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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다리 김밥 ㅣ 책고래아이들 39
정두리 지음, 지안 그림 / 책고래 / 2023년 11월
평점 :
저는 동시를 자주? 제법? 접하는 편입니다. 의도적으로 동시집을 찾는 편이랍니다. 왜냐하면 동시를 접하고 나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왠지 세상에서 절어버린 마음을 맑게 정화시켰다는 위안을 갖기도 합니다. 그러던 차,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꽁다리 김밥』이란 동시집을 만났습니다.
기가 막힌 건, 시집을 손에 드니 갑자기 배가 고파지는 겁니다. 꽁다리 김밥, 저도 좋아하거든요. 김밥의 가장 맛난 부분 아닐까요? 고픈 배를 동심 가득한 시어들로 채워봅니다.
동시집 속에는 다양한 동시들이 자신과 놀아달라고 손을 흔듭니다. 오미크론이란 녀석 때문에 출입금지 감금당한 가족을 만나기도 하고, 파도를 만나기도, 날아가는 새를 만나기도 합니다. 길 한 귀퉁이에 예쁘게 피어 있는 제비꽃을 만나기도 하고, 정말 그 이름과는 달리 너무 예쁜 뚱딴지 꽃을 만나기도 합니다(저도 이 녀석 돼지감자 꽃을 처음 보고는 너무 예뻐 놀랐거든요.).
때론 먹먹한 동시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기후 위기,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 미세먼지 등 시대적 위기 상황들을 만나기도 하거든요. 이런 메시지가 담긴 동시들도 참 좋았답니다. 물론, 마음 맑게 해주는 많은 시들이 금세 밝은 에너지를 심어줘 또한 좋았고요.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같은 사물이나 상황에 전혀 다른 접근을 하게 해주는 동시들도 만나게 됩니다. 특히, 「바지락 칼국수」란 동시는 번쩍 했답니다.
칼국수 속의 바지락 / 꼬옥 입 다물고 있는 / 바지락이 몇 개는 있다 // ‘에고 고집 센 거 / 너 닮았다’ / 엄마가 나를 보며 놀리듯 / 말한다 // ‘엄마, / 그 바지락 입 벌리게 하지 마세요’ // 고집 센 거 아니고 / 그 속에 있는 / 모래 뱉어내면 안 될까 봐 / 그러는 건데요 // 칭찬해 주세요.
「바지락 칼국수」 전문
이 동시를 만난 뒤로는 이제 바지락 칼국수를 먹을 때마다 입 꼬옥 다물고 있는 바지락 만나면 고마워 할 것 같아요. 이처럼 긍정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는 동시들이 많더라고요. 이는 동시를 통해 자연스럽게 받게 되는 귀한 선물이겠죠.
「돋보기」란 동시는 많은 감정이 휘돌아가더라고요.
할아버지 돋보기 / 살짝 내 눈에 대어보면 / 비잉 어지럽다 / 머리가 아프다 // 나이가 들면 / 이렇게 어지러운 안경으로 / 세상을 보아야 / 바로 볼 수 있나 보다
「돋보기」 일부
어린 시절 옆집 아저씨의 돋보기를 살짝 써 본 기억이 나더라고요. 정말 비잉 어지러웠던 그때 그 시절, 이젠 돌아가신 아저씨가 그리워지기도 하고요. 그러다 이젠 내가 돋보기를 써야만 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이 또한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보기 위해 써야 하는 구나 싶기도 하어 힘이 나기도 했답니다. 아무튼 다양한 동시들을 만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