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범스 33 - 목각 인형의 신부 구스범스 33
R. L. 스타인 지음, 신은정 그림, 신인수 옮김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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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이 독자들로 하여금 오싹한 즐거움에 빠져들게 만드는 <구스범스 시리즈> 33번째 책이 고릴라박스(비룡소)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제목은 목각 인형의 신부입니다. 고릴라박스에서 출간되고 있는 <구스범스 시리즈>의 첫 문을 열었던 작품인 목각인형의 웃음소리에서 등장하였고, 또한 <구스범스 호러특급 시리즈> 7목각 인형의 저주에도 등장한 슬래피가 이번 목각 인형의 신부에서도 등장합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모든 시리즈 가운데 가장 악당으로 꼽는 슬래피, 과연 이번 이야기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까요?

   

 

주인공 인 질리언은 여동생 쌍둥이 녀석들 케이티와 어맨다에게 번번이 괴롭힘을 당합니다. 이 녀석들은 메리 엘런이라는 목각인형을 언제나 데리고 다니는데, 끄떡만 하면 엘런이 이러이러하게 말했노라며 책임을 목각인형에게로 돌려버리곤 합니다.

 

이런 얄미운 동생들을 데리고 갔던 인형극에서 질리언은 처음으로 슬래피를 보게 됩니다. 복화술사 지미는 자신의 목각인형을 가지고 정말 감쪽같은 복화술을 선보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정말 못됐답니다.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일삼는 복화술사 지미로 인해 질리언의 동생들인 쌍둥이 역시 상처받게 된답니다. 그런데, 정말 복화술사 지미가 그렇게 상처준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목각인형의 저주에서도 그랬듯 이 모든 건 못된 악당 목각 인형인 슬래피가 한 짓입니다. 아무도 그런 사실을 모르지만 말입니다.

 

결국 복화술사 지미는 슬래피를 견뎌내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데, 버려진 목각인형 슬래피를 질리언의 이웃인 남자친구 해리슨이 주워오게 됩니다. 이때부터 질리언에겐 악몽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슬래피만이 정말 악당 목각인형인 걸까요? 책 제목이 목각 인형의 신부랍니다. 또 하나의 진짜 악당이 배후에 도사리고 있답니다. 바로 메리 엘런이란 못된 목각인형이 말입니다.

  

  

역시 인형이란 존재는 묘한 으스스함을 품고 있습니다. 어쩌면 집안에 있는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 이 녀석이 나에게 못된 짓을 하진 않을까 하는 허황된 생각은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오싹한 공포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이 더 이상 상상이 아닌 실제가 되어버리는 상황에서 으스스한 공포는 펑하고 터져버리고요. 목각 인형의 신부에는 이런 오싹함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동화가 갖는 파급효과는 괜스레 인형을 치우게 된다는 거죠.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려놓게 되기도 하고요.^^

 

이번 책 목각 인형의 신부역시 <구스범스 시리즈>가 전해주는 오싹한 즐거움, 섬뜩한 재미가 있는 호러동화입니다.

 

, 이번 동화에서는 최고 악당인 슬래피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탄생비화가 담겨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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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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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작가의 추리소설은 처음이다. 중국소설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은 얼마 전 타계하신 김용 선생의 무협소설이지, 추리소설은 떠올려보질 못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중국 추리소설이 제법 많다. 아직 우리에게 많이 번역되지 않았을 뿐이지.

 

아무튼 개인적으로 중국추리소설 첫 번째 작품으로 읽게 된 게 중국 추리소설계에서 3대 인기 작가에 든다는 쯔진천의 작품이다. 동트기 힘든 긴 밤이란 제목으로 번역된 작품인데, 이 작품은 2017년 중국 리뷰 사이트 더우반에서 고평점 도서 Top 10에 선정되기도 한 작품이라고 한다. 소설을 읽으며, 마땅히 고평점 도서에 뽑힐만하다 싶다.

