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시장 돌프 - 제2회 교보문고 동화공모전 대상 수상작
이재문 지음, 장서영 그림 / 마카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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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교보문고 동화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어린이 시장 돌프는 우리의 개념이 뒤집어지고, 상황이 뒤집어지고, 생각이 뒤집어지는 반전이 가득한 동화입니다.

 

먼저, 못된 산타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캐롤 가운데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란 가사 속의 내용을 작가는 살짝 비틀어 생각합니다. 그랬더니, 산타는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마냥 마음 좋은 푸근한 할아버지만은 아닙니다. 선물을 빌미로 아이들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어른을 상징합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협박을 공공연하게 일삼는 어른입니다. 게다가 정말 말을 잘 듣는지 아닌지 감시하는 감시자이기도 하죠. 그래서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는 겁니다.

 

이런 반전이 유쾌합니다. 아울러 어른인 날 돌아보게 됩니다. , 나도 아이들에게 선물을 빌미로 협박하고 회유하고 거래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는지 말입니다. 모든 것을 알고 감시하려는 스토커 같은 부모는 아닌지 말입니다.

 

동화 어린이 시장 돌프에서 가장 유쾌한 반전은 어린이와 어른의 위치가 바뀌는 겁니다. 어린이들은 언제나 어른이 하라는 대로만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어른이라는 자리가 권력이 되어 자신들은 하지 않는 일을 어린이들에게는 강요하고, 어린이들은 못하게 하는 것을 자신들은 마음껏 행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자신의 의지 없이 시키는 일만 하며, 억눌린 아이들이 귀여운 반란을 일으킵니다. 어린이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면서, 어린이를 대표하는 돌프가 시장 후보가 되고, 결국 당선이 되거든요.

 

이때부터 돌프가 공약했던 것들이 현실이 됩니다. 이제 달력은 토일토일토일월로 바뀝니다. 학교는 월요일에만 가면 되는데, 일주일에 딱 한 번이죠. 게다가 학원이 사라집니다. ‘어른시는 이제 이름도 어린이시로 바뀌게 됩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불량식품을 마음껏 사먹어도 되고요. 밥은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됩니다. 스마트폰 게임을 실컷 해도 되고요. 이렇게 자유를 얻은 어린이들은 행복하겠어요.

 

그런데, 이런 자유가 방종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어린이들은 책임적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릅니다. 바로 여기에서 동화의 가장 멋진 성장이 시작됩니다. 책임 없는 자유만을 누리며 방종으로 나아가는 어린이들이 하나둘 변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짐승으로 말입니다. 끄떡하면 어린들이에게 그렇게 하면 짐승 된다던 어른들의 말이 진짜가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모두가 짐승으로 변해버리는 어린이들. 바로 여기 절망의 바닥에서 성장이 일어납니다. 어린이들은 자각하기 시작합니다. 버렸던 문제집, 교과서를 찾아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어지럽혔던 학교를 깨끗하게 정돈하기 시작합니다. 음식쓰레기로 가득했던 급식실은 이제 스스로 맛난 음식을 만들고 맛나게 먹는 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비로소 스스로의 성장을 가져옵니다. 너무나도 멋진 반전이 일어납니다.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반전은 짐승으로 변하는 모습입니다. 어린이들이 책임 없는 방종적 자유를 누릴 때, 짐승이 되었던 것처럼, 나중에는 어른들 역시 짐승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탐욕으로 가득하여 자기 멋대로 하는 어른들이 말입니다. 어린이들을 함부로 대하고 자신들 뜻에 따라 어린이들을 짓누르려는 어른들, 아이들을 자기 뜻대로 주무르려 하는 자들은 짐승이 됩니다. 이처럼 어린이들도 어른들도 자기 멋대로 하며, 자신의 욕망의 노예가 된 사람들은 짐승이 됩니다. 그러니 작가는 동화를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여러분들도 두 발로 걷는 짐승은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돌프는 다릅니다. 여기에도 작가가 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돌프는 도리어 산타 말대로만 행하면 짐승이 됩니다. 자신의 의지, 자신의 생각 없이 그저 어른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코가 빨간 사슴 루돌프가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대로 당당히 맞서고, 억압의 현실에서 도망칠수록 사람이 되죠. 이 역시 멋진 반전이 아닌가 싶어요.

 

자기 멋대로 하는 자도, 자신의 의지가 없이 하라는 대로만 하는 자도 짐승이 되는 모습을 보며, 나의 모습은 어떤지 돌아보게 됩니다.

 

동화 어린이 시장 돌프는 재미나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유익한 동화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는 언제나 긍정적인 반전이 가득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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