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의 식채
미부 아츠시 원작, 혼죠 케이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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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의 식채』란 다소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제목인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일본만화인데(그래픽노블이란 단어가 이 책과 참 잘 어울린다.), 일본의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6명의 문호들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이나, 그들이 좋아했을 법한 음식에 대해 찾아가는 작업을 그려내고 있다.

 

그들 여섯 명은 다음과 같다.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등의 작가 나츠메 소세키. 결핵으로 오랜 세월 병상생활을 하다 3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소세키와는 친구이기도 한 마사오카 시키. 역시 결핵으로 24세의 나이에 요절한 여류작가 히구치 이치요. 79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단골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미식가라 불린 작가 나가이 카후. 삶에 대한 집착에서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이기주의를 묘사한 출세작 『라쇼몽』을 쓰고, 나츠메 소세키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35세의 나이에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자살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여러 차례 자살 미수 시도를 하기도 했으며, 결국 정부와 함께 자살한 다자이 오사무.

 

이들 가운데 내가 알거나 그 작품을 읽은 이는 아무래도 나츠메 소세키 뿐이다. 하지만, 나머지 작가들 모두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라 한다.

 

이야기는 정치부 기자였지만, 지방 지국으로 좌천한 카와나카 케이조라는 기자가 그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의도로 문호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추적하여 글로 쓰는 작업을 하면서 시작된다. 때론 그들이 평소 자주 들렀다는 식당의 음식을 먹어보고 소개하기도 하며, 또 상당부분은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가 사랑했을 법한 음식을 추리해나가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이 음식이 이들 작가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으며, 작가들은 이 음식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비록 그 작가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라도 금세 이들 작가가 사랑한 음식들에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이 가운데, 마사오카 시키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다. 오랜 병상생활을 해왔던 시키는 그날그날의 일기를 자세히 기록했다고 한다. 특히, 죽기 전 1년가량의 기록인 <앙와만록>에는 그가 그날그날 먹은 음식들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주인공인 케이조 기자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만년의 시키에게 먹는다는 행위는 살아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아직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뜻하죠. 와병 중이었던 시키는 매일 그런 생각을 곰씹으면서 간병을 받으면서 먹고 싸고 했던 것이 아닐까요?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요.(53쪽)

 

왠지 숙연해지는 장면이다. 먹을 수 있음이 살아있음의 증거라는 이 말. 그렇기에 그날그날 주어진 음식을 감사함으로 모두 입안에 집어넣고 하나하나 자세히 기록해야만 했던 시키의 모습. 왠지 오늘날 가끔씩 먹는 음식들을 사진으로 예쁘게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림으로 허세를 부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부끄럽게 하는 내용이다.

 

이 책, 『문호의 식채』는 한권의 단행본으로 끝나기가 아쉬운, 이런 작업이 계속됨으로 또 다른 많은 작가들에 얽힌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그런 책이다. 큰 기대 없이 만났지만, 너무나도 큰 행복을 선물해준 그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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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시화 에고 1 천일시화 에고 1
정다혜 그림, 현우철 글 / 우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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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꾸준히 한다는 것은 그 꾸준히 행하는 행위와 그렇게 쌓여가는 시간 안에 쌓여나가는 힘이 있는 법이다. 만약 천일 동안 매일 한 편씩 시를 써 나아간다면 어떨까? 그 시의 수준을 떠나 이미 그 안에 놀라운 시간의 힘과 노력과 인내 꾸준함의 힘이 감춰져 있을 게다.

 

바로 이 책 『천일시화 에고 제1권』이 그렇다. 시인은 스스로를 노력시인이라 말한다. 매일같이 한편씩 천일 동안을 시를 써 나아갈 수 있다면 분명 그 노력과 끈기는 인정해줘야 할 게다. 이렇게 써 나아간 시들 가운데 처음 100편의 시들이 그림과 만나 이 책으로 태어났다. 그러니 이 책은 앞으로 계속 나오게 될 도합 10권의 시화집 가운데 첫 번째 책이다.

