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3 - 하늘이 알려준 시간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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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슈지는 한물간 상가 거리에 있는 낡은 시계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곳을 물려받은 게다. 그런데, 그곳 시계 수리점에는 이런 간판이 붙어 있다. ‘추억의 시(時) 수리합니다’ 추억의 시간을 어떻게 수리한다는 걸까? 사실 간판이 낡아 시계의 ‘계(計)’자가 떨어져 나간 것에 불과하지만, 이런 간판이 오히려 이 책의 이야기 속에서 풀어나가는 세상, 꿈꾸는 세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오래된 추억의 시계를 수리한다는 이곳은 떨어져 나간 간판 덕에 진정 추억의 시간을 수리하는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특히, 아픈 상처, 아련한 추억을 수리해주는.

 

슈지는 시계만 수리한다. 하지만 이 간판은 여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품게 만든다. 만약 풀린 실타래를 되감듯 안 좋은 추억을 복구할 수 있다면 자신의 미래도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315쪽)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다니 미즈에의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를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1,2권은 건너뛰고 3권부터. 1,2권을 읽지 않고도 읽을 수 있다는 말에 읽어 보게 된 것이다. 그렇다. 선이해가 없었음에도 전혀 책읽기에 무리가 없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마치 연작 단편 같은 4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들 이야기는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을까? 책을 옮긴이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말한다. 그것도 ‘가족’에 대해서. 그렇다. 이들 4개의 이야기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가족’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가족’으로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 여겨진다. ‘가족’의 이야기가 여럿 나오지만, ‘가족’만의 관계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관계’에 작가는 관심한다. 게다가 ‘가족’의 이야기들이 언급되는 부분들 역시 때론 그 이야기에서 큰 틀이 아닌 주변 이야기에 머물기도 한다. 그러니 굳이 ‘가족’이란 테두리로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며 맺게 되는 수많은 관계들, 특히, 그러한 관계 속에서 오해가 낳은 왜곡, 오해가 낳은 상처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이처럼 틀어지고 왜곡된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회복되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시계’이며, 그 시계가 담고 있는 시간의 추억들이다. 시계를 수리하며, 그러한 시계에 담겨져 있던 추억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오해와 상처, 아픔 등의 왜곡된 관계를 수리함으로 화해와 회복으로 나아가게 된다.

 

때론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도 들고, 때론 로맨스소설을 읽는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은 시간에 얽힌 추억들(비록 그것이 아프고 슬픈 추억이라 할지라도)을 다시 끄집어내고 살펴보는 과정(시간을 수리하는 과정)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고,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을 밟아갈 때, 그런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 역시 회복의 감동, 치유의 감동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1,2권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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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학교 - 올바른 가치관을 길러 주는 인성 동시 크레용하우스 동시집 6
한상순 지음, 김도아 그림, 윤무부 사진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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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순 시인의 『딱따구리 학교』란 제목의 동시집을 만났습니다. 시인은 간호사래요. 그래서 일까요?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름답고 남다른 것 같아요. 이 동시집에 실려 있는 시들은 모두 새를 주제로 노래하고 있어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새들도 있고, 물가에서 종종 만나는 새들도 있어요. 물론, 깊은 숲 속에 살아 쉽게 만나기 어려운 새들도 있고, 잠시 우리나라에 다녀가는 새들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모든 새들은 우리 땅, 우리 국토에서 볼 수 있는 새들입니다. 그러니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새들입니다. 바로 이런 새들을 시인은 하나하나 노래하고 있어요.

 

동시들을 읽다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동시가 갖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많은 문학 장르 가운데 적어도 동시는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돼요. 다른 문학 장르는 어쩌면 어둡고 끔찍할 수도 있어요. 그 안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담겨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동시만은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돼요. 동시는 동심을 노래하는 거니까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동시집은 동시란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마음을 순수하고 맑게 해주니 말이에요.

