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소 되다 한림아동문학선
핼리 혜성 지음, 사사메야 유키 그림 / 한림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아빠가 소가 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 일이 동화 속에서 실제 일어났답니다. 유이치네 아빠가 하루아침에 소가 되어버렸네요. 『아빠, 소 되다』는 바로 이런 기발한 상상력이 만들어 낸 이야기랍니다. 아빠가 실제 소가 되어버림으로 일어나는 좌충우돌 생활담이 담겨 있습니다.

 

엄청나게 먹어대는 식성,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먹는 만큼 엄청나게 배출하는 거시기(!). 특히, 이 거시기로 인해 온 가족은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답니다. 매일 하루 일과는 아빠의 엄청난 거시기를 해결하는 거랍니다. 변기에 한 번에 버릴 수도 없는 엄청난 양을 처리하는 어려움. 게다가 온 집안에 배어드는 냄새는 정말 견디기 어렵죠. 뿐인가요? 이 일이 소문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들은 참 눈물겹답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지만, 마음이 상당히 무거운 이야기랍니다. 눈물 흘리게 하는 진한 감동도 있고요.

 

특별한 일탈적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유이치네 가정은 여전히 일상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상하기도 하죠.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아빠가 소가 됐는데, 나는 이렇게 평소처럼 학교에 가고 있다니. 하지만 초등학교 생활도 나름 바쁘다. 5학년 정도 되면 더 그렇다. 아빠가 소가 됐다고 해서 넋 놓고 쉴 수는 없는 것이다.”(25쪽)

 

특별하고 엄청난 사건, 그 일탈적 상황과 일상의 삶 간의 간극, 그 긴장관계를 잘 표현하고 있네요.

 

그렇다면 아빠가 소가 되어버린 이유가 뭘까요? 그건, 아빠의 소외감에 있답니다. 가족 모두 아빠의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답니다. 아빠는 가족을 위해 ‘소처럼’ 일하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전혀 존재감 없는 존재에 불과했죠. 하지만, 소가 되면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게 되네요. 이런 아이러니가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혹, 우리네 가정에도 이처럼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이는 없는지 말이죠. 특히, 아빠라는 존재가 더욱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울러 소가 되어 버린 아빠의 모습은 아빠의 희망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것 다 잊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삶 말입니다. 아무런 고민 없고, 먹고 자고 싸는 ‘소처럼’ 사는 삶을 아빠는 동경합니다. 물론, 이런 삶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빠의 아픔이 담겨 있네요. 고민 없는 소와 같은 삶은 수많은 고민에도 불구하고 어떤 출구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의 선택(?)이지 않았을까요?

 

책꽂이에 즐비한 책은, 우리한테 환영받지 못한 아빠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한 흔적처럼 보였다.(129쪽)

 

결국 이야기는 소가 된 아빠가 사람으로 돌아오는 결말을 이야기하지 않는답니다. 왜 그럴까요? 소가 된 아빠가 시골 할머니 댁으로 떠나는 장면에서는 이를 슬퍼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데, 왜 이왕이면 사람으로 돌아오게 하지 않았을까요?

 

바로 이 안에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을까요? 비록 소가 되어 버린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아빠라고 말이죠.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아버지들. 그들 모두 열심히 살아감에도 어쩌면 가족 앞에 당당하지 못한 아버지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네들은 아버지라는 것을 작가는 우리에게 외치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나요?

 

이야기 속의 유이치는 자신에게 묻습니다.

 

말도 전혀 통하지 않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저 소를 과연 아빠라고 할 수 있을까? 소가 된 아빠를, 아빠라고 생각하며 사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지 않을까.(97쪽)

 

이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생각일 겁니다. 그래서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더욱 아버지를 가장 가까운 가족이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거죠. 하지만, 여전히 소에 불과한 아빠이지만, 그 소를 온전히 아빠로 인정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오히려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아버지를 아버지가 아니라고 여기는 그 생각이 비정상이라고 말이죠.

