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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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이라니. 그러면 ‘안‘은? 표지의 여자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시원한 푸름을 뒤로 하고 어두운 어딘가로.
<풍경의 쓸모>라는 단편에 그 실마리가 있다. 손 안의 작은 겨울, 스노우볼. 싱싱한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깊고 추운 겨울을 품은 모습은 얼마나 쓸쓸한 풍경인가.
김애란은 이 소설집 전체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엮어가는 삶을 담담히 조명하고 있다. 훌륭한 리뷰가 워낙 많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특히 마음에 남은 두 작품만 언급하고 싶다.
<노찬성과 에반>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 찬성은 어느날 휴게소에 버려진 늙은 개를 데려다가 에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키우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을 살 돈이 없어 같은 반 친구들의 스마트한 세계로부터 소외된 찬성은 에반과의 감정적 교류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에반은 병들고, 찬성은 수술과 안락사 중 안락사를 택한다. 찬성의 아버지는 트럭사고로 죽었지만 고의사고-자살-라고 판단되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고, 함께 사는 할머니는 늘 습관처럼 ˝어서 죽어야지˝ 하므로 찬성에게 죽음이란 이세상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찬성은 에반의 안락사를 위한 비용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러나 처음 손에 쥐어본 큰 돈은 스마트한 세계로의 편입이라는 강렬한 유혹이 되어 찬성을 뒤흔든다. 찬성이 유혹에 넘어가 스마트폰을 개통한 후, 폰을 들여다보느라 곁에 있는 에반을 돌보지 않는 장면은 너무나 씁쓸하다. 소외된 개체가 다시 다른 소외된 개체를 소외시키는 이중의 소외. 주류세계로부터 소외된 자는 다른 소외된 자와의 교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에반은 또한번 버려진 셈이다.
동남아에서 온 남자와 결혼하여 낳은 아들 재이를 이혼 후 홀로 키우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가리는 손>에서도 같은 구조가 나타난다. 재이는 심한 따돌림 따위를 당하지는 않지만 은근한 소외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재이는 어느날 동네 청소년들과 파지 줍는 할아버지 사이에 일어난 다툼과 그 결과 할아버지의 죽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그 모습이 찍힌 cctv가 공개되어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된다. cctv 속 재이는 다툼을 지켜보던 도중 손으로 입을 가린다. 충격을 받았구나, 엄마는 생각한다. 그러나 가해자인 청소년들이 할아버지에게 던진 틀딱-노인 비하 호칭이라고 한다. 처음 알았다..-이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아들을 보았을 때.. cctv에 찍힌 아들의 손 뒤에 가려진 얼굴에 충격이 아닌 비웃음이 서려 있을지 모른다는 가슴 아픈 가정에 도달한다.
소외된 자가 다시 다른 소외된 자를 소외시키는 이중의 소외. 그건 주류가 비주류를, 다수가 소수를 소외시키는 것보다도 더, 얼마나 처절하게 쓸쓸한 풍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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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19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어른들의 언행을 보면서 따라합니다. 기성 세대를 비하하는 시선은 다음 세대에게도 이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기성세대를 비하하는 지금 세대는 자신들도 늙는다는 사실을 몰라요. 비하당하는 입장이 되면 괴롭습니다.

독서괭 2017-08-19 19:32   좋아요 0 | URL
젊음은 아름답지만 누구나 거쳐가는 것이므로 과시할 것은 아닌데 말이죠. 맘 충이니 한남충이니 김치녀니 이런 비하언어들이 난무하는 현실이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