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님의 '그남자네 집'을 읽으면서 첫사랑이 떠오르는 사람이 많을것이다. 책에서처럼 나이 들어서 추억 말고..국민학교때의 추억이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아이는 국민학교 3학년때..이름 못외우기 대장인 나로선 이름도 성도 생각이 안난다..ㅠ.ㅠ. 전에 밝혔듯이 국민학교라고 이름도 못쓰고, 10까지도 못 쓰고 들어간 나는 1,2학년때 있는듯 없는듯..성적표에 항상 '온순하고 차분하나 발표력이 부족합니다'등의 글을 받아오는 아이였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를 다녔는데 집과 가까운곳에 국민학교가 신설되서 3학년때 전학을 오게 됐다. 신설학교니 모든 아이가 전학생인거다. 우리 엄마도 교육열이 있었는지 동네 몇명의 아이들과 그룹으로 과외를 하게 해주었다. 과외 선생이 국민학교앞에 문방구집 아들이어서 가게일도 도와주고 했었던..이른바 백수가 아니었나 싶다^^
2학년 2학기부터 시작된 과외로 인해 3학년때부터 나의 성적은 상향곡선을 시작하여 급기야 여학생중에 일등을 했었다. 30대의 여선생님이었던 담임 선생님은 참 좋은 선생님이었었나 보다..치맛바람이 유명했던 그시절에 성적 좋다는것 하나만으로 나에게 이학기 여자반장을 임명하셨다. 엄마가 한번도 담임에게 안찾아 갔는데..
그시절엔 임명직이라서 성적과 여러가지 종합해서 반장직을 시키던 분위기였고..실제로 4학년 담임은 내가 여자중에 일등임에도 따로 불러서 "반장은 우리반을 위해 도움이 되어야 한다"면서 성적이 80점 정도인 아이를 여자반장에 임명했다. 물론 그아이 엄마는 치맛바람으로 유명했었다. 아빠가 사우디인가 가서 돈벌었는데..엄마가 아이에게 엄청 들이 붓는 편이라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 와서 3학년 이학기에 여자 반장으로 임명되었을때..바로 나의 짝이었던 남자아이가 이학기 남자 반장이 된것이다..무언가 운명 같은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나는 원래 생일은 1969년 9월이지만 출생신고가 늦어져서 1970년 2월 5일로 되어있다. 그래서 출석부 번호가 35번이었다(그땐 한반에 70명 정도였던 살인적인 교육 환경이라서..어쩌면 32번인지도 모르지만 내기억엔 35번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그 남자 반장 아이도 내 번호와 똑 같았다..남자 35번...
내성적이고 말도 없던 쑥맥이었던 나는 같이 이학기 반장이 되고..짝이었고..번호도 같다는 세가지 사실때문에 운명적 인연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얼굴도 생각 안나고 다른 에피소드도 없지만 그아이를 좋아햇던 내마음은 기억이 난다..
어언 시간이 흘러..6학년이 되었다..그남학생은 아직도 성적이 우수하여 옆반의 임원을 하고 있었는데..전두환 대통령때문에 과외금지 된 뒤론 공부를 안한 나는 평범한 학생으로 굴러 떨어져서 그아이 앞에 아는척 하고 나서지도 못해 보고 졸업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두번째 기억나는 사람은 주산학원 선생이었던 주걱턱의 모모선상님..지금도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갸름하고 긴얼굴에 턱이 돌출되서..머리도 약간 장발 스타일...지금은 속셈학원이다 피아노 학원이다 다니지만 우리 어릴때는 뭐니뭐니해도 주산학원이 꽃이었다..암산할때의 낭랑하게 불러주는 '몇이요~~몇~~이요'하면서 꺽어지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생생하다..친구따라 주산학원 간다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원에 다니던 나는 학년이 바뀌면서 동네에 있는 주산학원으로 옮겼는데..이곳 선생님이었다..
국민학생들은 산수 잘하라고 다녔었고 여상 학생들은 주산,부기등을 잘하기 위해서 다녔었는데 이 선생님은 학원에 오는 여상 학생들과 쉬는 시간에 수다 떨면서 놀기를 즐겨했다..그것이 내눈에 곱게 보이지 않았으니..아마 질투의 일종이 아니었을까나?
4학년,5학년이었던 나는 이선생님을 생각하면 가슴,,,심장을 누가 꼬집는것 같은 아픔을 느꼈었으니 어린 나이라도 사랑이란 감정은 확실하게 알게 되나 보다..요즘 선전하는 '여선생과 여제자'란 영화를 보면 어린 나이에도 선생님에 대한 불타는 사랑을 표현하는데..나는 맘만 넘쳤었지 과자 선물 한번도 못하고 끝나버렸다..
이 두가지가 첫사랑하면 떠오르는 추억이라면 추억이고..나를 좋아하던 남학생은 아무도 기억이 나지 않으니..참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낸듯하다..
(에고 슈렉2 아이들이 틀어 달란다..빨리 글쓰고 가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