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1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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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스톤에서 완역 출간되는 아르센 뤼팽 전집의 11번째 이야기는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이다. 레닌과 오르탕스가 겪어나가는 8개의 모험을 다루고 있지만, 실상은 이러한 8번의 모험을 통한 레닌과 오르탕스의 사랑의 모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르탕스에게 반한 레닌은 오르탕스와 산책을 나가길 원하고, 그렇게 간 곳에서 20년 전에 벌어진 살인사건 현장을 목도하게 된다. 망루에서 발견된 오래된 남녀의 시신. 과연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레닌은 그의 냉철한 추리력으로 이 사건을 재구성하게 됨으로 범인을 색출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의 계기로 레닌은 오르탕스에게 앞으로 3개월 동안 또 다른 7개의 모험(한 번의 모험은 이미 했으므로 도합 8개의 모험이다)을 함께 할 것을 요청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모험들을 통해, 오르탕스가 즐겁게 된다면, 마음을 받아 줄 것을 요청한다. 기한은 3개월 후 오래된 망루 그곳의 괘종시계가 여덟 번 울리기 전까지다.

 

이렇게 하여 레닌과 오르탕스는 8건의 사건들을 해결하게 된다. 물론 레닌이 해결하지만. 그러니 11번째 책인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는 레닌과 오르탕스가 풀어가는 8개의 단편 추리소설을 모아놓은 것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짧은 8번의 사건 이야기들이 모두 흥미롭고 재미나다.

 

아무래도 이 책의 관심은 그렇다면 레닌 공작이 과연 누구냐 하는 점이 아닐까 싶다. 레닌이 과연 뤼팽일까? 물론 책의 시작 부분에서 이 여덟 개의 이야기들은 뤼팽이 자신의 친구 레닌에게서 들은 이야기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아마도 레닌을 뤼팽이라 보는 것이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여섯 번째 이야기인 「도끼를 든 여인」을 시작하며, 레닌 공작을 말하며, “아니, 아르센 뤼팽이라고 해야 할까?”라는 구절을 집어넣음으로 레닌이 뤼팽임을 암시한다.

 

뿐 아니라, 뛰어난 능력과 권위,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설득력. 여기에 모험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자세. 뿐 아니라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해나가는 뛰어난 방식들이 레닌이 바로 뤼팽임을 보여준다. 아마도 자신을 은근히 뽐내기를 좋아하는 뤼팽이 친구 이야기라고 에둘러 말하면서 자신의 모험담을 은근히 뽐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사실 레닌이 뤼팽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레닌이 오르탕스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만들어 가는 8편의 추리모험이야기. 독자들은 이 신나는 모험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레닌의 모험, 레닌의 활약을 그대로 즐기면 그만이겠다. 레닌공작과 함께 사랑도 챙기고 모험도 챙기는 신나는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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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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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콤비가 떴다. 그런데, 어떻게 콤비가 되나? 오야마다 소스케 형사와 그의 미녀 상관인 쓰바키 아야노 경위? 아님, 소스케 형사와 그의 가정부이자 마법사 소녀인 마리? 겉으로 드러나는 콤비는 소스케 형사와 쓰바키 경위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콤비는 소스케와 마리이다. 형사와 마법소녀와의 이상한 조합이 하치오지의 살인사건들을 해결한다.

 

『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소설 『마법사는 완전범죄를 꿈꾸는가?』의 속편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역시 4편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변태 성향이 있는 소스케 형사는 하치오지 경찰서의 에이스다. 물론, 상관인 쓰바키 경위의 글래머 몸매를 훔쳐보는 재미, 그리고 여 상관에게 혼나며 쾌감을 느끼는 변태적 성향이 있긴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극히 정상적인 형사다. 아니 너무나도 평범하여 어느 누구도 두 번째 만남에서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존재감 제로의 형사다.

 

반면 소스케 형사의 외형적 콤비인 쓰바키 경위는 멋진 미혼 남성을 만나면 정신을 놔버리는 39세 미혼 여성으로 남성을 만날 기회가 없어, 수사를 통해 용어선상에 있는 미혼남성들을 어떻게 엮어볼까 하는 ‘미팅계 수사’로 유명하지만, 한 번도 그런 수사를 통해 남자를 사귀어 본 적은 없는 여성으로 주로 사건 해결을 소스케 형사에게 의지하는 캐릭터다.

