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언즈 - 한국어 더빙 수록
피에르 코팽 외 감독, 마이클 키튼 외 목소리 / 유니버설픽쳐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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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녀석 필.

메이드 복장인 게 가장 흥한다(...)


 1. 슈퍼배드라는 만화영화에서 출연했던 미니언들은 스페인 말을 쓰는 게 특징이었다. (그리고 감독 중 하나인 피에르 코팽이 이들의 성우를 전부 전담한게 특징이다. 생각해보면 성우 자질이 다분하다.) 그러나 미니언들이 주인공인 미니언즈에서는 미니언들이 그야말로 모든 언어를 쓴다. 성경에서 인류는 공통어를 쓰다가 바벨을 쌓은 이후로 쓰는 말이 갈라져서 뿔뿔이 흩어지고 마는데, 미니언즈는 그런데 있어서 인간과는 정반대의 방법을 취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어도 쓴다;;; 그래서 이 녀석들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음에도 묘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아마 이 영화를 보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영화 후반부에 대한 스포일러일지도 모르지만, 죽지도 않는 불사의 존재다. 대체 왜 대장을 구하려 하는지 의문이다. 


 아무튼 이 녀석들은 공룡이 생기기도 전에 생겨난 듯한데, 자신들이 섬길만한 대장을 구한다는 게 유일한 삶의 목적이다. 이 녀석들이 세계정복을 하려 들면 다른 종들이 씨가 마를지도 모르니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미니언 자체가 하도 개구쟁이들인데다가 허당이다보니 자꾸만 대장을 죽인다 ㅋㅋㅋ 아무튼 역사에 걸친 시행착오 속에서 그들은 어느날 미국을 가고, 대중매체를 통해 스칼렛이라는 악당을 만난다.

 

 

 

스칼렛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어차피 최종 주인공 그루를 내세우기 위한 수법이겠지만....


 2. 세계 최초의 여성악당 스칼렛. 그러나 알게 되면 될수록 계속 설정이 진부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일단 그루처럼 괴짜 과학자를 한 명 두고 있는데, 그 과학자와 심지어 결혼했다 ㅋㅋㅋ 아니 무슨 포켓몬스터의 로이와 로사도 아니고... 그 녀석들은 그래도 깜찍한 맛이라도 있는데, 이 커플들은 그런 통통 튀는 썸의 미학도 없었다. 서로 닭살은 떠는데, 다소 사무적인 구석이 있었다. 어쩌면 결혼해서 그런지도? 게다가 스칼렛의 본질적인 문제는 어린 시절 받은 학대로부터 오는 열등감,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난 복수심인데 괴짜 과학자는 허세와 자기 자랑에 쏙 빠져서 그녀를 감싸줄 줄 몰랐다. 그러니 꿈이 영국 여왕의 왕관을 훔치는 그런 쪼잔한 것밖에 안 되지. 

  

 


왠지 좀 안철수 같은 어린 시절의 그루.

그래도 자세히 보면 잘 생겼는데 저 시절의 머리칼은 다 어디간 거니...


 3. 이 영화에는 스포일러를 해도 재미가 반감되는 일은 없기에 망설임 없이 밝히자면, 미니언들이 영국 여왕에게 선물을 받는 틈을 타서 스칼렛은 끝까지 깽판을 치려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세계 최고의 악당'을 꿈꾸고 있던 그루가 스칼렛이 훔쳐가려던 영국 왕관을 훔쳐가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세계정복보다는 세계 최고가 되려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이 영화가 준다는 식으로 마무리를 하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인가?

 

 참고로 나는 세계 최고의 독서광이자 세계 최고의 책 리뷰어가 꿈이다. 여러분의 책 후원이 절실합니다(....) 제 생일은 8월 26일입니다.

