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훔친 소년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7
이꽃님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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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출신 용이는 여관에서 일을 하지만, 경성역 앞에서 어수룩한 자들의 가방을 노리곤 한다. 그런 용이의 레이더망에 든 한 청년이 있었으니, 비싼 옷을 입고 가방을 소중하게 들고 있는 그 모습에 타깃을 삼고 결국 가방을 훔치게 되지만, 상대가 그토록 달리기를 잘 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 용이의 결정적 실수. 이에 가방 주인 주학에게 붙들린 용은 그곳에서 가방을 건네는데, 가방은 주학의 가방이 아닌 다른 가방아 아닌가. 게다가 가방 속에서 나온 것은 권총 한 자루와 창씨개명을 반대하는 전단지 묶음이었으니.

 

이에 일본 순사들의 눈이 두려운 용은 가방을 숨기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주학은 용이 일하는 여관에 머물며, 뒤바뀐 가방의 행방을 찾게 되는데, 과연 가방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뒤바뀐 가방 안에 든 이 물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소설, 『이름을 훔친 소년』은 일제시절 창씨개명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조국을 잃은 조선 백성들은 이제 자신들의 이름조차 지키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 이름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름을 지켜낸다는 것이 무엇을 지켜내는 것인지, 용이와 기영, 그리고 주찬의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있어 이름은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용은 거지로서 살아갈 때, 다른 거지들에게 놀림을 받아도, 자신의 이름만은 지켜내기 위해 몸부림쳤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거지들에겐 버젓한 이름이 없지만, 용에게는 최용이란 이름이 있으며, 이것이 자신이 가진 전부이기에. 하지만, 거지로서 살아가며, 어느 순간 이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생존하는 것이라 여긴다. 그렇기에 일제의 이름을 바꾸라는 정책 앞에 아무런 고민도, 갈등도 없다. 그에게는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기에.

 

그만 좀 해. 형 이름이 뭐 그리 잘난 이름이라고 악착같이 버티겠다는 거야? 막말로 이름 좀 바꾼다고, 형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 조국이 우리한테 뭘 해 줬는데? 아니, 우리한테 조국이 있기나 해? 그냥 하라는 대로 해, 시키는 대로 하라고. 그게 우리 같은 애들이 조국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야.(100-1쪽)

 

어쩌면 이런 용의 입장이 당연할 수도 있겠다. 용과 같이 생존 자체가 일생일대의 과제인 사람들에게는 이름을 지켜내는 것이 사치로 여겨질 수도 있고, 이름을 지켜내는 것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시키는 대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용을 돌봐주던 형 기영은 말한다. 이름을 잃는다는 것은 우리의 전부를 잃는 것이라고.

 

용아, 조국을 빼앗겼다고 이름까지 빼앗길 순 없어. 그럴 순 없는 거야. ... 이름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거야.(100-1쪽)

 

왜냐하면, 우린 이름을 통해, 그 사람을 기억하기 때문이라 작가는 말한다. 즉 이름은 그 사람을 기억하는 수단이다. 그렇기에, 이름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 그 사람이 행한 업적, 그 사람과 만들어갔던 수많은 추억조차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기영은 그렇기에 이름이 전부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 이름을 지켜내기 위해 일제의 총칼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쳐낸다. 이런 기영의 모습에 많은 조선 백성들이 자극을 받게 되고 말이다. 또한 소설 속에서 기영과 같은 입장에서 기영의 스승은 이렇게 말한다.

 

이름은 너 자신이오. 그 자체다. 그러니 그걸 잃을 순 없지 않겠니. 무서운 건 길들여지는 게지. 가만히 있도록 길들여지고, 폭력에 길들여지고, 삶을 잃는 것에 길들여지는 거지.(156쪽)

 

용 역시, 처음엔 자신이 가진 단 하나 이름을 지켜내기 위해 애썼지만, 철저한 약자의 삶을 살아가며, 자신을 억압하는 상황에 점차 길들여지고, 이제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잊게 된다. 하지만, 그런 용과 주학, 그리고 거지들인 누렁이와 딱지는 이제 창씨개명에 반대하는 기영의 모습을 통해, 자각하게 되고, 기영의 이름을 지켜주며, 이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아울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넷은 이제 친구가 되어 함께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이 소설, 『이름을 훔친 소년』은 일제시대에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울분과 설움뿐 아니라, 비록 나라를 잃은 백성이지만, 이름을 지켜내려는 작은 몸부림을 통해, 진정한 자존심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아울러 새로운 시대는 어떻게 열리게 되는지도 보여주며, 오늘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오늘 내가 지켜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길들여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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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진실을 밝혀내는 세기의 탐정들 -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5
호안 비니올리 & 알베르트 비니올리 지음, 문세원 옮김 / 가람어린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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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 등장하는 유명한 탐정들 가운데 누가 더 뛰어날까?’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런 상상 한 번쯤 하지 않았을까요? 바로 그런 생각에 상당히 접근한 답을 해주고 있는 책이 나왔네요. 금번 가람어린이 출판사에서 나온 『숨어있는 진실을 밝혀내는 세기의 탐정들』이란 책입니다.

