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 백성현 포토 에세이
백성현 지음 / 시그마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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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개인적인 삶을 알아간다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책 『고마워요』 역시 그러하다. 이 책은 인기 그룹인 ‘코요태’의 맴버인 랩퍼 빽가의 포토 에세이집이다. 아마도 빽가가 왠 포토 에세이? 라고 묻는 분들은 이제는 많지 않을 듯하다. 이미 빽가는 뮤지션의 자리만이 아닌 사진작가의 자리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빽가는 아홉 살 때부터 사진과의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그리고 사진작가로 활동할 때에도 뮤지션 빽가의 이름 덕을 보지 않기 위해 by100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사진작가로서의 능력 역시 지금은 누구도 의심치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바로 그 빽가의 두 번째 책이 『고마워요』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뇌종양 수술을 받고 힘겨운 시간을 지나온 빽가, 그의 본명은 백성현이다. 포토 에세이인 이 책 『고마워요』는 빽가로서가 아닌, 사진작가 백성현으로서의 고백이다(물론, 사진작가라기보다는 인간 백성현으로서의 접근이 맞을 듯싶다. 사진작가 by100이 아닌 백성현이란 이름을 걸고 낸 책이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빽가라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은 애정을 갖게 된다.

 

이 책에서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아프던 시간을 회상하며, 그 아픔의 시간을 견뎌온 과정들을 풀어내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그가 겪었을 충격이 독자의 것이 된다. 아울러 육체적 아픔에 더해진 또 다른 힘겨움들에 대해서도 눈이 간다. 남의 아픔마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기 멋대로 올려대는 악플들, 남의 아픔마저 자신의 기회로 삼는 기자들, 그리고 환자를 마치 부러진 의자를 고치듯이 접근하는 의사의 모습 등은 분노와 함께 과연 이 사회에 희망이 존재하는가 하는 회의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에 여전히 희망은 존재한다. 그 이유, 그 근거는 무엇일까? 백성현 그의 고백과 글을 통해 생각해본다면, 그건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힘겨움의 시간을 견뎌내며 걸어가는 친지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에 더하여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그에게 있어서는 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희망은 ‘가족’과 ‘사진’이었노라 고백한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되었을 때, 처음 든 감정은 감사였노라고 그는 말한다.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 오늘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감사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삶 역시 힘겹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많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을 호흡할 수 있음이 감사의 제목일 수 있음을. 누군가에게는 아픔을 느낄 수 있음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본다.

 

여기에 더하여 날 사랑하고 믿어주는 가족이 있다면. 아울러 내가 사랑하고 몰입할 수 있는 뭔가가 나에게 존재한다면, 비록 때론 넘어지고, 때론 상처 입으며, 때론 힘겨워할 수 있겠지만, 오늘을 살아감이 행복할 수 있음을 떠올려보게 되는 좋은 책이다.

 

빽가, 백성현, by100, 어느 위치에서든지 그의 건승을 기원하며 응원해본다. 아울러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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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글뽀글 막걸리 합주곡 - 양평 양조장 이야기 한국의 재발견 7
최은순 지음, 이경국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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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한국의 재발견> 시리즈 7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양평 양조장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뽀글뽀글 막걸리 합주곡』이란 재미난 이름의 동화입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지평 양조장은 4대에 걸쳐 옛 방식 그대로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 곳이고 합니다. 그곳에서 만들어 내는 막걸리의 맛뿐 아니라, 양조장 건물 역시 문화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근대 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랍니다. 바로 이곳 지평 양조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에 의한 창작 동화랍니다.

 

준수는 자신의 집이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이라는 사실이 싫답니다. 이곳은 준수의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하여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이어오고 있는 가업입니다. 그래서 준수는 겁이 납니다. 아버지에 이어 자신도 그 일을 이어받아야 할 것 같아 말입니다. 사람들은 전통을 잇는 대단한 곳이라 칭찬하기도 하지만, 준수 생각에는 그냥 술집 같거든요. 그래서 마음에 들지도 않고 말입니다.

 

게다가, 같은 반 솔애는 할머니가 매일 준수네 집에서 막걸리를 가져와 막걸리에 밥을 말아 드신다며 그 냄새가 싫다고 준수를 구박합니다. 솔애를 좋아하는 영복이도 솔애 편에서 준수를 서운하게 하고 말이죠. 영복이네 아빠는 얼마 전까지 준수네 양조장에서 일했었는데 말입니다.

