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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2022년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시리즈 10권 가운데 한 권인 김이은 작가의 『산책』은 「산책」과 「경유지에서」 두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산책」은 두 자매의 산책 장면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서울 도심을 벗어나 수도권 변두리 신도시의 아파트로 이사 간 자매를 찾아가 함께 산책하는 장면을 소설을 그려냅니다. 둘 모두 새롭게 이사를 했답니다. 한 쪽은 서울 도심에서 영끌하여 더 좋은, 아니 더 비싼, 그러나 더 좁아진 아파트로 이사 간 자매, 그리고 또 다른 한 쪽은 비싼 아파트를 포기하고 변두리의 넓고 쾌적한 아파트로 이사 간 자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소설은 집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줍니다.
집은 이미 살아가는 공간의 개념보다 투자의 개념으로 변질된 지 오래입니다. 그렇기에 더 좁고, 더 낡아 살기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더 비싼 아파트를 선택한 쪽과 조금 더 싸고 조금 더 투자 가치가 없지만 그럼에도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는 아파트를 선택한 쪽, 과연 어느 쪽이 더 현명한지를 소설은 묻습니다.
당연히 변두리이지만 너무나도 쾌적한, 그래서 산책하기에 최상의 공간을 선택한 쪽이 현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그 안에는 허영심이 담겨 있으며,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고 해서 속물적인 부분을 극복한 것은 아님을 또한 소설은 보여줍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겠죠.
「경유지에서」는 우리의 삶이 꼭 계획대로 경로를 밟아가는 것만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일 년 넘게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던 엄마를 간호했던 딸 이화. 엄마의 죽음 뒤에 홀로 남겨진 이화는 영어학원에서 만난 원어민 강사와 일탈을 합니다. 자연스레 둘은 낡은 주택에서 동거를 하게 됩니다. 원어민 강사에게 있어 이화는 경유지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단물만 쏙 빼먹고 버리는 경유지. 이화에게도 원어민 강사 역시 경유지에 불과하겠죠. 아무튼 이화에겐 그 일탈이 또 하나의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견딜 수 없던 슬픔 역시 인생에 있어 하나의 경유지에 불과함을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일탈의 순간 역시 인생에 있어 하나의 경유지에 불과합니다. 때론 그런 일탈이 삶의 에너지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