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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평점 :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히포크라테스 우울』(파주: 블루홀식스, 2017)과 『세이렌의 참회』(파주: 블루홀식스, 2018)을 읽은 후,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도 하고, 책을 구입하기도 해서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가운데 국내에서 출간된 7권 가운데 아직 읽지 못한 5권을 읽었다.
그 가운데 제일 마지막으로 읽게 된 책이 이 책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라는 책으로 작년(2017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작가의 처음 작품이다. 오랜 회사원 생활을 뒤로 하고 처음 문학상을 두드린 작품이 『마녀는 되살아난다』(미출간)란 소설로, 제6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2007년) 대상작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 다음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다해!’에서 작가의 두 개의 작품이 대상작 최종 후보에 오른다. 바로 『안녕, 드뷔시』(서울: 북네이드, 2010)와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그것이다. 한 작가의 작품이 최종 후보작에 올라 서로 대상을 겨뤘다니, 참 대단하다.
결국, 『안녕, 드뷔시』가 대상을 수상하게 되지만, 최종작에 오른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번역 출간된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는 아직 풋내기 형사에 불과한 고테가와 가즈야 형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좋다. 그리고 고테가와 가즈야 형사의 파트너이자 스승인 와타세 반장이 등장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이 서로 겹쳐 등장하기에, 어떤 인물들이 어떤 작품에서 나왔는지를 살펴보는 것 역시 하나의 재미가 된다. 『안녕, 드뷔시』를 제외한 국내 출간된 작품들 속에는 모두 고테가와 형사가 등장한다. 때론 주인공으로 때론 조연으로 말이다. 와타세 반장의 경우 대체로 그 이름만 등장하거나 잠깐 등장하는데 그쳤다면, 여기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에서는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은 풋내기 형사 고테가와를 성장시키는 모습으로 조연급으로 등장하고 있어 반갑다(와타세 반장은 『속죄의 소나타』(파주: 블루홀식스, 2017)에서도 조연급으로 등장한다.).
또 한 인물 미쓰자키 도지로 교수(『히포크라테스 선서』, 『히포크라테스 우울』의 주연급 등장인물)의 등장도 반갑다. 마지막으로 우도 사유리가 등장도 언급하면 좋겠는데, 이 인물은 『속죄의 소나타』(서울: 블루홀식스, 2017)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들에는 다른 작품들과 겹쳐 등장하는 인물들을 발견하고, 그 인물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는 작가의 첫 작품인 만큼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작품이다.
이야기는 한 아가씨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입주 정책의 실패로 인해 분양되지 못한 빈집이 90% 가량이 되는 어느 아파트 13층 계단에서 쇠갈고리에 입이 결려 매달린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그 곳에 남겨진 쪽지 하나. 손으로 삐뚤삐뚤 글자 크기도 제각각 마치 글을 막 알게 된 유치원생이 적은 것 같은 쪽지엔 이렇게 적혀 있다.
오늘 개구리를 잡았다. 상자에 넣어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지만 점점 싫증이 났다. 좋은 생각이 났다. 도롱이 벌레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 입에 바늘을 꿰어 아주아주 높은 곳에 매달아 보자.(12쪽)
이렇게 해서 일명 ‘개구리 남자’의 공포가 시작된다. 다음번엔,
오늘도 개구리를 잡았다. 개구리를 잘 잡게 됐다. 오늘은 널빤지 사이에 끼워서 납작하게 짜부라뜨려 보자. 개구리는 전부 내 장난감이다.(62쪽)
란 쪽지와 그대로 되어 있는 시체. 사람을 마치 장난감처럼 여기는 이 연쇄 살인범의 공포가 온 도시를 휩쓸기 시작한다.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하고 온 도시는 패닉 상태에 이르게 된다.
각 단락의 제목은 이렇다. 매달다. 으깨다. 해부하다. 태우다. 고하다. 이를 통해 네 번에 걸쳐 일어나는 연쇄 살인의 내용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을 게다. 너무나도 끔찍한 사건. 겨우 찾은 피해자들 간의 공통점은 그 이름이 50음순의 차례였던 것(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성이 ㄱㄴㄷ인 순으로 피해자가 정해졌던 것.). 이에 도시는 완전 패닉 상태에 이르게 된다. 피해자가 어떤 이유가 있어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다음 번은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 이렇게 온 도시를 패닉상태로 몰고 가는 연쇄 살인범 개구리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는 독자가 소설 속 형사보다 훨씬 일찍 눈치 채게 된다. 소설이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서라기보다는 소설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미 여러 힌트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그렇다. 다시 말해 소설 속 형사들 특히, 주인공 고테가와 형사 역시 독자와 같은 힌트를 가지고도 범인을 눈치 채지 못하는 모습에는 다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쩜 풋내기 형사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작가의 의도였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범인의 정체는 그것이 다가 아니다. 역시 ‘대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작가답게 반전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작품이 말하는 메시지는 일본 형법 제39조에 대한 고민이다. 일본 형법 제39조 1항은 이렇다.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우리 형법 10조 1항 역시 이와 같은 내용이다.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과연 이 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네 사람이나 되는 생명을 빼앗았는데 정범이 정신 장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도 피를 묻지 않습니다. 아무도 벌을 받지 않아요. 이게 이 나라 법의 정신입니다(341쪽)
사람을 죽인 사람도 관해 상태를 인정받으면 사회에 복귀한다. 그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람을 잡아먹은 짐승을 다시 들판에 놔주는 일입니다. 들판에 놔주라고 외친 사람은 그 짐승과 나란히 살아가는 공포를 느낄 의무가 있어요.(342쪽)
어느 누구의 인권도 소중하다. 비록 그가 살인마라 할지라도. 하지만, 그 인권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사회 복귀를 말한다면, 그 사람 역시 그들의 위험성 앞에서 공포를 느낄 의무가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린 어쩌면 나와 상관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 쉽게 자신이 인권을 생각하는 고결한 인격의 소유자인양 말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범죄자를 더 고립시키고, 더 과한 형벌을 요구하자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가치들이 있고, 그것을 우리가 말한다면, 그 말에 따른 위험성과 공포를 우리가 감내할 의무가 있다는 측면에서 이 구절이 큰 울림이 된다.
다소 잔혹한 장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공식적인 첫 번째 두 개의 작품 가운데 하나라는 점만으로도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읽을 가치가 있다. 여기에 작품 자체도 흥미진진 재미나다. 풋내기 형사 고테가와 형사의 어린 시절 사연이 등장한다는 점도 작가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고테가와 형사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이 작품을 읽어야 할 이유가 된다. 아울러 고테가와의 성장도 기대해볼만 하다.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분명 좋아할 소설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