 

기발한 상상력, 발상으로 풀어내고 있는 동화이지만, 그 안에 참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의미 있는 동화랍니다. 한림출판사에서 발간되고 있는 <한림 아동 문학선> 가운데 한 권인 본서는 출판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어린이 스스로 골라 일을 만한, 재미와 감동, 울림이 있는 문학 작품”이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 안 팝니다 튼튼한 나무 6
사라 캐시디 지음, 김수현 옮김, 임승천 그림 / 씨드북(주)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사이러스는 엄마 아빠의 이사 계획에 갑자기 겁이 납니다. 사이러스는 이사 가고 싶지 않답니다. 정원에 세워둔 <집 팝니다> 팻말이 싫기만 합니다. 팻말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마샤 아줌마의 얼굴도 싫기만 하고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줌마인데 말이죠. 그래서 이사 가지 않기 위한 작전에 돌입합니다. 밤중에 몰래 나가 팻말을 뽑아 숨기기도 합니다. 물론 계속된 범행(?)에 꼬리가 잡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집을 보러 온 사람들에겐 몰래 숨어 쥐가 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합니다. 과연 사이러스의 이사 방해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 책, 『집 안 팝니다』는 이사를 앞둔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동화랍니다. 먼저, 이야기 속의 사이러스가 이사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사이러스는 생후 두 달 무렵에 지금 엄마 아빠에게 입양되었답니다. 그리고 동생 루디는 엄마 아빠가 낳은 아들이고요. 그래서 사이러스는 겁이 나는 거죠. 혹시 새로 이사 간 곳에서 자신은 빠지고 엄마 아빠 루디만이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어젯밤에 악몽을 꾸었어요. 엄마, 아빠, 루디는 새집에 있었고, 저는 혼자 밖에 있더라고요. 아기처럼 기어 다니면서요. 저만 빼고 모두 즐거워하고 있었어요. 저한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요.”(70쪽)

 

코끝이 찡해지는 사연이네요. 그래서 엄마는 말한답니다.

 

“엄마는 너를 처음 보자마자 네가 우리 아들이란 걸 알았어. 그리고 이 사실은 절대 잊으면 안 돼. 내가 너의 엄마라는 걸.”(71쪽)

 

그리곤 엄마는 이사 가는 내내 사이러스의 손을 꼭 잡아준답니다. 이처럼 꼭 잡아 주는 손, 얼마나 감사한지요. 곡 잡아주는 손, 얼마나 힘이 됩니까. 손을 잡아준다는 것,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실상은 대단히 큰 힘과 위로를 줄 수 있는 거죠. 우리 역시 내 곁에 누군가 내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이가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뿐 아니라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런 손길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하나, 사이러스가 겁이 나는 이유는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공간,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넌 좋겠다.” 나는 물고기 아인슈타인의 어항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이사 가도 네 집은 가지고 가니까.”(28쪽)

 

우리 모두 익숙한 것을 떠남에 대한 두려움이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않는다면 자칫 삶의 발전이 없겠죠. 물론, 이사를 가는 것이 삶의 발전이란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익숙한 것만을 고집하는 분들에게는 발전의 기회를 걷어차는 것이 될 수 있음을 우린 기억해야 합니다.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은 바꿔 말하면 새로움에 대한 설렘이 될 수도 있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변할 수밖에 없는데, 이왕이면,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렘 가득함으로 살아 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넌 (안) 작아 풀빛 그림 아이 51
크리스토퍼 와이엔트 그림, 강소연 글, 김경연 / 풀빛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넌 안 작아』는 서로 자신의 관점에서 상대를 판단하는 잘못을 우리로 하여금 돌아보게 하는 예쁜 그림책이네요.

 

주인공은 마치 곰처럼 생긴 털복숭이들이랍니다. 커다란 녀석과 작은 녀석이 서로 상대를 보며 말하네요. 넌 진짜 작다고. 아니 너야말로 진짜 크다고.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가 작은 것이 맞고, 큰 것이 맞습니다.

 

이런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큰 녀석은 자신과 비슷한 녀석들을 보이며, 말하네요. 자신과 비슷한 녀석들이 이렇게 많으니, 자신은 큰 게 아니라고요. 네가 작은 거라고요.

