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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터키의 풍자 소설의 대표적인 작가이면서 터키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지즈 네신’의 <생사불명 야샤르>의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통쾌한 풍자!
터키 최고의 이야기꾼인 그의 입담 하나로 창조해낸 거짓말 같은 현실 세계,
실제 같은 허구 세계를 보면서 분노하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렇게 그는 날카로운 풍자를 통해 세상의 불의와 권위를 비판하는 문학 작품을 써왔다.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제이넵의 비밀편지> 등 어린이를 위한 작품과
<생사불명 야샤르>와 같은 풍자 소설을 발표하여 여러 차례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아지즈 네신의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이라는 사랑이야기를 먼저 만난 나로서는 이
책에 대한 느낌은 정말 신선한 감동이었다.
아지즈 네신은 터키의 폭력적인 정권, 특히 언론인들에 대한 정부의 검열과 탄압을 정면
으로 비판한 작품들로 내란선동이나 좌익 활동이란 죄목으로 250번의 재판을 받았으며
유배와 수감생활을 반복하였다.
이 작품은 1948년 이런 ‘아지즈 네신’과 같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오스만’이라는
노동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씌어졌다.
원래는 12막으로 구성된 극본으로 라디오에서 방송되어 큰 인기를 끌었고, 드라마와 연극
으로도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자가 아지즈 네신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드디어 소설로 완성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평생 동안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힘없는
소시민의 불행하고, 어처구니없는 삶의 이야기다.
그가 자신이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안 건 열두 살 때였다.
그는 참다못해 공무원에게 대들었다가 교도소에 수감된 후, 감방 동료들에게 주민등록증
없이 살아가면서 겪었던 황당무계한 사건들을 들려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의 주인공 ‘야샤르’는 아버지와 함께 초등학교 입학 서류를 준비하러 동사무소에 갔
다가 자신이 ‘서류상 공식적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뒤로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으려 할 때마다 번번이 거절당하지만, 군에 입대할 때나 죽은 아버지의 세금을 갚아야
할 때면 ‘공식적으로 살아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관료주의의 횡포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악몽으로 변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풍자하면서도 아지즈 네신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시종일관 실소를 터뜨리게 하고, 시선
을 사로잡는다. 동시에 너무 황당해서 저절로 터져 나오는 웃음 뒤에 숨겨진 ‘풍자’는
현대사회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나 정치적인 상황이나 사회 현실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터키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
는 우리들에게 한층 더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이러한 사회 부조리 문제를 절묘한 풍자와 웃음으로 경쾌하게 풀어나간다.
그리고 그 웃음이 가시기 전에 이 사회의 부조리의 실체를 느끼고 몰려드는 슬픔을 떨쳐버릴 수
없다. 등장인물들의 순박함과 무지함에 안쓰럽고, 삶에 대한 열정과 끈기에 감동하고, 그들이
처한 왜곡된 환경에 아파하고, 그를 괴롭히는 관리들에게 분노할 것이다.(책 소개 중) 책을 읽다
보면 정말 화가 난다.
긴 분량의 책이 이렇게 단번에 읽히기는 아주 오랜만이다.
작가의 색깔이 분명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멋진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