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괴담 명작집 - 클래식 서스펜스 걸작선
지식여행 편집부 엮음 / 지식여행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친구집에 친구들이 함께 모여 잠을 잘 때면, 빠지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바로 귀신 이야기나, 초자연적인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양 신나게 이야기를 하면, 듣는 친구들 역시 몰입하여 듣다간 호들갑스럽게 놀라곤 하던 일들이 생각난다.

 

세계 괴담 명작집은 마치 그런 느낌을 되살리게 되는 책이다. 도합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저자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너새니얼 호손, 아서 코난 도일,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조지 맥도널드, 앰브로즈 그위넷 비어스, 찰스 디킨스, 기 드 모파상, 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나올 명 작가들(물론, 그 가운데는 이름이 낯선 분들도 있지만, 그분들의 작품을 알면, ~~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어마무시한 작가들, 그들이 들려주는 괴담, 다소 엉뚱한 이야기들을 접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흥분되는 일이며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

 

이성과 상식이 최선이라 여겨지던 시대에 이성으로 해석될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들에 관심을 기울인 작가들의 엉뚱함에 살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알고 보면 온 몸에 독이 가득 차 접촉하는 모든 생명체를 죽일 수 있는 독인(毒人)의 등장은 왠지 무협지를 보는 느낌도 들게 한다. 아무도 없는 폐가에서 젊은 여인의 손이 나타나기도 하고, 유령을 본 남성의 회상도 있다. 거울 속에서 나타난 미녀와 사랑에 빠져 그 미녀를 거울의 저주에서 해방시켜주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선원들을 홀리는 유령 내지 여인이 등장하기도 하며, 죽은 영혼이 자신을 죽인 사내에게 나타나 노름의 절대공식을 알려주기도 한다. 터널에서 본 환영으로 인해 선로에서 사고가 일어나며 결국 같은 모습으로 본인이 죽게 되는 신호원의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모두 결코 상식적이지 않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질문한다. 과연 세상의 모든 일들이 상식과 이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이성 이면의 초현실적 현상들이 없다 말할 수 있는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거듭하여 일어나는 우연의 일치, 이를 상식적으로 접근하는 자들은 그저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라 치부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안에 어떤 초현실적 힘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작가들은 공통되게 질문한다.

 

'괴담'이니 괴기스럽고 무서운 이야기들, 오싹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리 오싹하진 않다. 괴기스럽긴 하지만, 오히려 귀엽다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들도 있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유머러스한 이야기도 있다. 괴기스러우면서도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이 느낌은 어쩌면 자극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는 낯선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얕보면 큰코다친다. 잔잔한 문체이지만, 몰입하여 읽는 가운데, 등이 오싹해지는 순간들이 있게 될 것이다. 그 순간이 작가가 오랜 세월을 초월하여 오늘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 선물을 한여름 밤에 누려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