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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아무래도 구입한 책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더 완독하게 되는 비율이 높다. 구입한 책은 언제라도 읽을 수 있다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으로 도서관에서 대출한 도서라도 간혹 일정에 밀려 읽지도 않고 다시 반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경우에 따라선 반납연기를 하기도 하지만, 내 뒤에 예약이 밀려 있는 경우엔 반납연기도 되지 않기에 이런 경우는 참 난감하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거울 속 외딴 성』의 경우가 그랬다. 보고 싶은 마음에 예약을 해서 순서가 돌아와 책을 대출했는데, 정작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함께 빌린 책들은 진작 다 읽었음에도 정작 힘들게 빌린 책은 읽지도 않다니. 그러다,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아무개님 내일은 ooooo 외 o권 반납일입니다.” 란 문자가...
아, 결국 반납일 예고문자가 올 때까지 끓이고 있었구나 싶은 마음. 여기에 그냥 반납할까? 아님, 볼까? 하는 갈등. 결국 보기로 했다. 예약이 끊이지 않는 신간 도서인 만큼, 언제 다시 나에게 기회가 올까 싶기도 하고. 예약을 해놓고 책이 반납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미지의 독자들에게 읽지도 않고 기한을 채웠음에 죄송하기도 하고. 이렇게 반납하면, 왠지 기회가 없을 것 같기도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와~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했다(물론, 안 읽으면 후회할 일은 없다. 그 내용을 모르니까.). 결국 밤을 새워 가며 읽게 되었다. 책장을 덮으며, 읽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좋다. 아니, 이 책은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다.
책장을 덮을 때엔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가득 밀려온다. 눈엔 눈물이 맺히고, 가슴엔 감동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마음 한 쪽이 촉촉이 적셔지며, 뿌듯한 느낌이 꽉 차오른다.
2018년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이며, 역대 최고 심사 점수를 받았다는 선전 문구가 허툰 소리가 아니었다. 누구라도 최고점수를 주고 싶을 그런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이면서, 가슴을 적시는 감동소설이다.
고코로는 중1이다. 하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 일’이 일어난 이후부터.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고코로, 그런 고코로 방에 있는 커다란 거울이 어느 날 빛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거울 속으로 들어가게 된 고코로는 이상한 성에 가게 된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또 다른 중학생들 6명이 초대된 그곳. 고코로와 다른 아이들은 ‘거울의 성’에 게스트로 초대된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늑대 가면을 쓴 여자아이를 통해 듣게 되는 설명. 이곳은 ‘소원이 이루어지는 성’이란다. 초대된 일곱 아이들은 성 안에 있는 ‘소원을 이루는 열쇠’를 찾아 ‘소원의 방’에 들어가게 되면 어떤 소원이든 한 가지를 들어주게 된단다. 단, 아이들이 성으로 초대받는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반드시 오후 5시 이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커다란 늑대에게 먹힌단다. 그것도 연대책임을 물어 그날 성에 왔던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이상한 성에 초대받은 아이들은 사실, 모두 마음의 상처가 있어 마음이 닫힌 상태다. 각자 상처가 있어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 그런 그들이 ‘거울의 성’에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각자 간절한 소원이 있겠지만, 소원열쇠를 찾기보다는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게 되는 아이들. 이렇게 상처 입은 아이들은 ‘거울의 성’에서 선물과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물론, 이곳 ‘거울의 성’에서도 때론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현실세계와는 달리 좀 더 솔직하게 다가감으로 화해하고 다시 우정을 나누는 관계가 되어간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거울의 성’이 열리는 기간은 내년 3월 30일까지로 약 10달가량이다. 점점 그 마지막 순간은 다가온다. 게다가 누군가 열쇠를 찾아 소원을 이루게 되면, 그 즉시 성은 닫히게 되고, ‘거울의 성’에서 있었던 모두의 기억은 사라지게 된다. 사실, ‘거울의 성’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각자 즐겁고 행복하지만, 각자 삶의 자리에는 여전히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다. 그렇기에 각자 소원을 빌고 싶은 절실함도 있다. 하지만, 설령 열쇠를 찾는다 할지라도, 그래서 소원을 이루게 된다 할지라도, 그렇게 되면 이곳 ‘거울의 성’에서의 소중한 기억은 잃게 된다.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거울의 성’에서 일곱 아이들은 서로의 아픔, 상처를 향해 손을 내밀고 붙잡아 주는 모습으로 나아가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고 함께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게다가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음을 알게 되고, 현실의 세계 속에서 서로의 도움이 되려한다. 그런데, 분명 같은 학교라는데, 학교에 가보니, 그런 학생이 없단다. ‘거울의 성’에 돌아와 모두가 확인한 결과, 모두 정한 날 학교에 갔다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이 부분이 미스터리적 요소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그 진실을 아이들이 밝혀낼 수 있을지.
무엇보다 소설의 압권은 마지막 부분이다. 벅차오르는 감동과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꽉 차오른다. ‘소원’과 ‘기억’이라는 딜레마 앞에서 하게 되는 ‘선택’이 이렇게도 서로를 끈끈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결말. 그 결말은 애틋함을 남기면서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역시 우린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려는 걸까? 누군가가의 나의 손을 끌어내줬던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의 손을 맞잡고 끌어내줘야 함을.
여전히 힘겨운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거울의 성’이 존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