 

이래저래 자신의 집이 양조장인 것이 싫은 준수는 잔치에 나갈 막걸리 항아리에 물을 타게 됩니다. 막걸리 맛이 이상해지면 자신의 집이 이젠 양조장을 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이런 준수의 철없는 시도로 인해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동화속의 준수는 자신의 집이 양조장인 것이 싫습니다. 어쩌면 이런 준수의 모습이 이해가 되네요. 아무리 우리 전통을 잇는 것이라 할지라도 어린 아이인 준수의 입장에서는 그저 술 냄새나 나고 별 볼 일없는 모습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양주는 고급스럽다 여기면서도 막걸리는 저급하다 생각하기도 하잖아요. 준수의 마음이 이해되네요. 하지만, 어쩌면 이런 준수의 마음은 우리의 전통음식인 막걸리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대변하고 있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하네요. 바로 이런 시선의 변화가 전통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역할을 통해, 과하지 않게 슬며시 일어나고 있는 점이 이 동화의 멋진 점이랍니다.

 

또한 작가는 솔애네 엄마와 솔애의 모습을 참 얄밉게도 잘 표현하고 있네요. 눈앞에 실제 있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얄밉고 바보 같거든요. 그럼에도 막걸리를 바라보는 이런 다른 시선들까지 동화 속에서는 하나로 어우러지게 되는 모습이 참 멋집니다. 서로 다르지만, 그런 사람들이 함께 부대끼며(발효) 어우러짐으로 그 안에서 올라오는 삶의 합주곡이 예쁘기도 합니다. 마치 책 제목인 『뽀글뽀글 막걸리 합주곡』처럼 말이죠.

 

우리의 삶이 이처럼 멋진 합주곡이 된다면 좋겠네요. 그 합주곡 속에는 우리의 전통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사랑, 그리고 그로 인한 계승 발전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면 더욱 좋겠고요. 이야기도 재미나며, 아울러 우리의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좋은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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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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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눈길을 주지 않던 책꽂이에서 문득 눈에 띤 책이 있어 펼쳐 들어본다. 바로 6년 전(2009년 5월) 세상을 떠나신 고 장영희 교수의 책 『내 생애 단 한 번』이란 에세이집이다. 물론, 이 책은 그 이전인 2000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 곁에 함께 꽂혀 있던 고 장영희 교수의 유고 에세이집인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내지에 적어놓은 날짜를 보니, 유고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먼저 구입하고, 한 달 후에 이 책, 『내 생애 단 한 번』을 산 것으로 적혀 있다. 아마도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사 읽어 본 후에 그 여운이 컸기에 저자의 또 다른 그전의 책들을 사 모았나 보다.

 

그렇게 사 모은 책들을 읽고 모셔둔 건지, 아님 읽지도 않고 그냥 모셔둔 건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책장을 펼쳐 읽어 가는 가운데 대체로 생소함에 아~ 이 책 안 읽었구나 싶다가도, 몇몇 글들은 확실히 생각나기에 읽긴 읽었나보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대체로 전혀 새롭기에 처음부터 찬찬히 처음 읽는 느낌으로 읽어본다.

 

책장을 덮으며, 와~ 좋다 란 생각을 해 본다. 무엇보다 정말 수필이 무엇인지 모범 답안을 본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아마도 6년 전에도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고 바로 이런 좋은 느낌에 저자의 다른 책들을 사 모아놨나 보다.

 

저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일어난 소소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이러한 이야기들을 출발로 하여 어느 주제에 대해 더 발전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런 과정에서 저자의 사색과 사상 뿐 아니라, 저자가 읽고 감명 받았던 많은 문학 작품들의 내용들이 적절하게 섞여 독자에게 전해준다. 분명 에세이집이기에 자유롭게 이야기가 전개됨에도 왠지 이분의 살아생전 삶이 장애로 인해 치열함 뿐 아니라, 왠지 이분의 삶이 흔히 말하는 에프엠 이었겠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느낌이 그렇다.

 

정작 저자 본인은 자신의 글에 대해 겸손함을 보이고 있지만, 이렇게 좋은 글들을 우리에게 전해주셨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한 번 품어 본다. 비록 저자는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그분이 남겨 놓은 글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오늘도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요즘 나오는 신간들에도 눈이 갈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이분의 또 다른 책들을 책꽂이에서 해방시켜 하나하나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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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한국 현대사 - 피와 순수의 시대를 살아간 항일독립운동가 19인 이야기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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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압제와 억압 아래 신음하던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젊음을 바치고 인생을 바친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우리의 역사 가운데서 사라져버렸다면 어떨까? 실제 이런 일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 일어났다면 왜, 무슨 이유로 이들의 흔적을 우린 잃어버린 것일까?

 

아마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치부해 버릴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이런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인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런 위험한 소리들 때문에라도 역사의 창구는 반드시 단 하나여야 한다고 항변하는 자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이다. 실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항일을 하였던 이들의 그 헌신과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함도 사실이다.

