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가 놓인 방 작가정신 소설향 23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은 지금 한 편의 연애소설을 읽으려고 한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당신이 지금 읽으려고 하는 소설이 한 편의 연애소설이기를 바란다.
혹은 그렇게 읽히기를......’

‘당신은 지금 한 편의 연애소설을 쓰려고 한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한 편의 연애소설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문학으로서는 드물게 형이상학적 탐구의 길을 걸어온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승우 작가의 글쓰기는 언제나 또 다른 방식으로 읽히고 환기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작가 소개 중에서)

남편과 아들을 비행기 사고로 잃은 후 여자의 삶은 불완전해졌으며 그녀는 물에 집착하고 있다. 바다의 투명한 물빛을 바라보며 “수장(水葬)이야말로 가장 정결한 죽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녀의 방에는 가구 하나 없고 단지 한가운데 욕조가 있을 뿐이다.
물이 담긴 욕조가 그녀에게는 침대처럼 더없이 아늑하고 편안하다.
매일 밤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몸을 씻으며 욕조 속에 잠긴다.
그러나 그는 그런 그녀가 힘들어지고 불편해진다.
“물이 맑을수록 달빛은 창백하고,
달빛이 창백할수록 길은 뚜렷해요.”
그녀가 없는 방에 들어와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욕조에 몸을 담근 그는 아늑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는 그녀도 아내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착각이든 아니든 간에......

이상하게도 이 책은 단 번에 읽히지 않았다.
뭔지 모를 끈끈한 것이 발목을 잡는 듯한 마음에 놓지도 읽지도 못하고 며칠을 보냈다.

“충동과 열정을 혼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신은 신중하다.
그러나 충동이 제 노릇을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당신은 함량 미달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은 제법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몇 번을 곱씹어 읽어야만 맛이 느껴지는 글이 왜 그런지 싫지만은 않다.

 


이승우 작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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