 

옥상에 만든 텃밭에 씨앗을 뿌렸더니 비둘기들이 몰려와 먹어 치웠어요. 나였으면 그럼 아마 화가 나겠죠. 하지만, 시인의 눈에는 그런 모습이 또 하나의 텃밭으로 보여요. “아빠가 / 옥상에 만들어 놓은 텃밭 / 비둘기네 / 텃밭 되었다 // 텃밭에 / 열무씨 뿌린 날<비둘기네 텃밭 일부>.” 이렇게 너그러운 마음이야말로 또 하나의 아름다운 텃밭이 아닐까 싶어요.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도 참 예쁘네요. 작기 때문에 멸시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그 안에 담긴 또 하나의 장점,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는 시선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닮아가야 할 시선이 아닐까요?

 

작아서 / 작아서 / 더 반짝이는 눈을 가진 / 새 //

작아서 / 작아서 / 팔딱이는 가슴을 가진 / 새

< 짹짹 참새 > 일부

 

굴뚝 옆 / 볏짚 둥우리 / 동그마한 굴뚝새 // (중략) // 잽싸다 / 새들 중 제일 / 작은 새

< 참새보다 더 작아 > 일부

 

이처럼, 작지만 그 작음을 비웃기보다는 작음 가운데서도 발견되는 장점에 초점을 맞추는 시인의 시선이 참 아름답네요.

 

그 외에도 참 재미난 동시들도 있어요. 언제나 깨끗한 하얀 고니가 물고기를 잡으려 물구나무를 선 순간 까만 발을 봤네요. 깨끗한 척 하던 고니의 더러운 발을 말이죠.

 

고니야 / 눈처럼 하얀 / 큰고니야 // 그렇게 깨끗한 척 / 뽐내도 / 다 봤다 //

물고기 잡으려 / 엉덩이 치켜들고 / 물구나무설 때 / 다 봤다 // 네 / 까만 발.

< 다 봤다 > 전문

 

이처럼 때론 재미나고, 때론 순수하고 맑은 동시들도 좋지만, 이 시집의 자랑거리 또 하나는 새박사이신 윤무부 박사님의 사진들이 매 동시마다 함께 실려 있어, 실제 그 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새들에 대한 노래들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동시집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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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글쓰기 - 문학적 향기를 따라서
안재성 지음 / 목선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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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쓰기의 열풍이 불고 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책쓰기의 열풍이라고 해야 할까? 하나같이 엄청난 불행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투지와 남다른 열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일으켜 세우고 성공신화를 만들었다는 그런 책들. 어째 소소하고 구체적 내용만 조금씩 다르고 하나 같이 비슷비슷한 내용의 책들을 양산하는 글쓰기 열풍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의 제목을 보며 누군가는 또 그런 류의 책이 나왔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 『인생을 바꾸는 글쓰기』는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정리하여 그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도록 회유하거나 권장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는 책은 아니다.

 

실제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길 원하는 예비 작가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물론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선 더 공부해야겠지만, 그 첫걸음을 걷는 책으로 적합할 듯싶다.). 작가는 이 책의 내용은 자신이 글쓰기 강좌에서 했던 강의노토를 다듬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글쓰기는 물론 다양한 장르의 글이 될 수 있겠지만, 소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소설을 씀에 있어, 시점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또 주인공은 어떻게 정하며, 인물을 그려낼 때는 어떤 방법을 통해 묘사할 수 있는 지. 소설의 배경은 어떻게 표현해 내는지 등등 실제적으로 소설을 써나감에 있어 도움이 될 내용들을 전해주고 있다.

 

책의 강의는 도합 18강으로 되어 있는데, 그 주제에 맞는 내용들을 간단하게 설명하며 그처럼 문학작품 속에서 실제적으로 사용되어진 본문들을 예로 들어 줌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 물론, 그 설명이 때론 더 친절하면 좋겠다 싶을 때도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대체로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아울러 실제적인 예를 문학작품들의 본문을 통해 살펴볼 수 있기에 좋다.

