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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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넨 미키토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건 가면병동을 통해서였다. 당시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인데, 그동안 출간된 작가의 몇몇 작품들을 미처 읽지 못하다 이번에 출간된 작품 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를 반가운 심정으로 만나게 되었다.

 

현직 내과의사라는 이력을 가진 작가답게(?) 이번 소설 역시 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등장인물 역시 의사와 환자다. 경치 좋은 바닷가 작은 마을의 병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인 우스이 소마는 수련의 과정을 밟고 있는 의사다. 그런 우스이는 하야마곶 병원이라는 한적한 시골 바닷가 마을의 병원으로 한 달 간 파견 근무를 하게 된다. 그곳 병원에서 담당하게 된 환자들 가운데 인상 깊은 환자가 있다.

 

엄청난 유산의 상속녀인 유가리 타마키(‘는 유카리라 부른다.)씨인데, 그녀는 머리에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수술도 할 수 없는 커다란 뇌종양 덩어리가 뇌 속에 자리 잡고 있어,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여인. 그 유카리 씨와 함께 하는 동안 의 가슴 속엔 유카리 씨가 깊숙이 자리하게 된다.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던 의 마음은 유카리 씨에게 스르륵 열려버린다.

 

그런 유카리 씨가 죽었다. 그런데, 외부출입을 두려워하던 유카리 씨가 먼 도시에서 홀로 죽었다는 사실에 의심을 품고 다시 병원을 찾게 되는데, 이게 웬일인가? ‘는 유가리 타마키 씨를 진료한 적이 없다는 것. 게다가 유카리 씨와 함께 하던 그 병실 역시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는 것. 병원장은 극심한 스트레스 가운데 피폐해진 의 마음이 만들어낸 망상이라고까지 하는데. 과연 는 유카리 씨를 정말 만난 적이 없는 걸까? 이에 는 유카리 씨의 흔적을 좇아가게 되는데.

 

사실, 소설 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는 미스터리 소설답지 않게 진행된다. 미스터리 소설, 추리소설인 줄 알고 소설을 시작했는데, 언젠가부터 추리소설이란 생각도 잊고 소설에 몰입하게 된다. 그러다가 추리소설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할 때쯤 되어서야, 불가해한 일(또는 사건)이 펼쳐진다. 소설은 이미 3/4정도가 진행된 뒤인데 말이다. 그때서야, ‘맞아, 이 소설 추리소설이었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게 뭐지? 싶다. 추리소설인데, 본격적으로 미스터리가 시작되는 건, 소설이 기껏 해야 1/4정도밖에 남지 않은 지점이라니. 그럼에도 추리소설로서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심지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엔, 소설 전체가 미스터리 장르에 속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본격미스터리이면서도, 전혀 추리소설답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소설의 전반부(실제로는 3/4정도다.)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젊은 총각 의사와 시한부 인생으로 머릿속에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여인, 소설의 제목처럼 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살아가는 가녀린 여인 간의 사랑 이야기다. 그 사랑이 가슴을 적신다. 감동에 마음이 차오르기도 하고. 그러니 소설은 감동소설이자, ‘연애소설이 더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은 후엔, 확실한 추리소설이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런 묘한 분위기의 소설, 참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만났다는 생각에 책을 덮은 후 한참을 행복했다. 소설이 주는 그 잔향을 오랫동안 음미하기도 했다.

 

