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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수상 대상작 ㅣ 뉴온 5
윤슬 지음, 양양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7월
평점 :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작인 『갈림길』이란 제목의 단편동화집을 만났습니다. 수상작가인 윤슬 작가의 단편 세편이 실려 있습니다. 세 편 모두 어둡고 아픈 상황이 이야기의 밑바닥에 흐릅니다. 뭔가 결핍된 상황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혼한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둔 아이, 엄마의 재혼으로 인해 가족이 되었다가 새 아빠가 떠남으로 남남이 된 동생을 바라보는 아이. 모두 결핍된 상황이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 묘한 따스함이 환한 한줄기 빛이 되어 밝게 솟아나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 따스함은 “같이 함”, “함께 함”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갈림길을 사이에 둔 시골 아이들이 함께 하며, 아픔 속에서 새로운 희망이 엿보입니다. 난생 처음 친구와 함께 떠난 먼 길, 그 힘겹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함께 하기에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솔직하게 다가갈 수 있는 희망이 시작됩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동생, 하지만, 마음 한 쪽에서는 여전히 가족이기도 한 동생과 함께 하는 밤은 서로를 향한 마음에 잠 못 들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아픔을 주는 건 언제나 어른이라는 점이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아이들이 힘겨운 상황 속에서 함몰되지 않고 새로운 가치들을 붙들고 시작하게 되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요.
첫 번째 동화인 「갈림길」 속에 등장하는 유나와의 대화가 섬뜩하면서도 먹먹했답니다.
“근데 있지, 너는.... 아빠랑 둘이서 사는 거 괜찮아?”
“응?”
“문은 잘 잠그지?”
“문?”
“방문 말이야. 안 잠가?”(27-8쪽)
이 장면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되지 않지만, 가정 성폭력을 떠올리게도 되고, 폭력을 떠올리게도 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이런 상황 속의 아이에게 가정은 떠나고 싶은 괴물이 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유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난 여기가 싫어. 너무, 너무, 너무. 중학교는 최대한 멀리 갈 거야. 기숙사가 있는 데로 갈 거야.”(18쪽)
우리네 가정이 우리 어른들, 우리 부모들의 잘못으로 인해 이런 공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네 가정들이 자녀들에게 어디에 있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 돌아가고 싶은 곳, 언제나 그리워하는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두 번째 동화인 「긴 하루」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를 둔 딸이 아버지를 찾아 친구와 함께 먼 길을 떠나는 여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평소 반듯하고 따스한 아이였지만, 그 속에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 그런 친구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죠.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도 살짝 보여줄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말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상처가 가십거리나 조롱의 대상이 아닌 감싸주며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되는 그런 모습이 멋졌답니다.
“네가 그랬잖아. 각자 사정이 있는 거라고.”
“그냥... 그 말을 들으니까 너랑은 같이 아빠한테 와도 괜찮을 것 같았어.”(66-7쪽)
마지막 「잠이 오지 않는 밤」은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고요. 가족의 새로운 형태에 대해 말입니다.
세 편의 동화 모두 결국엔 따스함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동화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