 

그 내용들을 하나하나 언급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저자는 무엇보다 독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처럼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을 쓰기 위해선 그 글의 장르가 무엇이든 그 안에서 문학적 향기가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문학적 향기는 작가의 진정성과 생생한 묘사에 있단다. 작가는 글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런 표현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여러 기본적 내용들을 책에서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책 제목처럼 인생을 바꾸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의 말처럼 아기 손바닥만큼의 재능, 그 재능의 그릇만큼은 가득 채우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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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키워주는 동화 속의 마녀이야기 -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6
안토니오 텔로 지음, 페르난도 팔코네 그림, 곽정아 옮김 / 가람어린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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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삶 속에 불행이나 고통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때론 우리 삶 속에 눈물이 있고, 아픔이 있기에 삶이 더욱 다양하고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죽어 천국에 갔는데, 그곳은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채워주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몸을 움직이지도 않고 말만 하면 눈앞에 대령한다는 겁니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보고,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이 사람은 마냥 행복했습니다. 일하지 않고 놀고먹고 즐길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처음엔 좋았는데, 나중엔 이 모든 것이 싫증이 났답니다. 그래서 조금 힘들고 고단해도 직접 땀 흘리며 일하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하자, 그곳의 관리자가 이곳에선 땀 흘리고 힘들어 하는 것만큼은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그곳에 싫증이 난 사람이 그럼 난 이곳(천국)에선 살 수 없다고. 오히려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조르자 그곳의 관리자가 말했답니다. “아니, 그럼 여기가 지옥이 아니고 어딘 줄 알았습니까?”(이야기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물론, 이는 그저 누군가가 지어낸 우스갯소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행복하고, 활력 있으며, 맛이 나는 이유는 오직 내가 원하는 것만 주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때론 힘겹고, 때론 원치 않는 어려움이 주어지지만, 이런 갈등과 위기를 통해 오히려 삶의 향기가 나게 됨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이야기가 재미있기 위해선 반드시 갈등과 위기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를 더욱 맛깔나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 가운데 마녀가 아닐까요? 많은 동화를 더욱 재미난 이야기로 만들어 주는 일등 공신은 분명 마녀일지도 모릅니다. 비록 여전히 욕을 먹는 대상이고, 타도해야할 대상으로 인지되지만 말입니다.

 

금번 가람어린이에서 발간된, 『상상력을 키워주는 동화 속의 마녀 이야기』란 이 책은 바로 이처럼 동화를 더욱 맛깔나게 해주는 일등공신, 이야기 속의 주연급 등장인물인 마녀들에 대해 살펴보는 책입니다.

 

이 책은 동화나 설화 속에 등장하는 마녀들을 우리에게 소개해 줍니다.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 인어공주 등 익히 잘 알려진 동화 뿐 아니라 조금은 낯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마녀들까지 도합 13가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마녀들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이들 마녀 이야기를 잉태한 지리적 공간은 어디인지, 이들 마녀들이 저지른 죄는 무엇인지, 이들 이야기 속에서 특기할 사항들은 무엇인지 등을 책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물론, 이들 마녀가 등장하는 대략적 줄거리 그 이야기도 함께 말입니다.

 

어쩌면 역사속에서 실재했던 마녀라는 존재들은 시대의 광기가 낳은 희생제물일지도 모릅니다. 때론 나와 다르다고 마녀로 내몰리고 했을 것이며, 남성들의 성적 광기에 의해 마녀로 내몰린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때론 종교적 광기에 의해 마녀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말입니다. 때론 탐욕에 의해 만들어지고 희생된 존재가 마녀이기도 합니다. 물론, 동화 속에서는 대개가 오롯이 못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이런 마녀라는 존재,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마녀에 대해 여러 작품들을 통해 살펴보는 작업은 참 매력적이네요. 주인공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마녀들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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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 이주홍 단편집 한빛문고 7
이주홍 지음, 박철민 그림 / 다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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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파 이주홍 선생님의 단편 동화 네 편을 엮은 <이주홍 단편집> 『메아리』란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에는 「메아리」, 「사랑하는 악마」, 「못나도 울 엄마」, 「연못가의 움막」 이렇게 네 편의 동화가 실려 있습니다. 네 편 모두 예스러운 느낌과 함께 때론 아련하게, 때론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동화들입니다.

