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네 번째 책인 인형관의 살인이 마침 집 앞 도서관에 있어 빌려봤다. 이 책은 앞의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외딴곳이 아니다. 사건이 벌어지는 인형관은 도시 속에 있다. , 소설은 클로즈드 서클형태의 추리소설은 아닌 것이다(시리즈 앞의 3, 십자관의 살인, 수차관의 살인, 미로관의 살인은 모두 외딴 곳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클로즈드 서클미스터리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분위기가 묘하다는 점. 인형이 주는 묘한 분위기 탓일까? 어쩐지 불가해한 존재가 사건 이면에 도사리고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다. ‘인형관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괴기스러운 인형들이 이런 분위기 조성에 한 몫 한다. 게다가 주인공 의 내면에서 들려지는 이상한 음성들은 거듭하여 들려지는 전개 역시 이런 분위기 조성에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 또 하나의 색다른 점이 있다. 이번엔 ’,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이 진행된다는 점 역시 기존의 <관 시리즈>와는 다른 점이다.

 

소설을 읽으며, 과연 범인이 누구일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몇몇 의심스러운 등장인물들이 있는데, 이런 인물들을 의심하며, 한쪽으로는 혹시?’하며 의심을 품는 인물이 있다. 그러다가도 에 대한 답으로 소설을 읽는 내내 누구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존재가 있다. 하지만, ‘에이 설마, 아닐 거야. 설마 아야츠지 유키토가 그런 식으로 쉽게 가겠어?’ 이런 식으로 작가를 믿고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있는데, 아뿔싸! 정말 그 인물이다. 순간, ‘! 이런 식으로 범인을 설정해 버리다니. 무책임하게.’ 라고 생각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이런 무책임한(?) 범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격이 전혀 떨어지지 않게 느껴짐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주인공 인 소이치는 아버지(오랫동안 왕래가 없던)의 죽음 이후, 유산으로 남겨진 아버지의 집을 찾게 된다. 어머니와 함께(이 어머니는 실제로는 이모다. 즉 아빠에겐 처제인데, 소이치는 아버지의 버림을 받고, 이모와 이모부에게서 길러진다.). 이곳이 바로 인형관이다.

 

인형관에 온 뒤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누군가 우편함에 유리조각을 넣어 소이치를 다치게 하고, 소이치에게 죄를 기억해 내라.”는 둥 협박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어느 날엔 집 앞에 돌멩이들이 의미 없이 놓여 있기도 하고, 어느 날엔 머리가 눌려 죽은 고양이가 집 앞에 놓이기도 한다. 잠긴 소이치의 작업실 인형들에 붉은 물감이 칠해지기도 하고. 그런데, 이 모든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실제로는 꽁꽁 감춰둔 과거의 죄,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다 결국 소이치의 엄마(실제로는 이모)가 화재로 죽음을 당한다. 과연 이 끔찍한 범인은 누구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소이치가 이런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라게 된다. 그러면서 찾게 되는 인물이 바로 시마다 기요시(관 시리즈의 탐정역). 감칠맛 나게 시마다 기요시는 나올 듯 나올 듯 하면서도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위기에 빠진 소이치에겐 그리운 친구인 시마다 기요시, 빨리 그를 부르길 응원하며 소설을 읽게 되는데, 과연 시마다는 언제 등장하는 걸까? 사실 이렇게 시마다 기요시의 등장이 늦춰지는 것이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에게 조바심을 갖게 함으로 또 하나의 멋진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이상한 사건들, 끔찍한 사건과 위기 앞에서 소이치의 잊힌 과거 기억들이 조금씩 살아나게 되는데. 정말 소이치는 누군가 보낸 협박 쪽지처럼 기억해내야만 했던 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들과 얽힌 인물들이 현 인형관에 살고 있는 이들이라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소설은 이처럼 어쩐지 괴기스러운 건물과 사건들, 그리고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통해, 범인이 누구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물론, 그런 가운데, 설마 아무개는 아니겠지 싶었던 인물이 범인으로 드러나는데,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너무 편하게 범인을 정한 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런 설정이 더욱 소설을 이런저런 모습으로 독자를 미궁 속으로 빠뜨리고,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탁월한 설정이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무튼 소설은 재미나다. 특히, 잃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장면, 그럼으로 소이치가 과거 어린 시절 벌였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왜 소이치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의 버림을 받고 이모 손에 길러져야만 했던지, 소이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대목이 말이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들을 이제야 접하고 몇 편의 작품들을 연달아 읽었는데, 접할수록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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