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트랜스 멍멍이를 버틀러가 논박하다
=> <젠더 트러블>을 시작으로 주디스 버틀러가 발전시킨 '젠더 수행성 이론'에 대한 해설!
섹스는 무엇이고 젠더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수학 방정식 풀듯 단 하나의 근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섹스가 무엇이고 젠더가 무엇인지 답하는 것 자체가 많은 이들에겐 은유적으로든 문자 그대로든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여 이분법을 해체하는 이론적 작업이 존재 자체만으로 폭력과 차별과 살해 협박을 겪는 트랜스젠더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수잔 스트라이커가 말했듯, 섹스와 젠더를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하는가에 대한 담론들은 어떤 사람들의 삶을 살아도 되는 삶, 살 만한 삶으로 이해하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 131쪽
1. 젠더론 안 사요: 트랜스 멍멍이의 논리
'트랜스 멍멍이'가 무슨 뜻인가 했더니 터프(트랜스를 배제하는 페미니스트)들이 트랜스젠더를 조롱하는 뜻으로 쓰는 단어인 모양이다. 여기에서는 터프들의 젠더 관련 주장들을 열거하며 이를 하나하나 반박한다.
1) 젠더는 선택할 수 없고 생물학적 성별은 절대 건드릴 수 없다
퀴어들을 겨냥해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선택을 어느 정도까지 자유롭게, 어느 정도까지 사회구성의 범주로 인정해야 할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는 (...) 이 사람들이 보기에 젠더는 선택할 수 없는 것이고, 선택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위 '생물학적 성별'로 이해되는 섹스를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사수해야 하기 떄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젠더는 크게 네 가지로 이해된다. - 135-136쪽
(1) 젠더는 섹스를 반영할 뿐이다 (X) - (X)표시는 내가 넣었다^^
보부아르의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라는 주장에 따라 섹스와 젠더를 구별하듯이 보이는 페미니즘에서, 사실은 섹스와 젠더가 본질적으로 일치하는 '시스젠더'만을 '진짜 여성'으로 인정하고 그것이 불일치하는 트랜스젠더는 배척함으로써 섹스와 젠더의 구별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일부 주장이 왜 나왔는지, 그게 어떤 점에서 논리가 결여되었는지를 지적한다.
원래 페미니즘에서 섹스/젠더 이분법은 정치적 자원으로 도입된 것이었다. 페미니스트들은 '생물학은 운명이다'라는 논리(...)에 맞서기 위해, 즉 생물학적 본질을 여성 억압의 근거로 끌어다 쓰는 지배 문화에 맞서기 위해 섹스/젠더 이분법을 활용했다. (...) 그런데 섹스와 젠더를 구분하고 젠더에 변화 가능성을 부여한 이 도식을 그저 당연한 듯 받아들이기엔 의문점에 생긴다. 섹스와 젠더가 나눠진다면 둘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 다시 말해 '생물학적 성'을 female과 male로, '사회적 성'을 woman과 man으로 이해하는 이 이분법에서 어떻게 female이 woman이 되고 male이 man이 되는지, 왜 female이 man이 아니라 woman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논리석 설명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설명이 빠지 그 자리를 '당위'가 차지한다. - 136-137쪽
(2) 젠더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뜻한다 (X)
탈코 운동의 긍정적 측면이 분명 있다. 그런데 탈코를 주창하며 그에 따르지 않은 채 여전히 자신을 꾸미는 여성들을 비판하는 태도는 또 다른 여성 혐오라고, 저자는 분명히 지적한다.
젠더를 섹스가 정해준 한계에서 약간의 일탈을 감행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관점에서 젠더는 사회가 규정한 여성성과 남성성을 가리키는 말이 된다. 최근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 개념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자주 보인다. (...) 최근에는 젠더를 문제 삼는 이 움직임이 주류 사회에서 '여성성'으로 읽혀지는 모든 젠더 표현을 그것이 표현되는 몸이나 위치의 특수성, 맥락, 의도, 나아가 야기하는 효과와 전혀 무관하게 '코르셋'이라고 낙인찍는 방향으로 획일적으로 굳어졌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이는 여성성으로 혐오하고 남성성을 기준 삼는 방식의 또 다른 여성 혐오다. - 138, 139쪽
(3) 트랜스젠더 = 젠더 (X)
'젠더' 개념 자체를 '트랜스젠더'와 등치시키면서 젠더 개념 자체를 통째로 버리자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4) 섹스=몸 / 젠더=정신 이분법 (X)
섹스는 진짜고 젠더는 가짜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관점에서 섹스는 반박 불가능한 물질인 반면 젠더는 (...) '뇌 내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도 모든 젠더가 '뇌 내 망상'인 것은 아니다. (...) 오직 이 섹스-젠더의 일치 관계를 벗어나는 젠더만이, 즉 '터프'의 관점에서 감히 '진짜 몸'에 따르지 않는 정신'만이 문제가 된다.
2장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인데 시간이 없어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