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누이 페르소나3 주인공 (おもちゃ&ホビ-)
壽屋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해변가에서 Boy meets girl.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의 치정사. (응?)

 

 1. 제작진들은 아무래도 아이기스라는 캐릭터에만 영혼을 바친 듯하다. 상황 설명을 좀 하자면, 낮에 바닷가에서 아이기스를 처음 만났을 땐 유키 쪽이 더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었다. 그러나 바닷가에서 유키와 대면할 때가 되면서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하면서 침실까지 졸졸 따라다닌다. 왠지 90년대 진히로인 냄새가 나는데, 아이기스가 페르소나로 전투를 하는 안드로이드라는 설정이라서 딱딱한 말투로 매우 당연하다는 듯 밀고나가는 지라 다른 사람들이 놀려댈 틈새조차 없다. 어찌보면 치밀한 캐릭터;;; 근데 유키는 당황하면서도 덥썩덥썩 받아먹는다. 행동하는 걸 보면 분명 둔탱이는 아닌데, 자기도 아이기스가 좋으니 거절을 안 하는 듯? 타케바 유카리에게는 미묘하게 거리를 두더니 ㅋㅋㅋ 이게 왠 타케바 유카리의 수난기인가. 나름 처음에 목욕씬도 보여준데다 유키한테 전격공개까지 당했는데. 1탄에서는 그닥 별로인 캐릭터였는데 2탄에선 살짝 불쌍해보였다(...) 

 

 

 2. 정황을 살펴보니 보통 게임을 플레이 해본 사람들은 페르소나 3 극장판을 상당히 욕하는 듯하다.

 그런데 난 솔직히, 유키로 거의 10시간 동안 흘러가는 게임 스토리를 쭉 지켜보고 주인공이 여자로 등장하는 포터블도 해봤는데 말이다. 어째서 페르소나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개죽음 당할 각오를 하고 싸우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다소 스토리가 루즈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건 물론이고, 그 안에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게임의 제작자들은 그 모든 교훈들을 반드시 주인공들의 입으로 설명하게 하려는 강박관념이라도 있던 것 같다. 이전에 해킹당해서 지워진 내 블로그 글 중에 진여신전생 4를 격하게 깐 글이 있는데, 거기서 지적한 말을 다시 하겠다. '가치관과 동기가 부족하다.'

 그러나 극장판에서는 그 가치관을 잘 담았다. 1탄에서부터 유키가 전투원들과 친분을 쌓아가면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그것들이 그에겐 너무 소중했던 나머지 잃어버릴까봐 번민하고 두려워하기 기작한다. 이 전투가 끝나면 우리는 모두 어떻게 될까? 이대로 뿔뿔이 흩어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만나지 못하는 걸까? 그런 질문이 페르소나 3 게임에서는 전투와 스토리 전개를 펼치느라 급급해 진중하게 드러나지 않았었다. 점점 정신적으로 불안해지는 전투원들의 심정을 '하늘의 색상'으로 잘 연출해냈고, 무엇보다 페르소나 3 게임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다 못해 없다시피한 공간감각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그게 집중적으로 표현된 장면이 신지로의 죽음. 

 

 

 3. 나는 그 죽음을 출근길에 걸어가면서 봤는데, 갑자기 게임으로 신지로의 죽음을 봤을 때는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터져나와서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그 이후에도 영상을 보지 않고 음으로만 들었는데, 신지로가 죽게 되는 장면과 아마다가 우는 장면만 여러번 틀었다. 아마도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시 볼 것 같다. 신지로와 아마다가 싸우고 있을 때, 여태까지 페르소나로 전투를 해오던 '일상'을 유지하고 싶어 섀도우를 죽이기 힘들어하는 유키의 행동에 제동이 걸려서 그는 섀도우를 빨리 처치하지 못한다. 신지로의 죽음엔 사실 누구의 책임도 없건만 아마도 유키는 자신이 그토록 보기 힘들었던 죽음을 저렇게 빤히 직시하면서, 단독으로 행동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책임이라는 걸 통감하고 있는게 아닐까? 점점 암흑으로 빠져드는 유키의 마음을 대변하듯 자연스럽게 페이드 아웃되는 화면,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드는 음악. 다 흐른 다음에 등장하는 그 엔딩 크레딧, 달. 하나하나가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가급적 TVA로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반면 요즘 애니메이션 영화 중 저런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극장판이 욕을 먹어서 4탄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그리고 솔직히 어라이즈는 이 영화만도 못하다.)

 페르소나 3 팬으로서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오타쿠로서 상업성에 멋대로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악평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수익성에 연연하지 않는 이런 작품은 정말로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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