소설은 다양한 주제들이 맛난 비빔밥처럼 골고루 비벼져 있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 그들로 인해 생각하게 되는 죽음이란 괴물, 그리고 삶의 축복. 가족을 버린 아빠의 행동 이면에 담겨진 진실, 그로 인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가족애. 재물에 대한 집착, 그 탐욕이 낳는 죄악. 다이아몬드 새장에 갇힌 병든 작은 새와 건강하게 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작은 새, 어느 쪽이 더 행복한지. 등등. 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주제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각설하고, 소설은 재미있다. 감동이 있고. 추리소설의 불가해성, 서스펜스, 그리고 반전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연인간의 사랑, 그 애틋하고 뭉클한 감정까지. 암튼, 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 강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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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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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네 번째 책인 인형관의 살인이 마침 집 앞 도서관에 있어 빌려봤다. 이 책은 앞의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외딴곳이 아니다. 사건이 벌어지는 인형관은 도시 속에 있다. , 소설은 클로즈드 서클형태의 추리소설은 아닌 것이다(시리즈 앞의 3, 십자관의 살인, 수차관의 살인, 미로관의 살인은 모두 외딴 곳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클로즈드 서클미스터리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분위기가 묘하다는 점. 인형이 주는 묘한 분위기 탓일까? 어쩐지 불가해한 존재가 사건 이면에 도사리고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다. ‘인형관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괴기스러운 인형들이 이런 분위기 조성에 한 몫 한다. 게다가 주인공 의 내면에서 들려지는 이상한 음성들은 거듭하여 들려지는 전개 역시 이런 분위기 조성에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 또 하나의 색다른 점이 있다. 이번엔 ’,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이 진행된다는 점 역시 기존의 <관 시리즈>와는 다른 점이다.

 

소설을 읽으며, 과연 범인이 누구일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몇몇 의심스러운 등장인물들이 있는데, 이런 인물들을 의심하며, 한쪽으로는 혹시?’하며 의심을 품는 인물이 있다. 그러다가도 에 대한 답으로 소설을 읽는 내내 누구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존재가 있다. 하지만, ‘에이 설마, 아닐 거야. 설마 아야츠지 유키토가 그런 식으로 쉽게 가겠어?’ 이런 식으로 작가를 믿고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있는데, 아뿔싸! 정말 그 인물이다. 순간, ‘! 이런 식으로 범인을 설정해 버리다니. 무책임하게.’ 라고 생각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이런 무책임한(?) 범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격이 전혀 떨어지지 않게 느껴짐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주인공 인 소이치는 아버지(오랫동안 왕래가 없던)의 죽음 이후, 유산으로 남겨진 아버지의 집을 찾게 된다. 어머니와 함께(이 어머니는 실제로는 이모다. 즉 아빠에겐 처제인데, 소이치는 아버지의 버림을 받고, 이모와 이모부에게서 길러진다.). 이곳이 바로 인형관이다.

 

인형관에 온 뒤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누군가 우편함에 유리조각을 넣어 소이치를 다치게 하고, 소이치에게 죄를 기억해 내라.”는 둥 협박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어느 날엔 집 앞에 돌멩이들이 의미 없이 놓여 있기도 하고, 어느 날엔 머리가 눌려 죽은 고양이가 집 앞에 놓이기도 한다. 잠긴 소이치의 작업실 인형들에 붉은 물감이 칠해지기도 하고. 그런데, 이 모든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실제로는 꽁꽁 감춰둔 과거의 죄,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다 결국 소이치의 엄마(실제로는 이모)가 화재로 죽음을 당한다. 과연 이 끔찍한 범인은 누구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소이치가 이런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라게 된다. 그러면서 찾게 되는 인물이 바로 시마다 기요시(관 시리즈의 탐정역). 감칠맛 나게 시마다 기요시는 나올 듯 나올 듯 하면서도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위기에 빠진 소이치에겐 그리운 친구인 시마다 기요시, 빨리 그를 부르길 응원하며 소설을 읽게 되는데, 과연 시마다는 언제 등장하는 걸까? 사실 이렇게 시마다 기요시의 등장이 늦춰지는 것이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에게 조바심을 갖게 함으로 또 하나의 멋진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이상한 사건들, 끔찍한 사건과 위기 앞에서 소이치의 잊힌 과거 기억들이 조금씩 살아나게 되는데. 정말 소이치는 누군가 보낸 협박 쪽지처럼 기억해내야만 했던 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들과 얽힌 인물들이 현 인형관에 살고 있는 이들이라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소설은 이처럼 어쩐지 괴기스러운 건물과 사건들, 그리고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통해, 범인이 누구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물론, 그런 가운데, 설마 아무개는 아니겠지 싶었던 인물이 범인으로 드러나는데,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너무 편하게 범인을 정한 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런 설정이 더욱 소설을 이런저런 모습으로 독자를 미궁 속으로 빠뜨리고,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탁월한 설정이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무튼 소설은 재미나다. 특히, 잃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장면, 그럼으로 소이치가 과거 어린 시절 벌였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왜 소이치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의 버림을 받고 이모 손에 길러져야만 했던지, 소이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대목이 말이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들을 이제야 접하고 몇 편의 작품들을 연달아 읽었는데, 접할수록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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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시장 돌프 - 제2회 교보문고 동화공모전 대상 수상작
이재문 지음, 장서영 그림 / 마카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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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교보문고 동화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어린이 시장 돌프는 우리의 개념이 뒤집어지고, 상황이 뒤집어지고, 생각이 뒤집어지는 반전이 가득한 동화입니다.

