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악동들 2 세계 최고의 악동들 2
데이비드 윌리엄스 지음, 토니 로스 그림, 성윤선 옮김 / 제제의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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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이야기꾼인 영국작가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세계 최고의 악동들이 두 번째 책으로 또다시 독자들을 찾아왔습니다. 이번 책 역시 첫 번째 책처럼, 10명의 악동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1권에 비해 이번 악동들은 더 심각한 악동들, 아니 악동이라 부르기에도 부족한 녀석들이 제법 있답니다. 어쩌면 괴물들이라 불러야 맞을 그런 녀석들이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괴물 같은 악동들로 인해 끔찍한 결과들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과연 작가는 이렇게 막가다가 어떤 결말을 맺으려는 걸까? 궁금하게 만들 정도로 말입니다.

   

 

엄청난 덩치로 태어나 뭐든 먹어치우는 배고픈 아기 움베르토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도, 심지어 엄마까지 먹어치우는 괴물 녀석입니다. 마치 킹콩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등장하고요. 이렇게 이번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악동들 가운데는 딱! 때려주고 싶을 만큼 못된 녀석들이 제법 등장합니다. 이야기 속 악동들 가운데서 편식 왕 프랭키”, “잔인한 크라리사”, “버릇없는 욕심쟁이 브래드등은 정말 그랬답니다. 때려주고 싶을 만큼 얄밉고, 고약한 녀석들이더라고요.

 

그럼, 이런 못된 녀석들, 책 제목마냥 세계 최고의 악동들이야기를 읽는 게 어린이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혹시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이런 못됨에 물들면 어떨까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걱정을 하는 분들을 위해 책 표지에는 이렇게 경고문이 적혀 있습니다.

 

절대 경고! 주의!

이 책을 읽지 마세요!”

 

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못된 악동들을 알게 되면 정말 그 못됨에 물들게 될까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이런 악동들의 모습을 보며 독자는 고개를 젓게 된답니다. , 독자는 이런 악동들의 모습에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되는 거죠. 그러니,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은 자연스레 악동들의 못된 모습에서 교훈을 얻게 될 겁니다.

  

  

예를 들면, 배고픈 아기 움베르토에서는 과식금지(식탐금지). 슈퍼스타 스테이시에선 자신의 주제파악을. 편식 왕 프랭키에서는 편식금지를. 등과 같이 말입니다.

 

, 이런 교훈적 의미를 찾지 않더라도, 이야기 하나하나는 너무 재미나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통해 즐거움을 찾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아닐까요? , 책읽기를 꺼려하는 자녀들이 있다면, 타고난 이야기꾼인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세계 최고의 악동들1,2권을 손에 들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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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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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의 시대적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단골 가운데 하나는 임진왜란이 아닐까 싶다. 우리 역사 가운데 가장 어둡고 암울한 역사이면서, 그렇기에 역설적으로도 수많은 영웅을 잉태한 시간. 그만큼 이야기로 풀 소재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그런 이유로 그동안 임진왜란이란 민족적 슬픔의 시간이 잉태한 수많은 영웅들을 만나왔다. 그러던 차, 김충선이라는 다소 생소한 영웅을 만나게 되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저자 이주호 작가의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역사 소설을 통해서다. 얼른 김충선이라는 인물을 찾아봤다. 있다. 그런 인물이 실제로. 임진왜란 당시 항왜(조선에 항복한 일본군) 장군으로 전투에 나섰고, 후에 임금에게 김충선이란 이름까지 사사받은 장군. 그 업적을 기리며, 대구 달성군에는 위패를 보관하는 서원(녹동서원)까지 세워진 인물이라니, , 새로운 영웅을 만날 기대감에 살짝 흥분하며 소설을 펼쳐본다.

 

소설을 펼치며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그는 왜 항왜가 되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가운데 언젠가부터 그런 궁금증보다는 히로(후에 사야가라 불리며, 김충선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소설 속 주인공)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다. 어느 순간 내가 히로가 되어 버린다. 히로의 가슴앓이도 내 것이 되고, 히로의 설렘 역시 오롯이 내 것이 된다. 히로의 갈등과 혼란, 위기의 상황이 내 것이 되어 함께 힘겨워하기도 한다. 히로의 꿈을 찾는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하기도 하고.

