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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 거!
박현주 지음 / 이야기꽃 / 2019년 9월
평점 :
아이는 수업시간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창밖을 걱정스레 바라봅니다. 밖엔 비가 오고 있거든요. 아이는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답니다. 우산을 가져올 엄마도 없는 상황입니다. 엄마가 우산을 가져 올 수 없는 상황은 여러 가지일 겁니다. 어쩌면 아이에겐 엄마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빤 일을 해야만 하고요. 아님, 부모님이 맞벌이부부여서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데, 아침에 우산 가져오는 것을 깜박 했을지도 모르겠고요. 아무튼 아이는 창밖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이 비가 잠시 후 그쳤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겠죠.
하지만, 삶이 언제나 내 바람대로만 되는 건 아닙니다. 수업이 끝나 한 사람 한 사람 학교를 떠나는 시각, 아인 망설입니다. 이 비를 맞고 가야할까? 아님 기약 없지만 비가 그치길 기다려야 할까? 이런 망설임이겠지요. 쏟아지는 비를 향해 당당히 맞서 나가야 하지만, 여전히 그런 용기가 아이에겐 없습니다.
이때, 지난해에 같은 반이었던 준호라는 아이가 시합을 하자며 빗속으로 뛰어듭니다. 그 모습에 아이 역시 빗속으로 뛰어들죠. 함께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고 또 다시 빗속을 뜁니다. 준호가 다니는 학원까지 말입니다. 그리곤 준호는 학원으로 쏙 들어가죠. 아주 쿨 하게 말입니다.
이제 또 다시 아이 혼자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이제 두렵지 않습니다. 내리는 빗줄기에 맞설 용기가 이미 아이에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까짓 거!” 하며, 비를 맞으며 힘차게 뛰어간답니다.
그림책, 『이까짓 거!』는 우산도 없이 비 내리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를 보여줍니다. 우산이 없어도 겁먹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내어 당당하게 맞서 헤쳐 나갈 것을 말입니다. 아이가 커 가면서 우산도 없는 비 내리는 상황이 어디 한 두 번일까요? 앞으로도 수없이 그런 순간들을 만나게 되겠죠. 그럴 때마다 주춤거리고 주저앉는 인생이 아니라 그림책 속 아이처럼 당당히 맞설 수 있다면 좋겠네요.
또한 아이로 하여금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함께’ 빗길을 뛰었던 준호의 모습이 참 멋집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과연 준호에겐 정말 우산이 없었을까? 어쩌면 준호의 가방 속에 우산 하나 고이 접혀 들어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말입니다. 그 우산을 함께 펴고 비를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준호처럼 ‘함께’ 비를 맞으며 뛰는 모습이야말로 더 큰 용기를 갖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날 때, 이처럼 힘겨운 순간을 ‘함께’ 맞설 수 있는 친구가 곁에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제 자신의 역할을 끝났다는 것 마냥 쿨 하게 학원으로 들어가는 그런 멋진 친구가 말입니다. 아니 우리 아이가 또 다른 아이에게 이런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