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선서 법의학 교실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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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후속작 히포크라테스 우울과 시리즈를 이루고 있는 법의학 미스터리 소설이다.

 

우라와 의대 법의학교실이 그 중심 무대이며, 법의학교실의 절대자인 미쓰자키 도지로 교수, 미쓰자키 교수에게서 법의학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넘어온 푸른 눈 서양여의사 캐시 조교수, 그리고 이제 갓 법의학교실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연수의 쓰가노 마코토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소설은 쓰가노 마코토 3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며(흔히 시점을 이야기하는 4가지 중에 3인칭 주인공 시점이란 애당초 없다. 그런데, 요즘 소설들은 점차 시점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어떻게 보면, 제한적인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인 것 같으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3인칭을 쓰면서 한 주인공의 시점(때론, ‘라고 칭하기까지 한다.)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편의상 3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칭해본다. 족보에도 없는 단어 맞으니, 족보에도 없는 단어라고 욕하지 마시길...^^), 여기에 또 한 인물 사이타마 현경의 고테가와 형사가 등장한다. 고테가와 형사는 그전 책들에서는 와타세 반장 밑에서 제법 실수가 많은 풋내기 형사로 등장하지만, 이제 <히포크라테스 시리즈>에서는 상당히 노회한 형사로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마코토는 해부경험이라고는 일천한 초짜 의사다. 그런 마코토는 내과의 쓰쿠바 교수의 지시에 의해 법의학교실에서 경험을 쌓고자 한다. 그런 마코토 앞에 놓이는 수많은 시신들. 그 시신들을 통해, 마코토는 시신이 말하는 것을 듣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점차 경험하게 된다. 물론, 이건 시신 해부를 통해 눈으로 듣는 것이다.

 

소설은 이처럼 풋내기 법의학교실의 연수의 마코토가 법의학과 의사로서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언급하는 환자란 산 자와 죽은 자 모두가 포함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아 간다. 각기 사연은 다르지만, 시신들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들. 감춰진 진실이 밝혀진다는 의미에서 묘한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아니 쾌감을 지나 색다른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시신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시신의 몸이 들려주고, 그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법의학교실의 모습을 통해서.

 

어쩐지, 이 소설은 작가의 여타 작품들과 달리 반전이 없을 것 같았는데,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 것 같던 각기 다른 사건들, 그 부검 시신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이들 사건에 감춰진 범인이 있고, 이를 통해 의료계의 어둠을 고발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속편인 히포크라테스 우울을 먼저 읽었는데, 1편인 이 책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더 재미있다는 느낌이다(물론, 히포크라테스 우울역시 재미나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이로써 다 읽었는데, 1년에 4편씩은 쓰는 다작 작가이니, 조만간 신작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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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잭의 고백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복창교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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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모두 재미나게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책 살인마 잭의 고백을 제일 재미나게 읽었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이누카이 형사다.

 

도쿄 내에서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후카가와 서의 길 건너 공원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 다른 곳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 아닌, 바로 경찰서 코앞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게다가 끔찍하게도 모든 장기가 적출된 시신. 경찰서 코앞에서 버젓이 살인을 벌이고, 배를 갈라 장기를 적출하는 일로 인해, 경시청과 후카가와 서는 치욕으로 생각하며, 범인을 쫓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런 경찰을 조롱이라도 하는 듯 범인은 2번째, 3번째, 4번째의 희생자를 계속하여 낸다. 모두 한결같이 모든 장기가 적출된 시신. 그것도 의료전문가의 솜씨로 보이는 상태.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들. 게다가 모두 한 사람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받아 살아난 사람들이다. 죽음의 위기 앞에서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되살아난 생명을 또 다시 범인은 죽이고, 장기를 빼앗아 갔다. 범인은 누구일까?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 범인은 제법 빨리 오픈한다. 물론, 여기엔 반전이 숨겨 있지만 말이다.

 

소설은 끊임없이 장기이식수술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장기이식수술 이면에 감춰진 어둠을 드러낸다. 장기기증은 분명 누군가의 생명을 되살리는 고귀한 일임에 분명하다. 나 역시 십여 년 전부터 장기기증자로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소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뇌사상태를 누가 어떻게 규정지을 수 있느냐고.

 

더 나아가 소설은 이식 수술에 얽힌 이권을 고발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수술 의사도, 면역 억제제 제약회사도 결국엔 이식수술을 통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말이다. 의사와 제약회사간의 오랜 유착관계 역시 짚고 넘어간다. 그러며 소설은 의술이 인술을 펼치기는커녕, 산술로 전락해 버렸음을 한탄한다.

