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시집보내기 문학동네 동시집 37
류선열 지음, 김효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자리 시집보내기』란 재미난 제목의 동시집을 만났습니다. 저자인 류선열 시인의 소개를 살펴보니, 1980년대에 활동하시다 37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70여 편의 동시와 1편의 동화를 그 흔적으로 남겨 놓고 떠나셨기에 더욱 안타깝고 아쉬움이 가득하게 남게 되네요.

 

먼저, 시인의 동시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기 전, <시인의 말> 가운데 동심을 잃은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글귀가 있네요.

 

장난감 수갑을 보란 듯이 내걸고 파는 문방구 주인아줌마와 희한한 비디오를 보여 주는 만화 가게 아저씨를 위해 동심을 일으키자.

그리고 이 세상에 아이들의 마음 밭을 가꾸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믿는 어른들과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할 줄 모르는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쓰자.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동시들을 적어나갔을지 알게 해주는 구절이네요. 아이들의 마음 밭을 가꾸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시인, 그 마음 밭을 가꿈에 동시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는데, 시인의 활동 기간이 너무 짧음이 다시 한 번 아쉬움으로 남게 되네요.

 

시인의 동시들을 살펴보며, 무엇보다 두드러진 시의 형식면에 있어서의 특징이 있네요. 그건 많은 동시들이 운문시와 산문시가 혼합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랍니다. 또한 그 내용들은 목가적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동시들도 많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들, 특히 자연을 벗 삼아 뛰놀던 동심을 느끼게 하는 시들이 많답니다. 참새 집에 손을 넣어 참새를 살며시 만져보고 놓아주던 일, 잠자리 꽁무니에 짚을 꽂아 날려 보내며 놀던 일, 개구리 엉덩이에 바람을 넣고 놀던 일, 개울에서 멱을 감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따뜻한 조약돌을 귀에 대 물을 빼던 일 등을 시인은 잘 묘사하고 있답니다. 이런 동시들을 읽으며, ‘그래, 나도 이렇게 놀던 때가 있었는데.’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게 되네요. 그러니, 동시를 통해, 자연스레 동심의 시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게 된답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부모님 세대들이 어떻게 놀았는지를 살며시 엿볼 수도 있겠고요.

 

어린 시절 소풍가기 전날에 잠을 잘 못 이루었지요. 설레는 마음에 뒤척이다 늦게 잠들었는데도, 어느 날보다 일찍 눈이 떠지던 소풍날. 소풍날에 빠질 수 없는 게 보물찾기였죠. 그런데, 시인도 저처럼 보물찾기에 재능이 없었나 봐요. 저도 보물찾기를 하면 잘 찾지 못했거든요. 친구들은 그토록 잘 찾던 보물을 난 왜 그리 못 찾았던지. 시인은 그런 보물찾기에 대해 이렇게 노래하네요.

 

내게 보물은 그저 ‘찾기 전의 설렘’ 그것뿐인가 봐요.

< 보물찾기 > 일부

 

맞아요. 보물을 찾지 못해도 즐거웠던 건, 언제나 이 설렘이 가득했기 때문이죠. 이 동시집 『잠자리 시집보내기』에는 바로 이런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옛 추억에 대한 설렘 말입니다. 또한 풋풋하던 이성을 향한 설렘도 엿보이고요. 꿈속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는데, 자기 옆에 있는 신부의 얼굴을 보니, 이빨 빠진 짝꿍이네요. 또한 갓 전학 온 여자아이에게 남자답게 보여야 하는데, 진눈깨비 내리는 고갯길을 걸어 하교하는데, 갑자기 날아오른 새 때문에 깜짝 놀라는 귀여운 모습, 그리고 콩닥거리는 사내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동시도 있네요. 이런 내용이에요.

 

둘이서 막 내리막길로 내려설 때여요. 발밑에서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갑자기 “푸드덕”하고 우리를 놀래 주지 않겠어요. 얼마나 간이 오그라들던지, 우리는 그만 와락 안고 말아요. 왜 이렇게 맞닿은 가슴은 콩닥거릴까요? 구부러진 길 저쪽으로 마중 나오는 형의 호롱불빛이 아른거려요.