 

소설은 한 사람이 지하철을 타고 시체를 유기하러 가려다 현장에서 체포되면서 시작된다. 술에 취한 한 사내, 꾀죄죄한 모습의 사내는 어리석게도 시체를 커다란 가방에 넣고 지하철 역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체포된다. 수많은 목격자들 뿐 아니라 수많은 핸드폰 영상으로 촬영된 사건. 놀랍게도 현행범은 장차오라는 변호사였다. 그것도 상당히 잘나가는 변호사. 순순히 자신의 죄를 시인한 장차오는 첫 법정에서 돌연 자신이 죽이지 않았노라고 번복한다. 게다가 실제 범행이 일어난 시간 장차오에겐 확실한 알리바이가 확인된다. 이에 이 사건은 다시 한 번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게 되는데.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

 

이에 자오톄민이란 수사관과 전직 수사관이자 현 대학교수인 옌량이 이 사건을 파고들게 된다. 살해된 피해자 장양(전직 검찰관)의 방에서 찾은 단서를 찾아 허우구이핑이라는 사람의 흔적을 뒤쫓게 되면서 엄청난 사건을 하나하나 캐내게 되는데...

 

소설은 거대한 권력이 저지른 추악한 범죄를 고발하고 있다. 법관 지망생인 한 대학생이 시골 마을에서 목격한 미성년자 성폭행사건, 그리고 그 뒤에 도사린 엄청난 권력의 사악한 힘. 이에 맞서다 도리어 파렴치한 성폭행범으로 몰려 자살했다는 청년 허우구이핑. 하지만, 그의 애인은 절대 자살이 아니라 확신한다. 이에 허우구이핑의 동창이자 검찰관이 된 장양은 마침 그 지역에서 검찰관직을 수행하게 되면서, 허우구이핑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고, 결국 진실을 알게 된다. 거대한 세력에 의해 오히려 살해되었음을. 그 입을 막기 위해. 이에 자신의 젊음을 바쳐 이 사건을 고발하기 위해 애쓰던 검찰관 장양 역시 방탕한 도박꾼으로 몰리며, 검찰관직에서 쫓겨나고 만다.

 

이렇게 정의를 세우기 위해 거대권력과 맞서다 결국 파면을 당한 검찰관. 그리고 그와 함께 거대 권력의 죄를 들추었던 정의로운 경찰. 이 둘을 주변에서 돕는 법의관. 그리고 이들과 뜻을 같이 하기로 한 변호사. 소설이 진행될수록 드러나게 되는 이들이 벌이는 한판 승부가 흥분을 쉬 가라앉히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격랑으로 밀려든다.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젊음을 다 바친 이들, 그들의 정의로운 투쟁사가 소설 속에 가득하다. 그렇다. 이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소설 속에 드러나는 범죄, 거대 권력의 추악함은 어쩌면 중국 작가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우리나라나 일본 작가 역시 이런 추악한 권력형 범죄를 고발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가능하겠지만, 그런 권력형 범죄가 펼쳐지는 배경이나 양상만은 중국만의 고유함이 느껴진다. 중국작가이기에 가능한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동트기 힘든 긴 밤은 별점 만점을 주는 것이 아깝지 않다. 소설을 읽으며, 이런 스토리가 출간 가능했다는 점 역시 중국을 다시 보게 된다.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면서도, 아울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고발, 그 충격은 엄청나면서도, 전혀 따분하지 않다는 점이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큰 강점이다. 개인적으로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들을 좋아하지만, 작가들이 그 사회적 고발 내용에 집중하다보니 때론 수업을 듣는 건지, 장황한 훈시를 듣고 있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 따분함이 도사리고 있는 미스터리소설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엄청난 사회 고발적 내용을 품고 있음에도 전혀 따분하지 않다. 굳이 논리나 장황한 사상이나 문장으로 사회적 고발을 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을 통해, 그 사건을 쫓아가는 가운데 엄청난 사회적 불의, 부조리의 실체를 깨닫게 되고, 그러한 권력의 부정 불의 죄악 앞에 독자로 하여금 분노하게 만드는 힘이야말로 이 소설의 매력이다.

 

동트기 힘든 긴 밤은 중국 추리소설에 대한 내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놓은 책이다. 앞으로 중국 추리소설의 팬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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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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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의 원작가인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얼마 전 번역 출간된 네 명의 의인(서울: 도서출판 양파, 2018)을 통해서다(<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시리즈 두 번째 책.).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 등과 동시대에 사랑받던 추리소설 작가 에드거 월리스, 그의 작품을 두 번째 만났다. 이번 소설의 제목은 트위스티드 캔들이다.

