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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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의 원작가인 에드거 월리스가 추리소설 작가임을 얼마 전(작년) 알게 되었다. 작가의 추리소설들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시리즈로 도서출판 양파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는데, 그 첫 번째 작품인 트위스티드 캔들과 두 번째 작품 네 명의 의인을 통해서다.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 작품의 제목은 수선화 살인사건으로 전작들보다 제목에서부터 뭔가 흥미로운 사건을 만나게 될 것만 같은 기대를 품게 한다.

 

중국에서 활동하다 영국으로 건너온 명탐정 탈링은 백화점 사장인 손튼 라인을 만나 그에게 사건을 의뢰받는다. 백화점 매니저(밀버그)가 회사 돈을 횡령하고 있음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러 부른 건데, 이때 마침 손튼 라인은 백화점 경리 직원(오데트)에게 치근덕거리다가 보기 좋게 퇴짜를 맞게 되고. 이에 모욕감을 느낀 손튼 라인은 회사 돈 횡령죄를 오데트에게 덮어씌움으로 복수하려 한다. 바로 이 일을 도와줄 것을 탈링에게 요청하지만, 탈링은 그런 짓은 할 수 없다고 사양하게 되고, 오히려 뒤에서 오데트를 도우려는 마음을 품게 된다. 왜냐하면, 탐정 탈링은 오데트란 여인에게 한 눈에 반했기 때문. 이렇게 한 눈에 반하는 게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탈링은 이때부터 오데트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데, 사건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정말 찌질하고 못된 악덕 기업가인 손튼 라인이 그만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그 시체엔 수선화 한 다발이 놓인 모습으로 말이다. 이렇게 해서 이 사건은 수선화 살인사건이 되는데. 모든 정황은 오데트가 범인이라 가리키고 있다. 이에 사건을 뒤쫓는 탈링은 괴로운 가운데서도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데. 과연 오데트가 정말 범인인 걸까?

 

탈링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가운데 놀라운 사실들이 많이 드러나게 된다. 오데트의 경우, 가난한 여종업원인 줄 알았는데, 그의 집을 찾아가보니, 집이 아닌 저택. 그의 엄마는 엄청난 부를 가진 부인이다. 그런 부잣집 딸이 왜 가난한 여종업원으로 백화점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걸까? 그것도 악덕 사장의 추근거림을 감당해내며 말이다.

 

탈링을 놀라게 하는 또 하나의 진실은, 중국에서부터 따라와 자신을 돕고 있는 중국인 조수 링추에 대해서다. 놀랍게도 손튼 라인을 죽이는데 사용된 총은 다름 아닌 탈링의 것이었다. 그 총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조수인 링추 뿐이다. 이렇게 링추에 대해 의심을 하며, 링추의 소지품을 엿본 결과, 링추의 여동생과 살해당한 손튼과는 연관성이 있었다. 손튼이 바로 링추의 여동생을 추행함으로 링추의 여동생이 명예자살을 했던 것이다. 게다가 링추의 여동생 별명이 바로 작은 수선화였다. 링추는 살해된 손튼에게 원한을 품고 있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렇게 또 한 사람 링추가 수선화 살인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용의자도 있다. 자신의 횡령행위가 들통나버려 파면 위기에 있던 백화점 매니저 밀버그가 바로 그 사람. 밀버그는 교활하게도 자신의 모든 증거를 보란 듯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파괴해 버린다. 회계사무소 화재사건을 통해 말이다. 그리곤 자신은 청렴한 사람인 양 군다. 그것도 자신의 진면목을 다 알고 있는 탈링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말이다. 탈링이 자신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역시 악당의 전형적 캐릭터인데, 요 녀석도 참 의심스럽다.

 

여기에 더하여 탐정 탈링의 감춰진 신분 역시 사건을 복잡하게 만든다. 물론, 이 복잡함은 소설을 읽는 독자에겐 별로 복잡하진 않지만(주인공을 전적으로 믿는 믿음 때문에 그렇다. 혹 주인공마저 범인으로 의심할 만큼 철저하게 객관적 관점에서 소설을 접근하는 추리소설에 최적화된 독자들에게라면 탈링의 감춰진 신분은 충분히 탈링을 유력한 용의자로 구분하고 소설을 바라보게 만들 것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기엔 충분하다.