 

이에 뒤질세라 상대적으로 작은 녀석도 말합니다. 자신과 비슷한 많은 녀석들을 보이며, 나 안 작다고. 다 나랑 비슷하니, 네가 큰 거라고요. 여전히 서로의 기준에서 상대를 판단하며, 다툽니다. 서로 상대가 작은 거라고, 큰 거라고요.

 

이 때, 더 큰 녀석과 더 작은 녀석이 등장하네요. 그래서 이에 둘은 상대를 인정합니다. ‘더’ 작은 녀석이 있으니, 상대는 안 작은 거라고. 마찬가지로 ‘더’ 큰 녀석이 있으니, 상대는 안 큰 거라고.

 

그 내용이 참, 예쁜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뉴욕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언제나 자신은 작다고 생각하며 자랐대요. 그러다 어느 날 다른 사람들이 크단 것을 깨달았답니다. 바로 그 경험이 이 그림책에 녹아들어 있네요. 예쁘게 그려 있지만, 동양인으로서 그곳에서 체험했을 차별의 시선, 그 아픔도 오롯이 이 짧은 그림책에 담겨 있답니다.

 

이 짧은 그림책을 통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우린 여전히 나의 기준에서 상대를 판단하고 있진 않은지 말입니다. 서로 상대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면 어떨까요? 굳이 판단하고, 규정하려고 하지 말고 말입니다.

 

아울러 상대의 시선으로 날 판단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난 나죠. 타인이 아니라 말이죠. 그런데 우린 여전히 상대의 시선으로 날 규정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상대의 시선으로 나의 행복을 판단하고, 상대의 시선으로 내 삶을 꾸미고 포장하려 하진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가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고 안하무인격으로 살아가는 것은 분명 문제겠지만, 마찬가지로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며 내 삶, 내 인생을 살지 못하는 것도 문제겠죠.

 

『넌 (안) 작아』, 참 예쁜 내용의 그림책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하는 게 서로 달라 꼬마둥이그림책 4
루시 조지어르 그림, 일로나 라머르팅크 글 / 좋은꿈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아론은 너무나도 평범한 여덟 살 친구랍니다. 엄마와 아빠, 두 명의 여동생,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죠. 이런 아론은 잘 하는 게 없답니다.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인 축구도 못하죠. 공을 차기보다는 축구화를 멀리 날려버리네요. 공부도 잘 하지 못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시험문제를 쓱쓱 싹싹 잘만 푸는데, 아론에겐 너무 어렵기만 하네요.

 

그런데, 하루는 엄마와 함께 케이크를 만들 때, 아론은 엄마와 함께 노랠 부른답니다. 멋진 목소리, 아름다운 화음으로 말이죠. 마침 가정방문을 오신 선생님께서 그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게 되죠. 학예회에서 아론은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게 되고요.

 

이 예쁜 동화는 제목 『잘하는 게 서로 달라』처럼,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이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하네요. 남들은 잘 하는데, 난 못하는 것뿐이라 여길지라도 나에게도 잘하는 재능이 있음을 우리가 알면 좋겠네요. 그리고 바로 이러한 재능을 발견하고 꽃피우게 하는 것이야말로 어른들의 몫임을 책은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맞아요. 잘하는 건 서로 달라요.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재능은 결코 하찮지 않답니다. 재능을 영어로 탤런트(talent) 라고 하죠. 그리고 그 어원은 ‘달란트’라는 화폐단위에서 왔고요. 성경에도 이 달란트로 재능을 이야기하는 비유말씀이 나온답니다. 그 성경 이야기 잠깐 할게요.

 

