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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
김재희 외 지음 / 도서출판바람꽃 / 2018년 7월
평점 :
강원도 정선군에 고한읍이란 곳이 있다. 석탄 산업이 호황을 누릴 시기 사북읍과 함께 신흥관업도시로 성장한 곳인데, 석탄 산업의 쇠락과 함께 같은 운명을 겪고 있는 마을이다. 이곳에 한국 최초로 추리마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고한추리마을’이 그것이다. 바로 이곳 ‘고한추리마을’을 배경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소속 열 명의 작가들이 단편소설을 써 하나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란 제목의 소설집이다.
‘고한추리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열 개의 단편추리소설. 이들 작가들이 추리마을을 직접 답사하고 썼기에 소설 속 배경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고한읍을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열편의 단편을 읽고 난 후엔 마치 고한읍에 다녀온 것 마냥 그곳 풍경들이 눈에 그려지기도 한다(물론,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이리저리 살펴보는 가운데 고한읍의 풍경이 눈에 익게 된 것 역시 사실이겠지만 말이다.).
실제 존재하는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리의 향연이기에 더욱 현장감이 있게 느껴진다. 또한 열 명의 작가의 작품이기에 열편의 단편은 서로 다른 자신들만의 색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느낌의 추리소설들이기에 더욱 풍성한 느낌이다. 여러 가지 색깔이 모여 무지개를 만들어내고, 서로 자신들만의 색깔로 옷을 갈아입은 가을 산이 풍성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때론 익히 알던 캐릭터를 만나 반가운 마음을 품게도 된다. 작가들에겐 죄송하지만, 각 작품을 비교하며 혼자만의 월드컵을 진행하며 순위를 매겨보는 시간 역시 혼자만의 행복한 시간이다(순위는 비밀^^).
단편추리소설집,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 를 읽고 난 후엔 아무래도 고한읍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된다. 아마 그곳을 여행할 때엔 묘한 기시감에 행복해할지도 모르겠다. 정암사 수마노탑 주변을 거닐 땐, 이곳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떠올릴지도 모르겠고.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연결하는 모노레일에선 이곳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트릭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고한고등학교 운동장을 거닐면서는 괴담과 함께 다소 웃기고 뭉클한 사제지간을 그려볼 테고 말이다.
이처럼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써내려간 소설은 특별한 장소에 이야기의 옷을 입혀준다. 바로 이것을 목적하며 만들어냈을 소설집. 그 목적한 바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열편의 추리소설 하나하나 추리소설로서도 모두 재미나기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