 

또 한 사람, 희생자인 손튼 라인을 절대적으로 숭배하는 범죄자 샘 스테이란 인물 역시 소설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자는 손튼의 다소 유희적 선의에 의해 손튼을 신으로 여길 만큼 신봉하고 절대적으로 따르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에게 있어, 손튼이 평소 증오감을 표현한 인물(오데트)을 향한 증오는 사건을 복잡하게 만든다.

 

소설은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구일지를 궁리하게 만든다. 계속되는 반전 속에서 궁금증을 품고 소설을 읽게 만드는 작품인데, 추리소설의 느낌만으로 본다면, 개인적으로는 전작들보다 더 재미나게 읽은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들은 고전적 느낌을 갖게 하면서도 여전히 재미나게 읽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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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 귀신 탐정단 1 - 두 개의 얼굴 오싹오싹 무서운 이야기 시즌2
앨리스 지음, 카툰TM(정은정) 그림 / 서울문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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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오싹 무서운 이야기로 유명한 신비아파트귀신 탐정단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바로 오싹오싹 무서운 이야기 시즌 2” 신비아파트 귀신 탐정단첫 번째 이야기인 두 개의 얼굴입니다.

 

어느 날 친구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길 없는 친구 상민을 찾기 위해 친구들이 나서게 됩니다. 알고 보니 상민이는 살아 있는 책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겁니다. 그런데, ‘살아 있는 책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 어쩐지 먹먹하게 만듭니다. 바로 웹툰 작가의 한이 이런 책을 만들게 되었는데, 웹툰 작가의 항변을 들어봅니다.

 

모두가 그냥 악플을 달지. 별 생각 없이, 또 어떤 사람은 재미로. 그게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 줄 알아. 난 그것 때문에 이 꼴이 됐다고.(31)

 

물론, 이런 아픔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또 하나의 도구인 살아 있는 책을 만들게 됨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안타까운 한을 생각할 때, 먹먹하네요. 이처럼, 때론 괴기스럽고, 때론 요상한 현상들을 만들어 낸 배경에는 대부분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화 속 이야기엔 악플, 유기동물, 연구용 동물의 동물권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이 자리 잡고 있어, 이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물론, 다양한 다소 오싹한 즐거움이 있는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고요. 다소 이야기 전개 내지 표현은 친절하지 못하고, 비약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오싹한 즐거움을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공포 동화입니다.

 

살아 있는 책사건 이후 귀신을 비롯한 수많은 공포 사건들로 아이들이 고통 받는 것을 보며, 이들을 돕기 위해 귀신 탐정단을 만든 아이들, 이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 재미납니다.

 

놀이동산에서 높은 건 어지럽다며 타기 싫어하는 친구에게 분위기 망친다며 짜증을 내고 반강제로 함께 놀이기구를 탔는데, 사고가 나고 맙니다. 이렇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된 절친을 보며, 괴로워하며, 자신을 괴물로 생각하게 된 수영. 수영은 거울을 볼 때마다 그 안에서 귀신을 발견하고 두려워하게 됩니다. 이런 사건을 과연 귀신 탐정단은 어떻게 해결하게 될까요?

 

세 번째 이야기인 너를 초대한 이유귀신 탐정단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인 지태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게 되는 친구 도윤의 연구실. 하지만, 지태에겐 감추고 있는 비밀이 있답니다. 더럽고 추악한 비밀이 말입니다. 과연 그 비밀은 뭘까요?

 

이처럼 다섯 개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진진합니다. 다소 짜임새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신비아파트 귀신 탐정단이 책은 흔치 않은 공포동화를 만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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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클럽 10 - 암호 클럽 대 슈퍼 스파이 클럽 암호 클럽 10
페니 워너 지음, 효고노스케 그림, 박다솜 옮김 / 가람어린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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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퍼즐, 암호, 수수께끼 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인 암호클럽’, 그들의 활약을 그려내고 있는 미스터리 동화 암호 클럽이 벌써 열 번째 책으로 독자들을 찾아왔습니다. 이번 책 제목은 암호 클럽 대 슈퍼 스파이 클럽입니다.

