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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교실 ㅣ 한무릎읽기
김해우 지음, 임미란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8년 7월
평점 :
김해우 작가의 신작 동화 『표절 교실』은 표절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어주는 동화입니다.
주인공 김시인은 자신의 이름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답니다. 특히, 이번 백일장에서 시를 써야 하는데, 이름이 시인인 만큼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죠. 그래서 결국엔 자신이 읽었던 시집의 시를 그대로 옮겨 쓰게 됩니다. 도서관에서도 먼지가 쌓여 있던 책인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기에 아무도 모르는 시랍니다. 이렇게 해서 시인은 백일장에서 상을 타며 이름 그대로 시인 대접을 받게 됩니다.
그런 시인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어느 날 ‘영혼 사냥꾼’이 시인을 찾아온 겁니다. 이즈음 주변에서는 연달아 실종사건이 일어납니다. 친구들도, 어른들도,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바로 ‘영혼 사냥꾼’과 연관되어 있음을 시인은 알게 됩니다. 결국 시인 역시 ‘영혼 사냥꾼’에 의해 ‘표절 교실’이란 곳으로 끌려가게 되죠.

과연 시인은 ‘표절 교실’에서 다시 풀려날 수 있을까요? ‘교실’이란 뭔가를 배우는 공간인데, 시인은 과연 이곳 ‘표절 교실’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까요?
동화는 누군가의 노력의 대가를 표절하는 행위는 그 사람의 영혼을 훔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남의 영혼을 훔치는 자들은 영혼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도리어 자신 역시 ‘영혼 없는 자’들이 됩니다. 이렇게 남의 것을 표절함으로 ‘영혼 없는 자’가 된 사람들이 머물게 되는 공간이 ‘표절 교실’이고요.

동화 속에서 표절한 사람들을 ‘표절 교실’로 데려가는 주문은 이렇습니다.
“영혼 없는 자들이 머물 곳은 메마르고 차가운 교실. 그곳에서 베끼고 베끼고 베낄지어다.”(56쪽)
남의 수고한 결과물을 아무런 생각 없이 베낀 자들이 받을 벌은 계속하여 베끼는 겁니다. 이를 통해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처럼 동화는 내가 행한 일은 다시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진리를 알게 합니다.
동화 속에서 시인네 엄마는 ‘시인의 떡볶이’라는 분식집을 하는데, 어느 날 건너편에 ‘떡볶이 삼행시’라는 분식집에 생기면서 또 하나의 위기가 시작됩니다. 그곳 ‘떡볶이 삼행시’는 분식집 제목부터 시인네 집과 비슷하면서도 떡볶이 맛이 너무나도 똑같답니다. 새롭게 생긴 그곳의 사장님이 ‘시인의 떡볶이’ 가게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시인네 엄마만의 양념 비결을 몰래 빼간 겁니다. 이런 일로 인해 시인네 가게가 어려움을 겪게 되죠.
이렇게 동화는 나의 표절은 누군가의 영혼을 다한 노력을 빼앗는 것만이 아니라, 나 역시 누군가에 의해 표절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남의 수고한 결과물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게 되면, 내가 이익일 것 같지만, 결국엔 나에게 그 피해가 돌아오게 됨을 말입니다.

남의 시를 표절한 주인공 시인의 모습은 분명 잘못입니다. 그런데, 잘못한 후에 전교생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주인공의 용기가 참 멋집니다. 누구나 순간의 욕심으로 실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수 이후에 어떤 자세를 보이는지가 아닐까요?
동화는 재미나게 진행되면서도, 또한 ‘표절’이란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하는 좋은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