 

“왜 세계정복 같은 귀찮은 걸 하려고 합니까? 끝내주는 과학기술 가지고 자기들끼리 편하게 살면 될 텐데…….” -안노 히데아키(신세기 에반게리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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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Clannad: The Motion Picture (클라나드)(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Section 23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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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리뷰가 그렇듯이, 이 애니메이션에서 주류로 나오는 후루카와 나기사와 오카자키 토모야 이야기는 뺀다.

 

 사실 끝까지 아버지를 회피하고 후루카와 나기사의 집에서 얹혀사는 오카자키 토모야의 이야기는 상당히 비현실적일 뿐더러, 그게 반드시 올바른 성인 남성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해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기사의 가게를 도와줌으로서 그가 세상에 대해서 알아간다는 이득은 있겠지만, 정작 그의 가족문제에선 아무런 진전이 없을 것이다. (꼭 진전이 있어야 하는가?도 숙제이다.) 남성들은 성장하면서 외모도 내면도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가며, 생존의 위기에 맞닥뜨리면 억눌러왔던 무의식이 터지는 게 전형적인 패턴이기 때문이다. 난 최대한 갈등에 휩싸여있는 자신의 내부를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자신이 맞닥뜨린 현실과 환상을 적절히 골라내서 환상은 떨쳐내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만, 그게 쉬울리가 있나.

 

 그래서 솔직히 2기에서 오카자키 토모야와 그의 아버지 오카자키 나오유키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건 난 관심이 없다. 이 둘이 잘 되던 혹은 이도저도 안 되던 간에 헛소리를 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고전문학적 설정은 흥미롭지만 이 클라나드의 태생이 일본이라서, 잘 그려져봤자 무라카미 하루키적 결말이 아닐까. 내가 관심있게 보는 건 남성향 게임에서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는 것 그 자체이다.

 

 

살면서 '내가 이 새끼처럼은 살지 말아야겠다'라고 하는 사람이 꼭 한 명 씩은 있다.

 

 인간이 자신의 삶 중에서 빛은 잘 보지 못하고 어둠만 쳐다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무튼 우리는 그들을 반면교사라 부른다. 이 반면교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데, 예를 들어 폭행과 살인 등 갖가지 사건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그에게 계란을 던지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우리가 그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는 걸 퍽이나 다행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오유키는 클라나드 1기의 그늘이자 반면교사같은 존재이다. 그는 왜 그렇게 한결같이 아들의 방임이 자신의 교육방침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그것이 꼭 토모야를 방임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그는 토모야를 실수로 다치게 만들어서, 토모야의 진로를 가로막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은 그런 실수로 교훈을 얻기 마련이다.

 

 1999년도부터 2013년까지 우리나라의 살인 사건은 한 해에 대략 900~1000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70년대 쯤엔 살인사건(특히 치정이 많은데, 여기서도 역시 연애사건에 관심이 지대하게 많은 우리나라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드라마에서도 연애가 없으면 섭섭한 나라인걸 뭐.)이 발생할 경우 신문 1면에 기재되는 경우도 많았고, 사건이 일어난 경황을 4~5면에 걸쳐서 소설처럼 설명해주는 게 흔했다. 하지만 IMF의 영향 아래서 우리나라는 그런 사건들을 상세히 보기에 너무나 피로해지게 되었고, 2008년에 또 한 번 경제위기가 터진 이후론(놀랍게도 상당히 많은 수의 경제학자들이 IMF보다 더 큰 위기가 우리나라에 닥쳤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힐링물이라던가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삼시세끼라던가 아빠 어디가 같은. 재미있는 건 그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이 90% 이상은 남자라는 것이며. 이요리라던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가정적인' 남성에 대해서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아버지가 아이를 키우는 내용의 에세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성으로선 환영할 일이지만, 또한 상당히 씁쓸한 일이다. 여성들이 옛날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일들을 많이 맡기 시작하면서 여성적인 키워드들이 취직의 조건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애초에 여성의 뇌와 심장을 지니지 않은 남성들은 조연이나 연출로 물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머니도 인간이다.'라는 키워드는 등장하지만, '아버지도 인간이다'라는 키워드는 그닥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이 반드시 IMF라거나 대대적인 세대교체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1997년 작가 김정현의 아버지라는 소설이 크게 히트했던 적이 있었다. 이처럼 80년대에서부터 그런 키워드는 꾸준히 등장해왔었다. 그러나 2000년대엔, 일그러진 권위를 바라보는 10대들의 분노가 개입되기 시작되었다. 그 경향은 2010년도에서 절망으로 바뀌었다. 사실 난 포기의 시대보다 절망의 시대가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여기에 또 다른 권위적인 부모가 등장한다.