 

추리소설작가인 존 렉스맨은 어느 날 자신에게 빚을 갚을 것을 강요하는 대부업자에게 총으로 위협한다는 것이 실제 격발함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이렇게 투옥된 렉스맨.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악마와 같은 인간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소설 속 악마는 바로 레밍턴 카라. 렉스맨의 친구로 등장하지만, 사실 친구가 된 것 역시 간교한 계획 때문이다. 카라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인간이다. 천사와 같은 외모에다가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일국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세력까지 가지고 있다. 그런 카라는 외모와는 달리 악마 그 자체다. 카라는 자신이 원하는 여인은 모두 취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거부한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렉스맨을 택해 결혼한 그레이스다. 카라는 이에 앙심을 품고, 렉스맨과 그레이스의 인생을 철저히 부셔놓기 위해 접근한다. 천사의 얼굴을 하고.

 

렉스맨으로 하여금 투자를 하게 함으로 경제 사정을 어렵게 만든 것도, 그런 그에게 대부업자를 소개한 것도, 대부업자로 하여금 렉스맨을 협박하게 한 것도, 그런 협박에 본때를 보여주라며 빈총을 가져가 겨냥하라 한 것도, 빈총에 몰래 총알을 세발 넣고, 격발이 쉽게 되도록 총을 조작한 것도, 그리고 그 총을 작가의 팬으로 가장해 선물한 것도 모두 카라의 짓이다.

 

악마 카라의 음모에 의해 감옥가게 된 렉스맨, 그에게는 좋은 친구가 있다. 바로 티엑스 메레디스라는 런던 시경 소속 경찰국장이다. 티엑스는 친구인 렉스맨을 구해내기 위해 그 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집념어린 수사 끝에 결정적 단서를 찾아내 결국 렉스맨의 무죄를 입증해낸다. 그렇게 렉스맨이 석방되기로 결정된 날, 카라는 다시 악마성을 발휘한다. 석방되기 전날 렉스맨을 탈옥시킨 것.

 

과연 렉스맨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악마와 같은 카라는 이대로 자신의 못된 계교를 다 성공시켜나게 될까? 통쾌하게도 인간의 탈을 쓴 악마 래밍턴 카라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 과연 카라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킹콩의 원작자 에드거 월리스의 추리소설 트위스티드 캔들의 첫 번째 국내번역도서를 만났음이 행복하다. 이젠 고전이라 불릴 만큼 오래전 작품이기에 뭔지 모를 순박함(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이 있다. 그러면서도 소설은 묘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작가의 네 명의 의인도 재미났지만, 이번 소설 트위스티드 캔들은 조금 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조금 더 추리소설답다(?)고 해야 할까? 네 명의 의인이 범인과 피해자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진행되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트위스티드 캔들은 범죄의 트릭이 등장하는 본격추리소설의 느낌이 있다(딱히 본격추리소설이라 부르기엔 어쩐지 조금 부족한 느낌도 없진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책장을 펼치면 묘하게도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다음이 궁금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악마와 같은 카라의 마수에서 과연 렉스맨이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또한 악마 카라의 주변에 있는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과연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지 궁금한 마음 때문에도 중단할 수 없다.

 

소설 속엔 무엇보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등장한다. 어쩌면, 이런 인간을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마음이 없는 사이코패스라 부를 수도 있겠다. 그런 악마는 놀랍게도 가장 멋진 모습의 탈을 쓰고 있다. 그런 악마를 어찌해야 할까?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을 이제 2권 읽었을 뿐이지만, 작가의 소설 속엔 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정의 구현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사실, 동시대의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경우엔 괴도 뤼팽이 온갖 법 밖의 행위들을 함에도 여전히 한 가지 범죄, 살인만은 행하지 않는다. 선을 넘지 않는 범죄자가 뤼팽이라면, 반면,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내가 읽은 두 권의 경우)은 모두 정의 구현을 위해 살인을 행한다. 그리고 이런 살인에 대해 공권력의 윗자리에 있는 자들조차 묵인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어쩌면 에드거 월리스 작품의 특징처럼 느껴진다. 아무튼 고전추리소설이지만, 오늘날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이 재미나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시리즈의 다음 책이 출간되길 기대하며 책을 책꽂이에 고이 모셔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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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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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구입한 책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더 완독하게 되는 비율이 높다. 구입한 책은 언제라도 읽을 수 있다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으로 도서관에서 대출한 도서라도 간혹 일정에 밀려 읽지도 않고 다시 반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경우에 따라선 반납연기를 하기도 하지만, 내 뒤에 예약이 밀려 있는 경우엔 반납연기도 되지 않기에 이런 경우는 참 난감하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거울 속 외딴 성의 경우가 그랬다. 보고 싶은 마음에 예약을 해서 순서가 돌아와 책을 대출했는데, 정작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함께 빌린 책들은 진작 다 읽었음에도 정작 힘들게 빌린 책은 읽지도 않다니. 그러다,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아무개님 내일은 ooooo o권 반납일입니다.” 란 문자가...