 

슈퍼 스파이 클럽이 뭐냐고요? 바로 암호 클럽의 오랜 골칫거리인 맷이 새롭게 만든 조직입니다. 두 전학생들을 섭외해서 맷은 슈퍼 스파이 클럽을 만들고는 암호 클럽에 대결을 신청합니다.

 

이 대결을 스태들호퍼 선생님이 정식으로 이루어지게 만듭니다. 암호 클럽과 슈퍼 스파이 클럽이 휴일에 학교에 나와 누가 더 빨리 암호를 풀게 되는지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암호 클럽에게 가장 큰 적이 있다면, 바로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겁니다. 심술쟁이 맷은 어리숙해 보이지만 딱히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게다가 맷과 함께 하고 있는 아이들, 데브와 휘트니 역시 상당히 영리한 아이들이랍니다. 과연 이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끝나게 될까요?

 

그런데, 어쩌죠? 대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언젠가부터 두 클럽의 대결을 돕던 선생님들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절대 핸드폰을 놓고 가지 않을 선생님이 핸드폰을 놔둔 채 사라져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습니다. 또 다른 선생님들도 이처럼 사라져 돌아오지 않네요.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두 집단의 아이들은 게임에 이기기 위해서 승부를 계속해야만 하는 걸까요?

 

이번 이야기는 조금은 긴장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암호 풀이의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엔 새로운 얼굴 휘트니란 친구가 등장하는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맷 편에 서 있긴 하지만, 어쩐지 암호 클럽에 또 하나의 친구가 등장하는 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갖게도 합니다. 무엇보다 경쟁만이 아닌 협력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잃어버린 금광, 동굴 탐험이 펼쳐질 건 가 봐요. 어쩌면, 빅풋도 등장하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감도 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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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빌리지 지리도감 9 : 멕시코 드래곤빌리지 지리도감 9
하이브로 지음 / (주)하이브로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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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떠나는 세계여행 <드래곤 빌리지 지리도감 시리즈> 9번째 책인 <멕시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래곤 빌리지 지리도감 시리즈>8번째 책인 <그리스>를 통해 처음 만났는데, 참 좋더라고요. 그 좋았던 감정이 9번째 책, <멕시코>에 대한 기대로 변하여,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답니다.

 

<지리도감>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또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상상의 길을 열어주고자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만화를 읽는 내내 멋진 곳을 실제 여행하는 것만 같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답니다.

 

먼저, 만화의 스토리는 드래곤 친구들과 악의 배후 마룡(하데스)과의 대치가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드디어 멕시코에서 이들은 본격적으로 격돌하게 됩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이 책은 만화의 스토리도 재미나지만, 무엇보다 멕시코에 대한 지리 인문학적 내용을 소개하는 부분이야말로 압권입니다. 물론, 어린이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전하면서도, 멕시코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차게 전해주고 있답니다.

 

멕시코의 지리적 특징은 어떻게 되는지, 음식이나 문화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멕시코의 기후는 어떠하며, 종교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려줍니다. 또한 멕시코에서 발생한 문명들은 무엇인지도 알려줍니다. 올메카 문명, 테오티우아칸 문명, 마야 문명, 톨텍 문명, 아즈텍 문명 등 참 다양한 문명이 시작된 곳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즈텍 문명의 신화 속 다양한 신들을 만나게도 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 토르티야가 바로 멕시코 음식임은 모두 알고 계시죠? 그런데, 이런 토르티야 삼형제인 타코, 부리토, 케사디아 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책을 통해 정확하게 배우게 됩니다.

 

무엇보다 멕시코의 문화유산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하게 됩니다. 멕시코에 얼마나 많고 다양한 피라미드가 있는지를 알게 되기도 합니다. 흔히 피라미드는 이집트에만 있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이처럼 다양한 문명에서 피라미드가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리도감>을 통해 배우게 되는 넓은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물론, 우리 역사 속에도 피라미드가 있답니다. 놀랍죠?).

