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훔친 소년 주니어김영사 청소년 문학 7
이꽃님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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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출신 용이는 여관에서 일을 하지만, 경성역 앞에서 어수룩한 자들의 가방을 노리곤 한다. 그런 용이의 레이더망에 든 한 청년이 있었으니, 비싼 옷을 입고 가방을 소중하게 들고 있는 그 모습에 타깃을 삼고 결국 가방을 훔치게 되지만, 상대가 그토록 달리기를 잘 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 용이의 결정적 실수. 이에 가방 주인 주학에게 붙들린 용은 그곳에서 가방을 건네는데, 가방은 주학의 가방이 아닌 다른 가방아 아닌가. 게다가 가방 속에서 나온 것은 권총 한 자루와 창씨개명을 반대하는 전단지 묶음이었으니.

 

이에 일본 순사들의 눈이 두려운 용은 가방을 숨기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주학은 용이 일하는 여관에 머물며, 뒤바뀐 가방의 행방을 찾게 되는데, 과연 가방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뒤바뀐 가방 안에 든 이 물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소설, 『이름을 훔친 소년』은 일제시절 창씨개명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조국을 잃은 조선 백성들은 이제 자신들의 이름조차 지키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 이름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름을 지켜낸다는 것이 무엇을 지켜내는 것인지, 용이와 기영, 그리고 주찬의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있어 이름은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용은 거지로서 살아갈 때, 다른 거지들에게 놀림을 받아도, 자신의 이름만은 지켜내기 위해 몸부림쳤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거지들에겐 버젓한 이름이 없지만, 용에게는 최용이란 이름이 있으며, 이것이 자신이 가진 전부이기에. 하지만, 거지로서 살아가며, 어느 순간 이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생존하는 것이라 여긴다. 그렇기에 일제의 이름을 바꾸라는 정책 앞에 아무런 고민도, 갈등도 없다. 그에게는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기에.

 

그만 좀 해. 형 이름이 뭐 그리 잘난 이름이라고 악착같이 버티겠다는 거야? 막말로 이름 좀 바꾼다고, 형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 조국이 우리한테 뭘 해 줬는데? 아니, 우리한테 조국이 있기나 해? 그냥 하라는 대로 해, 시키는 대로 하라고. 그게 우리 같은 애들이 조국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야.(100-1쪽)

 

어쩌면 이런 용의 입장이 당연할 수도 있겠다. 용과 같이 생존 자체가 일생일대의 과제인 사람들에게는 이름을 지켜내는 것이 사치로 여겨질 수도 있고, 이름을 지켜내는 것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시키는 대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용을 돌봐주던 형 기영은 말한다. 이름을 잃는다는 것은 우리의 전부를 잃는 것이라고.

 

용아, 조국을 빼앗겼다고 이름까지 빼앗길 순 없어. 그럴 순 없는 거야. ... 이름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거야.(100-1쪽)

 

왜냐하면, 우린 이름을 통해, 그 사람을 기억하기 때문이라 작가는 말한다. 즉 이름은 그 사람을 기억하는 수단이다. 그렇기에, 이름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 그 사람이 행한 업적, 그 사람과 만들어갔던 수많은 추억조차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기영은 그렇기에 이름이 전부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 이름을 지켜내기 위해 일제의 총칼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쳐낸다. 이런 기영의 모습에 많은 조선 백성들이 자극을 받게 되고 말이다. 또한 소설 속에서 기영과 같은 입장에서 기영의 스승은 이렇게 말한다.

 

이름은 너 자신이오. 그 자체다. 그러니 그걸 잃을 순 없지 않겠니. 무서운 건 길들여지는 게지. 가만히 있도록 길들여지고, 폭력에 길들여지고, 삶을 잃는 것에 길들여지는 거지.(156쪽)

 

용 역시, 처음엔 자신이 가진 단 하나 이름을 지켜내기 위해 애썼지만, 철저한 약자의 삶을 살아가며, 자신을 억압하는 상황에 점차 길들여지고, 이제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잊게 된다. 하지만, 그런 용과 주학, 그리고 거지들인 누렁이와 딱지는 이제 창씨개명에 반대하는 기영의 모습을 통해, 자각하게 되고, 기영의 이름을 지켜주며, 이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아울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넷은 이제 친구가 되어 함께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이 소설, 『이름을 훔친 소년』은 일제시대에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울분과 설움뿐 아니라, 비록 나라를 잃은 백성이지만, 이름을 지켜내려는 작은 몸부림을 통해, 진정한 자존심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아울러 새로운 시대는 어떻게 열리게 되는지도 보여주며, 오늘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오늘 내가 지켜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길들여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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