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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초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박초이 작가의 단편집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는 무엇보다 제목이 관심을 끌었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일까 싶었답니다. 미래가 어떻게 그리고 왜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을까 궁금했답니다.
첫 번째 단편인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를 읽어가는 가운데 작가에게 기분 좋게 낚였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인터넷 기사의 악의적 제목에 낚일 때엔 분노가 일지만, 작가의 의도적 낚임엔 기분 좋은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미래”는 구가 기르던 반려묘랍니다. “나”는 이젠 헤어진 남친(정말 남친이었을까요?)의 연락을 받고 장례식장에 들어서면서 소설이 시작됩니다. 웬 장례식? 싶었는데, 바로 구가 기르던 반려묘의 장례식이랍니다. 그곳엔 구의 현 여친이 함께 하고 있는데, 미래를 돌보던 역할을 담당했던 두 여인, 그리고 구는 미래를 화장하고 남은 26개의 돌을 두 여인에게 함께 나눠 줍니다. 바로 미래를 화장한 뒤 만든 메모리얼 스톤을 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이 돌은 의미 없는 돌멩이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 이 돌은 소중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는 귀한 매개체가 됩니다. 과연 반려묘 “미래”를 떠나보내는 세 남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두 번째 단편 「사소한 사실들」은 요즘 젊은이들의 애환이 진득하게 묻어 있어 먹먹했답니다. 집이란 공간에서 살아본 적 없고 그저 방에서만 살아내고 있는 “나”. 이리저리 몸뚱이를 눕힐 방을 찾아다니기에 바쁜 나. 그런 “나”가 비로소 집이란 공간을 맛보게 되는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여전히 삶은 퍽퍽하고 고달프지만 말입니다.
달려도 달려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환경, 이게 내 삶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 내게 집이란 장바구니에 담을 수 없는 소망일뿐이었다. 이제 소망 따위는 꿈꾸지 말아야지.(74쪽)
연애 한 번 마음껏 해보지 못하는 청춘들, 여행이나 사소한 기쁨이라고는 꿈조차 꿀 수 없는 많은 젊은이들의 막막한 삶이 엿보여 먹먹했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는 것을 알게 되는 모습이 그 퍽퍽함 속에서 환히 피어나는 꽃과 같았답니다. 물론, 여전히 힘겨운 청춘들일 뿐이지만, “함께”라는, 어쩌면 사소하지만, 그러나 너무나도 귀한 가치를 알아가는 모습에 말입니다. 물론 여전히 이 악물고 힘겨운 삶을 살아내야만 하지만 그럼에도 힘겨운 인생들이 함께 할 때, 그 힘겨운 시간들 속에 사소한 기쁨이 배어나게 됨을 소설은 알려줍니다. 어떤 시대보다 더 힘겨운 세월들을 살아내야만 하는 이 땅의 청춘들에게 사소한 사실들이 사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어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