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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ㅣ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아카가와 시 시리즈> 3번째 책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를 읽었다. 2003년 작품으로 2011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탐정 우카이, 조수 류헤이, 그리고 조수이자 건물주인 아케미가 한 팀을 이루고, 형사 측에선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가 한 팀을 이루어 등장한다. 2권인 『밀실을 향해 쏴라』에서는 완전 덤 앤 더머 콤비로 등장했던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가 이번엔 달라졌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스나가와 경부의 번뜩이는 추리력이 돋보인다.
2권 『밀실을 향해 쏴라』의 주죠지 저택에서의 사건 해결을 통해 이름을 날린(?) 우카이 탐정에게 또 다시 사건의뢰가 들어온다. 이번 의뢰인은 입지전적인 사업가 마네키스시 사장인 고도쿠지 도요조. 그가 의뢰한 것은 한 마리 삼색 털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것. 놀랍게도 고양이 한 마리 찾는 일에 선뜻 120만 엔이라는 고액 계약을 맺게 된다. 이에 우카이는 조수이자 전 처남인 류헤이와 함께 고양이 찾기에 나선다. 이일에 탐정사무소 건물주인 아케미 역시 협력하게 되고.
그런데, 고양이를 찾아달라고 의뢰했던 도쿠지 도요조가 살해되고 만다. 그의 집 앞 비닐하우스 안에서. 의문스러운 것은 사건이 일어난 날 비닐하우스 앞엔 커다란 마네키네코 상(일본에서 복고양이로 알려진 고양이 상)이 세워져 있었던 것(이 상은 마네키네코 광이라 불리는 도쿠지 도요조 저택 정문 앞에 세워져 있던 커다란 상이다. 정문 앞에는 커다란 마네키네코 한 쌍이 좌우에, 후문에는 조금 작은 마네키네코 한 쌍이 세워져 있다. 뿐 아니라, 도쿠지 도요조가 운영하는 모든 식당 앞에는 이런 커다란 마네키네코 상이 세워져 있다. 심지어 도쿠지 도요조는 집안에 수많은 마네키네코 상을 수집하고 있다.). 범인은 이 마네키네코 상을 왜 옮긴 걸까?
당시 사건이 일어난 날 주변을 오가던 사람들의 목격담을 들어본 결과, 이 커다란 상은 자정쯤 비닐하우스 문 앞에 세워졌고, 새벽 2시 반 쯤에 잠시 사라졌다가 3시쯤엔 다시 나타나 사건이 목격된 아침까지 비닐하우스 문 앞에 서 있었다. 이 목격이 사건의 진실을 아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또 하나 사건이 일어난 시점을 알 수 있는 결정적 증언은 사건 현장에 납치되어 의자에 묶여 아버지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딸 마키의 증언이다. 사건 현장인 비닐하우스 안에 납치되었던 마키의 증언에 의하면 사건이 벌어질 당시 비닐하우스 문 앞엔 커다란 마네키네코가 세워져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용의자들의 12시 이후 알리바이를 조사하는데, 놀랍게도 저택에 관계된 용의자들은 12시 이후 새벽 2시나 3시, 또는 밤새 알리바이가 확실하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비닐하우스(이곳에서 10년 전 미결 살인사건이 일어났었다. 그 사건과의 관계는?)에는 어떤 트릭이 있는 걸까? 또한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마네키네코 상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번 이야기에서는 스나가와 경부의 번뜩이는 추리력이 돋보인다. 마치 스나가와 경부가 새롭게 태어난 듯한 느낌이다. 스나가와 경부가 비닐하우스에 숨겨진 트릭을 밝혀낸다.
그렇다고 해서 탐정 우카이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우카이의 결정적 역할은 삼색 털 고양이에 숨겨진 비밀이다. 이를 통해, 10년 전 사건의 전말도 밝혀지고. 또한 마네키네코를 이용한 알리바이 조작 역시 밝혀낸다.
이번 사건에서도 알리바이 조작이 숨겨져 있다. 이 조작에 이용한 것이 바로 마네키네코와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마키의 증언이다. 물론, 이런 증언을 위해 사용되어진 것은 트릭 아트 속임수. 여기에 다잉 메시지까지.
처음엔 수많은 고양이들이 등장하고, 수많은 마네키네코가 등장하여 뭘까 싶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완전범죄를 위해 사용되어진 도구들이었던 것. 하지만, 완전 범죄를 위한 고양이가 다 채워진다고 해도 소용없다. 매력적인 탐정 우카이가 있어 진실을 밝혀낼 테니까 말이다.
탐정 우카이의 활약이 참 멋스럽다. 여전히 작가의 유머러스함이 곳곳에 녹아 있어 재미를 높여주고. 또한 본격추리소설로서 부족함이 없는 탄탄한 구성과 트릭들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매료시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복고양이 마네키네코에 대한 유래와 그 내용들을 알게 되는 것도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아카가와 시 시리즈>, 참 매력적인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