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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라이즈 ㅣ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평점 :
타인의 불륜행각은 어쩌면 나에겐 그저 가십 거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아내, 내 남편의 불륜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면? 이건 결코 가십에 머물 수 없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여기 그처럼 결코 원치 않는 경험으로부터 시작되는 미스터리 소설이 있다. 『리얼 라이즈』란 제목의 소설이다. 제목 마냥 온통 거짓으로 가득한 소설이다. 과연 어떤 거짓을 만나게 될지 두려움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든다.
주인공 ‘나’는 교사로서 아내의 직장생활을 적극 지지하는 사람이다. 아내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진급을 포기하고 수업도 조금 맡아 가르치며, 아들의 양육에 신경을 쓰던 ‘나’. ‘나’는 어느 목요일 저녁 네 살 된 아들을 태우고 길을 가던 중, 아들이 차량 행렬 가운데서 엄마의 차를 발견하던 순간 삶이 뒤집어져버린다. 우연히 만난 반가움으로 아내를 따라 들어간 곳에서 아내는 다른 남자와 다투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 그 사내는 바로 아내의 절친의 남편이었다. 그래서 ‘나’와도 안면이 있던 사이. 둘은 무슨 관계인 걸까? 왜 둘은 이런 공간에서 함께 있는 걸까?
아내에게 물어보니, 아내는 그곳에 간적이 없단다. 거짓말이다. 이렇게 아내의 거짓말은 시작된다. 이와 함께 ‘나’의 시간은 뒤집어진다. 아내를 향한 의심, 아내의 거짓말, 그리고 드러나는 증거들. 아내의 거짓은 캘수록 나온다. 이렇게 부부간의 신뢰는 깨어지고. 과연 깨진 부부간의 신뢰는 회복될 수 있을까? 아니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의미가 있긴 할까?
그런데, ‘나’는 더욱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아내의 ‘외도’를 목격했던 호텔 주차장에서 상대 남성 벤을 만나 몸싸움이 벌어지긴 했지만, 분명 벤은 살아 있었다. 그런데, 벤이 실종되었다. 그리곤 점차 경찰은 벤이 살해되었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모든 정황이 살해되었음을 가리킨다. 그 살해용의자는 다름 아닌 ‘나’. 점점 증거들은 ‘나’를 살인자로 몰아세운다.
문제는 살해되었다고 의심되는 실종자 벤은 ‘나’에게만은 살아 있어 접근한다. 자신을 조롱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컴퓨터에 이상한 메시지를 심어 놓기도 한다. 여전히 아내와도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심지어, ‘나’의 페이스북에 장난질을 걸기도 한다(벤은 IT 전문가다.). 실제 ‘나’는 벤과의 약속장소에서 벤이 살아 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물론, 이 장소에 나간 일로 더욱 ‘나’는 살인자로 몰려가게 되지만. 이렇게 벤은 ‘나’에게는 살아 있음에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죽어 사라진 것처럼.
이렇게 살인자의 누명은 점점 더 ‘나’를 옥죄어 오는 가운데, 어떻게든 누명을 벗으려 몸부림치지만, ‘나’는 촘촘한 거미줄에 걸린 한 마리 곤충에 불과하다. 몸부림치면 칠수록 더욱 그물망에 더욱 단단히 ‘나’를 얽어맨다. 벤의 생존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살인자의 누명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과연 ‘나’는 살인자의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소설 『리얼 라이즈』는 몰입도가 강하다. 소설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술술 읽힌다. 그러면서도 상당히 힘들었다. 주인공 ‘나’에게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 부부관계는 어떤 관계보다도 신뢰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신뢰는 산산조각 깨져버렸다. 이미 들통 난 관계에서도 여전히 아내의 거짓은 계속된다. 이런 과정, 신뢰가 깨어져가는 과정을 바라봐야 하는 독자의 마음이 자꾸 주인공 ‘나’에게 이입이 되면서 힘겨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깨어진 신뢰로 인한 힘겨움보다 더 마음 졸이게 하는 건 주인공 ‘나’를 살인자로 몰아세우는 어둠의 손길 때문이다. 이겨보려 해도 매번 지기만 한다.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다. 마치 촘촘한 거미줄에 걸린 한 마리 곤충이 된 것 마냥. 바로 여기에서 이 소설이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임을 알 수 있다. 소설을 읽는 독자마저 얽어매는 이야기. 어서 빨리 마수에서 벗어나 누명을 벗어버리는 기쁨을 누리길 응원하지만, 그런 순간은 멀기만 하다. 그래서 더욱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역시 대단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에 허탈함 마저 느끼게 된다.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지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어서 빨리 책장을 펼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