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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잭의 고백 ㅣ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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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복창교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모두 재미나게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책 『살인마 잭의 고백』을 제일 재미나게 읽었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이누카이 형사다.
도쿄 내에서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후카가와 서의 길 건너 공원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 다른 곳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 아닌, 바로 경찰서 코앞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게다가 끔찍하게도 모든 장기가 적출된 시신. 경찰서 코앞에서 버젓이 살인을 벌이고, 배를 갈라 장기를 적출하는 일로 인해, 경시청과 후카가와 서는 치욕으로 생각하며, 범인을 쫓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런 경찰을 조롱이라도 하는 듯 범인은 2번째, 3번째, 4번째의 희생자를 계속하여 낸다. 모두 한결같이 모든 장기가 적출된 시신. 그것도 의료전문가의 솜씨로 보이는 상태.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들. 게다가 모두 한 사람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받아 살아난 사람들이다. 죽음의 위기 앞에서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되살아난 생명을 또 다시 범인은 죽이고, 장기를 빼앗아 갔다. 범인은 누구일까?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 범인은 제법 빨리 오픈한다. 물론, 여기엔 반전이 숨겨 있지만 말이다.
소설은 끊임없이 장기이식수술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장기이식수술 이면에 감춰진 어둠을 드러낸다. 장기기증은 분명 누군가의 생명을 되살리는 고귀한 일임에 분명하다. 나 역시 십여 년 전부터 장기기증자로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소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뇌사상태를 누가 어떻게 규정지을 수 있느냐고.
더 나아가 소설은 이식 수술에 얽힌 이권을 고발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수술 의사도, 면역 억제제 제약회사도 결국엔 이식수술을 통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말이다. 의사와 제약회사간의 오랜 유착관계 역시 짚고 넘어간다. 그러며 소설은 의술이 인술을 펼치기는커녕, 산술로 전락해 버렸음을 한탄한다.
아울러 누군가의 장기를 이식 받은 이들이 짊어지게 될 삶의 무게와 이를 둘러싼 서로 다른 시각 역시 소설은 드러내며, 우리의 생각을 묻고 있다. 이 외에도 인터넷 댓글의 폭력성,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경쟁 등을 고발하기도 한다.
특히,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경쟁에 있어서는 나중에 출간된 『세이렌의 참회』(파주: 블루홀식스, 2018)에서 언급되는 데이토 tv가 벌인 엄청난 비윤리적 방송사고의 내용이 이번 책 『살인마 잭의 고백』에서 등장하고 있어 이번 이야기를 읽은 후, 『세이렌의 참회』를 읽게 된다면 그 내용이 연결성을 갖고 있어 좋을 것 같다(나의 경우, 『세이렌의 참회』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기에 이 장면이 더 반갑게(?) 느껴졌다.).
이처럼 소설은 연쇄살인범을 뒤좇는 미스터리와 함께 장기 이식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사회파 미스터리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작가의 소설들이 그렇듯 이번 소설 역시 다른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새로운 인물인 이누카이 형사이지만, 현경소속으로 그와 짝을 이루며 이번 사건을 맡아 좇게 되는 인물로 고테가와가 등장한다. 고테가와는 이번 이야기 역시 주연급인 셈이다(와타세 반장의 경우 이름만 몇 차례 등장한다.). 여기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인 미쓰자키 도지로 교수가 몇 번 등장한다.
역시, 작가의 스타일인지, 범인의 경우 반전이 있다. 『살인마 잭의 고백』을 읽으며, 이 땅의 의료계가 더 이상 산술과 상술의 노예가 아닌, 다시 의술을 펼칠 수 있게 되길 소망해 본다. 인술까진 아니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