 

이런 노력시인의 시와 만난 그림은 자타공인(?) 천재화가의 그림이다. 그 캐릭터가 ‘에고’인데, 귀엽게 생긴 에고를 통해 표현된 100점의 그림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물론 화가의 그전 작업들 역시 함께 실려 있기에 100점이 넘는다.).

 

시를 읽어나가며 마치 누군가의 작업일지를 읽는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시인 스스로도 일지를 쓰듯 시를 쓰는데, 그 이유는 게을러졌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마치 하루하루 뭔가 작업일지를 쓰듯 날짜를 적어가며 시를 쓰는 이유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꾸준히 시를 쓰지 못하기 때문일 게다. 게으름을 이겨내가 위한 꾸준함. 이러한 꾸준함에 경외감을 갖게 된다.

 

또한 때론 누군가의 일기를 엿보다는 것 같은 느낌도 갖게 된다. 이는 시인이 고백하듯이 비록 주목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비록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시로 옮겨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일상의 모습들이 엿보인다. 컴퓨터가 고장 난 것을 시로 읊기도 하고,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내용을 시로 이야기하기도 하며, 천둥이 치는 것조차 시로 승화된다. 이렇게 쓰는 시에 대해서, 글쓰기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하기에 때론 시를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산문이나, 일기를 읽는다는 느낌도 갖게 한다. 이처럼 일상이 시가 되는 멋스러움을 느끼게도 한다.

 

아무튼 노력시인과 천재화가의 만남, 그 작업이 계속하여 좋은 내용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길 응원해 보며, 시인의 시 한 편 옮겨 적어본다.

 

2005년 3월 5일 토요일

#00036. 때로는 외로움도

 

때로는 외로움도 그렇게 필요했던 거다

더 잔인하고 혹독한 외로움이 찾아오기 전에

미리 외로움을 겪어보는 것도 좋았던 거다

외로움을 견딜 수 있어야 진정 성장할 수 있었던 거다

때로는 외로움도 그렇게 필요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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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장영실 - 세종 대왕이 아낀 조선의 천재 과학자 저학년 첫 역사 인물(위인) 1
안선모 지음, 백명식 그림 / 풀빛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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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영실>이란 tv 드라마 탓일까요? 아무래도 장영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장영실은 노비의 신분이었음에도 종3품의 벼슬까지 올랐던 위대한 과학자였습니다. 조선의 과학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주역이 바로 장영실이고요. 어쩌면 세종대왕이라는 성군, 그 세종대왕에게 드리워진 영화의 일정 부분은 장영실의 공이기도 하죠(물론, 이런 장영실을 등용하여 일할 수 있도록 해줌이야말로 세종대왕의 위대함이겠고요.).

 

바로 이런 장영실에 대한 아이들 책이 도서출판 풀빛에서 나왔습니다. <저학년 첫 역사 위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한 『궁금해요, 장영실』이란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장영실의 어린 시기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인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 때의 장영실을 보여줌으로 아이들에게 도전과 꿈을 심어줄 수 있으리라 여겨지네요.

 

노비의 신분, 기생의 아들이라는 그 첫출발은 장영실의 인생을 그저 주저앉게 만들기에 충분하였을 겁니다. 하지만, 장영실은 그런 운명에 지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자신의 운명에 맞서 나아감으로 멋진 인생을 세워 나갔던 거죠. 그런 요인 가운데 하나는 배우고 싶은 열정이 아닐까 싶어요. 책 속에서도 잘 묘사되고 있는데, 장영실은 배우지 못할 신분임에도 배움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높았답니다. 이런 열정의 모습은 분명 우리 아이들에게 도전이 될 겁니다.

 

또 하나, 장영실은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재능이 있었던 거죠. 나에게 주어진 재능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더 멋진 것은 이런 재능을 멋지게 발전시켜 나갔다는 점입니다. 그 이면에는 성실함이 자리 잡고 있고요. 어쩌면 이런 성실함이야말로 가장 큰 재능이겠고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성실함의 재능이 주어지면 좋겠네요.