이 비유를 보면, 주인이 먼 길을 떠나며 종들에게 각각 그 재능대로 5달란트, 2달란트, 1달란트를 맡겼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린 5달란트 받은 사람은 재능이 많고, 1달란트 받은 사람은 재능이 적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건 당시 달란트가 어떤 의미인지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이 달란트라는 것은 우리가 쉽게 지갑에서 꺼내 주는 그런 화폐단위가 아닙니다. 1달란트는 순금 34kg 정도가 됩니다. 이를 우리 돈으로 환산한다면, 최소 10억 이상이 되죠(요즘은 금값이 꽤 나가니 더 많은 액수겠네요^^). 그러니, 이 비유를 듣던 청중들은 이 세 사람의 종이 모두 재능이 있었구나. 모두 분량의 차이는 있지만, 재능이 다 있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이처럼, 우리에게는 모두 달란트가 있답니다. 그리고 그 재능은 서로 다르죠. 그리고 모두 귀한 겁니다. 달란트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듯 말입니다. 우리 각자에게 이렇게 주어진 재능을 제대로 발견하여 갈고 닦아 아름답게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좋겠네요. 결코 나에게 주어진 재능이 적은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재능을 꽃 피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작가는 ‘용기’라고 책은 말합니다. 아론에게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목소리와 화음을 맞춰 노래할 수 있는 타고난 음감, 재능이 주어졌지만, 이 재능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휘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아론에게 말하네요. “머뭇거리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맞습니다. 재능을 발휘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왕 성경 이야기 한 것, 한 번 더 할게요. 앞에서 이야기한 달란트 비유에서, 5달란트 받은 사람은 이것 가지고 장사를 해서 5달란트의 이윤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는 칭찬을 받죠. 2달란트 받았던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달란트를 가지고 장사해서 2달란트를 남겼죠. 마찬가지로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똑같은 칭찬을 받습니다. 그런데, 1달란트 가진 자는 혹시 내가 장사를 했다가 이것마저 잃어버리면 어떨까 염려하여 달란트를 땅에 파묻어 놨답니다. 그래서 주인이 돌아왔을 때,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책망을 받는답니다. 왜요? 이 사람에게는 ‘용기’가 없었답니다.

 

‘용기’는 그만큼 중요합니다. 우리에게 각기 다른 재능이 주어졌죠. 그리고 그 재능을 향해 나아갈 ‘용기’가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이 ‘용기’는 어쩜 오늘날에는 다른 이들과 다른 꿈을 품을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이 책의 이야기처럼 모두 잘하는 게 서로 다른데, 오늘 우리 아이들은 모두 같은 곳만을 바라보고 가거든요. 나에게 주어진 재능은 서로 다른데, 모두 같은 일, 같은 꿈을 품고 나아가니,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요? 나에게 주어진 재능이 다른 친구들과 다름을 안다면, 그 재능을 붙잡고 나아갈 ‘용기’, 다른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갈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과 노니는 집』, 언제 봐도 제목이 참 좋다. 이 책 제목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홍 교리의 집 사랑채에 걸려 있는 현판 “서유당(書遊堂)”이란 이름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이 이름은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장이가 차리게 되는 책방의 이름이 되기도 한다. 언문으로 “책과 노니는 집”

 

책과 노니는 집이라니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파라다이스와 같은 공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동화의 내용은 파라다이스를 가는 길이 너무 험하고 고단하게만 보인다. 장이를 휘감고 있는 아픔과 눈물,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필사장이 아버지를 둔 장이. 장이의 아버지는 서학(천주학)의 책을 필사하였다가 천주학쟁이로 몰려 매질을 당하게 되고, 이 일로 인해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이런 억울한 아버지의 죽음 뒤 홀로 남겨진 장이는 아버지가 섬겼던 최 서쾌의 책방에서 심부름을 하며 지내게 된다. 책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책방의 책을 전해주는 일을 하는 장이. 그런 가운데, 장이는 홍 교리의 집에 책을 전하러 가게 되고 이 때, 처음 “책과 노니는 집”, ‘서유당’을 구경하게 된다. 온통 책으로 가득한 곳. 그곳에서의 홍 교리와의 몇 차례의 대화는 장이를 언제나 행복하게 만든다. 비록 엄청난 번민과 어려움이 장이를 괴롭히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곳, ‘책과 노니는 집(서유당)’에서의 홍 교리와의 만남은 장이를 행복하게 한다. 그러니, ‘책과 노니는 집’은 어쩌면, 장이에게는 행복의 공간, 이상향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이곳, ‘서유당’에서 홍 교리가 장이에게 하던 말 가운데 인상적인 대화가 나온다.

