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10 - Extreme Novel
유미즈루 이즈루 지음, 한신남 옮김, CHOCO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정말 한 화 한 화가 서비스에 매우 충실했다. 무슨 내용이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그나저나 이 인피니티 스트라토스라는 애니메이션은 2기 이후로는 나오지 않는다고 소문이 돌다가 다시 신장판으로 엮여서 나온다고 하더라. 나무위키의 설명에 의하면 작가의 성격이 워낙에 꼴통이라서 그렇다고 하던데 왠만하면 작가의 이상한 성격에 통달해 있고 관대한 듯한 일본에서 대체 어찌 된 일일까(...) 그 정도로 작가가 심한 일을 한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작가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난 작품을 봐달라고 하고 싶다. 비록 영양가가 될 만한 내용이 없다시피하지만 이 인피니티 스트라토스는 스토리보다는 캐릭터가 중요한 이 시대의 작품을 대표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목표에 충실하다. 여자만 있는 학교에 남자 한 명이 들어온다는 설정은 사실 90년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 세상을 보라. 약간 일탈을 시도했다고 해서 '에~. 여자가?' 같은 말을 한다거나 하는 건 약과다. 여자가 성추행을 당하거나 하면 늦은 시간에 거리를 걸었는지, 옷차림은 어땠는지 등을 따지며 범인보다 오히려 피해자의 잘못을 따지지 않는가. 인피니트 스트라토스의 내용은 사실 그에게 호감을 가진 여자들을 제외하면 상당수 그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어 10화에서 학교 선생님들이 남주 이치카에게 신체 측정을 요구할 때의 에피소드를 보자. 이치카의 누님이자 선생님인 분도 재밌게 여겼는지 다 비치는 눈가리개를 이치카에게 매어 준다. 그러고선 속옷만 입은 여자애의 신체 치수를 측정하게 하며, 실수로 이상한 곳을 만지게 하면 무작정 그를 비난한다. 이 애니를 보는 대다수의 남자들은 이를 서비스로 생각하고 즐길 수도 있지만, 또한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을 법하다. 또한 이 애니는 어리고 발육도 부진한 로리 캐릭터가 매우 적은 편이며, 그나마 그쪽을 대변하는(?) 라우라는 상당히 허스키한 목소리에 이치카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캐릭터이다. 즉,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중 제일 불편한 캐릭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애니의 진히로인으로 불리우는 샤를로트는 더더군다나 초기에 남장여자로 학교에 잠입한다는 컨셉이었다. 물론 이 캐릭터들도 각각 따로 보면 어느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캐릭터인데, 이 둘이 같이 모여있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퍼스트 소꿉친구는 '이치카! 아침마다 나에게 된장국을 끓여줘!'라는 프로포즈를 한다. (아마 공식적으론 이야기하지 않고 다음화 예고때 그렇게 말한 것 같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놀랍게도 이갈리아의 딸들(요즘 사회적으로 떠들썩한 메갈리아의 발생 토대가 되는 책이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의 후반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강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이치카도 그러고보면 어떤 조직에게 납치된 적이 있었다. 사실 이 애니의 사회조직 내부에 들어가보면 수뇌는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지라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하렘 애니메이션에서 발생하기가 매우 드문 스토리임은 사실이다. 비록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애니메이션 자체에선 작화라던가 여러가지가 무성의하게 만들어졌지만, 그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다수의 남성들에게 흥미를 끌기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남성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특이한 성향을 지녔다는 것이다. 요즘엔 여군들이 많아지고 있고(이에 대한 내용은 제타건담에서 따로 쓰겠다.), 여자들이 공사판에서 일용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남자를 차별하는 세계가 아주 드물지는 않을 것이다. 벌써 텔레비전에서 쏟아지고 있는 남자 요리사가 불편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건 내가 소위 진보 채널이라는 팟캐스트에서, 그것도 남성에게서 이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다.


 

 

이치카는 2기에선 여성들하고만 친해진다. 적어도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렇다.

 

 1기에서 그와 친했던 남자애는 왠일인지 나오지 않는다. 그는 이치카와 게임을 하면서 '여자들만 다니는 학교에서 혼자 남자라니 부럽다~.'라는 속알멩이 없는 소리를 지껄인다. 남성들은 쉽게 친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서로를 쉽게 배척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렸을 적 이치카는 소꿉친구인 호우키를 지켜주다가, 여자와 친하다는 이유로 또래 친구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이스트 같은 대학에서도 무조건 남학생 모두가 군대를 가야한다는 통보 혹은 명령이 내려졌다. 그에 대해 이과공과 학생들 중 하나가 자신들을 '노비'라 비하하며 비꼬자, 사방의 남성들이 그 글을 비난했다. 그 아수라장을 보면서 난 다시금 내 성별이 여성이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속으로 안도한다. 내가 본 인피니트 스트라토스는 그런 생각을 돌이켜볼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 만큼 작가가 힘을 내서 확실히 완결을 내 주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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