 의해 벤은 캐나다를 횡단하여 빅토리아 섬으로 유배 아닌 유배를 왔다(지금이야 빅토리아는 캐나다의 대표 관광명소이지만,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73년이다. 아마 그 당시 빅토리아는 아무 것도 볼 것 없는 섬에 불과했나 보다).

 

이렇게 벤은 잔(새끼 침팬지)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잔과 함께 하는 가운데, 벤에게 잔은 동생과 같은 존재가 되어 함께 마음을 나누게 된다. 이처럼, 이 소설은 사람과 동물간의 우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동물과의 교감 내지 우정이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소설이다.

 

하지만, 그런 감동만 남겨놓는 소설만은 아닌 듯싶다. 동물과의 교감 과정에서 과연 무엇이 바람직한 선택인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인간의 유익을 위해, 동물들을 통한 연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과연 동물권을 인정하는 것만이 옳은가? 아님, 인간에게 돌아올 과학의 혜택을 위해 동물권을 무시해야 옳은가? 동물을 가족이라 말할 때, 그 한계는 어디인가? 진정한 가족으로서 교감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허울뿐인 가족인가? 아니면, 동물 그 본능, 창조질서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옳은가? 사실 쉽게 말할 수만은 없는 질문들일게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대답하는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먼저, 동물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 그렇기에 아무리 인류의 발전과 유익을 가져오는 실험이라 할지라도, 생체실험은 바람직하다 말할 수 없다.

 

아울러 동물과의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려면, 진짜 가족처럼 생각하고 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을 이야기한다.

 

잔은 누가 나한테 줬다 뺏었다 하는 물건이 아니다. 잔은 가족의 일원이다. 내 점수가 형편없다고 해서 아빠가 내게서 잔을 떼어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165쪽)

우리는 잔에게 우리 옷을 입히고 우리 음식을 먹이고 우리 침대에서 잠을 재웠다. 우리를 엄마, 아빠, 형이라고 부르게 했다. 잔은 우리와 함께 살았고 우리를 믿었지만, 우린 매일 잔에게 거짓말을 했다. 우릴 그의 진짜 가족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었고, 언제까지나 사랑하고 돌봐줄 거라고 속였다. 잔이 우릴 위해 재주를 부리게 하려고 그렇게 했다. 그런데 잔의 재주가 더 이상 쓸모없게 되니 우리는 잔을 우리에 집어넣고 치워버렸다.(331쪽)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과 동물이라는 괴리, 그 한계가 있기에 쉽지마는 않다는 것. 더 나아가 결국 인간이 될 수 없기에, 침팬지는 침팬지의 삶을 살게 해줘야 한다는 것. 침팬지에게 인간의 옷을 입히려는 행동은 결국엔 침팬지를 불행하게 만드는 행위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사실, 쉽게 어느 것이 옳다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진리는 사랑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침팬지에게 어떤 대접을 한다 할지라도, 그 행위 안에 사랑이 담겨 있는가 이것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리라 여겨진다. 아무리 인간의 옷을 입히고, 좋은 대접을 한다 할지라도, 참 사랑이 아니라면 가짜다. 아울러, 비록 우리에서 자라게 한다 할지라도,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대하지 않고, 사랑의 마음으로 침팬지로서 살게 한다면 이것 역시 진짜다.

 

그러니, 사랑이 답이지 않을까? 아울러 소설 속에서 잔이 처음으로 행한 말(수화)이 다름 아닌 ‘포옹’이었음도 의미 있다. 진심어린 안아줌은 종을 뛰어넘어 우정을 가능케 한다. 『하프 브라더』, 그 두툼한 무게감만큼 진한 감동을 주는 좋은 소설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떠난 휴가지에서 두 딸과 함께 읽었다는데, 휴가 기간에 읽기에 딱인 감동을 전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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