 

왜 그랬을까? 이들은 너무 순수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들은 대체로 꿈과 이상을 좇던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우리에겐 공산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짙게 배어 있어서 이기도 할 것이고 말이다(공산주의라는 이상이나 이념과 김일성 일가가 만들어간 현실적 모습은 엄격히 다름에도 말이다.).

 

여기 『잃어버린 한국 현대사』란 책에서는 이렇게 항일 운동에 젊음을 바쳤음에도 단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인해 우리의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이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도 더 치열하게 항일운동을 하였던 독립운동가들이지만, 단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서 감춰져버린 이들. 그렇다면 이들은 북녘 땅에서는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는 걸까? 그렇지도 않다. 여기 소개하는 19명 대부분이 북녘 땅에서도 대접받지 못한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숙청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김일성 자신의 권좌에 위협이 될 만큼 정치적으로 자신을 앞선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며, 이들이 꿈꾸는 공산주의 이념은 김일성만의 권좌와 욕망,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는 데는 방해가 될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립운동의 지대한 업적들이 있음에도 남북 양쪽의 정치적 상관관계에 의해, 한반도 어디에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이들의 모습을 읽으며, 참 안타까운 마음을 품게 된다. 물론, 저자는 이들 19인에 대해 무작정 찬양하지만은 않는다. 각 인물들에게 있어, 단점이나 그들의 한계, 그리고 그들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 그 부분도 솔직하게 언급한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의 이들의 공은 비교할 수 없이 크기에 이 부분에 있어 정당한 평가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들 모두는 정치적 실패자들이다. 그랬기에 그들의 꿈과 이상은 실패하였다. 만약 이들의 꿈과 이상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저 북녘 땅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이 아닐까? 물론, 역사에서 만약은 의미 없는 접근이지만 말이다.

 

사실, 읽다보면 19명의 성품이나 특성, 그리고 그들의 항일 투쟁의 삶의 자리나 업적 등이 분명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면, 다음 사람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책을 읽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19명의 생, 그리고 그들의 공과(功過)가 있는 그대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가 잃어버린 현대사의 한 단면을 되찾게 해주는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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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격 시작시인선 192
윤중목 지음 / 천년의시작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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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등단한 시인이 그 첫 시집을 26년 만에 출간했다. 시인이 시인으로서 직무유기(?)를 한 걸까? 시인의 프로필을 보니, 아마도 시인은 관심분야도 많고, 또한 아는 것도,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도 많은 듯하다. 그랬기에 이 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또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 시집이 나왔으니, 시인도 무척 감개무량했을 것 같다.

 

이렇게 오랜 시간 잉태하여 드디어 출산한 그 시들은 과연 어떨까 하는 기대감으로 시인의 시를 접하게 된다. 첫 번째 시부터 시인의 시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첫 번째 시가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밥격>이다.). 윤중목 시인의 시는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뿐 아니라 시인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시인만이 알 수 있는 시를 읊조리는 것도 아니다(솔직히 이런 시집을 제법 많이 접하며 얼마나 피곤하였던지, 휴~). 무엇보다 윤중목 시인의 시에는 삶이 있다. 그렇기에 생활자인 독자는 시인의 시에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고, 함께 힘겨워 할 수 있다. 때론 시인이 고백하는 삶의 무게가 나의 것이 되기도 하며, 삶을 헤쳐 나가는 시인의 고뇌와 고민이 나의 것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좋다.

 

많은 시들이 좋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만 적어본다.

 

나무는 그렇게 세월을 견뎠다.//세월이 제 몸 삭혀 길러낸 비바람 쏘이며/

껍질에는 두툴두툴 검붉은 딱지가 앉았고,/속심 고갱이는 옹골지게 꼭꼭 여물어갔다./

세월이 올려댄 잔가지며 잎새들 떨림 소리는/밤사이 끈적끈적한 수액으로 흘러내렸다.//

사각사각 세월에 긁힌 묵형의 흔적,/나이테 그 아스라한 동그라미 안으로/

나무는 꽁꽁 세월을 묶어 가뒀고,/갇힌 세월은 끝내 굵은 옹이로 박혔다.//

나무는 그렇게 세월을 견뎠다,/오직 한자리에 붙박인 뿌리로/

나무는 그렇게 세월을 디뎌 견뎠다.

< 나무 > 전문

 

왠지 우릴 길러내신 우리네 아버지의 비애가 느껴지며, 오늘 그 길을 답습하여 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하는 시다. 아울러 나무처럼 한자리에 붙박여서 묵묵히 세월을 이겨내야겠구나 하는 다짐도 해본다.

 

왜 이제야 시집을 출간하였는지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도 많은 시로 찾아와 줄 것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시인이 외치듯이 이제는 그동안 시인을 갉아먹은 세월을 향해 반격하며 세월을 발라 먹게 되길 말이다. 아울러 우릴 갉아먹는 세월을 향한 우리의 반격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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