 

이 소설이 주는 보석 같은 선물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일본에서 자란 히로의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니, 전국시대 막바지의 일본 역사를 들여다보게 되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작가가 전해주는 일본을 무대로 한 전국시대 역사소설이란 점은 조금은 색다른 느낌과 함께 묘한 즐거움을 선사한다(뒷부분에서는 일본의 입장에서 임진왜란을 접근하는 대목 역시 색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처음 소설을 펼치며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가는 과정 역시 선물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런 해석은 작가의 것이다. 어쩌면 사실과는 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 스토리가 품고 있는 나름의 진실이 담겨 있다. 특히, 주인공 히로가 하게 되는 자신을 낳아준 조국에 대한 고민, 조국을 향한 질문과 그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 이런 과정을 통해, 오늘 나에게 조국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되며, 더 나아가 조국 앞에 난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히로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 역시 커다란 즐거움 이었다. 무사로서, 뎃포 장인으로서, 뎃포 부대의 책임자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소설이 주는 즐거움이었다. 때론 가슴 졸이기도 하고, 때론 함께 분을 내기도 하고, 때론 달콤한 성공에 웃음지어보기도 하는 시간들은 한 영웅의 발걸음을 함께 하는 보석 같은 즐거움이었다.

 

소설 속 히로는 자신의 꿈은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라 말한다. 그럼 히로는 답을 찾았을까? 그의 답은 무엇일까? 조국? 정체성? 아니, 어쩌면 히로에겐 사랑이야말로 조국이었으며, 인생을 붙잡아 주는 답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랬기에 소설을 통해 만나는 가장 반짝이는 보석은 히로의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다. 히로가 보여주는 사랑은 한 편의 노래가 되어 가슴을 울렁이게 만든다. 그 사랑에 설레게 되고, 눈물짓게 만든다.

 

밝아올 날을 위해 이제 그만 책장을 덮고 잠자리에 들어야만 하는데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 쉬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무엇보다 히로의 사랑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에 말이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여전히 잠을 이루기 힘들다. 한 영웅을 만난 행복한 흥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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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8-25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군 장수로 임진왜란에 참전했다가
항왜로 이름까지 하사 받은 사야가/김충선
이라는 정말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인물
에 대한 이야기선은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병자호란 때도 참전했다가 놀라울 따름
입니다. 조선인보다 더 조선인 같았던
삶, 곧 저도 만나볼 예정입니다.

중동이 2018-08-25 22:00   좋아요 0 | URL
저도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찾아보니 실존인물이더라고요.
대구에는 그 사당까지 있고요.
물론, 여전히 논란도 있지만요.

책 재미나게 보세요~^^
 
까칠한 아이 - 제25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눈높이 고학년 문고
남찬숙 지음, 백두리 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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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찬숙 작가의 장편동화 까칠한 아이는 제25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장편동화 부분 대상 수상작입니다. 과연 제목처럼, 어떤 까칠한 아이를 만나게 될지 궁금함과 기대를 품고 책장을 펼쳐 봅니다.

 

동화의 화자는 고양이 별이입니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사춘기 소녀를 들여다보고, 고양이의 시선으로 까칠한 소녀를 대하는 부모님을 들여다봄으로 오늘 우리의 가정을 들여다보게 하는 동화입니다.

 

고양이 별이(물론 이 이름은 동화 마지막 장면에서 주어지지만 별이란 이름을 써봅니다.)는 다소 까칠한 고양이입니다. 어쩌면 이 까칠함은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별이의 성격에서 나온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까칠한 고양이 별이는 엄마 곁을 떠나 까칠한 아이가 있는 지현이네 집으로 오게 됩니다.

  

  

그리곤 그 가정을 관찰하며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까칠한 아이지현이는 어떻게 까칠한 아이가 되었는지. 지현이를 까칠한 아이로 내 모는 이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까칠한 아이가 있는 가정이 회복되어지며, 까칠함이 깨뜨려지게 되는 지를 말입니다.

 

아무래도 부모의 입장에서 동화를 읽으며, 반성을 해보게 됩니다. 나 역시 동화 속 부모처럼, 아이들을 비교하고 있진 않은지.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가 아닌 내 기대를 투영하여 강요된 아이로 몰아세우고 있진 않은지 말입니다.

 

왜 꼭 언니처럼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만 나는 나인 걸. 우리 엄마도 그랬단 말이야. 고양이들은 저마다 다 다른 거라고.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거나 옳지 않은 건 아니라고 말이야.’(122)

 

부모의 기대와 요구를 강요함으로 아이를 까칠한 아이로 만들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해봅니다. 아이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 아이가 잘하고, 그것을 하며 행복해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마음껏 응원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아이의 까칠함 이면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이제 곧 사춘기에 접어들 딸아이 역시 까칠한 아이가 되고, 그 아이를 대하는 우리 역시 까칠한 부모가 되어 서로 소모적인 감정 대립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이 동화 까칠한 아이를 함께 떠올리며 서로에게 한 걸음 선뜻 다가갈 수 있는 가정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봅니다.