 

아울러 누군가의 장기를 이식 받은 이들이 짊어지게 될 삶의 무게와 이를 둘러싼 서로 다른 시각 역시 소설은 드러내며, 우리의 생각을 묻고 있다. 이 외에도 인터넷 댓글의 폭력성,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경쟁 등을 고발하기도 한다.

 

특히,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경쟁에 있어서는 나중에 출간된 세이렌의 참회(파주: 블루홀식스, 2018)에서 언급되는 데이토 tv가 벌인 엄청난 비윤리적 방송사고의 내용이 이번 책 살인마 잭의 고백에서 등장하고 있어 이번 이야기를 읽은 후, 세이렌의 참회를 읽게 된다면 그 내용이 연결성을 갖고 있어 좋을 것 같다(나의 경우, 세이렌의 참회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기에 이 장면이 더 반갑게(?) 느껴졌다.).

 

이처럼 소설은 연쇄살인범을 뒤좇는 미스터리와 함께 장기 이식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사회파 미스터리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작가의 소설들이 그렇듯 이번 소설 역시 다른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새로운 인물인 이누카이 형사이지만, 현경소속으로 그와 짝을 이루며 이번 사건을 맡아 좇게 되는 인물로 고테가와가 등장한다. 고테가와는 이번 이야기 역시 주연급인 셈이다(와타세 반장의 경우 이름만 몇 차례 등장한다.). 여기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인 미쓰자키 도지로 교수가 몇 번 등장한다.

 

역시, 작가의 스타일인지, 범인의 경우 반전이 있다. 살인마 잭의 고백을 읽으며, 이 땅의 의료계가 더 이상 산술과 상술의 노예가 아닌, 다시 의술을 펼칠 수 있게 되길 소망해 본다. 인술까진 아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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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의 소나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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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어느 비오는 날 성공한 변호사가 강에 시체를 버리면서 시작된다. 그것도 사람을 죽인 것이 이번으로 두 번째인 것 같은 인상을 풍기며. 여기에서 독자는 소설의 주인공인 변호사 미코시바가 아주 못된 범법자라는 선입견을 갖고 소설을 읽기 시작한다. 물론, 이것이 작가가 의도한 바일 테니, 그 의도에 그대로 따른다.

 

이 시신은 곧장 발견이 되고, 시신의 주인공은 삼류 기자임이 밝혀진다. 누군가의 구린 곳을 취재하여 협박함으로 돋을 뜯어 살아가는 하이에나 같은 기자. 과연 죽임 당한 기자가 협박할만한 구린내를 풍기는 이는 누구였을까? 그가 목격되어지고 접촉하던 곳은 보험금 살인사건으로 소송이 진행 중인 목재회사인데, 과연 그곳 누구에게 구린 곳이 있었던 걸까?

 

여기 목재회사는 바로 소설이 시작되며 시체를 처리하였던 못된 변호사 미코시바가 맡은 사건의 의뢰인이다. 잘나가는 변호사인 미코시바는 불쌍한 모녀를 위한 국산변호를 맡는다. 목재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의식불명의 상태가 되었다가 의료기계의 이상으로 죽음을 당한 사건. 그런데, 그 범인이 소년의 어머니로 밝혀졌다. 확인된 cctv 화면에 의하면, 소년의 어머니가 호흡기 전원 스위치를 누르는 장면이 찍혔던 것. 게다가 사고로 죽음을 당한 당사자는 죽기 얼마 전 고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이렇게 보험금을 노린 존속살인으로 몰려버린 사건의 변호를 맡은 미코시바. 과연 미코시바는 이 사건에서도 반전을 꾀하여 승리할 수 있을까?

 