 나기사의 아버지도 상당히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타입이긴 하지만,

무대에서 벌벌 떠는 나기사를 다그치는 그의 말은 지금 50대의 의견을 담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만일 내가 나기사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래서 뭘 어쩌하오리까?' 경제 호황기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부모의 과한 기대를 받으며, '하고 싶은 일'을 이루고 싶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 꿈이 산산조각나고 부서졌으며, 머리가 좀 더 커져서 애초에 부모가 돈을 벌기 위해 해왔던 일들이 반 이상은 옳지 못했다는 사실을 (땅투기같은 부정적인 것들이 포함된) 알게 되었을 때, 그들에게 포기의 여지가 있었을까?

 

 애초에 자식이 하고 싶은 일과 부모가 하고 싶은 일은 다르다. 나기사의 아버지가 했던 연기와 나기사가 하는 연기는 다르다. 나기사의 아버지가 하는 말에서 난 엄청난 부담감과 구속력을 느꼈다. 그런 설정이 딱히 클라나드의 탓은 아닐 것이다. 그 시대에 흥행하려면 그런 시나리오를 썼어야 했을 것이고, 나기사의 아버지는 그런 대사를 했어야 했다. 그의 한결같은 양육방식에는 칭찬을 해줘야겠지만, 어느 정도는 반문을 던져야 한다고 본다. 나오유키와 토모야는 다르다. 나기사의 아버지와 나기사는 다르다. 부부는 새로운 생명을 낳을 수는 있지만, 그 생명에게 어떤 종류의 삶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난 나오유키의 편이다.

 

 그러니 반드시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게 꼭 답이 될 수도 없다. (그런 공동체가 꼭 성적 자유를 주장하는데, 여기서부터 난교 등으로 나아가면 상당히 골치아파지기 시작한다.) "가족은 남이 아닌가요?"라고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에서 황정은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원하는 걸 성취하려 노력해도 무언가를 이루기 힘들고 혹은 절대 이룰 수도 없는 시대에, 이 작품에서 대체 무슨 무리한 것을 강요하고 있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저출산이니 가족을 이뤄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구질구질한 메시지라면 일찌감치 무시하거나 벗어던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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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누이 페르소나3 주인공 (おもちゃ&ホビ-)
壽屋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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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가에서 Boy meets girl.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의 치정사. (응?)

 

 1. 제작진들은 아무래도 아이기스라는 캐릭터에만 영혼을 바친 듯하다. 상황 설명을 좀 하자면, 낮에 바닷가에서 아이기스를 처음 만났을 땐 유키 쪽이 더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었다. 그러나 바닷가에서 유키와 대면할 때가 되면서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하면서 침실까지 졸졸 따라다닌다. 왠지 90년대 진히로인 냄새가 나는데, 아이기스가 페르소나로 전투를 하는 안드로이드라는 설정이라서 딱딱한 말투로 매우 당연하다는 듯 밀고나가는 지라 다른 사람들이 놀려댈 틈새조차 없다. 어찌보면 치밀한 캐릭터;;; 근데 유키는 당황하면서도 덥썩덥썩 받아먹는다. 행동하는 걸 보면 분명 둔탱이는 아닌데, 자기도 아이기스가 좋으니 거절을 안 하는 듯? 타케바 유카리에게는 미묘하게 거리를 두더니 ㅋㅋㅋ 이게 왠 타케바 유카리의 수난기인가. 나름 처음에 목욕씬도 보여준데다 유키한테 전격공개까지 당했는데. 1탄에서는 그닥 별로인 캐릭터였는데 2탄에선 살짝 불쌍해보였다(...) 