 

물론, 이런 모든 것들을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세종대왕이라는 성군을 만나지 못했다면 위대한 발명가, 조선의 천재 과학자인 장영실도 없었겠죠.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좋은 만남이 가득하게 허락되길 두 손 모아 봅니다.

 

조선의 천재 과학자인 장영실의 어린 시절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쉽고 재미나게 잘 알려주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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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나이다 - 이영훈 목사의 사도신경 묵상
이영훈 지음 / 교회성장연구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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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3대 보물로 흔히 십계명, 주기도문, 사도신경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종교개혁자였던 루터나 칼빈 역시 세례를 위한 요리문답으로 이 3가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사도신경은 우리들의 신앙고백을 표현한 겁니다. 사실 여기 신앙고백은 하나님을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세상 사람들을 향한 겁니다. 그렇기에 고백이라기보다는 선포라고 보는 것이 더 맞죠. 우린 사도신경을 반복하며 눈을 감고 기도를 하듯 반복합니다. 그렇기에 마치 하나님! 우린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며 하나님께 고백하는 것처럼 이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세상 사람들(특히, 믿지 못하는 자들)을 향해 당신들은 이런 내용들을 믿지 않지만, 우린 이런 내용들을 믿습니다 라며 선포하는 측면이 강한 게 바로 사도신경입니다.

 

아무튼 바로 이런 사도신경에 대한 이영훈 목사님의 책이 나왔네요. 『내가 믿나이다』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도신경을 묵상하며 마치 성도들에게 설교하듯 풀어주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사도신경은 초기의 세례 문답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로 발전하게 된 것이라 말합니다. 그 구체적인 사용자리가 세례 문답이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도신경이 생성된 목적은 다름 아닌 이단으로부터 바른 신앙을 지켜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도신경뿐 아니라 성경의 정경화 작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단의 발흥과 그로 인해 변질되는 신앙에 대항하여 바른 신앙이 무엇인지를 규정할 필요가 있었던 거죠. 이런 필요성에서 이루어진 작업이 성경의 정경화 작업과 사도신경의 생성입니다. 그러니, 이 둘은 단번에 이루어진 작업물이 아닌, 상당한 시간을 걸쳐 이루어진 작업물입니다. 특히 사도신경은 그저 학자들이 책상에 앉아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닌, 이단과의 싸움 가운데서 참된 신앙이 무엇인지를 찾아간 처절한 신앙의 순례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때론 이런 믿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어야만 하던 상황에서도 담대히 우린 이런 내용들을 믿노라는 선포를 포기하지 않았던 믿음의 선배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내용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우린 이 사도신경을 그저 예배시간에 아무런 의미 없이 기계적으로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이 책, 『내가 믿나이다』와 같은 책들을 통해, 그 내용이 무엇인지, 이런 믿음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 어떤 길을 걸었는지를 알아간다면 같은 내용을 반복하더라도 그 마음가짐이 달라지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이 책은 일반 성도들이 읽고 이해하기에 쉬운 그런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목회자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매번 입으로 반복하던 사도신경이 어떤 내용을 품고 있는지, 우리 신앙의 표준이 되는 내용은 무엇인지를 성도들이 알아가기에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교회에서 예배시간에 언제나 반복하고 있는 사도신경을 그저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담겨진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가 삶을 통해 고백해야 할 믿음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세상을 향해 우리의 믿음을 선포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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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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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나 전설은 언제나 문학작품의 모티브가 되곤 하죠.

그런데, 요근래 나오는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의 많은 경우가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음을 알고 북유럽 신화가 과연 어떻길래 이렇게 많은 판타지들이 모티브로 삼는지 궁금해하곤 했습니다.

이번에 현대지성에서 <북유럽 신화>라는 책이 나오네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봅니다.

어느 책을 보니, 참된 신화가 없는 시대는 공허하고, 헛된 것에서 위로를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반면 참된 신화는 이 시대에 참 위로를 줄 수 있다고 하고요.

이 책을 통해, 북유럽의 오랜 시간의 힘이 담겨진 그들의 신화를 엿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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