 

물론, 이 책은 각각의 탐정들이 한 자리에 등장하여 같은 사건의 해결에 경쟁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그러니, 탐정 어벤져스 팀이 꾸려지는 것은 아니지요. 대신, 이 책은 유명한 탐정들에 대해 우리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고 있답니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나면 유명한 탐정들의 계보에 대해 잘 알게 되죠. 어떤 탐정이 원조인지. 그 탐정을 창조한 소설가는 누구인지. 또한 탐정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안에 담긴 에피소드는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탐정들은 모두 여덟 명으로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 에드거 앨런 포의 오귀스트 뒤팽, G. K.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얼 데어 비거스의 찰리 챈 형사,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큘 포와로 그리고 미스 마플, 대실 해밋의 샘 스페이드,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경감입니다. 이들 탐정들의 특징은 무엇이며, 추리 방법은 주로 무엇인지 등을 책은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들 탐정들이 다룬 유명한 사건(주로 탐정이 처음 등장하는 작가의 첫 이야기)을 요약해서 소개해주기도 합니다.

 

이 책을 보며, 알게 된 한 가지 재미난 게 있답니다. 추리소설들을 보면, 많은 경우가 탐정과 그 친구가 등장을 합니다. 홈스와 왓슨처럼 추리소설의 고전 뿐 아니라, 요 근래의 추리소설들도 이런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대체로 탐정의 친구가 화자가 되어 사건을 독자들에게 풀어주는 방법을 작가들이 사용하곤 합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가 그만큼 추리소설 장르에 있어 많은 영향을 미치는 구나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게 아님을 알게 되었답니다. 아서 코넌 도일 역시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을 받았더라고요. 그러니 탐정과 그 친구의 콤비 형태는 아서 코넌 도일이 원조가 아니라, 에드거 앨런 포가 원조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원조가 누구냐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통해, 원조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그런 형식을 차용한다 할지라도 그 형식 안에 담겨진 내용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창작이 될 때, 그런 모방은 새로운 창작의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셜록 홈스의 활약상이야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셜록 홈스 못지 않게 사랑받는 탐정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랑받는 탐정들을 창조한 작가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요.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이들 다른 뛰어난 탐정들의 활약상에 대해서도 작품을 통해 만나야겠다는 욕망이 생겼답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의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유명한 탐정들을 정리해주고, 그 계보를 우리에게 설명해주는 책이지만,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그 탐정들 하나하나를 만나고자 하는 갈증과 욕구를 심어 주는 것이 이 책이 갖는 큰 힘이 아닐까요? 탐정을 사랑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보면 좋을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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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마을 인문여행 - 미술, 마을을 꽃피우다 공공미술 산책 2
임종업 지음, 박홍순 사진 / 소동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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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엔 벽화마을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벽화마을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면, 괜스레 가봐야 할 것 같은 마음에 가족 나들이를 하며, 때때로 찾아 가보면, 실상 많은 경우 그저 그런 그림들이 몇 점 있는 곳들이 적지 않다. 또한 마치 낙서를 한 것처럼 성의 없게 적혀 있는 시구들과 흔한 그림들이 낡은 집들을 조금은 산뜻하게 만들어주었을지 모르겠지만, 어떤 곳들은 그나마 작업 후 상당 시간이 지나 또 하나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전해주는 곳도 심심찮았다.

 

이 책 『미술마을 인문여행』은 바로 그런 마을미술프로젝트로 새롭게 단장한 마을들만을 열 곳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마을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흔한 벽화마을이라기보다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준비과정을 통해, 나름 성공한 마을미술프로젝트의 예들이다.

 

저자는 이곳 마을들을 소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먼저 마을미술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준다. 미술마을의 목적은 두 가지라고 한다. 첫째, 작가의 일자리 창출(이게 애초 목적이라고 한다). 둘째, 침체된 마을에 미술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다. 이 둘이 함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가들과 주민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민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미술 작업, 그 결과는 그들 작가가 떠나고 난 후에,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들의 작품’이 되어버리지만, 소통이 이루어진 미술 작업은 ‘우리의 작품’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진다고 한다.

