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역시... 강한 감정의 몰입을 요구하는 제목이다.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
- 릴케, ‘두이노의 비가 중에서’
책에 있어서 제목이 갖는 의미는 아주 큰 편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은희경의 이번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꽤나 감각적이다.
또 한 번 그녀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내가 처음 은희경 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1996년 <새의 선물> 이라는 책을 만나게
된 때부터다. 이 책을 읽고는 ‘와~ 꽤 괜찮은 작가를 만나게 됐군.’ 이라고 중얼거렸던
것 같다.
그녀가 우리 문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그 자리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 내게는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총 여섯 편의 중편들을 만날 수 있다.
[의심을 찬양함]
[고독의 발견]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날씨와 생활]
[지도 중독]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주인공 유진은 친구 S의 결혼식에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자신이 서점에서 산 책과 똑같은 책을 들고 탄 남자와 동석을 하게 되고,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와, 잘못 배달된 사과상자의 주인이라며 찾아온 오피스텔 옆 동 남자를 동일인으로 생각하는데...  현실과 허구와 착각과 의심 속에서 단번에 읽혀 버린 [의심을 찬양함], 
거짓말도 못하고 별 볼 일도 없는 만년고시생 주인공 K는 생일날 찻집에서 몽환적인 노래를 들으면 잠에 빠졌고, 그 뒤로 펼쳐지는 일들은 꿈속처럼 묘한 분위기이다. 한 사내와 여관과 난쟁이 여자... 모두 꿈속이다.
꿈에서 깬 K는 밀려오는 고독에 빠져드는 [고독의 발견],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는 서른다섯 번째 생일날,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주인공 남자,
그림 ‘비너스의 탄생’을 잊을 수 없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는 뚱뚱한 모습만을 보였고, 이제 돌아가실 날이 멀지 않은 아버지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매일 먹는 밥을 거부하는데... 끝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달라진 모습으로 빈소를 찾게 되는 주인공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 책에서 가장 나의 눈길을 끌었던 [날씨와 생활]에서는 출생의 비밀이나 언젠가는 세상을 놀라게 할 자신을 끊임없이 상상하는 하지만, 현실은 상상과 전혀 다르기 만한 꿈 많은 몽상소녀 B가 주인공이다. 무척이나 애정이 느껴지는 그 소녀로 인해 잠시 즐거웠다.
어느 날, 할부 책값을 받으러 온 수금원과의 동행, 그를 따돌리기 위한 소녀의 행동과, 기어이 집에서 만나게 되는 어머니의 담담한 모습에서 그저 웃음이 나온다.
잠시나마,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로 인해 가끔씩 이유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는 날을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지도 중독]에서 캐나다의 로키산맥을 오르는 나와 Y와 P선배...
“나는 남이 안 가본 길을 가는 재미로 살아.”,
“적응만 하면 진화를 할 수가 없지.” 라고 말하는 P선배는 끊임없이 지도를 들여다본다.
“상투적인 말이긴 해도 어쨌든 인생이란 길 찾기 이니까.”...
마지막 [유리가가린의 푸른 별]은 지극히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편안한 일상에 던져진
분실했던 소설과 정체불명의 메일...
은희경의 책을 읽고 나면 으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가끔은 머리가 아프기도 하는데
이유는 알 수 없다.ㅡㅜ 

이 책은 은희경 작가의 아홉 번째 소설이다.
“나는 아름답고 낯설고 허망한 소설을 좋아한다.
그러나 잘 쓰지는 못한다.
대게 내 소설은 질문과 고민을 포함한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작가의 말에서)

지금 이 책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를 사면 그의 책 <마이너리그>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무척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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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런kiss 2007-08-2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읽었는데 감각적인 것이 다른 작가분들과는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너무나 감각적이어서 약간은 무덤덤한 저로선 감당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는///^^ 리뷰 잘 읽고 가요~

뽀송이 2007-08-22 22:02   좋아요 0 | URL
넵!! 저도 그런 점이 없잖아 있었어요.^^;;
그래서 몇 번을 다시 읽은 부분도 적지 않았답니다.^^;;
키스님^^ 닉네임이 넘 이뻐요.^.~

2007-08-23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뽀송이 2007-08-23 15:49   좋아요 0 | URL
넵!!!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