 

고양이의 목소리, 고양이의 시선으로 살얼음 같은 가정의 모습을 들려주기에 더욱 힘이 있는 동화입니다.

 

아주머니는 마치 곧 싸움을 앞둔 병사처럼 결의에 가득 찼어요. 그런 아주머니의 태도가 정말 이상해 보였어요. 아주머니는 지현이를 싸워서 이겨야 할 상대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왜요? 왜 그렇게 생각할까요? 아주머니랑 지현이는 엄마와 딸 사이잖아요. 굳이 그런 관계를 따지지 않아도 어른과 아이잖아요.(91-2)

 

아이들이 까칠해지고 튕겨나갈 때, 싸우지 않고 품을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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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반호 현대지성 클래식 12
월터 스콧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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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12번째 책인 아이반호를 읽게 되었다. 고전소설 아이반호를 완역번역본으로 읽게 된다는 흥분과 기대로 책장을 펼쳐든다.

 

어느 시인은 이런 말을 했다.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권위를 지닌 책이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어떤 외국 소설가는 이렇게 말했다. 고전은 지금 읽고 있는책이 아니라, 언제나 지금 다시 읽고있는 책이라고. 파우스트를 지금 읽는다고 하면 교양을 의심받을 수 있기에 다시읽는다고 퉁친다. 사랑스런 위선이다. 모든 책은, 영화는, 그림은, 심지어 삶조차 다시 읽혀야할 무엇이다. 처음 읽으면서 다시 읽는다고 하는 것은 유치한 앞가림이지만, 다시 읽기는 언제나 처음 읽기다. 진정한 반복은 없다. 반복은 다시 겪는 처음일 뿐이다. 들었어도, 읽었어도 그 속에서는 다른 울림이 튀어나오지 않던가. 낯익지만 낯선 이 순간.

- 박세현, 시인의 잡담중에서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권위를 지닌 책이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는 글귀가 오늘 우리가 고전을 대하는 태도를 대변한다. 7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툼한 책. 게다가 요즘 출간되는 소설치곤 글자 크기도 상대적으로 작은 느낌이다. 여느 소설들의 경우, 한 페이지에 21-22줄 정도가 요즘은 읽기 편한 편집인 듯 싶다. 그에 비해 이 책은 27줄이나 된다. 그러니 시작부터 주눅이 들 법하다.

 

그럼에도 여태 짧게 각색된 내용으로만 접했던 아이반호를 완역 전부를 읽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각오를 다지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라? 따분하지 않다. 지루하지 않다. 솔직히 전부 읽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그럼에도 지루할 새 없이 읽게 되었다. 각색된 내용을 통해 전체적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져 책장을 넘기게 된다.

 

아이반호는 역사소설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자심왕 리처드가 그렇다. 여기에 잉글랜드 민담 속 주인공인 로빈 후드 역시 등장한다(로빈 후드가 누구일지는 소설을 읽는 가운데 등장하는 순간 아, 이 사람이 로빈 후드구나 알 수 있다.). 여기에 <로빈 후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몇몇 등장하여 이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또한 요즘도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인 흑기사의 유래가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런 고전을 읽는다는 특별한 감회 역시 고전이 주는 선물이다.

 

12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전역사소설 아이반호는 역사소설이다. 그렇기에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사회의 다양한 갈등구조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타락한 귀족들, 타락한 종교인들의 작태가 가득하다. 자신들의 존재목적 내지는 본질을 상실해 버린 자들, 그런 그들에게 힘이 주어졌을 때, 얼마나 위험한 일들이 벌어지는 지를 소설 속에서 줄곧 발견하게 된다. 이런 본질을 상실한 자들의 모습은 등장인물들 간의 풍자와 해학, 익살 가득한 대화에서도 두드러지게 표현된다.

 

아이반호는 역사소설이면서 또한 연애소설이다. 아이반호와 로웨나 공주, 그리고 레베카 간의 사랑. 애설스텐, 드 브라시, 브리앙 등의 두 여인을 향한 관계가 얽혀 있어 재미(?)를 더한다. 결국 이 사랑의 결말이 어떻게 지어지게 되는지가 소설의 결말로 주어지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고전이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특히, 마상시합 장면, 토퀼스톤 성 함락 사건 장면들은 박진감 넘치는 내용이다. 마치 무협소설을 읽는 것 마냥, 대하드라마를 시청하는 것 마냥 몰입하게 만든다. 마녀재판에 넘겨져 자신을 구할 기사를 기다리게 되는 레베카의 모습이 묘사되는 소설 후반부에선 마음을 졸이게 되고. 흑기사가 빨리 나타나길 바라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사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로의 흑기사는 소설 속 흑기사가 아닌 아이반호지만 말이다.).