 

여기에 또 한 사람 마법사인 마리는 실제 마법을 행하는 소녀(? 본인의 나이가 1017세라고 말한다)로 소스케 형사의 수사를 돕는다. 그녀가 돕는 것은 용의 선상에 있는 사람이 과연 범인인지 아닌지를 자백하게 하는 것. 물론 이 자백은 마법을 통해서이며 법적 효력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범인인지 아닌지를 알려줌으로 소스케 형사의 수사에 절대적 도움이 된다.

 

이러한 세 사람이 풀어가는 4편의 살인사건. 그 추리가 재미나다. 개인적으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은 두 번째이지만 또 다시 그의 작품에 반하게 된다.

 

이 책의 특징은 4편의 살인사건들 모두 독자는 범행 과정을 미리 보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범행을 수사하는 소스케 형사는 마법소녀의 도움으로 누가 범인인지를 알게 된다. 그렇다면, 추리는 어디에서 나올까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여기에서부터 작가의 능력이 드러난다. 물론 소설 속에서는 소스케 형사의 추리능력이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도, 소스케 형사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범인의 범행을 증명해나가느냐 하는 점이 바로 소스케 형사의 추리능력이자 작가의 능력이다.

 

미리 범인이 누구인지 알기에 추리소설로서 재미가 없을 것 같지만, 이 증명의 부분이야말로 이 소설의 백미다. 소설이 전개되며 설렁설렁 언급되는 상황들이 나중에는 절묘하게 짜 맞춰짐으로 범인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자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아울러, 이 추리는 마법과는 무관하다. 물론, 소스케 형사가 홈즈나 뤼팽처럼 치밀한 그런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우연한 사건이나 정보를 통해 범행을 추리하는 능력은 못지않다. 왠지 엉성해 보이면서도 대단히 뛰어난 소스케 형사의 추리력에 독자들은 분명 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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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푸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5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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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는 ‘푸어’들이 많아졌다. 스펙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만 하지만 실제로는 가난하고 비젼이 없는 ‘스튜던트 푸어’, 비싼 집이 있고 그곳에서 살지만 정작 가난한 ‘하우스 푸어’, 100세 시대를 살아가게 되지만 정작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그 긴 세월을 가난 가운데 살아내야 할 ‘실버 푸어’등이 있다. 여기 또 다른 ‘푸어’가 있다. 이혜린 작가의 신간 소설 『로맨스 푸어』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은 로맨스를 꿈꾸거나, 연애활동은 왕성하지만 실제 로맨스는 없는 사람이라고 보면 좋을까? 아님, 로맨스는 가득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가난의 길을 걸어야만 하는 사람일까?

 

『로맨스 푸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다 가 아니다. 사실, 이 소설은 좀비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서울 한 복판에 좀비가 나타났다. 아니 나타난 정도가 아니라, 강북 전체가 좀비왕국으로 변하게 된다(이 상황에서도 권력 있고, 가진 것 많은 자들은 살아난다. 백신을 맞고, 오히려 이 상황을 이용하여 더 많은 부를 쌓아가기도 한다). 그러니 이 소설은 좀비를 다루는 공포소설일까? 딩동댕동~~이자, 땡! 이다.

 

먼저,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려는 치열한 생존 몸부림을 다루고 있는 공포소설임에 맞다. 끔찍하게 좀비와 싸우고, 물고, 터지고, 죽이는 일들이 가득한 공포소설임에 분명하다. 그것도 좀비의 눈알을 수집하는 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야만 하는, 상당히 ‘고어’ 분위기가 풍기는 공포소설이다.

 

하지만, 공포에서 머물지 않는다. 소설이 전체적으로 재미나다. 게다가 진정한 로맨스를 꿈꾸는 로맨스 소설이다.