 

이런 소통을 통해, 작가들은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기도 하고, 그 마을이 가진 역사, 그리고 주민들이 살아온 사연 그 삶을 반영하기도 한다. 또 어떤 마을들은 그 마을이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그 주요 모티브로 삼기도 한다(남원의 혼불마을이 그러하며, 서귀포 유토피아로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또한 어떤 곳은 그 지역의 빼어난 풍광을 모티브로 삼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접근들을 통해, 마을의 특성을 살린 미술작업은 공동화 되어가는 마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미술마을프로젝트는 일종의 ‘문화 새마을운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런 미술작업들을 통해, 잘 살아보는 마을로 만들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또한 책에서 소개하는 이들 마을들의 특징은 작품들 하나하나가 작품성을 인정할만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미술마을프로젝트를 행한 작가들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럴 때, 이들 작가들이 그곳을 떠난 후에도 이 미술 작품들은 마을 사람들의 것이 되고, 마을 사람들은 그 작품들과 그 작품들을 감상하기 위해 방문하는 방문자들을 통해, 자신들의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된다고 말이다.

 

동네의 표정을 바꾸는 마을미술, 참 매력적인 작업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해보게 된다. 물론, 남들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괜한 낭비에 그칠 수 있겠다. 또한 저자가 말하듯 작가단과 마을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그저 행정적 진행은 또 하나의 천덕꾸러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곳과 같은 나름 성공한 경우들을 벤치마킹 하며, 작가와 마을, 행정기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마을에 담겨진 것들을 스토리로 만들고 그것을 미술로 승화한다면, 침체되어가는 마을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게 될 것이다.

 

책장을 덮으며, 시간과 여건이 허락될 때, 이들 열 개 마을을 하나하나 다녀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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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코너스톤 세계문학 컬렉션 1
조지 오웰 지음, 이수정 옮김, 박경서 해설 / 코너스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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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대략 20여 년만인 것 같다. 당시에는 형의 방 책꽂이에 꽂혀있던 『1984』와 함께 한 권으로 출간된 책을 읽었던 기억인데, 금번 코너스톤 출판사에서 새롭게 번역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새롭게 시작되는 <코너스톤 세계문학 컬렉션>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장원농장’의 동물들은 모두 한 곳으로 모여든다. 이곳에서 다른 동물들에게 존경받던 늙은 돼지 메이저 영감은 자신들의 삶이 이대로 괜찮은지 질문을 던진다. 생산하지는 않으면서 소비만 하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들에게 언제까지나 착취당하기만 해야 하는 지. 그러한 인간들을 향해 반기를 들 것을 선동한다. 이렇게 동물들을 선동하고 죽은 메이저 영감의 영향으로 이제 동물들은 자각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한 목소리가 되어야 함을 알고, 한 목소리를 내게 되고, 결국 ‘장원농장’을 동물들의 세상으로 만들게 된다. 이제 이름도 ‘동물농장’으로 바뀌고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뒤집어진 세상, ‘동물농장’은 게속하여 안녕할 수 있을까?

 

정치적 풍자가 가득한 『동물농장』을 통해, 작가 조지 오웰은 먼저, 사회주의 혁명이 요구될 수밖에 없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네 삶은 비참하고 고달프고 짧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 목숨을 겨우 유지할 만큼의 먹이만 받아먹고, 일을 할 수 있는 동물은 마지막 순간까지 혹사당하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바로 끔찍하고 잔인하게 도살을 당하지요. 영국에서 태어난 그 어떤 동물도 나이 한 살을 먹고 나면 행복이나 여가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오. 어느 동물도 영국에서는 자유가 없는 게지요. 비참한 노예의 삶, 이것이 바로 우리네 삶이잖소.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란 말이오.(13쪽)

 

이러한 사회주의 혁명의 요구로 인해 동물들(인민들)은 봉기한다. 그리고 세상은 바뀐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모든 인간들이 자신이 누릴 마땅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비록 쉽지 않은 이상향에 불과하다 할 수 있겠지만,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뛰어노는 세상을 우린 지향해야 한다.

 

하지만, 소설이 진짜로 보여주고자 하는 풍자는 그 혁명의 정신이 얼마나 쉽게 변질되고, 그 이상향이 쉽게 깨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혁명에 성공을 하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였다고 하는데, 실제 동물들의 삶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아니, 도리어 점점 더 힘겨워질 뿐이다. 동물들을 이끌어가는 자들이 혁명의 참 이상을 버리고, 그저 자신들의 탐욕만을 채워나가기 때문이다.