 

드래곤 빌리지 지리도감 9: 멕시코를 읽는 내내 멕시코 문화 유적 등에 대한 사진이 너무나도 좋아 실제 곳곳을 여행한 것만 같은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통한 간접 여행을 함으로 세상을 알게 하고 새로운 눈을 갖게 해주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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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기억
다카하시 가쓰히코 지음, 박현주 옮김 / 네오픽션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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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붉은 기억의 작가 다카하시 가쓰히코의 전생의 기억을 읽었다. 그렇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 역시 붉은 기억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1996년 작품이다. 도합 8편의 각양각색의 기억에 얽힌 단편소설들.

 

책을 읽고 나면 혹 나에게도 이런 봉인된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봉인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그런 기억이 있는지 조자 모른다. 또는 왜곡된 기억을 진실된 기억인양 알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그들이 우연한 기회에 기억을 되찾게 된다. 대체로 끔찍한 진실을 담고 있는 기억들을.

 

어떤 이는 두통 치료를 위한 최면 치료를 하는 가운데, 전생의 기억을 되찾게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특별한 노래를 들으며 꽁꽁 감춰졌던 기억의 자락을 엿보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오랜만에 방문한 고향, 그곳에서 맡게 된 냄새를 통해, 또는 오랜만에 방문한 어린 시절 자랐던 고장의 풍경이나 장소를 통해, 봉인된 기억이 해제되기도 한다.

 

이 장소, 어린 시절의 봉인된 기억의 장소들은 8편 소설 모두 모리오카라는 곳이다. 몇몇 소설은 모리오카라는 지명이 분명히 명시되기도 하고, 또 몇몇 소설은 모리오카라는 지명이 명시되지는 않지만, 연상되어지는 풍경이 모리오카처럼 느껴진다. 오랫동안 발전되지 않고 정체된 공간, 그 공간을 방문하면서 봉인된 기억들이 해제되며, 주인공들은 뜻하지 않은 진실 앞에 서게 된다.

 

좋은 감정을 가진 지인이 알고 보니 자신 가문을 파괴시킨 장본인이 되기도 하고. 가족을 버리고 도망친 아빠가 알고 보니 불륜을 행한 모친과 애인에 의해 살해되기도 하고. 이처럼 많은 경우, 기억이 봉인되었거나, 일정 기간의 기억이 삭제되어 있던 이유는 가족의 끔찍한 죄악을 무의식 가운데 숨기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런 봉인된 기억들을 풀어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잃었던 기억을 되찾는 작업은 독자에겐 즐거운 여정임에 분명하다. 무엇보다 반전의 기억이 참 재미나다. 때론 오소소 소름을 돋게 만들기도 하고.

 

이처럼 소설은 때론 피하고 싶은 기억을 만나기도 하고. 때론 누군가의 아픈 기억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때론 애틋했던 가슴 시린 기억을 되새기기도 하고. 때론 왜곡되고 뒤틀린 기억을 바로 잡기도 한다.

 

모든 추억은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지만, 대개는 열쇠로 굳게 잠겨 있기 때문에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그 열쇠를 열어보기도 하지만 싫은 추억을 만나게 되면 사람들은 당황하며 뚜껑을 얼른 덮고 만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스러운 추억만을 추출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좋든 싫든 열쇠를 열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271)

 

소설을 덮으며 묻게 된다. 나에게도 혹 열어야 할 기억이 감춰져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말이다. 어린 시절 특별한 굴곡 없이 무난하게 성장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혹 그 안에 봉인된 기억, 어쩌면 원치 않은 기억들을 왜곡시켜 간직하고 있진 않을까 하는 의심, 그리고 막연한 기대와 흥분을 말이다. 왠지 그런 기억이 있으면 재미날 것 같은 기대를 말이다. 물론, 그럴 리 없음을 잘 알면서 말이다.

 

아무튼 소설집 전생의 기억은 재미나다. 때론 기괴하기도 하지만, 기괴함 속에 미스터리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흥분시킬 재미가 감춰져 있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은 뭐가 있을까 찾아보게 된다. 찾아보니 이 작가 작품은 몇 권 없다. 아니 엄청 많은데, 우리말로 번역된 작품이 세 권 밖에 없어,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한 권 남았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샤라쿠 살인사건밖에는. 아쉬움을 안고, 이 책을 얼른 찾아 봄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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