 

다영은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던 모범생이자, 나름 캐리어를 쌓아가는 은행원이다. 물론 외모도 되는. 하지만, 이젠 점차 노처녀로 분류될 위기에 처한 여성이다. 뿐 아니라, 승진을 꿈꾸지만, 무능한 남성들의 권력구조 안에서 승진이 힘겨운 여성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에게 신분상승의 동아줄이 내려왔다. 바로 이성욱이란 돈 많은 졸부 노총각(50대도 노총각은 노총각이다). 과연 이 동아줄을 잡아야 할까?

 

그런 다영 앞에 또 한 남성이 등장한다. 우현이란 동갑내기 사내인데,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실제 이뤄놓은 것은 하나도 없는 비정규직, 한 마디로 ‘워킹 푸어’다. 하지만, 우현은 너무나도 잘 생겼을 뿐더러, 언제나 다영 곁에 맴돌며 좀비와의 싸움에서 다영을 지켜준다. 이 두 사내 가운데 누굴 선택해야 할까? 게다가 이성욱이란 자는 좀비의 세상으로 변한 강북에서 절대적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자, 좀비들로부터 안전한 ‘아파트’의 실제 오너다.

 

이쯤 되면 누굴 선택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 세상은 우현을 선택할 때 몰락의 길을, 성욱을 선택할 때 부귀영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음을 말한다. 하지만, 결국 다영은 ‘로맨스 푸어’의 길을 선택한다. 가난하지만, 로맨스 가득한 그 길을.

 

이 소설은 실제 생존의 위협 아래 윤리적 선택이나, 당위성을 내세운 선택이 결코 쉽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신념과 처세간의 괴리도 이야기한다. 아울러 좀비 바이러스를 통해, 인간 존엄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온통 생존이 무너져 버리고, 생존의 위협 아래 신음하는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 길인지는 내세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뿐더러 무엇이 옳은 것인지조차 확실치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결말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고. 아니 사랑은 좀비보다 강하다고 말이다.

 

이 무더운 여름에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면서도 사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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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이 너무 좁아! - 다문화 고래이야기 공동체 1
안드레스 피 안드레우 글, 유 아가다 옮김, 킴 아마테 그림 / 고래이야기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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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들이 회의를 하네요. 안건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왜 비좁아졌을까’랍니다. 일할 때도, 휴식 시간에도, 항상 꿀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에 왜 이렇게 집이 비좁아졌는지 꿀벌들은 조사관을 선정하여 조사를 벌인답니다. 그 결과가 나왔네요. 이유인즉슨 아무도 몰래 꿀벌 한 마리가 벌집 속에 몰래 들어와 있다는 겁니다. 과연 이 벌은 누구일까요? 이 벌을 색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네요. 과연 몰래 들어온 벌은 누구일까요?

 

『벌집이 너무 좁아!』는 꿀벌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비유하고 있는 동화랍니다. 바로 이주자들을 향한 오늘 현대 사회의 잘못된 접근을 꼬집고 있는 거죠. 우린 마치 이주자들이 우리 사회에 들어오면 그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붕괴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곤 한답니다. 이주해 온 이들로 인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 목소리를 높입니다. 정작 그들이 하는 일자리는 우리가 외면하는 일자리인데 말이죠. 이런 호들갑은 단순히 호들갑으로 멈추지 않는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호들갑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삶의 터전을 옮긴 그네들의 생존을 위협하곤 하니까 말이죠.

 

짧은 그림책이지만, 이주자를 대하는 우리의 바람직하지 못한 시선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책이네요.

 