 

클로버가 생각한 미래의 그림이 있다면 그것은 굶주림과 회초리에서 벗어나고 모든 동물이 평등하며 모두가 자기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회, 예컨대 메이지 영감의 연설이 있던 그날 밤, 자신이 앞다리로 새끼 오리들을 보호해주었듯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주는 그런 사회였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콜로버가 바라던 미래 대신 찾아온 것은 누구도 자기의 생각을 감히 드러내어 말하지 못하고, 사나운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농장 여기저기를 휩쓸고 돌아다니고, 동무들이 충격적인 죄를 자백한 다음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겨 죽은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그러한 사회였다.(97-8쪽)

 

혁명은 변질되었다. 혁명의 성공은 또 다른 탐욕스러운 돼지들의 잔치를 양산했을 뿐이다. 그 전에 동물들을 착취했던 인간의 자리에 돼지들이 앉았을 뿐이다.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확실했다. 밖에서 지켜보던 동물들은 돼지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번갈아 고개를 돌리며 쳐다보았다. 하지만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이미 구별할 수 없었다.(151쪽)

 

『동물농장』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제도나 사상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제도나 사상을 운용하고 적용하는 사람이다. 그 시스템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어떤 인격, 어떤 마음, 어떤 시선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아무리 좋은 사상도 누군가를 착취하는 수단으로 변질할 수 있으며, 아무리 좋은 제도 역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결국 사람이 문제다. 이 시대의 안녕은 사람에 달려 있다. 『동물농장』은 결국 탐욕 앞에 무릎 꿇고 변질하는 혁명, 실패한 혁명을 보여줌으로 아무리 좋은 이상향이라 할지라도 그 안의 ‘사람’이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다. 오늘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참 ‘안녕’을 추구하는 ‘좋은’ 사람들일 수 있길 소망해본다.

 

우리 모두의 ‘안녕’은 좋은 제도와 좋은 여건들의 마련도 필요하지만, 실상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좋아야 하니 말이다.

 

역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두고두고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언제나 저렴한 가격으로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선사하는 코너스톤의 『동물농장』으로 고전의 가치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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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꼬리 어딨지?
마이클 그레니엣 글.그림, 최용환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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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행복한 개구리 하하하는 오늘은 행복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다들 꼬리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만 꼬리가 없거든요. 꼬리를 갖고 싶은 하하하는 이제 꼬리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과연 하하하는 꼬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처음 이 그림책을 읽고, 솔직히 이게 뭐야? 했답니다.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걸까? 싶었어요(사실 많은 어린이 그림책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 지 잘 모를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책은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른들은 자꾸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접근을 하며, 여기에만 익숙해지게 마련이죠. 그래서 이 이야기 속에서의 하하하의 모습을 보며 어리석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왜냐하면, 개구리가 꼬리를 갖으려 한다는 것은 다시 올챙이 시절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이를 퇴보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퇴보가 아니잖아요. 오늘 우리가 어른임에도 여전히 동심을 갈망하며,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잖아요. 그래서 아~ 이 그림책은 작가의 의도가 어디에 있던, 나에게 이런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우리 아이들은 놀이를 할 때, 이리저리 재보지 않고 그저 마음 따라 행동하죠. 어른들이 볼 때는 ‘왜 저러는지 몰라’ 싶을지라도, 아이들에게 있어서 그 순간은 논리를 생각하는 시간이 아닌 행복을 찾는 시간이잖아요. 이런 마음으로 하하하를 바라보니, 하하하의 꼬리를 찾는 이야기는 결국 동심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느껴지네요.

 

하지만, 아무도 하하하에게 꼬리를 주지 않는답니다. 아니 줄 수 없죠. 왜냐하면 그 꼬리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것이거든요. 설령 하하하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자신만의 꼬리니까요. 게다가 떼어 줄 수 있다 할지언정, 하하하에게 맞지도 않을 거예요. 그러니, 어쩌면 이 그림책은 자신만의 뭔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아닐까요?

 

이야기의 마지막에 하하하는 도마뱀의 끊어진 꼬리를 침을 발라 붙인답니다. 그리곤 마냥 행복해하죠. 이제 자신에게 필요 없는 끊어진 꼬리를 하하하에게 양보하는 도마뱀도 멋지지만, 그 꼬리를 침으로 붙이는 모습도 참 재미나네요. 어린 시절, 아카시아 가시나 장미 가시를 떼어내 콧잔등에 붙이고 좋아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어찌 되었든 하하하가 다시 행복할 수 있어 다행이네요. 우리도 날마다 자신만의 꼬리를 찾아 붙여 봐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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