 

 

 2. 정황을 살펴보니 보통 게임을 플레이 해본 사람들은 페르소나 3 극장판을 상당히 욕하는 듯하다.

 그런데 난 솔직히, 유키로 거의 10시간 동안 흘러가는 게임 스토리를 쭉 지켜보고 주인공이 여자로 등장하는 포터블도 해봤는데 말이다. 어째서 페르소나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개죽음 당할 각오를 하고 싸우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다소 스토리가 루즈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건 물론이고, 그 안에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게임의 제작자들은 그 모든 교훈들을 반드시 주인공들의 입으로 설명하게 하려는 강박관념이라도 있던 것 같다. 이전에 해킹당해서 지워진 내 블로그 글 중에 진여신전생 4를 격하게 깐 글이 있는데, 거기서 지적한 말을 다시 하겠다. '가치관과 동기가 부족하다.'

 그러나 극장판에서는 그 가치관을 잘 담았다. 1탄에서부터 유키가 전투원들과 친분을 쌓아가면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그것들이 그에겐 너무 소중했던 나머지 잃어버릴까봐 번민하고 두려워하기 기작한다. 이 전투가 끝나면 우리는 모두 어떻게 될까? 이대로 뿔뿔이 흩어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만나지 못하는 걸까? 그런 질문이 페르소나 3 게임에서는 전투와 스토리 전개를 펼치느라 급급해 진중하게 드러나지 않았었다. 점점 정신적으로 불안해지는 전투원들의 심정을 '하늘의 색상'으로 잘 연출해냈고, 무엇보다 페르소나 3 게임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다 못해 없다시피한 공간감각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그게 집중적으로 표현된 장면이 신지로의 죽음. 

 

 

 3. 나는 그 죽음을 출근길에 걸어가면서 봤는데, 갑자기 게임으로 신지로의 죽음을 봤을 때는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터져나와서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그 이후에도 영상을 보지 않고 음으로만 들었는데, 신지로가 죽게 되는 장면과 아마다가 우는 장면만 여러번 틀었다. 아마도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시 볼 것 같다. 신지로와 아마다가 싸우고 있을 때, 여태까지 페르소나로 전투를 해오던 '일상'을 유지하고 싶어 섀도우를 죽이기 힘들어하는 유키의 행동에 제동이 걸려서 그는 섀도우를 빨리 처치하지 못한다. 신지로의 죽음엔 사실 누구의 책임도 없건만 아마도 유키는 자신이 그토록 보기 힘들었던 죽음을 저렇게 빤히 직시하면서, 단독으로 행동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책임이라는 걸 통감하고 있는게 아닐까? 점점 암흑으로 빠져드는 유키의 마음을 대변하듯 자연스럽게 페이드 아웃되는 화면,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드는 음악. 다 흐른 다음에 등장하는 그 엔딩 크레딧, 달. 하나하나가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가급적 TVA로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반면 요즘 애니메이션 영화 중 저런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극장판이 욕을 먹어서 4탄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그리고 솔직히 어라이즈는 이 영화만도 못하다.)

 페르소나 3 팬으로서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오타쿠로서 상업성에 멋대로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악평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수익성에 연연하지 않는 이런 작품은 정말로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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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의 아폴론 1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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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데는 이유도 시간도 필요없다.

 

 이 애니를 보면서 굉장히 감동을 받은 점은, 이렇게 레코드 가게에 꽃혀있는 앨범 표지들까지 하나하나를 섬세히 그려놨다는 점이다.