 

「메아리」는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는 동화인데, 너무나 그 내용이 익숙해서 예전의 교과서에도 실려 있어, 배운 내용인가 싶기도 하네요. 외딴 산속 마을에 사는 아이 돌이의 외로움, 그리움 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동화입니다. 얼마나 외로우면 메아리를 벗 삼아야만 할까요.

 

돌이의 집은 깊은 산중에 있었다.

깊은 산중 중에서도 더 깊은 산중.

더 깊은 산중 중에서도 더 더 깊은 산중의 중턱에 있는 외딴집이 돌이네가 사는 집이었다.(11쪽)

 

얼마나 그 외로움이 사무치기에 작가는 이토록 표현해야만 했을까요. 요즘이야 이처럼 깊은 산속에서 살아가는 ‘돌이’가 많진 않겠죠. 그럼에도 많은 이들 가운데 존재함에도 마치 존재치 않는 양 외로움으로 신음해야만 하는 아이들이 여전하기에 이 동화의 힘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발휘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내가 누군가에게 메아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랑하는 악마」에서 만나게 되는 깍쟁이 ‘야시’ 정미는 할머니와 갈등하는 여자아이랍니다. 이런 정미와 할머니의 갈등이 때론 우스우면서도, 그 화해의 모습은 참 감동적이네요. 이 동화는 향파 선생님의 후기 작품인 1982년 작품이라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던 시기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 시기는 어쩌면 깍쟁이의 모습이 지혜롭게 느껴질 때가 아닐까요? 그렇기에 작가는 한글도 모르고 입만 열면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를 내뱉는 할머니를 깍쟁이 야시 정미와 갈등하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깍쟁이 야시가 이기적인 모습을 버리고 할머니와 깊은 정을 통하는 모습을 통해, 당시보다 더욱 ‘나만’ 존재하는 시기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게 하네요. 아울러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도 합니다.

 

「못나도 울 엄마」의 명희는 참 귀엽네요. 왜 그리 옛 어른들은 아이들을 주워왔다는 말들을 하곤 했나 몰라요. 요즘이야 이런 말 거의 하지 않지만, 요즘 아이들의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이런 소리 참 많이 들었을 거예요. 아무튼 이런 소리를 듣던 명희는 어느 날 정말 다리 밑에서 할머니를 만나는데, 할머니가 자신이 명희의 엄마라고 한답니다. 한 쪽 눈이 없고 한 쪽 팔이 불편한 누추한 차림새의 떡장수 할머니. 따라간 집은 쓰러져가는 판잣집. 그곳에서 불편한 모습의 할머니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명희의 모습이 참 귀엽고 예쁜 동화입니다. 물론 꿈이었지만, 명희처럼 우리 모두가 내 곁에 있는 이들의 아들이자 딸이며, 그분들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 아버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이런 생각이 곧 이 험난한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 여겨지네요.

 

마지막 「연못가의 움막」에서는 못된 놀부 같은 아이가 등장합니다. 바로 태성이란 아이입니다. 태성은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연못가에 움막을 짓고 살고 있는 할머니를 골통먹이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할머니에게 뱀을 던지기도 하고, 신문지를 잘라 눈이 어두운 할머니에게 돈이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하죠. 이런 못된 녀석 태성이가 환상의 세계(동화 속에 실존하는 세계인지, 아님 태성의 꿈이나 환상처럼 착각인지는 조금 모호합니다.) 속에서 경험하는 일들로 인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마치 개과천선하는 모습으로 엄마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던 걸까요? 아파트 단지에서 이들과 대조되는 극빈자들의 모습을 무시하지 말라는 걸까요?(굳이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느낌의 움막을 표현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님, 태성처럼 못되게 굴다가 언젠가 호되게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걸까요? 그것도 아님, 태성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착한(?) 아이로 돌아가는 모습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 되길 바라는 것일까요?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바라기는 동화 속에 나오는 움막에서 사는 할머니처럼 이 땅의 절대적 빈곤자들이 그들의 힘겨움을 보상받는 판타지의 세계가 존재한다면 좋겠단 생각을 품게 하네요.

 

향파 선생님의 동화 네 편을 만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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