< 진눈깨비 > 일부

 

공부보다는 동심의 세계를 동경하는 시인의 노래들도 있는데, 그 가운데 이렇게 예쁘고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고 재미난 동시가 있네요.

 

시작이 나쁘면 끝까지 나쁜가 봐요.

어제는 선생님이 늦으셨고

오늘은 내가 늦었는데

말은 안 했지만 길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다가 늦었는데

회초리는 선생님 것이고

매 맞은 빨간 자국은 내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생각이란 건 안 하는 쪽이 편해요.

< 꼴찌 만세 > 일부

 

선생님, 나빠요~^^. 길에서 우는 아이 달래다가 지각한 이 아이의 마음, 그 온도만은 단연코 일등이네요.

 

시인이 선물하는 동심의 세상, 동시를 읽고 묵상하는 시간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순수한 동시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두운 숲 속의 서커스
강지영 지음 / 예담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지영 작가의 신작 『어두운 숲 속의 서커스』는 페인플루라는 감기가 중국과 한국에서만 만연한 가운데 시작된다. 페인플루는 치사율 0 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아무도 이 감기에서 낫게 된 사람이 없다는 것. 과연 이 페인플루는 어떤 위험성을 가지고 있을까?

 

답을 알려준다면, 이 페인플루라는 감기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었으니, 치사율 0 퍼센트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치사율 100퍼센트인 엄청난 질병이다. 왜냐하면, 감기인 줄 알았는데, 모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좀비로 변해버리기 때문. 이 엄청난 질병 앞에 국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페인플루 환자들을 격리 치료한다고 데려가지만, 실상은 격리하여 방치하거나 살처분한다. 아무런 치료 백신이 없기 때문. 그러니, 좀비 바이러스는 대책 없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였던 것이다. 과연 이 대책 없는 좀비 바이러스에서 국가를 구할 방법은 없을까?

 

걱정하지 마시라. 대책 없는 좀비 바이러스보다 더 대책 없는 가정이 있으니, 이들이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세상을 구원할 백신으로 인도할 것이다. 좀비 바이러스보다 더 대책 없는 가정은 바로 숙영의 가족. 첫째인 아들 근대는 심각한 틱 장애로 인해 잘 나가는 회사에서 영원히 나가버렸다. 지금은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는 반 백수. 둘째인 딸 초희는 시집가 출산을 앞두고 있는 평범한 주부이지만, 지금은 페인플루에 감염되어 엄마 숙영을 사지로 몰아가게 한다. 마지막 초과는 삼류 소설가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 그리고 이들 삼남매를 억척스럽게 기른 숙영씨가 바로 대책 없는 가족이다.

 

이들이 왜 대책 없을까? 이들 가정은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집에서 두문불출해야 마땅하지만, 모두 세상으로 나간다. 초과는 자신의 딸 유이가 미국에서 자신을 길러준 엄마와 함께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는데, 희귀 혈액인 Rh-이기에 자신이 수혈을 해야만 하는 상황. 그렇기에 초과는 딸을 만나기 위해 좀비로 가득한 곳을 뚫고 지성대학병원으로 향한다. 초과를 돕는 문단 후배이자 애인인 윤재(사실, 이 윤재에게 모든 문제의 Key가 있다.)와 함께.

 