한편 삼류 기자의 죽음을 통해, 미코시바를 추격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와타세 반장과 신참 형사 고테가와가 그들이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서울: 북로드, 2017)에서 처음 등장한 고테가와 형사가 이번 책 속죄의 소나타에선 벌써 조금은 성장한 느낌이다. 물론, 아직은 신참으로 와타세의 유능함이 더욱 돋보이지만 말이다. 참고로, 이 두 책은 2017년에 번역 출간된 책들이지만, 일본에서는 2011년에 출간된 작가의 처음 책들이다. 그러니 아직 고테가와의 성장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미코시바는 변호사다. 소설 속에서 와타세 반장과 고테가와 형사의 대척점에 서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니 못된 범인인 셈. 게다가 소설은 미코시바의 소년 시절에 대해 한 단원의 분량을 할애하며 밝힌다. 미코시바는 소년시절 살인사건을 벌인 흉악범이었다. 엽기적 살인행각으로 시체 배달부 소년이란 악명을 떨쳤던 소년. 형법 제392항에 의거해 형이 감경되었고, 의료소년원에 수감된 흉악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소설은 소년범에 대한 법의 심판, 그리고 심신모약자에 대한 법의 심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뿐 아니라, 이들 소년흉악범들이 악마가 아님도 보여준다. 특히, 살인을 벌인 소년흉악범들보다 훨씬 더 악마와 같은 존재가 있음도 보여주며, 진정한 아버지처럼 소년들을 계도한 교정직원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미코시바의 영혼을 뒤흔든 첫사랑 격인 소녀가 등장하는데, 이 소녀가 바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에 등장하는 우도 사유리인 시마즈 사유리다(본명은 사가시마 나쓰오인데, 흉악한 죄를 짓고 의료소년원에 들어와 새로운 신분으로 태어나며, 이름을 시마즈 사유리라 짓게 되고, 나중에 결혼하며 남편의 성을 따라 우도 사유리가 된다. 물론 이 책에선 시마즈 사유리란 이름만 등장한다.). 역시 작가의 소설은 다른 책에 등장하는 같은 인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소설이 문제제기를 하는 또 하나의 내용은 변호사 제도에 대한 물음이다. 변호사는 사법고시라는 시험에만 합격하면, 그 사람의 인격이 어떠하던 상관치 않는다. 이것이 변호사 제도의 맹점이라는 것을 소설은 여러 차례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다.

 

사법고시는 말이지, 인격은 상관없어. 어때, 재미있지 않냐? 곤경에 처한 사람 돕는 일일 텐데 인간성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 말이야. 나처럼 세상 사람들한테 악마라느니 인간이 아니라느니 그런 소리를 들어도 시험 성적만 좋으면 변호사 배지를 받을 수 있는 거다. 일본은 참 좋은 나라라니까.(215)

 

일본만 그런가?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물론 사명감을 갖고 그 일을 하는 수많은 법조인들이 있을 게다. 하지만, 이처럼 인격과는 상관없이 인간성은 고려하지 않고, 성적만으로 자격을 얻는 법조인 제도에 대해 소설은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게 인간성을 고려하지 않는 변호사가 된 미코시바, 특히 소설이 시작되는 시점 시체를 처리하던 냉혈한 미코시바, 한때 시체 배달부 소년이란 악명을 남겼던 미코시바가 주인공이며, 또 한편으로는 이를 좇는 콤비 형사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돈만 밝히는 못된 변호사와 콤비 형사들 간의 대결을 자못 기대하며 소설을 읽게 된다. 소설은 못된 변호사, 어쩌면 또 다시 살인을 벌인 살인자라는 구도로 시작하기에 주인공에게 몰입하는 것이 쉽지마는 않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샌가 미코시바란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 인물이 과연 선인인가 악인인가 하는 혼란을 겪기도 한다. 그런데, 소설의 제목이 속죄의 소나타라는 점을 생각하면, 미코시바의 정체성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 소설의 제목을 잊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작가의 의도대로 잘 속으며, 혼란을 겪으며, 그런 과정을 통해 더욱 소설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소설 역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대반전의 제왕의 소설에 반전이 없으면 이상할 테니. 이쯤 되면, 작가는 반전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 정도다. 아무튼 이 소설 역시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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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북에이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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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공식적인 첫 작품이다. 2010년도 제8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놀랍게도 작가는 그의 또 다른 작품,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라 대상을 다툰 작품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이 책 안녕, 드뷔시는 현재 절판되어 구할 수 없지만, 반갑게도 집 앞 도서관에 책이 비치되어 있어 반가운 마음에 대출해 읽게 되었다.

 

주인공 는 음악고등학교에 입학이 예정된 상태다. 그런 는 부자 할아버지와 회사원인 아버지, 가정주부 엄마, 만화가로 등단해서 여전히 꿈만 좇고 있는 겐조 삼촌, 사촌 루시아(고모의 딸인데, 인도네시아 국적의 일본인. 인도네시아에 닥친 엄청난 지진과 쓰나미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어 할아버지 집에서 살아감. 루시아와 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꾸며 연습에 매진하는 학생들이다.), 그리고 할아버지 간병인인 미치코 씨, 이렇게 7식구가 함께 저택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평화로운 저택에 재앙이 불어 닥친다. 할아버지 작업실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해, 할아버지와 사촌이 죽음을 당하고, ‘만 온몸에 화상을 입은 상태로 살아남는다. 소생 가능성이 희박할 만큼 온몸에 화상을 입어 원래 모습을 잃은 이지만, 놀라운 의학의 힘으로 피부이식이 성공하게 되고, 거의 원래의 외모를 회복하기에 이른다. 물론 모든 피부를 이식했기에 여전히 거동이 불편하고 피아노를 칠 여건도 되지 않는 이지만, 피아니스트 미사키 씨를 통해, 놀랍게도 피아노 연주가 가능하게 됨을 알게 되고,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는 마치 마법과 같은 놀라운 회복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누군가 를 죽이려 한다. 두 차례에 걸친 가해시도를 무사히 넘기는데. 그런 가운데 엄마가 사고로 죽고 만다. 사고인줄 알았지만, 사고가 아닌 살인의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과연 누가 엄마를 죽였으며, ‘를 죽이려는 걸까?