 

먼저, 못된 산타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캐롤 가운데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란 가사 속의 내용을 작가는 살짝 비틀어 생각합니다. 그랬더니, 산타는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마냥 마음 좋은 푸근한 할아버지만은 아닙니다. 선물을 빌미로 아이들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어른을 상징합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협박을 공공연하게 일삼는 어른입니다. 게다가 정말 말을 잘 듣는지 아닌지 감시하는 감시자이기도 하죠. 그래서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는 겁니다.

 

이런 반전이 유쾌합니다. 아울러 어른인 날 돌아보게 됩니다. , 나도 아이들에게 선물을 빌미로 협박하고 회유하고 거래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는지 말입니다. 모든 것을 알고 감시하려는 스토커 같은 부모는 아닌지 말입니다.

 

동화 어린이 시장 돌프에서 가장 유쾌한 반전은 어린이와 어른의 위치가 바뀌는 겁니다. 어린이들은 언제나 어른이 하라는 대로만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어른이라는 자리가 권력이 되어 자신들은 하지 않는 일을 어린이들에게는 강요하고, 어린이들은 못하게 하는 것을 자신들은 마음껏 행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자신의 의지 없이 시키는 일만 하며, 억눌린 아이들이 귀여운 반란을 일으킵니다. 어린이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면서, 어린이를 대표하는 돌프가 시장 후보가 되고, 결국 당선이 되거든요.

 

이때부터 돌프가 공약했던 것들이 현실이 됩니다. 이제 달력은 토일토일토일월로 바뀝니다. 학교는 월요일에만 가면 되는데, 일주일에 딱 한 번이죠. 게다가 학원이 사라집니다. ‘어른시는 이제 이름도 어린이시로 바뀌게 됩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불량식품을 마음껏 사먹어도 되고요. 밥은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됩니다. 스마트폰 게임을 실컷 해도 되고요. 이렇게 자유를 얻은 어린이들은 행복하겠어요.

 

그런데, 이런 자유가 방종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어린이들은 책임적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릅니다. 바로 여기에서 동화의 가장 멋진 성장이 시작됩니다. 책임 없는 자유만을 누리며 방종으로 나아가는 어린이들이 하나둘 변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짐승으로 말입니다. 끄떡하면 어린들이에게 그렇게 하면 짐승 된다던 어른들의 말이 진짜가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모두가 짐승으로 변해버리는 어린이들. 바로 여기 절망의 바닥에서 성장이 일어납니다. 어린이들은 자각하기 시작합니다. 버렸던 문제집, 교과서를 찾아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어지럽혔던 학교를 깨끗하게 정돈하기 시작합니다. 음식쓰레기로 가득했던 급식실은 이제 스스로 맛난 음식을 만들고 맛나게 먹는 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비로소 스스로의 성장을 가져옵니다. 너무나도 멋진 반전이 일어납니다.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반전은 짐승으로 변하는 모습입니다. 어린이들이 책임 없는 방종적 자유를 누릴 때, 짐승이 되었던 것처럼, 나중에는 어른들 역시 짐승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탐욕으로 가득하여 자기 멋대로 하는 어른들이 말입니다. 어린이들을 함부로 대하고 자신들 뜻에 따라 어린이들을 짓누르려는 어른들, 아이들을 자기 뜻대로 주무르려 하는 자들은 짐승이 됩니다. 이처럼 어린이들도 어른들도 자기 멋대로 하며, 자신의 욕망의 노예가 된 사람들은 짐승이 됩니다. 그러니 작가는 동화를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여러분들도 두 발로 걷는 짐승은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돌프는 다릅니다. 여기에도 작가가 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돌프는 도리어 산타 말대로만 행하면 짐승이 됩니다. 자신의 의지, 자신의 생각 없이 그저 어른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코가 빨간 사슴 루돌프가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대로 당당히 맞서고, 억압의 현실에서 도망칠수록 사람이 되죠. 이 역시 멋진 반전이 아닌가 싶어요.