아울러 이야기 속에서 벌들은 결국에는 가장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낸답니다. 그건 바로 몰래 들어온 벌을 찾아내는 것이 아닌, 방을 하나 더 만드는 거죠. 그럼으로 꿀벌들의 문제는 해결된답니다. 물론, 이건 여왕벌의 아이디어랍니다. 역시 여왕벌은 뭔가 다르긴 다르네요. 참 리더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하네요. 참 리더라면, 여왕벌처럼 이렇게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참 리더가 그립네요.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의 “환영합니다!”란 문구가 눈에 들어오네요. 결국 이 책은 이주자를 향한 우리의 마음, 우리의 자세가 “환영합니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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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쟁탈기 보름달문고 63
천효정 지음, 한승임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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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쟁탈기』는 ‘순수 쟁탈기’, ‘솔직 쟁탈기’라고도 할 수 있답니다. 주인공인 세라(쎄라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는 아주 영악한 여자아이랍니다. 사립학전초등학교에 전학을 갔는데, 그곳에서도 전혀 꿀리지 않고 반 아이들 머리 위에서 노는 아이랍니다. 게다가 좀 예쁘고, 좀 똑똑하고, 좀 사는 집 딸이죠.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영악한 아이랍니다. 그런 쎄라가 반의 멍텅구리 명구에게 반했답니다. 개구리를 덥썩덥썩 만지는 아이,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아이, 게다가 귀족 학교라는 손가락질을 면하기 위해 장학금을 주며 시설에서 데려다 놓은 아이인 명구에게 천하의 김쎄라가 반한 거죠. 천하의 김쎄라는 명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다 치며 사랑을 얻기 위해 애쓴답니다.

 

사실 이런 설정 자체가 대단히 비현실적이네요. 영악한 소녀가 바보 소년에게 반하다니요. 하지만, 이렇게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좋답니다. 게다가 비현실적인 내용이 현실이 되는 것, 이것이 동화의 힘이 아닐까요? 영악한 쎄라가 바보 소년 명구에게 반하는 이유는 명구의 ‘순수’함 때문이랍니다. 그러니 쎄라의 ‘첫사랑 쟁탈기’는 ‘순수 쟁탈기’라고 말할 수 있겠죠?

 

또 하나 쎄라의 가정은 행복하고 완벽한 가족이랍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행복하고 완벽한 모습을 연기하는 가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학병원 의사인 아빠는 바람둥이랍니다. 또한 교양 있는 미모의 엄마는 사실 허영심으로 가득하답니다. 게다가 아빠가 바람을 피우니 맞바람을 피우기도 하죠. 세라는 예쁘고, 착한 딸이죠. 엄마 아빠의 기대(사실 기대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에 어긋나지 않도록 공부 열심히 하지만, 실상은 착한 소녀 코스프레랍니다.

 

쎄라의 가정은 사랑이 없는 가정이죠. 위선으로 가득한 가정이랍니다. 하지만, 이런 위선으로 세워진 가정은 언제라도 부서질 수 있답니다. 마치 유리 다리 위에 서 있는 모습일 뿐인 거죠.

 

몸이 가늘게 떨려 왔다. 우리 가족은 지금 유리 다리 위에 서 있다. 화려하게 보이지만 조각조각 금이 간 유리 다리. 누군가 조금만 건드려도 발밑은 산산조각 나고 말 것이다. 두려웠다. 그 누군가가 내가 될까 봐. (146쪽)

 

하지만, 결국 쎄라는 유리 다리를 건드린답니다. 모두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겉으로 내뱉지 않는 속마음을 내뱉어 버립니다. 위선을 내던지고, 솔직함의 옷을 입는 거죠. 그 일로 인해 아빠도 엄마도 위선을 내 던집니다. 그럼 가족이 끝장나는 걸까요? 아닙니다. 도리어 위선위에 세워진 평화와 행복은 사라지고 다툼이 자리잡았지만, 도리어 이런 솔직한 반응을 통해, 가정은 회복되어 간답니다. 그래서 ‘솔직 쟁탈기’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우리 집엔 더 이상 점잖은 의사도, 교양 있는 부인도 없다. 줏대 없는 바람둥이 남편과 맞바람을 피우는 날라리 부인만 있을 뿐이다. 어차피 막장, 나도 착한 딸 노릇을 집어치웠다. (153쪽)

 

오히려 이런 솔직함이 가정을 정화시키고, 가정을 회복시켜나가게 되네요. 거짓말처럼 말이죠. 이 역시 비현실적일까요? 하지만, 비현실이 현실이 되는 것이 어쩌면 삶이 아닐까요? 우리 삶 속에도 이런 ‘솔직 쟁탈기’가 써져간다면 좋겠네요. ‘첫사랑 쟁탈기’를 통해, 순수와 솔직함을 쟁탈해 나가는 쎄라의 활약이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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