 

 그래서 솔직히 나같은 사람은 저기 멀리 꽃혀있는 마일즈 데비스 앨범이라거나 기타 여러가지 앨범들을 보면서 감회가 깊었다. 잠깐 내 이야기를 하자면, 여러번 말하듯이 나는 나친적인데(...) 이상하게 연로하신 분들과는 굉장히 친분이 깊다. 나이 어린 사람에 대한 일종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는 게 가장 좋았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정치 쪽에 관한 관심이 이상하리만큼 높아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지만... 아무튼 그 중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들이 모인 모임이 있었는데, 주로 텃밭을 가꾸기 위해 모였지만 가끔 최고연장자인 어느 선생님 집에 불려가서 앱솔루트 마시면서 책 이야기 겸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었다. 주택 옥상에 옥탑방을 만드신 그 선생님이 어느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LP 레코드 몇 장과 LP 플레이어를 꺼내셨더랬다. 그렇게 LP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상당히 감명이 깊었다고 할까. 지금도 그 분에게 조르고 또 졸라서 들은 도어즈 LP버전 노래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락이지만.) 비록 선생님이 시끄럽다고 하시길래 한 곡밖에 못 듣고 다시 재즈삼매경으로 들어갔지만 ㅠㅠ

 

 어쨌던 좀 연령이 있으시거나 나처럼 음악 취향이 굉장히 올드한 사람이 이 애니를 본다면 꽤 감회가 깊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 인생철학도 사실 '뭐든지 저지르고 봐야 한다'는 식이라서 저 시절 봉처럼 얼굴 못 들고 다닐 일을 많이 저지르고 다닌다. 

 

 주인공 센으로 대변되는 아폴론은 따로 있지만 일단 이야기는 이 둘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편이다. 개인적으론 굉장히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흘러서 둘이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진부했지만 한편으로는 안심되기도 했다. 특히 이 봉이라는 인물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좋아하는 여자에게 차였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고민해본 다음 그 여자아이가 같이 있는 밴드 모임에 여전히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 특히 존경스러웠다. 대단한 인내력이라고 할까? 솔직히 사귀고 나서도 계속 센과 여자친구 사이를 질투하고 츳코미하는 점이 조금 짜증나긴 했지만, 사람이 착한 데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 아닌가. 이런저런 점에서 상당한 노력파라고 생각되고 솔직히 좀 본받고 싶기도 하다. (난 여자애랑 남자애가 일대일로 순수한 친구관계를 맺는 법이 절대 없다고 생각하기에 저런 상황이 애초에 오지 않길 바라지만.) 솔직히 이 녀석이 계속 재즈밴드를 한다고 해서 '계속 붙어다니면 잘되겠지' 그런 희망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사람 자체에 대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마음이 예뻤다고 할까. 말 그대로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는 걸 보여주는 인물이랄까.

 

 

 

이 애니는 일본의 어느 특정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을 많이 하기도 했다.

여기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책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좌파운동이 한창 뜨겁고, 미군과 일본여성간의 사랑을 순수한 사랑으로 보지 않았으며, 그래서 혼혈 아동들을 학대하고 차별했던 시대. 상당히 불안스럽고 가난에 흔들리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과하지 않게 스토리와 적당히 어우러지게 표현하려 노력한 티가 보인다. 어쩌면 이 감독도 이 애니에 나오는 봉처럼 상당한 노력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의 서사 너머에 있는, 이 애니메이션과 애니메이션 원작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상상이 꽃피기 시작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여담으로 '언젠가 왕자님이'는 내가 디즈니에서 나온 역대 OST 중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다.