 

자기 멋대로 하는 자도, 자신의 의지가 없이 하라는 대로만 하는 자도 짐승이 되는 모습을 보며, 나의 모습은 어떤지 돌아보게 됩니다.

 

동화 어린이 시장 돌프는 재미나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유익한 동화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는 언제나 긍정적인 반전이 가득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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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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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아카가와 시 시리즈> 3번째 책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를 읽었다. 2003년 작품으로 2011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탐정 우카이, 조수 류헤이, 그리고 조수이자 건물주인 아케미가 한 팀을 이루고, 형사 측에선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가 한 팀을 이루어 등장한다. 2권인 밀실을 향해 쏴라에서는 완전 덤 앤 더머 콤비로 등장했던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가 이번엔 달라졌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스나가와 경부의 번뜩이는 추리력이 돋보인다.

 

2밀실을 향해 쏴라의 주죠지 저택에서의 사건 해결을 통해 이름을 날린(?) 우카이 탐정에게 또 다시 사건의뢰가 들어온다. 이번 의뢰인은 입지전적인 사업가 마네키스시 사장인 고도쿠지 도요조. 그가 의뢰한 것은 한 마리 삼색 털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것. 놀랍게도 고양이 한 마리 찾는 일에 선뜻 120만 엔이라는 고액 계약을 맺게 된다. 이에 우카이는 조수이자 전 처남인 류헤이와 함께 고양이 찾기에 나선다. 이일에 탐정사무소 건물주인 아케미 역시 협력하게 되고.

 

그런데, 고양이를 찾아달라고 의뢰했던 도쿠지 도요조가 살해되고 만다. 그의 집 앞 비닐하우스 안에서. 의문스러운 것은 사건이 일어난 날 비닐하우스 앞엔 커다란 마네키네코 상(일본에서 복고양이로 알려진 고양이 상)이 세워져 있었던 것(이 상은 마네키네코 광이라 불리는 도쿠지 도요조 저택 정문 앞에 세워져 있던 커다란 상이다. 정문 앞에는 커다란 마네키네코 한 쌍이 좌우에, 후문에는 조금 작은 마네키네코 한 쌍이 세워져 있다. 뿐 아니라, 도쿠지 도요조가 운영하는 모든 식당 앞에는 이런 커다란 마네키네코 상이 세워져 있다. 심지어 도쿠지 도요조는 집안에 수많은 마네키네코 상을 수집하고 있다.). 범인은 이 마네키네코 상을 왜 옮긴 걸까?

 

당시 사건이 일어난 날 주변을 오가던 사람들의 목격담을 들어본 결과, 이 커다란 상은 자정쯤 비닐하우스 문 앞에 세워졌고, 새벽 2시 반 쯤에 잠시 사라졌다가 3시쯤엔 다시 나타나 사건이 목격된 아침까지 비닐하우스 문 앞에 서 있었다. 이 목격이 사건의 진실을 아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또 하나 사건이 일어난 시점을 알 수 있는 결정적 증언은 사건 현장에 납치되어 의자에 묶여 아버지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딸 마키의 증언이다. 사건 현장인 비닐하우스 안에 납치되었던 마키의 증언에 의하면 사건이 벌어질 당시 비닐하우스 문 앞엔 커다란 마네키네코가 세워져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용의자들의 12시 이후 알리바이를 조사하는데, 놀랍게도 저택에 관계된 용의자들은 12시 이후 새벽 2시나 3, 또는 밤새 알리바이가 확실하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비닐하우스(이곳에서 10년 전 미결 살인사건이 일어났었다. 그 사건과의 관계는?)에는 어떤 트릭이 있는 걸까? 또한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마네키네코 상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번 이야기에서는 스나가와 경부의 번뜩이는 추리력이 돋보인다. 마치 스나가와 경부가 새롭게 태어난 듯한 느낌이다. 스나가와 경부가 비닐하우스에 숨겨진 트릭을 밝혀낸다.

