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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의 크레이터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남일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정남일 작가의 단편집 『세리의 크레이터』는 경기문화재단에서 경기도에 거주하는 문인들에게 창작 지원금을 지원한 2022년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시리즈 10권 가운데 한 권입니다. 이 시리즈의 단편집은 모두 두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첫 번째 단편인 「세리의 크레이터」는 세리와 연인이 된 ‘나’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세리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했지만, 세리의 남친이자 ‘나’의 친구인 ‘오’로 인해 그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세리가 ‘오’와 헤어진 후, 둘은 자연스레 연인이 됩니다. 이렇게 연인이 된 둘 사이에 생각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합니다. 세리가 ‘오’의 아이를 가졌던 겁니다. 게다가 세리는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합니다.
물론, 초계분지라는 곳, 오만 년 전 한반도에 소행성이 떨어졌던 장소, 크레이터를 찾아간 후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세리의 마음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느낌입니다. 세리의 엄마가 운석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미혼모로서 세리를 낳기로 결심했던 것처럼, 세리 역시 초계분지에 감으로 자신의 삶에 중요한 사안을 결정지으려는 겁니다. 과연 세리와 ‘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운석은 우연이 겹친 인력의 작용에 의해 일어난다고 소설은 소개합니다. 또 한편 그렇게 생긴 크레이터는 분명 상처입니다. 사람 간의 인력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며, 또 한편으로는 그 상처가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하고,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옆집에 행크가 산다」는 유명한 격투기 선수 행크를 좋아했던 젊은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행크를 열렬히 사랑했던 커플, 그런데, 그 행크는 점차 광대가 되어 케이지에 오르게 됩니다. 자연스레 행크에게서 마음이 떠난 부부. 그런데, 옆집에 그 행크가 이사 온 겁니다. 격투기 선수 행크와 너무나도 닮은 거구의 흑인, 정말 옆집에 행크가 사는 걸까요?
남편은 옆집 행크의 사진을 찍겠다고 말하고, 행크에 푹 빠졌던 아내는 설령 옆집 남자가 행크가 맞더라도 그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지 말라고 말합니다. 험악한 흑인이 이웃에 살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말입니다. 아내는 너무 현실적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아내가 열렬히 참여하는 하늘다람쥐를 보호하자는 시위는 임대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는 님비 행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결국 삶입니다. 행크가 야수에서 광대로 전락한 것도 삶을 위해서였습니다. 부상으로 명예로운 은퇴의 길을 걸은 것이 아니라 광대의 길을 걸어간 것 역시 어쩌면 치열한 삶의 투쟁이 아니었을까요? 아내의 볼썽사나운 이기적 모습 역시 어쩌면 그렇습니다. 역시 자신의 삶을 위한 투쟁이겠죠. 다소 볼썽사나운 이기적 모습이고, 결코 바람직하진 않지만 말입니다.
두 이야기 모두 어쩌면 치열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상처받고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이며, 두 번째 이야기는 이기적 모습이 볼썽사납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말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