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소 되다 한림아동문학선
핼리 혜성 지음, 사사메야 유키 그림 / 한림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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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아빠가 소가 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 일이 동화 속에서 실제 일어났답니다. 유이치네 아빠가 하루아침에 소가 되어버렸네요. 『아빠, 소 되다』는 바로 이런 기발한 상상력이 만들어 낸 이야기랍니다. 아빠가 실제 소가 되어버림으로 일어나는 좌충우돌 생활담이 담겨 있습니다.

 

엄청나게 먹어대는 식성,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먹는 만큼 엄청나게 배출하는 거시기(!). 특히, 이 거시기로 인해 온 가족은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답니다. 매일 하루 일과는 아빠의 엄청난 거시기를 해결하는 거랍니다. 변기에 한 번에 버릴 수도 없는 엄청난 양을 처리하는 어려움. 게다가 온 집안에 배어드는 냄새는 정말 견디기 어렵죠. 뿐인가요? 이 일이 소문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들은 참 눈물겹답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지만, 마음이 상당히 무거운 이야기랍니다. 눈물 흘리게 하는 진한 감동도 있고요.

 

특별한 일탈적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유이치네 가정은 여전히 일상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상하기도 하죠.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아빠가 소가 됐는데, 나는 이렇게 평소처럼 학교에 가고 있다니. 하지만 초등학교 생활도 나름 바쁘다. 5학년 정도 되면 더 그렇다. 아빠가 소가 됐다고 해서 넋 놓고 쉴 수는 없는 것이다.”(25쪽)

 

특별하고 엄청난 사건, 그 일탈적 상황과 일상의 삶 간의 간극, 그 긴장관계를 잘 표현하고 있네요.

 

그렇다면 아빠가 소가 되어버린 이유가 뭘까요? 그건, 아빠의 소외감에 있답니다. 가족 모두 아빠의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답니다. 아빠는 가족을 위해 ‘소처럼’ 일하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전혀 존재감 없는 존재에 불과했죠. 하지만, 소가 되면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게 되네요. 이런 아이러니가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혹, 우리네 가정에도 이처럼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이는 없는지 말이죠. 특히, 아빠라는 존재가 더욱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울러 소가 되어 버린 아빠의 모습은 아빠의 희망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것 다 잊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삶 말입니다. 아무런 고민 없고, 먹고 자고 싸는 ‘소처럼’ 사는 삶을 아빠는 동경합니다. 물론, 이런 삶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빠의 아픔이 담겨 있네요. 고민 없는 소와 같은 삶은 수많은 고민에도 불구하고 어떤 출구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의 선택(?)이지 않았을까요?

 

책꽂이에 즐비한 책은, 우리한테 환영받지 못한 아빠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한 흔적처럼 보였다.(129쪽)

 

결국 이야기는 소가 된 아빠가 사람으로 돌아오는 결말을 이야기하지 않는답니다. 왜 그럴까요? 소가 된 아빠가 시골 할머니 댁으로 떠나는 장면에서는 이를 슬퍼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데, 왜 이왕이면 사람으로 돌아오게 하지 않았을까요?

 

바로 이 안에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을까요? 비록 소가 되어 버린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아빠라고 말이죠.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아버지들. 그들 모두 열심히 살아감에도 어쩌면 가족 앞에 당당하지 못한 아버지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네들은 아버지라는 것을 작가는 우리에게 외치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나요?

 

이야기 속의 유이치는 자신에게 묻습니다.

 

말도 전혀 통하지 않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저 소를 과연 아빠라고 할 수 있을까? 소가 된 아빠를, 아빠라고 생각하며 사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지 않을까.(97쪽)

 

이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생각일 겁니다. 그래서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더욱 아버지를 가장 가까운 가족이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거죠. 하지만, 여전히 소에 불과한 아빠이지만, 그 소를 온전히 아빠로 인정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오히려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아버지를 아버지가 아니라고 여기는 그 생각이 비정상이라고 말이죠.

 

기발한 상상력, 발상으로 풀어내고 있는 동화이지만, 그 안에 참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의미 있는 동화랍니다. 한림출판사에서 발간되고 있는 <한림 아동 문학선> 가운데 한 권인 본서는 출판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어린이 스스로 골라 일을 만한, 재미와 감동, 울림이 있는 문학 작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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