또한 철없는 장남 근대는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 상영을 위해 외장하드를 가지고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들의 엄마 숙영은 페인플루에 감염되어 있는 딸 초희를 살리기 위해 지성대학병원으로 향한다. 과연 이들 앞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소설, 『어두운 숲 속의 서커스』는 무엇보다 재미있다. 좀비 바이러스라는 설정. 그것도 평범한 듯 보이는 감기 바이러스를 통해 좀비로 변하게 되는 설정이 참신하다. 또한 이런 바이러스 이면에는 중국과 한국의 깜짝 놀랄만한 합작 연구가 도사리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좀비바이러스를 딛고 도리어 영원한 젊음과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한 남성이 있으며, 이 남성이 초과와 연결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뿐 아니라, 어쩌면 세상에서 루저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초과 가정, 아니 숙영 가정이라 부르는 것이 좋겠다. 이들 숙영 가정으로 인해 결국엔 세상이 구원받게 되는 놀라운 결말은 오늘 우리에게 이들 평범한 사람들, 아니 평범 이하의 사람들을 통해 세상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아울러, 재미난 소설 전개를 통해, 또 한편으로 무능한 정부, 더 나아가 무능하면서도 냉혹하기만 한 리더들의 모습을 고발하기도 한다.

 

마치 좀비처럼 하루하루를 패배자로 살아가는 이들, 삶에 별다른 기쁨이 없는 자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아마, 이 소설을 읽는 가운데 삶의 생기가 돌게 될 것이다. 너무나도 신나는 이야기 속에 금세 빠져들게 될 뿐더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치명적 바이러스, 대책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한 동안 초과, 근대, 숙영, 그리고 신비한 사내 윤재와 함께 좀비 바이러스의 백신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이다.

 

물론, 소설을 덮으면 이 신나는 모험에서 벗어나 또 다시 냉혹한 세상 속으로 좀비처럼 걸어 들어가야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또 아는가! 나도 모르는 사이, 『어두운 숲 속의 서커스』안에 작가가 감춰놓은 백신을 맞아, 이젠 좀비 같은 세상에서 생명력 있게 살아가게 될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바생 자르기 Fired K-픽션 13
장강명 지음, 테레사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사회는 한참 ‘갑질’논란으로 진통을 겪어왔다. 물론, 이러한 갑질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힘이 있으면 비행기도 회항시키고, 백화점의 직원들도 자신의 앞에 무릎 꿇릴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린 살아간다. 그런 우리들에게 『알바생 자르기』란 제목은 상당히 불순하며, 도발적인 제목처럼 여겨진다.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게 된다. 그런데, 사뭇 기대했던 내용과 다르게 이야기는 전개된다. 알바생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왠지 알바생이 또 하나의 갑이 되어 횡포를 부리는 것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심지어 읽는 내내 이런 못된 알바생을 어떻게 하면 잘 자를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작은 회사의 중간관리자인 은영은 알바생 혜미로 인해 마음고생(?)이 많다. 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며, 싹싹하기보단 찬바람이 쌩쌩 부는 알바생이 과연 부하인지 상전인지 구분이 안 된다. 공과사의 구분도 없이 업무시간에 한의원에 다니면서도 그 당당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알 수 없다. 비정규직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모두 이야기하며 하나하나 다 받아내는 그 당돌한 모습에 은영은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런 모습에 은영이 빨리 알바생 자르기에 성공해야 할 텐데 하는 심정이 들기도 한다.

 

결국 알바생으로 인해 마음 고생하였던 중간관리인 은영은 알바생 혜미를 자르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불편함과 미안함, 안타까움, 부끄러움이 마음에 가득하다. 글은 이렇게 끝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여자아이는 가방에 손을 넣어 봉투를 확인했다. 봉투를 땅에 떨어뜨리고 돈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겁이 났다.(이렇게 주지 말고 계좌로 부쳐줬으면 좋을 텐데.) 건물을 나서자마자 은행을 찾아갈 참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독촉을 받고 있었다. 여전히 발목이 아팠다. 인대 수술을 받느라 퇴직금을 다 썼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78쪽)

 

여태 독자들은 작가에게 속았다. 작가는 알바생의 부당한 모습들을 드러내며 자르기를 학수고대하는 은영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렇기에 독자 역시 은영에게 동조하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은 이렇게 반드시 잘라내야만 하는 나쁜 알바생이 알고 보니 그 안에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그리고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수많은 아픔과 한숨, 삶의 무게가 가득한 약자 중에 약자에 불과하다. 그토록 맹랑하게 여겨질 만큼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며 손에 움켜쥐려한 이유 역시 혜미에게는 그만큼 절박하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것들을 쟁취하였음에도 혜미는 여전히 빈손 인생이며, 곁에는 아무도 없는 외로운 인생, 미래가 불안한 인생에 불과하다.

