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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ㅣ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은근히 시리즈가 제법 된다. 그 대표적 시리즈 양대 산맥은 아무래도 “가가형사 시리즈”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 더하여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라플라스 시리즈”, “대환장 웃음 시리즈”, “오사카 소년 탐정단 시리즈” 역시 재미난 시리즈들이다. 계속하여 그 다음 이야기들이 기다려지는. 뿐 인가! 요즘 새롭게 시작된 “블랙 쇼맨 시리즈” 역시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시리즈다.
여기에 더하여 결은 조금 다르지만,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을 중심으로 묶어 말하는 “설산 시리즈”와 “산장 시리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가운데 시리즈로 묶여 회자되기도 한다. 물론, 이들은 하나의 시리즈 안에 묶여 있지만, 실상 별개의 작품들이다. 이번에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가운데 세 번째 소설로 출간된 책이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다. 또 다른 산장 시리즈인 『백마산장 살인사건』(개정된 책제목은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이다.), 『가면산장 살인사건』의 뒤를 잇는 이 책은 자그마치 1992년 작품이다. 이미 30년이 넘는 작품이 왜 이제야 번역 출간되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책장을 펼쳐본다.
소설의 배경은 말 그대로 “눈에 갇힌 외딴 산장”, 즉 전형적인 클로즈드 써클 추리소설이다. 그런데 아니다. 실제로는 출입이 가능한 어느 산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들은 출입할 수 없이 산장 안에 발이 묶여 있다. 이들은 극단 “수호”에서 공연할 새 작품의 오디션에 최종 합격한 배우들인데, 이들의 연출가는 이들에게 이곳 산장에서 3박 4일에 걸쳐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가게 한다. 누군가 희생자가 생기게 되고, 희생자로 선택된 배우는 자연스레 무대인 산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남은 자들이 그곳에서 앞으로의 사건을 스스로 만들어가게 된다. 단, 산장의 설정된 조건은 눈이 잔뜩 내려 외부로 나갈 수 없는 환경이란 설정이다. 이 설정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만약 이를 어기는 자는 최종 오디션에 불합격처리 된다.
그렇게 이들은 “갇힌” 산장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는데, 정말 첫날 밤 한 사람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어떤 상황으로 살인되었다는 쪽지와 함께(연극이기 때문에). 그런데, 정말 이것은 연극인 걸까? 범인이 누구? 둘째 밤 또 한 사람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이 때까지도 남은 자들은 이것이 단지 연극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자들은 이미 이것은 실제 상황이라는 인지를 하게 된다. 이런 괴리감에서 또 다른 느낌의 긴장감이 발생하게 되는 것 역시 작가가 노린 부분이 아닐까 싶다. 등장인물들은 긴장감을 찾을 수 없다. 마치 장난하듯 사건을 접근한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미 실제 상황이기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저들이 빨리 눈치 채길 바라며.
그러던 가운데 등장인물들 역시 이 사건이 단순한 연출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하지만, 산장을 벗어날 수 없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극도로 촘촘히 짜인 각본이라면 산장을 벗어나는 순간 자신들은 최종으로 불합격 될 수 있기에. 이렇게 연극과 현실을 넘나드는 상황 가운데 또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역시 또 한 사람의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무엇 때문에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 걸까? 이 외딴 산장에서의 합숙, 그 결말은 어떻게 되는 걸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외딴 산장이 아님에도 외딴 산장을 만들어 놓은 그 설정이 우선 기가 막히다. 게다가 실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 대한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는 설정 역시 좋았다. 그 간극에서 생성되는 긴장감이 묘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정말 이 모든 것이 실제 상황인 걸까, 아님 진짜 고도의 연극은 아닐까? 아무튼 모를 일이다. 그러니 얼른 끝까지 책장을 열심히 넘겨야만 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