 

, 결국 반납일 예고문자가 올 때까지 끓이고 있었구나 싶은 마음. 여기에 그냥 반납할까? 아님, 볼까? 하는 갈등. 결국 보기로 했다. 예약이 끊이지 않는 신간 도서인 만큼, 언제 다시 나에게 기회가 올까 싶기도 하고. 예약을 해놓고 책이 반납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미지의 독자들에게 읽지도 않고 기한을 채웠음에 죄송하기도 하고. 이렇게 반납하면, 왠지 기회가 없을 것 같기도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했다(물론, 안 읽으면 후회할 일은 없다. 그 내용을 모르니까.). 결국 밤을 새워 가며 읽게 되었다. 책장을 덮으며, 읽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좋다. 아니, 이 책은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다.

 

책장을 덮을 때엔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가득 밀려온다. 눈엔 눈물이 맺히고, 가슴엔 감동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마음 한 쪽이 촉촉이 적셔지며, 뿌듯한 느낌이 꽉 차오른다.

 

2018년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이며, 역대 최고 심사 점수를 받았다는 선전 문구가 허툰 소리가 아니었다. 누구라도 최고점수를 주고 싶을 그런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이면서, 가슴을 적시는 감동소설이다.

 

고코로는 중1이다. 하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 일이 일어난 이후부터.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고코로, 그런 고코로 방에 있는 커다란 거울이 어느 날 빛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거울 속으로 들어가게 된 고코로는 이상한 성에 가게 된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또 다른 중학생들 6명이 초대된 그곳. 고코로와 다른 아이들은 거울의 성에 게스트로 초대된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늑대 가면을 쓴 여자아이를 통해 듣게 되는 설명. 이곳은 소원이 이루어지는 성이란다. 초대된 일곱 아이들은 성 안에 있는 소원을 이루는 열쇠를 찾아 소원의 방에 들어가게 되면 어떤 소원이든 한 가지를 들어주게 된단다. , 아이들이 성으로 초대받는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반드시 오후 5시 이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커다란 늑대에게 먹힌단다. 그것도 연대책임을 물어 그날 성에 왔던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이상한 성에 초대받은 아이들은 사실, 모두 마음의 상처가 있어 마음이 닫힌 상태다. 각자 상처가 있어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 그런 그들이 거울의 성에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각자 간절한 소원이 있겠지만, 소원열쇠를 찾기보다는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게 되는 아이들. 이렇게 상처 입은 아이들은 거울의 성에서 선물과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물론, 이곳 거울의 성에서도 때론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현실세계와는 달리 좀 더 솔직하게 다가감으로 화해하고 다시 우정을 나누는 관계가 되어간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거울의 성이 열리는 기간은 내년 330일까지로 약 10달가량이다. 점점 그 마지막 순간은 다가온다. 게다가 누군가 열쇠를 찾아 소원을 이루게 되면, 그 즉시 성은 닫히게 되고, ‘거울의 성에서 있었던 모두의 기억은 사라지게 된다. 사실, ‘거울의 성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각자 즐겁고 행복하지만, 각자 삶의 자리에는 여전히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다. 그렇기에 각자 소원을 빌고 싶은 절실함도 있다. 하지만, 설령 열쇠를 찾는다 할지라도, 그래서 소원을 이루게 된다 할지라도, 그렇게 되면 이곳 거울의 성에서의 소중한 기억은 잃게 된다.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거울의 성에서 일곱 아이들은 서로의 아픔, 상처를 향해 손을 내밀고 붙잡아 주는 모습으로 나아가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고 함께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게다가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음을 알게 되고, 현실의 세계 속에서 서로의 도움이 되려한다. 그런데, 분명 같은 학교라는데, 학교에 가보니, 그런 학생이 없단다. ‘거울의 성에 돌아와 모두가 확인한 결과, 모두 정한 날 학교에 갔다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이 부분이 미스터리적 요소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그 진실을 아이들이 밝혀낼 수 있을지.

 

무엇보다 소설의 압권은 마지막 부분이다. 벅차오르는 감동과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꽉 차오른다. ‘소원기억이라는 딜레마 앞에서 하게 되는 선택이 이렇게도 서로를 끈끈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결말. 그 결말은 애틋함을 남기면서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역시 우린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려는 걸까? 누군가가의 나의 손을 끌어내줬던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의 손을 맞잡고 끌어내줘야 함을.