 

이런 결말을 통해, 작가는 우리로 하여금, 나의 입장에서 쉽게 판단하고 몰아세우려는 대상 역시 그 안에 아픔과 설움을 간직한 인생이며, 그 아픔의 무게만큼 더욱 당돌해질 수밖에 없는 약자 중에 약자임을 생각하게 한다. 약자의 당돌함은 생존하기 위한 절박한 선택일 뿐이다. 짧은 글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타인을 향한 나의 자세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웅이도 영웅이 필요해 - 제22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대상 수상작 눈높이아동문학상 37
윤해연 지음, 신민재 그림 / 꿈꾸는달팽이(꿈달)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제22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당선작인 『영웅이도 영웅이 필요해』는 영웅이란 아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낡고 작은 미용실, ‘영헤어’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때론 재미나고, 때론 감동스럽고, 때론 조마조마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랍니다. ‘영헤어’는 자그마치 50년이나 된 미용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연륜이 가게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곳이죠. 너무 낡고 작아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런 곳에 미용실이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인.

 

바로 이곳 ‘영헤어’를 대표하는 할머니가 세분 계시네요. 이 세 할머니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영헤어’에 나와 손님들을 참견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하나하나는 품평하는 재미로 소일하시는 오지랖 넓은 할머니들이랍니다. 문제는 영웅이네 엄마는 항상 이곳 ‘영헤어’에 가서 머리를 깎으라고 한다는 겁니다. 영웅에게는 머리 스타일의 선택권이 없고요. 어떻게 깎아달라고 해도 항상 똑같은 머리모양이랍니다. 그런데, 하루는 같은 반 여자아이 정민이가 그곳 ‘영헤어’에서 머릴 깎고 있네요. 잔뜩 화난 표정으로 말이죠. 그 다음날 정민이와 영웅은 남매간이냐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답니다. 머리 스타일이 똑같았거든요. 촌스러운 스타일로.

 

이런 ‘영헤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이 동화 속의 영웅은 점차 진짜 영웅처럼 멋지게 변하는 모습도 보여줄뿐더러, 왠지 수다스럽고 오지랖 넓은 할머니들과 닮아 간다는 인상을 받게 되기도 하네요. 하지만, 영웅의 오지랖은 귀엽답니다. 그리고 그 오지랖이 때론 감동적이기도 하고요.

 

오늘 우리들의 삶 속에도 영웅이 필요하죠. 그 영웅은 무엇보다 내 곁에 있는 이들을 향한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물론, 악의적 관심이 아닌, 선한 관심 말이에요. 뭐, 그런 관심조차 받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고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선한 관심이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가니까요. 이야기 속의 영웅의 엄마는 미혼모랍니다. 그러니 세상에서 영웅과 엄마 둘 뿐이죠. 하지만, 촌스럽고, 구식이며, 낡고, 좁아터진 ‘영헤어’에서의 부대낌은 영웅에게 새로운 가족을 선물한답니다. 오늘 우리 삶 속에서도 이런 가족들이 많이 만들어지길 소망해봅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또 하나의 ‘영헤어’들을 통해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이 울 때 상상의힘 아동문고 9
장주식 지음, 오치근 그림 / 상상의힘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집 『강이 울 때』는 도합 8편의 단편동화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각각의 동화들은 무엇보다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하며, 또한 함께 토의할 수 있는 그런 주제들을 담고 있답니다. 그렇기에 굳이 결말을 보지 않는 이야기들이 태반입니다. 작가는 동화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문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결말을 맺지 않음으로 오히려 독자들에게 동화 속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리고 여러분은 어떻게 결정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묻고 있답니다.