 

이런 미스터리 속에서 탐정 역할을 맞는 이는 의 피아노 선생님인 미사키다. 미사키는 알고 보니 사법고시에 합격했던 인물로, 수사에 있어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어 많은 이들이 눈독을 들이던 인재이지만, 자신의 꿈인 피아노를 버릴 수 없어 피아니스트가 된 인물이다. 소설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바로 이 미사키다. 미사키를 주인공으로 한 또 다른 작품이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은 미스터리의 요소보다 더 많은 부분 음악이란 요소가 가득하다. 그래서 음악 소설이라 부를 법한 내용의 소설이다. 마치 크리스마스카드를 펼치면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것 마냥, 책장을 펼치고 읽노라면 책 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소설은 크게 두 개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음악이란 소재로 청소년이 꿈을 꾸고, 엄청난 역경을 만나게 되지만, 역경을 딛고 피아노 연습을 하고, 결국 대회에 나가 연주를 마치는 성공 스토리가 하나. 여기에 화재와 죽음, 거듭되는 누군가의 위협과 살인사건, 이러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며 범인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토리가 또 하나다.

 

무엇보다 놓칠 수 없는 매력은 대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작가답게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 이 대반전을 통해, 그동안 미스터리 소설인지를 잊을 정도로 의 음악적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가, ‘그래, 이 책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작품이었지.’ 자각하게 된다. 사실, 다 읽고나면, 이 마지막 반전을 위해 작가는 여태 웅크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라는 장치를 통해 말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었던 만큼, 반전은 효과가 크다. 물론, 어떻게 생각하면 별 것 아니고, 그리 참신한 반전도 아닐지 모른다. 그럼에도 효과는 좋다. 무엇보다, 작가의 공식적인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 있어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미스터리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작품임에 분명하다. 물론 작가를 생각하지 않고 읽어도 재미난 미스터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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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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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히포크라테스 우울(파주: 블루홀식스, 2017)세이렌의 참회(파주: 블루홀식스, 2018)을 읽은 후,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도 하고, 책을 구입하기도 해서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가운데 국내에서 출간된 7권 가운데 아직 읽지 못한 5권을 읽었다.

 

그 가운데 제일 마지막으로 읽게 된 책이 이 책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라는 책으로 작년(2017)에 출간된 책이지만, 작가의 처음 작품이다. 오랜 회사원 생활을 뒤로 하고 처음 문학상을 두드린 작품이 마녀는 되살아난다(미출간)란 소설로, 6이 미스터리가 대단해!’(2007) 대상작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 다음 제8이 미스터리가 대다해!’에서 작가의 두 개의 작품이 대상작 최종 후보에 오른다. 바로 안녕, 드뷔시(서울: 북네이드, 2010)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그것이다. 한 작가의 작품이 최종 후보작에 올라 서로 대상을 겨뤘다니, 참 대단하다.

 

결국, 안녕, 드뷔시가 대상을 수상하게 되지만, 최종작에 오른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번역 출간된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는 아직 풋내기 형사에 불과한 고테가와 가즈야 형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좋다. 그리고 고테가와 가즈야 형사의 파트너이자 스승인 와타세 반장이 등장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이 서로 겹쳐 등장하기에, 어떤 인물들이 어떤 작품에서 나왔는지를 살펴보는 것 역시 하나의 재미가 된다. 안녕, 드뷔시를 제외한 국내 출간된 작품들 속에는 모두 고테가와 형사가 등장한다. 때론 주인공으로 때론 조연으로 말이다. 와타세 반장의 경우 대체로 그 이름만 등장하거나 잠깐 등장하는데 그쳤다면, 여기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에서는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은 풋내기 형사 고테가와를 성장시키는 모습으로 조연급으로 등장하고 있어 반갑다(와타세 반장은 속죄의 소나타(파주: 블루홀식스, 2017)에서도 조연급으로 등장한다.).