 

여전히 힘겨운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거울의 성이 존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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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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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싹오싹!

미쓰다 신조의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은 무섭다. 으스스한 공포가 소설을 읽는 내내 간을 졸이게 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간이 콩알만 해진 건 아닐까 걱정해야 한다.

 

어느 날 미스터리 잡지 편집자이자 작가인 주인공 미쓰다 신조에게 친구 작가가 전화를 걸어온다. 혹시 어느 문학상에 작품을 응모했느냐고. 응모작 가운데 백물어라는 이름의 이야기가 있는데, 이 소설 속에 미쓰다 신조의 이름이 등장한다며 말이다.

 

이때부터 주인공 미쓰다 신조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사실 실제 이상한 일은 한참 동안 일어나지 않지만, 분위기는 줄곧 으스스한 일들이 벌어질 것만 같다.). ‘는 호러 동인지 편집자로부터 호러소설 연재를 의뢰받게 되고, 연재를 시작하게 된다. 이즈음 때마침, 호러소설작가가 살기에 딱 좋을 분위기인 숲 속에 감춰진 서양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기까지 하면서 소설이 잘 써지게 되는데, 이때부터 는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심지어 자신이 쓰지 않은 소설이 버젓이 컴퓨터 안에 파일로 담겨 있기까지 한다.

 

소설은 작품 속 작품이 등장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미쓰다 신조가 연재하게 되는 호러소설이 연재되는 시기에 맞춰 한 편씩 작품 속 작품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현실 속 사건들이 전개되고. 이렇게 소설과 현실(물론 이 역시 소설이지만)이 순차적으로 반복해서 일어나게 되는데, 점차 그 구분이 모호해진다. 이런 부분 역시 독자를 으스스함으로 몰아넣는데 한 몫 하지 않나 싶다.

 

알고 보니 가 이사하게 된 서양집은 특별한 전력이 있는 집이다. 영국에서 전체를 분해해서 가져와 다시 조립한 집인데, 영국에 있을 당시 특별한 사건이 벌어졌던 기이한 집이다. 같은 구성원(아빠, 엄마, 누나, 남동생)의 식구들이 동일한 형태로 살해된 사건(남동생만은 언제나 생존한다.), 그리고 특별한 주기로 반복되는 사건, 이 사건들은 특별한 규칙이 있다.

 

바로 그 공포스러운 살인사건이 벌어진 집이 바로 가 살고 있는 집이다. 이런 집에서 발견된 돌하우스, 너무나도 정교하게 제작된 돌하우스에겐 뭔가 알 수 없는 특별한 사악한 기운과 힘이 서려 있다. 돌하우스가 집을 본따 만든 건지. 집이 돌하우스를 본 따 지은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돌하우스. 돌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은 현실의 집에서도 벌어진다(아니 반대로 말해야 하나?). 이 돌하우스의 존재도 섬뜩하게 만드는데 한 몫 단단히 한다. 게다가 호러작가가 사는 이 집에 서린 묘하게 악한 기운이 소설을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소설은 괴기소설, 호러소설이 가져야 할 분위기 측면에서는 최고였다.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음에도 소설은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섬뜩함,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많은 호러소설이 처음엔 섬뜩한 분위기를 한껏 조성하다가도 뭔가 실제적 사건이 벌어지는 순간에는 섬뜩함을 잃어버리게 마련인데, 이 소설은 시종일관 섬뜩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것도 등이 오싹할 정도로. 어찌 오싹하던지, 소설을 읽다 몇 차례 덮고 다른 책을 읽어야만 했다. 게다가 분위기를 배가시키기 위해 새벽시간에 읽었는데, 새벽잠 없는 동네 고양이가 어찌나 울던지, 무서워 책을 덮어버렸다는 사실.

 

또한 소설 속 주인공이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고 실제 작품을 쓰는 내용들이 연출되기에, 다양한 창작의 내용들이 언급되는데, 이런 내용들을 배우고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또한 책 속 내용 가운데는 다양한 미스터리 소설들을 소개하고 있어, 이런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받게 되는 부수입도 있다. 물론, 어디까지가 현실 속 책이고, 어디부터 가상의 책인지 혼란스럽긴 하지만. 몇몇 작품들을 찾아보니 대체로 현실 속에 존재하는 책이다. 그러니 이러한 책들을 소개받고 읽을 수 있는 후속활동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었는데, 완전 매료되고 말았다. 무서워 간이 쪼그라들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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