 

이런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내용들 뿐 아니라 소설을 읽으며, 마음을 젖어들게 만든 몇 장면 가운데 하나는 아이반호의 아버지인 세드릭과 울리카 와의 대화 장면이었다. 울리카는 귀족의 딸이지만 아버지와 가족을 죽인 원수의 노리개가 되어 살아온 한 많은 여인이다. 이 여인을 바라보는 세드릭의 시선은 마치 우리 역사 가운데, ‘화냥년이란 단어를 만들어낸 시선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긴 분량만큼이나 몰입해서 읽은 관계로 빠져나오는데 조금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다시 처음 어느 시인의 말로 돌아가 보자. 고전소설인 아이반호는 그 내용이 흥미진진 재미날뿐더러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 외에도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제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소설의 세계에서 빠져나와야 할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기에 언젠가 다시 책을 펼쳐 읽음으로 어떤 외국 소설가가 말했다는 것처럼, 정말로 지금 다시 읽고있는 고전이라 말하게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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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의자로 앉아 있다 도토리숲 동시조 모음 8
박방희 지음, 허구 그림 / 도토리숲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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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란 장르를 떠올리면 고리타분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이는 저만의 선입견일 수 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장르처럼 느껴지는 시조동시가 만나면 어떨까요?

 

역시, 따분하고 어렵지 않을까?’, 아님 조금 쉽게 따분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어요. 저도 어쩐지, 동시와는 다르게 동시조라고 하면, 어렵고, 예스럽다는 생각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시조는 형식이 있기에 딱딱한 느낌 역시 갖게 되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요즘, 동시조집을 몇 권 만났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따분하고, 어려울지 몰라.’ 이런 생각은 완전히 편견에 불과했답니다. 오히려 동시조는 맑고, 재미나고, 쉽답니다. 특히, 박방희 시인의 동시조집 나무가 의자로 앉아 있다는 더욱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방희 시인의 동시조집은 두 번째 만나게 되었답니다. 역시 이번에도 맑은 에너지 하나 가득 선물 받게 됩니다.

 

오늘은 우리 해님 얌전하다 싶었는데 // 산 넘어 / 집에 가며 / 기어이 / 불장난질 // 자다가 / 오줌 쌀지 모르니 / 비설거지 / 해야겠죠?

< 저녁놀 > 전문

   

 

이 동시조를 감상하는데,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예전엔 불장난하면 자다 오줌 싼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죠. 아무래도 요즘보다 불장난할 기회가 더 많던 시절이었기에 불장난을 경계하기 위한 어른들의 계략이었을 텐데, 이런 말이 불장난을 억제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빈 공터에서 낙엽 잔뜩 모아 성냥으로 불을 붙여 보려다가도 밤에 정말 자다 오줌 쌀까봐. 그래서 온 동네에 창피한 녀석으로 소문이 날까봐서 불장난에 대한 경계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랍니다.

 

그런 아이들(어쩌면 지금 아이들의 마음과는 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의 마음으로 저녁놀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부러웠답니다. 저녁놀을 아이들의 불장난과 연결하고, 오줌을 비설거지와 연결하게 되는 시인의 발상에 무릎을 탁하니 쳤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 또 하나의 동시조가 있었어요.

 

배고픈 산토끼가 / 먹을 것 찾아 나와 // 깡충 깡충 눈밭에 / 발자국을 찍어 놓네 // 제 굴을 안 들키려고 / 어지러이 찍어 놓네

< 산토끼의 꾀 > 전문

   

 

어린 시절 겨울방학을 맞아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에 사촌들과 함께 모였던 적이 있어요. 마침 밤새 눈이 내려 자고난 아침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였답니다. 사촌들과 함께 눈 덮인 뒷동산에 산토끼를 잡겠다고 몰려갔는데, 정말 산토끼들 발자국이 제법 많더라고요. 곳곳엔 녀석들의 배설물도 있어, 한껏 토끼 사냥의 성공을 예감하며 들떴던 우리들. 하지만, 아무리 발자국들을 쫓아 가 봐도 토끼는 그림자도 구경하지 못했답니다.

 

우리들의 미숙한 사냥실력만 내심 꾸짖었는데, 이 동시조를 읽곤, 아하~ 우리의 미숙함만이 아닌 토끼의 꾀에 속았던 거구나 싶더라고요. “제 굴 안 들키려고/어지러이 찍어 놓은 발자국에 속아 한껏 들떴던 거구나 싶어 한참을 웃었답니다.

 

이 두 동시조 외에도 미소 짓게 만들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동시조들이 가득하답니다. 박방희 시인의 동시조집 나무가 의자로 앉아 있다를 통해, 맑은 에너지 하나 가득 선물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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