 

“책은 읽는 재미도 좋다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놓은 양 뿌듯하고 행복하다.”(78쪽)

 

이런 홍 교리의 말이야말로 어쩌면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책을 재미나게 읽으면서도, 다음에 읽을 책을 궁금해 하기도 하고, 바라보고 흐뭇해하기도 하는 모습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마음이 아닐까? 집 안 가득한 책들을 바라보면 흐뭇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또한 어느 책을 볼까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재미, 그리고 처음 보는 책이 서가에 꽂혀 있어 펼쳐보곤 아하~ 하며 가물거리는 기억을 떠올려보는 재미란 책을 많이 소장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닐까? 물론, 때론 너무 많은 책이 짐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홍 교리의 말에 공감 한 표를 찍어본다.

 

이처럼, 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 책이 주는 기쁨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동화다. 하지만, 또 다른 주요 주제는 천주교 박해로 인해 겪게 되는 장이의 아픔과 천주교 박해로 인한 긴장감을 그려내고 있다. 단지, 천주학 책을 필사한 것뿐이지만, 천주학쟁이로 몰려 매를 맞은 억울한 아버지. 그리고 장이를 괴롭히던 허궁제비의 문제도 해결되고 이젠 행복한 일만이 가득할 것 같았지만, 또 다시 시작된 위기 역시 천주교박해 때문이다. 장이의 의지처인 최 서쾌, 장이를 평안케 해주는 어른인 홍 교리, 천사와 같은 미적 아씨 등이 모두 또 다시 천주교박해로 인해 긴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천주교박해 사건을 통해, 특히 장이 아버지의 말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말한다. 단지 평등을 이야기 하고, 죄 짓지 않고 착하게 살아 죽어 천당에 가겠다는 것이 어찌 죄가 될 수 있느냐고 말이다. 이는 천주교박해 사건을 통해, 언제나 이 땅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향한 고발이 아닐까?

 

“양반이건 상놈이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천히 여기는 백정, 망나니건 모든 사람은 다 똑같이 귀하고 평등하다는구나. ... 천주학 책을 옮겨 적으며 아비는 손이 떨리고 마음에 비바람이 일었다. 우리 같은 것들은 날 때부터 천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하더구나. 조선에서는 천지개벽할 소리지만 서양에서는 모두 그렇게 믿는다더라. 천주님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90쪽)

 

이것이야말로 참 지혜임을 작가는 오늘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책과 수많은 지식이 불평등한 세상을 고착화시키기 위한 수단이 됨은 가짜라고. 참 공부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이것이 천주교박해 사건을 통해, 이 이야기가 오늘 우리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또 하나 발견하는 주제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멋진 모습이다. 이는 장이의 아버지에게서 시작하여 장이를 통해 이루어진다. 장이의 아버지는 억울한 매질로 인해 죽어가면서도, 약값으로 돈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왜냐하면, 그 돈은 아들과 함께 책방을 차려 누릴 꿈의 쌈짓돈이었기 때문이다.

 

“장아, 아비는 책방을 꾸미려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약값으로 헐고 싶지 않다. 책방을 차려 오래된 종이 냄새를 맡고, 새로 들여온 책의 자리를 찾아 주고 싶구나. 단골손님이 오면 이야기책도 소개해 주고... 그렇게 사는 게 아비 꿈이다.”(77쪽)

 

약보다는 꿈이 먼저였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꿈은 누군가에게 동무가 될 이야기를 필사하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책을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는 것이었다. 이 꿈은 장이에게로 계대하게 되며, 결국에는 “책과 노니는 집”이란 공간으로 실현된다.

 

우리에겐 이런 꿈이 있나 생각해 본다. 그것을 위해선 무엇도 희생할 수 있는 그런 꿈. 더군다나 나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닌, 계대하여 품게 되는 꿈이라면. 이런 꿈을 갖는다는 것은 큰 축복이란 생각을 해본다. 비록 꿈을 향해 나아갈 때, 장이처럼 애끓는 아픔이 있다 할지라도 말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책을 통한 기쁨이 넘쳐나며, 꿈을 향한 설렘이 가득하고, 모든 이들이 평등을 누리는 진정한 “책과 노니는 집”이 되길 『책과 노니는 집』을 읽고 난 후 소망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