 

또 한 인물 미쓰자키 도지로 교수(히포크라테스 선서, 히포크라테스 우울의 주연급 등장인물)의 등장도 반갑다. 마지막으로 우도 사유리가 등장도 언급하면 좋겠는데, 이 인물은 속죄의 소나타(서울: 블루홀식스, 2017)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들에는 다른 작품들과 겹쳐 등장하는 인물들을 발견하고, 그 인물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는 작가의 첫 작품인 만큼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작품이다.

 

이야기는 한 아가씨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입주 정책의 실패로 인해 분양되지 못한 빈집이 90% 가량이 되는 어느 아파트 13층 계단에서 쇠갈고리에 입이 결려 매달린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그 곳에 남겨진 쪽지 하나. 손으로 삐뚤삐뚤 글자 크기도 제각각 마치 글을 막 알게 된 유치원생이 적은 것 같은 쪽지엔 이렇게 적혀 있다.

 

오늘 개구리를 잡았다. 상자에 넣어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지만 점점 싫증이 났다. 좋은 생각이 났다. 도롱이 벌레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 입에 바늘을 꿰어 아주아주 높은 곳에 매달아 보자.(12)

 

이렇게 해서 일명 개구리 남자의 공포가 시작된다. 다음번엔,

 

오늘도 개구리를 잡았다. 개구리를 잘 잡게 됐다. 오늘은 널빤지 사이에 끼워서 납작하게 짜부라뜨려 보자. 개구리는 전부 내 장난감이다.(62)

 

란 쪽지와 그대로 되어 있는 시체. 사람을 마치 장난감처럼 여기는 이 연쇄 살인범의 공포가 온 도시를 휩쓸기 시작한다.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하고 온 도시는 패닉 상태에 이르게 된다.

 

각 단락의 제목은 이렇다. 매달다. 으깨다. 해부하다. 태우다. 고하다. 이를 통해 네 번에 걸쳐 일어나는 연쇄 살인의 내용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을 게다. 너무나도 끔찍한 사건. 겨우 찾은 피해자들 간의 공통점은 그 이름이 50음순의 차례였던 것(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성이 ㄱㄴㄷ인 순으로 피해자가 정해졌던 것.). 이에 도시는 완전 패닉 상태에 이르게 된다. 피해자가 어떤 이유가 있어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다음 번은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 이렇게 온 도시를 패닉상태로 몰고 가는 연쇄 살인범 개구리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는 독자가 소설 속 형사보다 훨씬 일찍 눈치 채게 된다. 소설이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서라기보다는 소설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미 여러 힌트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그렇다. 다시 말해 소설 속 형사들 특히, 주인공 고테가와 형사 역시 독자와 같은 힌트를 가지고도 범인을 눈치 채지 못하는 모습에는 다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쩜 풋내기 형사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작가의 의도였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범인의 정체는 그것이 다가 아니다. 역시 대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작가답게 반전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작품이 말하는 메시지는 일본 형법 제39조에 대한 고민이다. 일본 형법 제391항은 이렇다.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우리 형법 101항 역시 이와 같은 내용이다.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과연 이 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네 사람이나 되는 생명을 빼앗았는데 정범이 정신 장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도 피를 묻지 않습니다. 아무도 벌을 받지 않아요. 이게 이 나라 법의 정신입니다(341)

사람을 죽인 사람도 관해 상태를 인정받으면 사회에 복귀한다. 그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람을 잡아먹은 짐승을 다시 들판에 놔주는 일입니다. 들판에 놔주라고 외친 사람은 그 짐승과 나란히 살아가는 공포를 느낄 의무가 있어요.(342)

 

어느 누구의 인권도 소중하다. 비록 그가 살인마라 할지라도. 하지만, 그 인권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사회 복귀를 말한다면, 그 사람 역시 그들의 위험성 앞에서 공포를 느낄 의무가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린 어쩌면 나와 상관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 쉽게 자신이 인권을 생각하는 고결한 인격의 소유자인양 말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범죄자를 더 고립시키고, 더 과한 형벌을 요구하자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가치들이 있고, 그것을 우리가 말한다면, 그 말에 따른 위험성과 공포를 우리가 감내할 의무가 있다는 측면에서 이 구절이 큰 울림이 된다.

 

다소 잔혹한 장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공식적인 첫 번째 두 개의 작품 가운데 하나라는 점만으로도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읽을 가치가 있다. 여기에 작품 자체도 흥미진진 재미나다. 풋내기 형사 고테가와 형사의 어린 시절 사연이 등장한다는 점도 작가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고테가와 형사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이 작품을 읽어야 할 이유가 된다. 아울러 고테가와의 성장도 기대해볼만 하다.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분명 좋아할 소설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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