 

「응, 좋아. 그래, 좋아」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공부에만 전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세주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자기 의견이 없답니다. 오직 엄마가 이끄는 대로 공부에만 전념하죠. 그래서 항상 1등을 하지만, 그럼에도 세주에게는 기쁨이 없답니다. 그런 세주가 절친의 생일에 학원을 빠지고 놀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하는데, 엄마는 놀랍게도 “응, 좋아”라며 허락하네요. 정작 세주는 허락받지 못할 것이라 여기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용기 내어 한번 말해본 것이거든요. 세주에게 이 하루는 꿈만 같은 날이랍니다. 물론, 엄마의 허락은 또 다른 의도가 담겨 있었지만, 세주는 엄마의 ‘좋아!’란 허락의 말에 자신의 가슴이 뛰고 행복했던 것처럼, 이제 까칠한 세주의 모습은 버리고 친구들에게 가슴을 열고, ‘응, 좋아.’, ‘그래’하며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네요. 하지만, 이런 행복한 날은 하루에 그치고 맙니다. 엄마가 허락한 것은 진심에서 한 것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세주가 달라집니다. 세주는 이제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다가가네요. 과연 세주와 엄마의 관계가 예전과 달라질까요? 그 결말은 이 동화를 읽는 독자들의 삶 속에서 써가게 된답니다. 바로 우리들이 말이죠.

 

「민우가 만나는 세상」에서 민우는 힘겨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국가에서 최신형 컴퓨터와 인터넷을 제공받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컴퓨터로 민우는 오락에 중독되고 맙니다. 이런 중독은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되고요. 이런 민우에게 컴퓨터를 제공하는 것이 옳을까, 아님 이런 제공을 철회하는 것이 옳을까 독자들에게 묻는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민우가 컴퓨터를 바르게 사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겠지만요.

 

「뭔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의 주인공 진호는 야구가 좋답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월등하게 잘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진호 아빠는 진호가 야구를 취미로만 하길 원합니다. 야구는 직업이 될 수 없다고 말이죠. 이런 반대 앞에 진호는 아빠의 말씀에 따르는 것이 옳을까요? 아님, 자신의 꿈을 위해 더욱 매진하며 아빠의 반대에 맞서는 것이 옳을까요?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자녀가 정말 좋아하며, 잘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일 좋겠죠. 그런데, 진호 아빠처럼 그것이 안 되는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외에도, 「별것도 아니네」는 학교폭력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고요. 「딱지 곳간」은 시골학교에 갑자기 딱지열풍이 불어와 그로 인한 부작용이 생긴 이야기를 다루네요.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하지만, 그 대안이 실제로는 별로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또 다시 다른 대안들을 생각해가는 멋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강이 울 때」와 「닭님 시인」은 4대강 공사로 인해 망가진 강에 대한 아픔과 실의, 그리고 실의를 넘어서 다시 강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되는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네요. 「강이 울 때」 가운데서 이런 구절이 마음을 울리네요.

 

강은 지금 온통 썩어가고 있어. 얼마나 아플까. 그것도 자기 잘못으로 아픈 것도 아니거든. 그런데 내가 어떻게 이 강을 버리겠어. 엄마가 강길을 계속 걷는 이유는, 음.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고 버리면 과연 사랑했다고 할 수 있을까?(157-8쪽)

 

‘4대강 살리기’란 타이틀로 국토의 물줄기를 썩게 만든 이들. 그들이 너무나도 미웠던 때가 있었죠. 하지만, 이 동화속의 엄마의 말이 마음을 울리네요. 비록 강을 망가뜨린 이들이 밉다 할지라도 진짜 강을 사랑하는 이라면 여전히 그 썩은 강을 끌어안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이 긴 여운으로 남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고구마 저울」은 정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답니다. 정직이 침해당하는 일자리를 고수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이 옳은지 묻고 있네요.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정직이 사라진 시대. 이미 희망을 지운 시대가 아닐까요?

 

이러한 여덟 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 아이들이 각각의 경우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게 하고, 또한 어떤 모습이 바람직한 모습인지를 나누기를 원하고 있답니다.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각자의 생각의 나눔을 통해, 보다 더 아름다운 삶으로 우리들을 이끌어가는 단편동화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