 

그렇다고 해서 탐정 우카이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우카이의 결정적 역할은 삼색 털 고양이에 숨겨진 비밀이다. 이를 통해, 10년 전 사건의 전말도 밝혀지고. 또한 마네키네코를 이용한 알리바이 조작 역시 밝혀낸다.

 

이번 사건에서도 알리바이 조작이 숨겨져 있다. 이 조작에 이용한 것이 바로 마네키네코와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마키의 증언이다. 물론, 이런 증언을 위해 사용되어진 것은 트릭 아트 속임수. 여기에 다잉 메시지까지.

 

처음엔 수많은 고양이들이 등장하고, 수많은 마네키네코가 등장하여 뭘까 싶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완전범죄를 위해 사용되어진 도구들이었던 것. 하지만, 완전 범죄를 위한 고양이가 다 채워진다고 해도 소용없다. 매력적인 탐정 우카이가 있어 진실을 밝혀낼 테니까 말이다.

 

탐정 우카이의 활약이 참 멋스럽다. 여전히 작가의 유머러스함이 곳곳에 녹아 있어 재미를 높여주고. 또한 본격추리소설로서 부족함이 없는 탄탄한 구성과 트릭들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매료시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복고양이 마네키네코에 대한 유래와 그 내용들을 알게 되는 것도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아카가와 시 시리즈>, 참 매력적인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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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에서 숲까지 식물의 마법 여행 2 - 권오길 박사님의 생명일기 씨앗에서 숲까지 식물의 마법 여행 2
권오길 지음, 황경택 그림 / 지구의아침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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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씨앗에서 숲까지 식물의 마법 여행2권입니다. 1권에서는 식물의 구분과 잎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2권에서는 식물의 줄기, 뿌리, 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줄기는 식물의 몸을 똑바로 서게 해줄뿐더러, 그 안에 영양분과 물을 옮겨주는 관이 있어 식물을 살 수 있게 해주는 통로가 되기도 하네요. 이런 통로인 물관과 체관이 규칙적으로 있는 식물과 불규칙적으로 있는 식물이 어떻게 구분되는지도 알 수 있답니다(마치 학창 시절 배웠던 생물과목 내용이 떠오르더라고요.).

 

딸기처럼 땅 위를 기는 줄기를 다른 표현으로는 포복경이라고 부른다는 설명에, 마치 군인들이 포복을 하듯 땅 위를 기는 줄기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즐거워했답니다(마침, 저희 집 화분에 있는 딸기가 이렇게 포복경을 잔뜩 내서 옆으로 퍼지고 있거든요.).

 

똑같이 땅속에서 열리는 거지만, 감자와 고구마는 줄기와 뿌리로 서로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꽃의 색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꽃의 다양한 짝짓기 방법에 대해 배울 수도 있습니다. 식물이 자손을 남기기 위해 어떤 지혜를 짜냈는지도 살펴볼 수 있고요. 이렇게 식물에 대해 여러 내용들을 배우게 되고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어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읽고 공부할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물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들의 모습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되었답니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식물이 없으면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살 수 없습니다. 먹이와 산소의 출발이 여기에서 시작되니까요. 그렇게 소중한 식물들에 대한 앎이 관심으로, 관심이 애정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고마운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속의 내용을 옮겨봅니다.

 

풀과 나무들은 우리가 눈길만 주어도 좋아서 바람결에 살랑댑니다. 그것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관심이 있다면, 그것이 이미 과학을 하는 마음입니다. 과학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는 것이야말로 과학의 첫걸음인 관찰의 시작입니다.(86)

 

이 책, 씨앗에서 숲까지 식물의 마법 여행을 통해, 식물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간 듯 싶어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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