 

 백설공주에서 나오는데,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녀가 일곱 난쟁이들에게 먹일 파이를 만드는 장면이 선명하게 컬러로 떠오른다. 그 때 보라는 백설공주는 안 보고 저 장면만 몇번이고 돌려보며 '아 저 파이 정말 맛있겠다'라고 생각했었더랬다. 이에 관련된 음악은 나중에 다른 음악과 한꺼번에 뭉쳐서 블로그나 자유게시판에 정리해서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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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Garo Tv Collection 2 (가로 TV 컬렉션)(한글무자막)(Blu-ray)
Section 23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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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영원한 사랑을.

 

 

1. 어쩐지 사진이 대놓고 반전요소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어차피 가로 시리즈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아 이번 편은 이렇게 진행되겠구나'라는 걸 읽었을 테고, 어차피 지금 가로 불꽃의 각인이 방영되는 이 시기엔 전대물이 그닥 흥행하고 있지 않으니 올려도 피해볼 사람은 아무도 없겠구나 싶어 올려본다(...) 아무튼 맨 위에 있는 이 놈이 최종보스이다. 그리고 두번째 사진은 가로 1기 24~25화에서 나오는 호러다. 일단 가로의 호러들은 보통 전형적인 기독교 악마의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렇게 최종보스에 다다를 때면 굉장히 매혹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일단 가로 특유의 비주얼을 굉장히 잘 살린 게 마음에 들었다. 놀랍게도 가로의 최종보스들은 최종보스답지 않게 기술도 굉장히 간결한데, 어찌보면 굉장히 위력적이기도 하다. 그런 기술적 특징도 잘 살린 듯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기보다는 전대물의 전통을 살리려 노력한게 상당히 뿌듯했다고 할까 기특했다고 할까. 아유 잘했어요 쓰담쓰담.

 

 

 

 2. 가로는 전대물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변신이다. 굉장히 역설적이게도 여자가 변신하기보다는 남자가 변신할 때 가장 아름다운데, 미소녀 변신물이 판치는 전대물에서는 상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가로 스토리가 개판인 걸 알면서도 쭉 지켜본 게 사실 황금으로 삐까번쩍한, 실사로 만들면 역대 최고로 비쌀 것 같은 가로 피규어를 상상하면서 흐뭇했기 때문이기도(헤헤 다 금이야 금이라고!). 가로의 특징 중 또 하나는 보통 갑주로도 상당히 화려한데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진화시킨다는 것이다. 맨 위가 바로 가로 불꽃의 각인에서 나온 최종갑주. 맨 밑에 나오는 갑주가 내가 역대 가로 중 가장 좋아하는 갑주이다. 가로 불꽃의 각인에서도 두번째 사진과 비슷한 갑주가 등장하는데, 하필이면 1기 가로가 폭주할 때더라(...) 개인적으로 건X 윙도 아니고 가로에다가 날개다는 건 싫어하는데(...) 그래도 녹색 날개가 의외로 잘 어울려서 만족했다. 하얗고 투명한 천사 날개보다는 그래도 덜 뜬금없다. 

 

 

 

 

 3. 역시 가로가 보는 사람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전대물이다보니 대사 대부분에서 우오오옹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오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넓은 마음으로 봐주시라. 아무튼 뭐라고 해야 할까 젊은 열기로 끝내지 않고 가로기사 가족들의 연대? 같은 게 나와서 상당히 신선했다. 내가 살아서 꿈도 희망도 없는 마계기사 가로의 연대기에서 가족애와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를 보게 되다니. (그치만 가로기사들답게 다들 지옥에서 만나더라.) 아무튼 나는 상당히 여운이 남았고 대박을 건졌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황금기사 가로의 비주얼 자체는 괜찮은데 이놈의 전대물 제작진들이 갑주를 살리느라 인간의 작화가 상당히 망가진 건 사실이라서;;; 충공깽이고 희망도 꿈도 없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애니메이션들이 많이 등장하는 시대에 이런 남자들 넘치고 피와 땀과 열정이 넘치는 애니를 보는 것도 가끔 삶의 활력소를 준다. 자 우리 모두 함께 석양을 향해 달려볼까?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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