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쟁탈기 보름달문고 63
천효정 지음, 한승임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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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쟁탈기』는 ‘순수 쟁탈기’, ‘솔직 쟁탈기’라고도 할 수 있답니다. 주인공인 세라(쎄라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는 아주 영악한 여자아이랍니다. 사립학전초등학교에 전학을 갔는데, 그곳에서도 전혀 꿀리지 않고 반 아이들 머리 위에서 노는 아이랍니다. 게다가 좀 예쁘고, 좀 똑똑하고, 좀 사는 집 딸이죠.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영악한 아이랍니다. 그런 쎄라가 반의 멍텅구리 명구에게 반했답니다. 개구리를 덥썩덥썩 만지는 아이,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아이, 게다가 귀족 학교라는 손가락질을 면하기 위해 장학금을 주며 시설에서 데려다 놓은 아이인 명구에게 천하의 김쎄라가 반한 거죠. 천하의 김쎄라는 명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다 치며 사랑을 얻기 위해 애쓴답니다.

 

사실 이런 설정 자체가 대단히 비현실적이네요. 영악한 소녀가 바보 소년에게 반하다니요. 하지만, 이렇게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좋답니다. 게다가 비현실적인 내용이 현실이 되는 것, 이것이 동화의 힘이 아닐까요? 영악한 쎄라가 바보 소년 명구에게 반하는 이유는 명구의 ‘순수’함 때문이랍니다. 그러니 쎄라의 ‘첫사랑 쟁탈기’는 ‘순수 쟁탈기’라고 말할 수 있겠죠?

 

또 하나 쎄라의 가정은 행복하고 완벽한 가족이랍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행복하고 완벽한 모습을 연기하는 가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학병원 의사인 아빠는 바람둥이랍니다. 또한 교양 있는 미모의 엄마는 사실 허영심으로 가득하답니다. 게다가 아빠가 바람을 피우니 맞바람을 피우기도 하죠. 세라는 예쁘고, 착한 딸이죠. 엄마 아빠의 기대(사실 기대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에 어긋나지 않도록 공부 열심히 하지만, 실상은 착한 소녀 코스프레랍니다.

 

쎄라의 가정은 사랑이 없는 가정이죠. 위선으로 가득한 가정이랍니다. 하지만, 이런 위선으로 세워진 가정은 언제라도 부서질 수 있답니다. 마치 유리 다리 위에 서 있는 모습일 뿐인 거죠.

 

몸이 가늘게 떨려 왔다. 우리 가족은 지금 유리 다리 위에 서 있다. 화려하게 보이지만 조각조각 금이 간 유리 다리. 누군가 조금만 건드려도 발밑은 산산조각 나고 말 것이다. 두려웠다. 그 누군가가 내가 될까 봐. (146쪽)

 

하지만, 결국 쎄라는 유리 다리를 건드린답니다. 모두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겉으로 내뱉지 않는 속마음을 내뱉어 버립니다. 위선을 내던지고, 솔직함의 옷을 입는 거죠. 그 일로 인해 아빠도 엄마도 위선을 내 던집니다. 그럼 가족이 끝장나는 걸까요? 아닙니다. 도리어 위선위에 세워진 평화와 행복은 사라지고 다툼이 자리잡았지만, 도리어 이런 솔직한 반응을 통해, 가정은 회복되어 간답니다. 그래서 ‘솔직 쟁탈기’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우리 집엔 더 이상 점잖은 의사도, 교양 있는 부인도 없다. 줏대 없는 바람둥이 남편과 맞바람을 피우는 날라리 부인만 있을 뿐이다. 어차피 막장, 나도 착한 딸 노릇을 집어치웠다. (153쪽)

 

오히려 이런 솔직함이 가정을 정화시키고, 가정을 회복시켜나가게 되네요. 거짓말처럼 말이죠. 이 역시 비현실적일까요? 하지만, 비현실이 현실이 되는 것이 어쩌면 삶이 아닐까요? 우리 삶 속에도 이런 ‘솔직 쟁탈기’가 써져간다면 좋겠네요. ‘첫사랑 쟁탈기’를 통해, 순수와 솔직함을 쟁탈해 나가는 쎄라의 활약이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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