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수행성: 우리는 어떻게 구조 안에서 살아가고 저항하는가

 2) 규범과 '나'의 관계: 행위성을 재개념화하기

  (1) 수행성 1: 반복과 인용을 통한 권력의 재생산


   버틀러가 수행성 개념을 만든 첫 번째 목적은 규범 권력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193쪽) 

   사람 혹은 행위에 권위를 부여하거나 빼앗는 기능을 하는 문장, 혹은 당장은 아니라도 말을 통해 상대의 행동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하거나 통제하는 식으로 말에 어떤 힘이 실리는 문장이 수행문인 것이다.(194쪽)


  '수행문'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드는 생활밀착형 예를 보자: 

  

  주로 아버지가 어머니나 딸 앞에서 "목이 마르네", "반찬이 짜네" 따위의 혼잣말을 다 들리게 구시렁거릴 때나, 한국의 부모들이 자주 애용하는 레퍼토리인 "네가 내 말 안 들을 거면 나는 뭐 하러 자식을 낳았나, 내가 죽어야지"처럼 수동 공격을 통해 상대의 행동을 조종하는 식의 문장도 수행문에 속한다.  - 194쪽 


 바로 와 닿지 않나요? ㅋㅋ 


여기서 수행성 개념은 인간 주체의 행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담론에 의해 규제되고 속박되는 바로 그 현상들을 생산해내는 담론의 힘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그 힘은 어디서 오는가? 버틀러는 우리를 규제하고 단속하는 권력의 힘이 바로 지속적인 반복과 인용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 195쪽


 위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드는 생활밀착형 예를 보자: 


 "여자는 원래 그래야 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 '원래'가 무슨 뜻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대개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 '그냥 원래 그래' 이 말이 통용되는 순간이야말로 권력이 가장 크게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권력이 가장 효과적이 되는 순간은 권력이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은폐되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 순간이기 때문이다.  - 196쪽


 또한 버틀러의 이러한 반복과 인용을 통한 규범의 힘에 관한 주장이 이 규범에 순응하는 이들의 윤리적 책임을 면제하는 뜻이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오히려 버틀러는 우리가 완벽히 수동도 능동도 아니고 완벽히 억압도 자율도 아닌 상태에서 태어날 때부터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를 주체로 형성하는 권력 구조와 타자와의 관계 구조 안에서 살아간다면, 바로 그러한 조건 속에서 우리의 행위에 윤리적 책임을 질 수 있고 져야 한다고 본다.  - 198쪽 

 뭔가 멋있어.. 버틀러... 


 

  (2) 수행성 2: 다르게 반복하기


    위에서 말한 수행성이라는 것, 반복과 인용을 통해 규범이 재생산된다는 사실 자체로부터, "수행성이 열어주는 두 번째 차원, 전복적 차원"이 발생한다고 한다.


특정한 위치에만 동일시해야 한다는 요구, 나아가 그러한 동일시가 반복되어야 한다는 요구 속에는 반복에 실패할 가능성, 반복이 실패하리라는 위협이 계속 있는 것이다.  - 199쪽, <Bodies that matter>에서 저자가 인용한 부분 


  이러한 전복적 차원을 보여주는 예로 저자는 여성의 참정권 투쟁을 든다. '시민' 또는 '인간'이라는 개념이 반복과 인용을 거듭하는 가운데, 그 개념에 여성을 포함시킴으로써 기존에 백인 남성들만이 전유하던 '시민''인간'이라는 보편적 용어의 의미를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버틀러는 '나만은 권력에서 완전히 초월할 수 있다'는 불가능한 환상을 붙들고 있기보다는 권력을 전복적으로 재배치하는 작업, 즉 기존의 범주들을 불법으로 점유하고 재배치함으로써 다시는 그 범주들이 당연시될 수 없도록 트러블을 일으키는 작업이 훨씬 더 교활하고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 201쪽 

음, 그래서 '젠더트러블'인 모양이다. 


좋아, 2장의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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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7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7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10-07 22: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괭님 넘 대단하세요. 느무느무 어려운걸요. 강도 높은 이해와 집중과 인내가 필요해 보이는 책입니다.^^;;

독서괭 2021-10-07 23:28   좋아요 1 | URL
제가 중요한 부분(이라 쓰고 어려운 부분이라 읽음)을 주로 발췌해서 그렇고 저자의 예시를 보듯이 생활밀착형 예시를 많이 제시해줘서 막상 읽으면 뭔가 알 것 같아..! 라는 느낌이 듭니다. 착각이겠지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